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재정 정책의 핵심은 ‘건전재정’입니다. 현 정부는 문재인 정부 때 국가채무가 급격하게 늘었기 때문에 국가 재정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습니다. 최근에도 이와 유사한 내용의 대통령 발언이 있었습니다.
지난 8월 27일, 윤석열 대통령은 제37회 국무회의 모두 발언에서 “지난 정부(문재인 정부)는 5년 동안 400조 원 이상의 국가채무를 늘렸습니다”라고 발언했습니다. 더불어 “1948년 정부 출범 이후 2017년까지 69년간 누적 국가채무가 660조 원”이었던 반면, “지난 정부 단 5년 만에 1,076조 원이 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시민팩트체커 그룹 K.F.C.는 해당 발언이 사실인지 확인했습니다.
‘국가채무’는 ‘정부가 갚아야 하는 돈’
먼저 윤석열 대통령이 언급한 ‘국가채무’가 무엇인지부터 확인했습니다.
기획재정부가 공개하고 있는 e-나라도움의 국가채무추이 통계에선 IMF의 기준을 차용해 국가채무를 “정부가 직접적인 상환의무를 부담하는 확정채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복잡한 계산 기준이 있지만, 쉽게 요약하면 ‘정부와 지자체가 직접 빌려서 갚아야 하는 돈’이 됩니다.
기획재정부의 열린재정 재정정보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국가부채의 유형은 아래와 같습니다.
복잡한 분류이지만 간단하게 설명하면 국가채무(D1)를 바탕으로 다른 요소가 합쳐져 일반정부 부채(D2), 공공부문 부채(D3)가 계산되는 방식입니다. 이번 검증에선 윤석열 대통령이 언급한 ‘국가채무’에 집중해서 살펴보시죠.
연도별 국가채무 통계상 2017년부터 2022년까지 407.5조 원 증가
아래는 열린재정정보공개시스템을 통해 정부가 제시한 2017년부터 2022년까지의 결산기준 국가채무 통계입니다.
통계를 보면 2022년과 2017년 결산기준 국가채무의 차이는 407.5조 원입니다.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400조 원 이상의 국가채무가 늘었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은 2022년과 2017년의 결산기준 국가채무를 기준으로 봤을 때 사실입니다.
다만 “지난 정부 단 5년 만에 1,076조 원이 됐다”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은 2022년도 결산기준 국가채무 1,067조 원과 9조 원 차이가 있었는데요. 확인해 보니, 윤 대통령의 발언에 등장하는 1,076조 원은 2022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이 확정되었을 당시 국가채무 전망치를 의미하는 수치였습니다.
2022년 2월 발표된 기획재정부의 보도자료를 보면 2022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이 확정되면서 국가채무가 1,075.7조 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어 윤석열 정부 취임 후 2022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면서 초과 세수 중 9조 원을 국채 축소에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그 결과, 국가채무 전망치는 1회 추경 대비 8.4조 원이 감소했습니다. 쉽게 말해,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남는 세금을 국가채무 줄이기에 쓰겠다고 발표했고, 국가채무 전망치가 줄어 통계와 차이가 생긴 것입니다.
월별 통계로 계산하면 5년간 국가채무 376.8조 원 증가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이 사실인지 따져보기 위해서 확인할 사항이 아직 남아있습니다. 정확한 비교를 위해선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2017년 5월 10일부터 2022년 5월 9일까지였다는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그래서 2017년 통계 중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인 5월부터 퇴임 시기를 고려해 2022년 6월까지의 통계가 필요합니다. 확인을 위해서 기획재정부의 열린재정 재정정보시스템의 월별 국가채무(중앙정부) 재정분석 통계를 활용했습니다. 쉬운 비교를 위해서 2017년 5월과 2022년 6월 국가채무를 비교했습니다.
