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뉴스가 '명태균 게이트'로 집중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 시스템을 망가뜨린 큰 사건이지만, 이 사건 보도로 시민들에게 가닿지 못한 이슈도 존재합니다. 뉴스어디가 오늘 캠페인즈 구독자께 전하고자 하는 두 건의 기사는 그럼에도 주목받아야 할 이야기들입니다. 지역 언론에 관심이 많은, 특히 경기도와 인천에 거주하시는 구독자께 더욱 의미가 있을 겁니다.
이번 보도에서는 인천시 예산 250억이 투입되는 하수 처리 사업의 운영권을 둘러싼 지역 언론의 편향적 보도를 다뤘습니다. 한 인천시 의원은 "기자들의 압력이 있었다"고 언급했는데, 어떤 기자가 어떤 압력을 행사했다는 것인지 함께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왜 인천 언론이 이 사안을 다루지 않거나 사실과 다르게 보도했는지 그 배경을 추적한 2편 기사 <“송도1 민간이 맡아야” 민간 업체가 낸 셀프 결론, 인천 언론 조용한 이유>도 함께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뉴스어디는 오직 후원자의 후원으로 운영되는 비영리 독립매체입니다. 캠페인즈 '응원' 또는 후원(클릭)으로 뉴스어디에 힘을 보태주세요! 뉴스어디 레터(클릭)에서도 뉴스어디 소식을 읽으실 수 있습니다.
⏺ ‘250억’ 송도하수처리 민간운영 동의안 보류되자 인천일보 ‘민간운영’ 힘 싣는 보도
⏺ 인천일보, 하수처리장별 특수성 무시, 자료 기준을 ‘과거’→ ‘최근’ 바꾸기도
⏺ ‘민간이 맡아야’ 용역 보고서, 유력 차기 운영사 브니엘네이처가 맡아
⏺ 브니엘네이처 대표, 인천일보 주주⋅전 이사 출신, ‘3대 주주’ 장남은 인천일보 재직
인천 송도에 있는 송도1공공하수처리장(이하 송도1) 운영권을 둘러싼 갈등이 뜨겁다. 인천시가 이 사업에 책정한 예산은 모두 250억 원이다. 지난 10월 14일 인천시의회는 ‘운영권을 민간업체에 위탁해달라’는 인천시의 민간위탁 동의안 심사를 보류했다. 인천환경공단은 공공기관인 자신들이 위탁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이 사업에 이해 관계가 있는 민간 업체가 ‘민간이 맡아야 한다’는 결론을 낸 용역보고서의 용역을 맡았다는 점 등이 제기되자 11월 28일 재논의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송도하수처리장 전경 (출처: 베올리아)
동의안 심사 보류 사흘 뒤, 인천과 경기도를 기반으로 하는 일간지 인천일보는 민간위탁에 힘 싣는 기사 3건을 연이어 보도했다. 공공이 맡을 경우 경제성이 떨어지고, 송도1이 채택한 하수처리 공법에 대해 공단은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다. 이 보도를 검증한 결과 사실과 다르거나 일부 정보가 빠져 있었다. 인천 지역 하수처리 업계를 잘 아는 한 교수는 이 기사의 배경을 두고 “이권이 개입돼 그렇다”라고 주장했다.
미디어 감시 매체 뉴스어디는 인천 지역 독립언론 뉴스하다와 이 사안을 함께 취재했다. 송도1하수처리장은 인천 송도 45만 인구가 내놓는 하수를 정화해 바다와 하천으로 방류한다. 두 매체는 송도1 운영권자의 선정 절차와 이에 대한 언론 보도가 공익에 부합하는지 살펴봤다.
‘과거 5년’→‘최근 5년’ 바꿔 공단 유지관리비 ‘비싸다’ 왜곡
언론보도부터 살펴보자. 민간위탁 동의안 보류 사흘 뒤 인천일보는 <하수처리장 운영권 차지 민⋅관 대결⋯승자는>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인천환경공단과 민간기업 간 한판 승부전이 뜨겁다”라고 양측 입장을 묘사하면서도 민간위탁에 당위성을 부여하는 근거만 댔다. 공공위탁을 주장하는 공단 측은 하수도법에 따른 성과 평가에서 공단이 민간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고, 공공성도 강조했지만 이러한 주장에 대해 기사는 “민간위탁 증가 기류를 차단하겠다는 속내”라고 평가했다.
인천일보(인터넷판) <하수처리장 운영권 차지 민⋅관 대결⋯승자는>(10월 17일 자) 보도
이 기사는 민간위탁이 경제적이라는 근거로 공단과 민간의 유지관리비를 비교했는데, 이는 하수처리장별 특수성을 무시한 방식이다. 기사는 공단이 현재 관리 중인 송도2하수처리장(이하 송도2)과 송도1을 비교했다. 송도2가 송도1보다 “인건비는 3배, 전력비는 4.3배나 많았다”라고 했다. 송도1은 민간기업이 지어 소유권은 인천시에 양도한 뒤, 20년간 운영권을 갖는 방식(BTO 방식)으로 운영 중이다. 이때 유지관리비가 기준이다.
