토론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 축제 '멈추지 않는 노래를 해'] <애프터 핼러윈 - 참사 이후의 사람들 >집담회 기록 (24.11.05.)

2024.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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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고 자란 동네 용산에서 굴러다니는 중입니다.
사진 출처 : 이슬하

애도가 산 자의 문제라면, 우리는 그 문제에 관해 어떻게 이야기하고 있을까요? 누가 말할 수 있고 누가 말할 수 없는지, 어떤 말이 들리고 어떤 말이 들리지 않는지. 10.29 이태원 참사 이후 우리 안에 쌓인 무언가를 터놓을 수 있는 장이 얼마나 부족한지 실감하곤 합니다. 이태원을 기억하는 호박랜턴은 그런 의문을 품고서 기획단을 모집해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 축제 “멈추지 않는 노래를 해”를 준비했는데요. 2년 전 못다 즐긴 핼러윈을 완성하겠다는 의미로 ‘축제’의 형식을 빌려 10월과 11월 중 다양한 행사를 이어 갔습니다.

그리고 지난 11월 5일, 그 마지막 순서로 “애프터 핼러윈 – 참사 이후의 사람들”이라는 제목으로 사회적협동조합 빠띠와 함께 시민 집담회를 주최했어요. 앞서 열렸던 ‘이태원 참사 기억 시민회의’를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된 행사는 1부와 2부로 나누어 진행했는데요. 먼저, 1부에서는 서로 닮은 질문을 간직해 온 세 분의 패널을 모셨습니다. ‘인권운동공간 활’의 활동가 기선님, 10.29 이태원 참사 생존 피해자 연구자 지오님, <별은 알고 있다>의 감독 오연님과 각자의 활동과 연구, 작업을 바탕으로 이야기 나눴어요. 그 내용 중 일부를 공유해 봅니다.

사진 출처 : 이슬하

다양한 인권 현장을 경험해 온 기선님은 ‘인권운동공간 활’이라는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한,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피해자권리위원회 기록보존팀에서 참사가 발생했던 골목에 붙은 메시지를 기록·보존·공유해 왔는데요. 그 안에 담긴 마음을 소중하게 다루고자 손을 벌벌 떨며 상자에 옮기던 처음을 떠올리기도 했습니다. 현재 1차 작업을 마친 뒤 디지털화를 앞두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주었어요.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을 ‘기다리는 시간’으로 표현한 게 인상 깊었는데요. 지속적인 활동이 가시화된다면 아직 만나지 못한 생존자나 목격자가 말을 걸지도 모른다는 의미였는데, 동시에 참사 직후의 메시지를 통해 일찍부터 연결되기를 바랐던 마음을 뒤늦게 확인했다고 합니다. 그 사실을 알게 되면서, 우리가 이들의 용기를 바라기 전에 과연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지 생각했다는 기선님의 이야기에 공감했어요.

사진 출처 : 이슬하

문화인류학을 공부하는 지오님은 석사 학위 논문의 주제로 10.29 이태원 참사 생존자들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참사가 특정한 방식으로밖에 말해지지 못하는 데 답답함을 느끼면서, 과연 이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고 싶었다고 하는데요. 그렇게 들은 이야기를 통해 깨달은 바를 조심스레 전했어요. 가령, 10.29 이태원 참사만이 갖는 특수한 측면으로 광범위한 피해자 범위와 사회적인 비난 구조를 짚어준 한편, ‘안전’이라는 감각에 대한 또 다른 관점을 제시해주었는데요. 어떤 생존자의 경우, 스스로 이태원에 돌아갈 수 있음을 확인하는 게 중요했다는 이야기를 통해서요. 물론 일부 사례만으로 전체를 대표할 수 없겠지만, 과연 우리가 어떻게 다시 사람들 틈에서 부대낄 수 있을지, 그 즐거움을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겠구나 싶었습니다. 경찰 배치와 같은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보였어요.

사진 출처 : 이슬하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미디어팀의 영상 기록 활동가 오연님은 ‘연분홍치마’라는 단체에서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있기도 한데요. 유가족분들의 진상규명 운동 과정을 가까운 거리에서 지켜보면서 든 생각들을 전해주었습니다. 특히 <별은 알고 있다> 상영 요청으로 전국 각지를 돌며 참사를 받아들이는 지역 간 격차를 체감했다고 해요. 아무래도 누군가에게 이태원은 먼 곳처럼 여겨질 수밖에 없었는데요. 그런 감각이 만들어내는 반응들에 대해 이해하는 동시에, 그렇다면 어떻게 참사를 소화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혐오와 비난 등 참사의 의미를 축소시키려는 움직임에 대항하여 제도와 같은 권위에 기대는 경향을 지니는 사회 운동에 대해서도 언급해주었어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 꺼낼 수 있는 시도와 상상력에 대해 떠올리고 있었는데, 그런 고심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지 않나 싶었습니다.

사진 출처 : 이슬하

이어지는 2부에서는 참석한 모든 분들과 차례로 마이크를 들었습니다.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를 맞는 소회를 각자 터놓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어쩐지 웃음이 나기도, 울컥 눈물이 터지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행사를 마무리하면서, 세 분의 패널이 밝힌 소회도 남겨 보아요. 또 다른 질문을 얻고 간다고 밝힌 지오님. 소진된 상태로 보낸 그간의 마음을 정리할 수 있었다는 오연님, 무엇이든 쉽게 극복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기선님. 우리가 오히려 이토록 훼손된 마음을 안고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하며, 축제를 끝맺을 수 있었습니다.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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