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불안정한 한국의 경제 상황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지속해서 나오고 있습니다. 정치계에서도 ‘민생’이 여야 간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지 오래인데요. 더불어민주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청년 정치인 김홍태 씨는 9월 30일에 자신의 X에 게시글을 올려 한국의 “무역수지는 북한보다 낮은 최하위권”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한국의 무역수지가 북한보다 낮은 세계 최하위권 수준이라는 김홍태 씨의 주장이 사실일까요? 시민팩트체커 그룹 K.F.C.가 팩트체크해봤습니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는 한국이 북한보다 100위 높아
본격적으로 검증을 시작하기 전에 관련 용어의 정의부터 간단하게 살펴보겠습니다. 김홍태 씨의 주장에는 ‘무역수지’라는 용어가 등장하는데요. 무역수지는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KDI 경제정보센터에서는 무역수지를 “일정 기간 동안 총수출액과 총수입액의 차액”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일정 기간 자국에서 외국으로 나간 재화, 즉 수출이 더 많다면 무역수지 흑자가 되고, 외국에서 자국으로 들어온 재화, 즉 수입이 더 많다면 무역수지 적자가 됩니다.
무역수지를 포함한 한국의 무역 관련 통계는 한국무역협회에서 운영하고 있는 K-STAT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K-STAT이 국제통화기금(IMF) 자료를 인용하여 공개한 국가별 수출입 통계를 보면, 한국의 경우 2024년 상반기(1월~6월) 동안 232억 1000만 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해 세계 무역수지 16위에 위치했습니다.
같은 기간 북한은 9억 1800만 달러의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해 세계 무역수지 116위에 위치했습니다. 2024년 상반기 통계 기준으로는 한국의 무역수지가 세계 최하위권은커녕 상위권이고, 북한보다 100위나 더 높다는 점에서 김 씨의 주장은 사실이 아닙니다.
올해와는 정반대인 2022년, 2023년 통계
올해가 아닌 이전 연도를 보면 상황은 정반대로 뒤바뀝니다. 2023년에 북한은 21억 7600만 달러의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해 올해와 비슷한 119위에 위치했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100억 500만 달러의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며 172위에 위치했습니다. 2022년 통계를 봐도 북한은 7억 3300만 달러 적자로 87위, 한국은 477억 8600만 달러 적자로 197위를 기록했습니다. 2023년과 2022년 통계를 기준으로 보면 김 씨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 임기였던 2020년과 2021년에는 각각 450억 200만 달러로 8위, 293억 700만 달러로 18위를 기록했습니다. 이전 정부와 비교하면 윤석열 정부 들어 큰 폭의 무역수지 적자와 순위 하락이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김 씨의 주장과 달리 2020년과 2021년의 무역 흑자 기록이 역대 최대 기록은 아니었습니다. K-STAT의 수출입 총괄 통계를 보면, 2020년과 2021년의 무역 수지는 각각 역대 6위, 15위였습니다. 역대 최대 무역 흑자 기록은 2017년이었습니다.
무역수지의 값만으로 무역 상황을 평가하기는 어려워
통계적 수치만 보면 김 씨의 주장은 2024년 상반기 기준으로는 거짓, 2022년과 2023년 기준으로는 사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통계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통계값의 의미입니다.
김 씨는 게시글의 말미에 “대한민국이 무너지고 있습니다”라는 말을 붙이며 무역수지 적자가 한국 경제의 위기를 보여주는 것이라 해석했습니다. 정말 그럴까요? 무역수지 통계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2023년 북한의 무역수지 순위는 119위로 172위의 한국보다 53위나 높았습니다. 그러나 당시 북한의 수출액은 4억 1900만 달러, 수입액은 25억 9500만 달러로 수입액이 수출액보다 6배나 높았습니다. 반면 한국의 수출액은 6326억 300만 달러, 수입액은 6426억 800만 달러로 수입액이 수출액보다 1.6% 가량 높았을 뿐입니다.
한국의 무역수지가 87위를 기록한 북한에 비해 110위나 낮은 197위를 기록했던 2022년도 비슷합니다. 당시 북한의 수출액은 2억 4900만 달러, 수입액은 9억 8200만 달러로 수입액이 수출액의 약 4배에 달했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수출액은 6835억 8400만 달러, 수입액은 7313억 7000만 달러로 수입액이 수출액보다 약 7% 높은 데 그쳤습니다. 무역수지의 값과 순위만 봤을 때는 한국의 무역 상황이 북한보다 안 좋은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한국의 무역 상황이 훨씬 안정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무역수지의 경우 수출액과 수입액의 값, 즉 무역 규모가 클수록 절댓값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한국이 197위를 기록했던 2022년 기준으로 일본(204위), 프랑스(205위), 영국(207위), 미국(208위) 등 경제 선진국이 모두 최하위권을 기록했던 이유도 무역 규모 자체가 크기 때문입니다. 상기한 국가들의 수출액 대비 수입액의 비중은 120%(일본), 132%(프랑스), 154%(영국), 157%(미국)으로 북한에 비해 다소 양호합니다. 이렇듯 무역수지의 값만으로 각 국가의 무역 상황을 평가하기는 어려우며, 더 다양한 경제 지표들을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의 무역수지가 북한보다 낮은 최하위권이다? … 절반의 사실
한국의 무역수지가 북한보다 낮은 최하위권이라는 김홍태 씨의 주장은 2024년 상반기 통계를 기준으로 봤을 때는 거짓, 2022년과 2023년 통계를 기준으로 봤을 때는 사실이었습니다. 김홍태 씨가 올린 게시글에서 시기를 특정하지 않았음을 고려하여 절반의 사실로 판정합니다.
이번 검증의 경우 검증 결과와는 별개로 통계값의 의미를 함부로 오해하지 않기 위해 추가적으로 확인해야 할 맥락이 있었습니다. 같은 주장이어도 기준이 되는 시기에 따라 사실 여부가 달라질 수 있고, 통계적으로 사실이라 하더라도 이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잘못된 판단을 내리지 않기 위해서는 주장과 근거뿐 아니라 이를 둘러싼 맥락도 살펴보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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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
2정치적으로 과함이 있지만, 그렇게 말할만한 어려운 상황도 있다는 정도로 느껴지네요. (팩트에 관한 분석적 접근이 중요하지만, 일단 느낌으로.. ^^;;)
팩트체크도 하고 배경지식과 맥락까지 설명해주는 K.F.C. 감사해요!
2022, 2023년은 무역수지가 북한보다 낮았지만, 무역수지 등수로 '나라가 망함'을 판단할 수 없는 것이고, 무역 안정성도 북한보다 우리가 더 낫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