2035인천시하수도정비기본계획(2020~2035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1㎥당 유지관리비 평균 단가는 민간위탁운영시설인 송도1하수처리장이 329.3원이었다. 공단이 운영하는 송도2하수처리장은 754.5원으로 송도1하수처리장보다 2.3배가량 더 들었다.
특히 인건비는 3배(송도1 87.3원·송도2 263.0원), 전력비는 4.3배(송도1 50.6원·송도2 215.3원)나 많았다.
공단은 위탁운영사 선정 때 경제성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공헌 등 공공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송도1하수처리장을 매개로 공공하수처리장의 민간위탁 증가 기류를 차단막하겠다는 속내다.
-인천일보 인터넷판 <하수처리장 운영권 차지 민⋅관 대결⋯승자는>(10월 17일 자)
기사가 언급한 자료의 출처는 <2035인천시하수도정비기본계획>(이하 <2035인천하수계획>)의 ‘과거 5년간 유지관리비 평균 단가’다.
이 기사가 감춘 사실은 뭘까?
1. ‘과거 5년간’→‘최근 5년간’으로 수정해 기사화: ‘과거 5년 전’ 송도2 운행 안 해
<2035인천하수계획>은 2020년에 발간됐고, 2013년부터 2017년 데이터를 사용했다. 평균 단가 역시 이 기간이 기준이다. 문제는 <2035인천하수계획>에는 ‘과거 5년간 유지관리비 평균단가’로 명시된 것이 기사에서는 ‘최근 5년 유지관리비’로 바뀌어 인용됐다는 점이다.
인천시가 2020년 발표한 <2035인천시하수도정비기본계획>의 ‘과거 5년간 유지관리비 평균 단가’ 자료. 인천시는 하수처리장별 처리 방식 등의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이 자료를 근거로 경제성을 단순 비교할 수 없다고 했다.
‘과거’를 ‘최근’으로 바꾸면 감춰지는 사실은 뭘까. <2035인천하수계획>의 기준 연도에 따른 ‘과거 5년’은 2013년부터 2017년이고, 이 중 2013년은 비교 대상인 송도2가 운영 되지 않던 때다. 2014년부터 상황을 살펴봐도 비교가 적절하지 않다. 당시 송도신도시가 충분히 개발되지 않아 인구가 적었고, 하수량도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송도1은 당시에도 BTO 계약에 따라 인천시로부터 일정량 하수를 보장받았다. 공단이 운영한 송도2는 하수량 보장은 계약한 바 없다.
실제로 한국환경공단이 공개한 ‘공공하수처리시설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민간운영 송도1은 공단 운영 송도2의 하수량보다 많게는 4.3배부터 2.8배까지 차이가 난다. 송도2는 하수량이 많지 않으나 매일 유입되는 하수 처리를 위해 시설을 가동했다. 인천시 하수과는 송도1, 송도2에 연락해 한번 더 확인한 내용이라며 “전기 시설은 있는데 (송도2의 하수) 유입량이 적어 전력비가 높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2. 인천시 “처리장별 공법, 운영 다 달라 단순 비교 어려워, 현재 송도 1・2 전력비 단가 비슷”
또 ‘최근’ 전력비에 대해 하수과는 “작년엔 송도2 물량이 80% 정도 차서 전력비가 비슷한 수준”이라고 했다. 이에 더해 “단가는 운영이나 (하수 처리) 공법이라든지 이런 것에 따라, 약품, 보수 비용도 다를 수 있다”라고 짚었다. 유입하수량뿐 아니라 하수처리 공법, 운영 방식 등이 모두 달라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공단 위탁의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부각하려다 하수처리장별 특수성을 무시한 채 유리하게 운영비 단가 자료를 끌고 온 것이다.
인천시 시의원 “환경공단이 압력? 기자들이 민간으로 하라고 압력”
17일에 이어 21일 인천일보 인터넷판은 <뛰는 하수요금 시민부담⋯원가절감은 누가?>를 실었다. 14일 인천시의회가 민간위탁 동의안을 보류한 이유는 “환경공단의 압력” 때문이라는 내용을 새롭게 언급했다. 인천환경공단은 인천시가 100% 출자한 공기업으로, 인천시에서만 사업을 위탁받아 운영한다. 인천시, 인천시의회와의 구조적 관계를 보면 ‘을’의 위치에 가깝다. ‘압력’의 근거는 기사에 제시되지 않았다.
