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연구원정] 너도 이번에 메이플스토리 큐브 환불받았어? 확률형아이템과 게임 소비자

2024.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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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게시물은 <연구원정 원데이클래스>를 통해 정리한 내용입니다."

written by 닻별(cassiopeia_mj)

들어가며

게임 좋아하시는 분들은 거의 다 아시는 사건이죠? 넥슨이 게임 ‘메이플스토리’의 확률형아이템의 확률이 조정된 것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아, 소비자분들에게 손해배상 소송을 당하게 된 사건 말이죠.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사건으로 116억이라는 전자상거래법 위반행위에 대한 역대 최고금액의 과징금을 넥슨에 부과하였고요. 최근 한국소비자원이 해당 아이템을 구입했던 모든 유저를 대상으로 하는 200억대의 조정안을 결정하고 넥슨이 조정안을 받아들여 성사되어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이 조정으로 소송에 참여하지 않으신 소비자분들도 조건에 해당되면 보상을 받으실 수 있게 되는데요. 조정안은 성사되었지만 소비자 한 분 및 소비자 일부가 집단으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은 아직도 진행중입니다. 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으신 분들은 소송을 통해 배상금액을 확정하게 되죠. 확률형아이템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은 이번이 대한민국 게임 역사상 처음인데요. 도대체 우리는 왜 이 문제를 주목해야 할까요? 오늘은 연구 주제에 대한 첫 번째 에세이로 우리가 왜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를 함께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확률형 아이템이란 무엇일까?

게임에 익숙하지 않으신 분들을 위해서 앞으로 계속 언급될 ‘확률형아이템’이란 무엇인가를 먼저 이야기 해 보겠습니다. 확률형아이템은 일종의 랜덤박스라고 생각하시면 되는데요. 예를 들자면, 온라인 옷 쇼핑몰에서 20,000원에 옷이 3벌 들어있는 랜덤박스 상품을 판매하는 경우와 비슷해요. 바지, 상의, 모자 중 3개를 넣어 한 박스에 20,000원이고 종류, 색상, 스타일은 쇼핑몰 사장님이 눈 감고 손을 휘적여서 뽑는대로 결정되는 거죠. 그럼 그대로 담아서 소비자에게 발송해주는 겁니다. 이와 유사하게 확률형아이템은 게임 내에서 이용하는 아이템 중 옵션이 특정 규칙에 따라 확률적으로 정해지는 아이템을 말합니다. 옷가게의 랜덤박스에 확률형아이템의 형태를 비유해보자면 특정 규칙은 ‘바지, 상의, 모자 중 3개의 상품’에 해당할 수 있어요. ‘바지2, 상의1’의 구성이 올수도, ‘상의2, 모자1’의 구성이 올수도 있다는 것은 확률적으로 정해지는 결과라고 할 수 있겠죠. 또 상품의 색깔이나 스타일도 확률적으로 정해지겠죠.

우리나라에서 게임을 규율하는 법률인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1호에서는 확률형아이템을 “게임물 이용자가 직접적ㆍ간접적으로 유상으로 구매하는 게임아이템[유상으로 구매하는 게임아이템*(게임의 진행을 위하여 게임 내에서 사용되는 도구를 말한다. 이하 같다)과 무상으로 얻는 게임아이템을 결합하여 얻는 게임아이템을 포함한다] 중 구체적 종류, 효과 및 성능 등이 우연적 요소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을 말한다.”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게임 아이템: 게임 내에서 이용하는 도구로, 무기, 갑옷, 방패, 신발, 물풍선, 캐릭터가 타는 차량.. 등 거의 모든 것을 지칭합니다.