2017년 5월 630.7조 원이었던 국가채무는 2022년 6월 1007.5조 원으로 증가했습니다. 증가분을 계산하면 약 376.8조 원이 됩니다. 물론 이 통계도 정확한 날짜를 기준으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 국가채무’로 볼 순 없었습니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이 언급한 400조 원과는 차이가 있었습니다.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400조 원 이상의 국가채무가 증가했다?’...절반의 사실
정리해 보면 윤석열 대통령이 언급한 문재인 정부 국가채무 400조 원은 기획재정부의 연도별 국가채무 통계로는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임기를 고려해 월별 통계를 살펴볼 경우, 국가채무는 400조 원보다 줄어든 376.8조 원이었습니다. 윤 대통령 발언과 차이가 존재합니다.
다만, 이번 검증은 정부별 국가채무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아 월별 통계를 통해 추산하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이 경우도 특정 정부의 정확한 국가채무를 계산할 수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에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400조 원 이상의 국가채무가 증가했다?’는 절반의 사실로 판정합니다.
이번 검증에선 협업을 진행한 3명(바다, 수호, 쫑)의 시민팩트체커가 진술문을 절반의 사실로 판정했습니다. 하지만 1명(정기훈)의 시민팩트체커는 진술문을 ‘사실이 아님’으로 판정했는데요. 2017년 상반기와 2022년 하반기 기간이 포함된 연도별 국가채무를 기준으로 계산된 국가채무 증가분은 문재인 정부 시기의 정확한 국가채무로 볼 수 없으며, 이를 근거로 문재인 정부를 비판한 윤 대통령의 발언은 사실을 기반하지 않은 주장이란 이유에서였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국가채무 증가량은 350.2조 원
이번 검증에선 사실 여부 외에 살펴봐야 할 정보가 남아있습니다. 정부의 통계정보시스템 e-나라지표의 국가채무추이 통계는 과거 수치와 향후 추정치를 같이 공개하고 있습니다.
이 통계로 확인한 2027년 국가채무 추정치는 1,417.6조 원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적용한 연도별 국가채무 비교 방식을 활용하면 윤석열 정부 국가채무 증가량은 350.2조 원이 됩니다. 윤석열 정부의 국가채무 증가량은 문재인 정부 국가채무 증가량 407.5조 원보다 57.6조 원 적은 수준입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에도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는 국가채무 증가 속도가 국내총생산(GDP) 증가 속도보다 빠르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특히 국가채무 추정치로 계산하면 한국은 2024년부터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50%를 넘게 됩니다.
또한 한국은 국가채무 액수와 국민의 세금으로 메워야 하는 ‘적자성 채무’ 액수가 동시에 증가하고 있습니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감세정책으로 세입 기반이 취약해지면서 적자성 채무가 빠르게 늘고 있다”, “세수를 확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라며 적자성 채무 증가에 우려를 표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의 국가채무 지속 증가 위험 지적
‘재정건전성’은 모든 국가에서 중요한 영역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재정건전성’을 내세우고 있는 것과 달리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의 국가채무 증가에 우려 섞인 시선을 지속해서 보내고 있습니다.
조동진 기자는 기고 글에서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를 모두 언급하며 “긴축이 필요한 시점에서도 오히려 대규모 국채 발행 등 ‘돈이 부족하면 빚을 내면 된다’는 식의 방만한 재정 계획과 운영 행태를 지속해왔다”라며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도 기고 글을 통해 “이념적인 재정건전성을 말하고 현실적으로는 재정지출을 늘린다는 모순된 주장을 하지 말고 현실을 인정하고 재정계획을 세워야 한다”며 윤석열 정부에 국정 기조 변화를 촉구했습니다.
*이 결과물은 시민 협업 팩트체크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K.F.C.(Korean Factcheckers’ Community)의 바다, 정기훈, 수호, 쫑 시민팩트체커의 협업으로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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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
2이런 주장이 나왔을 때 어떤 논리로 사실관계를 파악해야하는지 궁금했는데 이런 지표들을 보는 방법이 있군요..! 감사합니다.
재정건전성.... 매 정부마다 매번 빚이 늘어난다는 말만 봤었는데요.... 여러 가지의 방법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 같아 사실 오히려 복잡해보이지만... 절반의 사실이라는 맥락은 이해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