인천일보(인터넷판) <뛰는 하수요금 시민부담⋯원가절감은 누가?>(10월 21일 자) 보도
이 기사를 작성한 박〇〇 기자는 지난 11월 1일 취재진과 통화에서 “인천공단 노조가 (한국노총 출신) 시의원님한테 우리도 이런 계획이 있으니 운영 우리가 맡겠다라고 해 압력이라고 표현했다”라며 이 때문에 “심의 안건 내용에 없었다가 (동의안이) 툭 올라온 거”라고 했다. 공단 노조의 압력 때문에 상정될 필요가 없던 동의안이 시의회 심사 대상에 올라갔다는 설명이다.
10월 14일 열린 인천광역시의회 산업경제위원회. 이날 위원회는 인천시의 송도1공공하수처리 시설 민간위탁 동의안을 보류했다.
이와 관련해 환경공단 고기수 노조위원장은 민간위탁 동의안 처리 전 의원들을 만난 사실은 인정했다. 환경공단 설립취지에 따라 공단이 맡아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수준이었다고 해명했다. 이를 ‘압력’으로 볼 여지도 있다. 다만 고 위원장은 노조 접촉과 무관하게 이미 인천시는 7월말부터 부시장 전결로 민간위탁 동의안을 마련해 놓은 상태였다고 했다. 이 부분은 인천시 하수과도 맞다고 했다.
인천시 동의안은 ‘인천광역시 사무의 민간위탁에 관한 조례 제6조(시의회 동의 및 보고)’에 따른 것이다. 이 조항은 ‘시장은 제4조 각 호 사무에 대해 민간위탁을 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민간위탁 개시 예정일 60일 전까지 인천광역시의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한다. 재계약이라면 소관 상임위원회 보고로 대신할 수 있지만 이 동의안은 ‘신규 계약’이다. 현재 송도1 위탁 계약은 관련 법 조항이 없던 2010년에 체결돼서다. 인천시 하수과는 “왜 안 올라가나. (동의안이 올라갈 게 아니었다는) 그런 내용은 처음 듣는다”라고 했다.
시의원도 다른 주장을 했다. 인천일보 기자가 지목한 한국노총 출신 인천시 시의원은 소관 산업경제위원회 중 국민의힘 소속 박창호 시의원이 유일하다. 박 시의원은 환경노조가 압력을 행사한 적 있냐는 질문에 “없다. 오히려 민간위탁 주라고 압력받았다”고 말했다. 누구한테 받았냐는 취재진 질문에 답을 피하던 시의원이 먼저 “기자들”을 언급했다. 그 기자들이 누군지 밝히기는 거부했다.
취재진: 산업경제위원위원회 위원들에게 환경공단이나 환경공단 노조가 어떤 압력을 행사한 일이 있는지
박창호 시의원: 없습니다. 저는 오히려 민간위탁 주라고 압력받았습니다. 그런 소리 하지 마세요.
취재진: 압력 받았다면 누구한테 받으셨어요?
박창호 시의원: 그거는 말할 필요 없고
취재진: 저한테만, 저건 공개 안 하죠.
박창호 시의원: 그게 아니고 민간위탁을 주라는 식으로 기자들도 그렇고 모든 사람들이 저한테
취재진: 기자들이 그랬다
(중략)
취재진: 위원님 아까 오히려 민간위탁하라고 압력이 들어왔다는 기자들 혹시 누군지 말씀해 주실 수 있어요?
박창호 시의원: 말할 수 없죠. 저하고 친한 기자들인데.
현재 인천 지역 언론 중 송도1 운영권에 관한 기사를 작성한 곳은 인천일보가 유일하다. 박 시의원 주장이 사실이라면, 인천 지역 기자들은 이 사안에 관심은 있으면서도 시 의원에게 ‘압박’만 하고 기사는 쓰지 않거나, 운영권이 민간에 가는지 여부에만 관심이 있는 셈이다. 인천시민은 인천 언론을 통해서는 이 사업에 들어갈 세금 250억 원이 공정한 절차를 거쳐 합당한 운영자에게 지급되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
뉴스어디는 다음 기사에서 언론이 알면서도 언급하지 않은 것과 이러한 기사가 나오게 된 배경을 추적한다.
취재
박채린 뉴스어디 기자 (rin@newswhere.org)
홍 봄 뉴스하다 기자 (spring@newshada.org)
이창호 뉴스하다 기자 (ych23@newshada.org)
*뉴스어디, 뉴스하다는 한국독립언론네트워크(Korea Independent Newsroom Network, KINN) 소속 언론사입니다. KINN은 재단법인 뉴스타파함께센터가 기획하고,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와 함께 만들었습니다. 망가진 언론 생태계를 건강하게 정화하고,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려는 의지를 가진 독립언론이 모여 네트워크를 구성합니다.
코멘트
1아무래도 큰 언론사들은 서울에서 벌어지는 소식을 주로 다루다보니 지역의 의제는 사라지기 마련인데요. 이런 의제는 결국 지역언론이 어떻게 다루느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지자체 행정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사실 모르고 넘어가지만 실제론 삶에 영향을 받는 일로 보이는데요. 보도행태를 보니 한 쪽의 의견만 반영된 보도가 즐비했던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