🧊 큐브가 뭐길래

그럼 문제의식을 가지게 된 현실 상황의 배경에 접근해 볼까요? 넥슨의 ‘메이플스토리’ 게임에서 가장 문제가 된 것은 ‘큐브’라는 이름이 붙은 유료 구매 확률형아이템입니다. MMORPG라는 메이플스토리 게임의 장르적 특성상 롤플레잉의 한 역할을 맡은 소비자가 전사, 마법사와 같이 특정한 역할을 담당하게 되고 캐릭터를 키우게 됩니다. 모든 이야기에서 그렇듯 이 캐릭터도 성장을 향해 나아가야 하죠. 그것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것이 아이템의 등급과 옵션(능력치)입니다.

큐브들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보겠습니다. 큐브에는 2가지 역할이 있습니다. 하나는 아이템의 등급을 높여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숨겨져있는 아이템의 능력인 ‘잠재능력’을 재설정 해 주는 것입니다. 먼저 큐브의 아이템의 등급을 높여주는 역할부터 설명해보죠. ‘블랙큐브’는 개당 2,200원이며 출시 당시 1.8%의 확률로 두번째 높은 등급인 유니크 아이템을 가장 높은 등급인 레전드리 로 높여줄 수 있었습니다. ‘레드큐브’는 개당 1,200원이며 유니크 아이템을 0.3%의 확률로 레전드리 등급으로 높여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큐브의 다른 역할인 잠재능력의 재설정을 살펴 보겠습니다. 아이템은 잠재능력을 최대 3개까지 가질 수 있습니다. 가장 논란이 된 ‘블랙큐브’로 나올 수 있는 결과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1) 모든 스킬레벨 증가
(2) 피격 후 무적시간 증가
(3)몬스터 방어율 무시 +%
(4) 피격 시 일정 확률로 데미지 % 무시
(5) 피격 시 일정 확률로 일정 시간 무적
(6) 보스 몬스터 공격 시 데미지 +%
(7) 아이템 드롭률 +%
이 중 3가지가 무작위로 등장했는데, 소비자들이 가장 원하는 결과는 3가지 모두 (6)번의 결과가 나오는 것이었어요(소위 ‘보보보’라 불립니다). 원하지 않는 결과가 나오면 계속 돈을 주고 큐브를 구매하여 아이템의 잠재능력을 변경했고요. 그만큼 많이 구매하는 아이템이 큐브였기에, 메이플스토리 매출의 약 30%를 차지할 정도였습니다.

🌩️ 잠수함같은 확률

그러면, 왜 이 큐브가 문제가 되었던 걸까요? 복권, 로또를 사보거나 경마장 등을 가보신 분들은 아실텐데요. 반드시 당첨 확률을 고지합니다. 로또의 경우 1등 당첨이 814만분의 1이라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정말 일어나기 어려운 일에는 ‘로또맞을 확률’이라는 말을 쓰기도 하잖아요.

메이플스토리를 조사한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큐브로 넥슨이 벌어들인 수익이 연간 2천억원으로 추정된다고 해요. 사행산업의 대표격인 로또도 확률을 공개하는데, 연 2천억원을 버는것으로 추정되는 메이플스토리의 큐브는 당연히 상품의 옵션들이 얼만큼의 확률로 아이템의 옵션을 변화시켜 주는지를 정확하게 알려주어야 하겠죠. 또한 전자상거래는 특성상 소비자가 물건을 직접 보고 구매할 수 없죠. 게임 아이템의 경우 아예 현물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기에 구매를 결정할 때 더욱 상품정보에 의존할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정확한 상품정보의 제공은 너무나 중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넥슨은 소비자들을 상대로 2가지를 속였습니다. (1)블랙큐브가 아이템의 등급을 높일 확률을 1.8%에서 1%까지 여러차례에 걸쳐 변경해오고도 알리지 않았고요. (2)블랙큐브가 낼 수 있는 잠재능력의 결과 중 소비자들이 제일 좋아했던 ‘보스 몬스터 공격 시 데미지 +7%’가 3중첩으로 잠재능력으로 나타나는 것 (소위 ‘보보보’)이 불가능하도록 애초에 설정되어 있다는 점을 알리지 않았습니다.

