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 없이 주어진 대기를 파괴한 인류
대기는 인류 모두의 공공재다. 인류가 아프리카에서 처음 출현할 때부터 조건 없이 주어졌다. 이 대기는 인류 생존에 필수 자원이다. 비단 인류만이 아니라 지구 상의 모든 동∙식물에게 없어서는 안 될 자원이다. 그 차원에서 대기 문제는 지구 상 모든 생물의 공통 문제라고 생각한다.
다만, 여기서 인간을 제외한 동물과 식물은 잘못이 없다. 그들은 시스템 균형을 맞추고 있는 존재들이지, 인간처럼 시스템을 변형시키고 망가트리는 존재가 아니다. 인류는 농경지 개간을 시작으로 점차 지구의 지형을 변형시켰고, 더 많은 생산과 소비라는 이념을 더해 지구 착취를 가속화했다.
그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는 상쇄분 이상으로 배출됐고, 계속 대기 속에 남아 지구 온난화를 일으켰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이산화탄소는 배출되고 있으며, 내가 글을 쓰는 지금도, 이 글이 올라가는 플랫폼도 모두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다. 이 글을 클릭해서 읽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여기서 지적하고 싶은 건, 우리 모두 환경 파괴의 주범이라는 것이다. 기후위기 등 환경 문제를 공동체 문제라고 하는 이유다. 모두가 파괴했으니, 모두가 함께 해결해야 한다. 이 당연한 이야기를, 커먼즈와 공동체에 대한 이야기로 해보려고 한다.
커먼즈에 대한 두 가지 개인적 정의
커먼즈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국내에서 커먼즈는 다야한 형태로 번역된다. ‘공유, 공유지, 공동자원’ 등등등 다양하다. 모든 번역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없으니, ‘커먼즈'라고 쓰겠다. 대략적인 의미는 인류가 공통으로 소유하거나 주어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론 두 가지로 정의한다.
첫째, 인류에게 대가 없이 주어진 것. 예를 들면 환경, 자연, 자원, 토지, 대기, 물 등이다.
둘째 인류가 함께 만들어 낸 것. 예를 들면 디지털 플랫폼, 지식 등이다.
인류에게 조건없이 주어진 자연과 환경이 커먼즈라는 것에 대해서는 반론이 크지 않을 것이다. 반면, 인류가 함께 만들어 낸 것이 커먼즈라는 것과 그 예시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할 수 있다. 특히 디지털 플랫폼은 더욱 그렇다.
디지털 플랫폼의 예는 메타, 유튜브, 구글, 네이버 등이다. 이들이 커먼즈라니. 나는 그냥 썼을 뿐인데. 의아할 것이다. 이들이 커먼즈인 이유는, 플랫폼을 이용하는 소비자가 데이터를 생성했고,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들이 성장했기 때문이다.
플랫폼 확장에는 데이터가 필수다. 어떤 플랫폼이든 이용자가 없으면 성장할 수 없다. 이용자가 데이터를 만들어줘야 한다. 그리고 이 데이터는 이용자가 플랫폼을 접속하고, 메시지를 보내고, 게시물을 올리는 등 모든 행위를 할 때 만들어진다. 이용자가 곧 데이터 생산자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대규모 플랫폼의 경우 데이터 생산 직군이 따로 없다. 물론 소규모 플랫폼의 경우 직원들이 직접 이용자가 되어 데이터를 생성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대형 디지털 플랫폼은 데이터 생산직군이 없다. 소비자가 다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디지털 플랫폼은 플랫폼과 이용자가 함께 만든 것이다. ‘인류가 함께 만들어 낸 것' 이라는 관점에서 디지털 플랫폼이 커먼즈인 이유다.
커먼즈를 독점하는 거대 기업
자원과 이익은 내것이지만, 문제는 모두의 것이다
문제는 거대 플랫폼 소유 기업이 이런 인식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비단 플랫폼만이 아니라, 천연자원, 토지, 농지를 독점하고 있는 거대 다국적 기업 대부분이 그렇다. 플랫폼의 데이터도, 본인들이 자원을 채취하는 땅과 숲, 바다도 모두 본인들의 것이라고 주장한다. 특정 기업만 자원을 채굴하고, 데이터나 알고리즘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 그렇다.
이런 말이 정당화될 수 없는 이유는, 이들이 피해를 외부화하기 때문이다. 농지를 끊임없이 태우고 개간하며 발생한 이산화탄소, 그로 인한 기후변화 문제는 그 지역에만 문제가 되는 게 아니라 인류 모두에게 문제가 된다. 뿜어져 나오는 이산화탄소가 빨대로 음료수를 마시듯 제한된 통로만 배출 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뿜어진 이산화탄소는 전 세계로 흩어지고 대기로 올라가 기후변화를 강화한다.