물론 심증은 있었어요. ‘보보보’의 결과를 내려고 정말 수백, 수천개의 큐브를 사서 써본 유저들이 결과표까지 만들며 절대 안 나오는게 아닌지 입증하려고 한 분들도 계셨고요. 소문이 돌기도 했습니다. 또 여러개의 아이템으로 수백 건의 아이템 등급 올리기를 시도한 후 등급 상향 성공률이 낮아진 것 같다는 걸 증명하시려는 분들도 계셨고요. 하지만 확률을 입증한다는 것이 수백개, 수천개의 사례를 가지고도 어려운 일이라 심증으로만 소비자들 사이에 남아있었습니다.

그러던 와중 넥슨측이 ‘보보보’가 나올 수 없다는 것을 추정할 수 있는 공지사항을 올리게 되면서 소비자들이 심증으로만 가지고 있던 내용을 공정거래위원회에 대거 민원으로 제기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공정거래위원회는 전자상거래법에 근거하여 넥슨의 기만행위를 밝혀내게 된 것입니다.

전자상거래법 제21조(금지행위) ① 전자상거래를 하는 사업자 또는 통신판매업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1. 거짓 또는 과장된 사실을 알리거나 기만적 방법을 사용하여 소비자를 유인 또는 소비자와 거래하거나 청약철회등 또는 계약의 해지를 방해하는 행위

✏️ 결론

지금은 전자상거래의 시대라고 할 수 있죠. 또한 게임의 시대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온라인으로 정말 많은 것을 구매합니다. 일반적인 전자상거래에서는 이미 정책적으로 많은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 한국소비자원이 소송 전 분쟁조정 등으로 소비자를 지원하고 있어요. 또한 전자상거래법에서 일반적인 거래에 대한 사항들과 위반 시 벌칙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점을 볼 때, 일반적인 전자상거래에 대해서는 오랜 시간에 걸쳐 소비자에 대한 보호책이 촘촘하게 짜여져왔다고 보입니다.

그렇지만 게임의 특성을 반영한 소비자 보호 제도는 아직 부족한 것으로 보입니다. 확률형아이템의 정보 공개를 법으로 강제하는 제도는 24년 3월 22일에 시행되었어요. 불이행할 경우 사업체의 대표를 형사처벌 할 수 있습니다. 그 전까지는 확률형아이템을 특정하여 표시의무를 규정한 법령은 없었습니다. 다만 업계의 자율규제로 가능한 한도 내에서 표시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번 문제의식을 탐구하며 이런 궁금증들이 생겼습니다. 
일반적 전자상거래와 게임 아이템의 전자상거래는 어떻게, 왜 다른지? 
확률형아이템의 문제가 확률을 공개하고,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거나 미공개할 경우 사업체 대표를 처벌하는 규제로 충분한 것인지? 
이번 확률형아이템의 재판 결과는 어떻게 마무리 될 것이며, 지금까지 또는 재판 결과를 통해서 주어질 소비자들에 대한 보상은 과연 충분한 것인지? 
일반적 아이템 구매와 확률형아이템 구매에는 어떤 차이가 있으며 그에 따라 어떻게 효율적으로 소비자보호를 할 것인지?

앞으로 12월까지 이 문제를 탐색하며 3번의 에세이를 더 쓰게 될텐데요, 시간이 갈 수록 나아지는 문제의식으로 여러분과 만나게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2024. LEEMINJI,  All rights reserved. 이 글은 향후 작성자의 학술적 연구를 위한 초안으로, 작성자의 허락없이 복사, 인용, 배포, 상업적 이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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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게임 유저들이 메이플스토리의 큐브 확률 조작 이전에도 확률형 아이템의 문제를 지적해왔는데 그동안 제도권이 소비자의 권리를 무시해왔던 건 아닐까 생각하게 되는 연구네요. 이 사건을 통해서 우리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충분히 논의되지 않았는데 그 논의를 끌어낼 수 있는 연구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다음 글도 기대하겠습니다.

Cassiopeia_MJ님, 저는 평소 게임을 잘 하지않지만 써주신 글이 너무 재미있게, 줄줄줄 읽혔습니다. 흥미로운 연구주제라고 생각하며, 앞으로의 연구여정이 궁금해집니다. 응원하겠습니다!

메이플스토리 사건은 저도 게임러버로서 너무 억울해하며 들었던 것 같아요. 넥슨이 들키게 된 경위 조차 약간은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것을 온라인상품 구매의 맹점으로 확대시켰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 장기적인 관점에서 과연 우리는 가상 공간의 구매에 대한 권리를 추후엔 어떻게 주장할 수 있을지 걱정도 되네요 ㅠ_ㅠ 잘들었습니다 !

MJ님의 흥미로운 연구 주제에 대해 늘 관심 있게 보고 있습니다. 항상 다른 대원들의 연구에도 많은 영감 주시고 한결 같은 응원의 코멘트와 귀한 나눔까지 넘넘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릴게요~ 고맙습니다

소비자를 기만하면서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감합니다
웜 하트 쿨 헤드 가튼 민지 님의 게임 법 연구...! 연구질문 너무 너무 멋져요~!
핸드폰 게임도 안 하는 저는 많이 생소하긴 했지만 글이 잘 정리되어 있어 점점 흥미가 생기는 것 같아요~!
이번 주 여러 번 백업 주시고 격려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많이 바쁘셨을텐데 정말정말 수고하셨습니다 ^.^

게임 유저는 아니지만, 게임 연구는 참 재밌네요...ㅎㅎ 언제나 MJ님의 글은 정말 잘 읽힙니다! 감사합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게임을 해보지 않은 유저라하더라도 넥슨의 소비자 기만행위를 쉽게 잘 설명해주셔서 감사해요! 앞으로의 연구 여정도 응원합니다!!

민지 님 보면서 와우 덕후 출신의 법학 전공하신 분이라는 이력이 신기하고 흥미롭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게임유저가 이 문제를 제일 잘 파헤치고, 대안을 만들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임이 한때는 철없는 청소년들의 놀이 정도로 귀엽게 생각했다면, 이제 어엿한 산업이 된만큼 공정한 거래와 소비자 보호가 잘 이뤄지면 좋겠습니다. 게임의 질병화 시도에 대한 헌법소원 기사를 얼마 전에 본것 같은데, 게임의 산업화와 법적 규제 사이에서 여러 생각이 듭니다. 무튼 어떤 연구결과가 나올지 무척 기대되네요!

한번 들어가면 무한으로 들어가는 랜덤박스.. 저도 정말 많이 넣었는데...😭
그럼에도 이전에는 한번도 문제라고 생각해보지 못한 문제였던 것 같아요! 늘 흥미로운 연구주제를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의 연구여정도 기대하겠습니다!

인권문제팀이 으쌰으쌰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시는 민지님, 늘 감사해요. 확률형 아이템이 뭔지 전혀 몰랐는데 굉장히 꼼꼼하게 조사하시고, 매주 설명해주셔서 언뜻언뜻 이제 알게 된 것 같아요. 앞으로도 같이 파이팅해요!

민지님의 연구주제는 항상 흥미롭고 또 너무 필요성을 느끼는 주제라고 생각해요. 특히 오늘 글은 그 내용이 다소 법률적일 수 있음에도 너무 흥미롭게 잘 써주셔서 확확 이해가 되었던 거 같아요. 비록 사회과학계열의 연구방식이 연구탐사대의 주된 연구방식이지만, 그럼에도 그 흐름의 연장선에서 연구를 계속 잘 발전시켜주셔서 감사해요.
특히 디지털 플랫폼 하의 운영에 있어서 소비자 주권과 거버넌스에 대한 연구에 있어서도 이 주제가 너무 의미있고 필요한 연구라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법적 측면 뿐만 아니라 사회적 측면도 궁금해지는 주제입니다. 어떤 측면이 되었든 내용이 너무 기대되는 연구에요!
항상 함께 해주셔서 감사드리고 연구여정도 계속해서 응원하고 지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