플랫폼도 마찬가지다. 디지털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가짜뉴스, 딥페이크, 정보유출 등 문제는 그 플랫폼을 이용하는 모든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 이 피해는 벌금을 냈다고 해서 사라지는 게 아니다. 벌금이 대가라고 할 수도 없다. 벌금 냈다고 개별 피해가 사라지는 게 아니다. 이는 전형적인 피해의 외부화다.
문제를 외부화하는 한, 독점은 정당화될 수 없다
인류 출현부터 주어진 환경은 인류 모두의 것이고, 인류가 함께 만들어 낸 것 역시 인류 모두의 것이다. 즉, 인류 공동체의 것이지, 특정 집단의 것이 아니다. 후자의 경우 최소 그 플랫폼을 이용하고, 데이터를 생성한 사람들의 것이다. 하지만 현재 일부 다국적 기업은 그것이 특정한 집단이나 소유주의 것인것 마냥 말하며 ‘독점'하고 있다.
만약 혼자서 모든 것을 만들고, 모든 이익과 피해를 고스란히 가져간다면 납득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는 함께 만들어 낸 것(혹은 모두에게 처음부터 주어진 것)을 이용해 이익은 사유화하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공동체에게 전가하고 있다. 독점이 정당화될 수 없는 이유다.
또다른 이유, 공동체를 해치기 때문
커먼즈의 독점이 정당화될 수 없는 이유는, 그것이 공동체를 해치기 때문이다. 일부 거대 다국적 기업이 자원을 통제하는 한, 그것을 이용하고, 그곳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들은 소수 사람들의 방향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다. 플랫폼 정책에 변화에 따라 플랫폼 이용자의 사용자 경험이 달라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렇게 독점하는 한 사람들은 이끌려 갈 수밖에 없다.
독점이 강화되면, 이익은 사유화되기 마련이며, 이익은 분배는 되지 않게 된다. 그렇게 되면, 적게 분배된 이익을 나머지 모든 사람들이 나눠가져야 한다. 1이라는 이익을 ‘0.1, 0.01, 0.0001, 0.000001’의 형태로 쪼개고 쪼개서 나눠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배고픔이 더 많은 음식을 찾듯, 이렇게 적은 분배는 남보다 내가 더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정당화한다. 함께 살자가 아니라, 내가 먼저 살고보자가 되는 것이다. 경쟁이 치열해 지는 건 당연하다.
경쟁이 치열해지면, 공동체는 쪼개지고 파편화된다. 이렇게 파편화 된 상황에서 기후위기 같은 공동체의 문제가 눈에 들어올리 없다. 공동체가 함께 움직일리도 없다. 당장 내 눈 앞의 문제가 큰데, 그 너머의 문제가 보일리 없다.
공동체에 가치를 부여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이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정부의 태도다. 정부가 독점을 막고, 사회에 공동체의 중요성과 함께 해결하자는 메시지와 시그널을 계속 보내야 한다.
정부가 사회에 어떤 시그널을 보내고, 그 시그널에 맞는 행동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에 따라 국민들의 정서도 분명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공동체를 중시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선 과도한 경쟁을 부추기는 정책이 아니라, 협렵하고, 함께하는 정책을 만들고 시행해야 한다.
남을 위하는 노동을 하는 돌봉 노동 종사자에게 더 큰 보상을 주고, 자연을 가꾸고, 환경을 보호하는 녹색 일자리를 만들고 보상하고, 더 나아가 이들이 지향하는 가치가 소중한 것임을 알려줘야 한다. 또한, 이와는 반대로 공동체가 아닌 독점과 경쟁을 부추기는 기업에게는 더 큰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 이런 모습으로 정부가 공동체에 가치를 부여해야 한다.
물론 이에 대해 개인들도 정부에 공동체 가치 확산에 대한 요구를 해야 하며, 그 개개인 자체도 공동체의 중요성에 대해서 인식하고, 공감해야 할 것이다. 내가 공감하고 인식하지 않는데, 공동체에 대해 말할 수 있을리가 없다.
독점에 반대하고, 공동체에 찬성해야 한다
그레타 툰베리는 기후위기 문제에 대해서 언제 어디서나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 학교에서, 직장에서, 거리에서, 대중교통 안에서, 그 모든 곳에서 시끄럽게 떠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것이 자칫 너무나도 당연해서 그 위험성을 느끼지 못하는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했다.
개인적으로 개개인이 함께 모여 떠들어 대야 할 이슈 중 하나가 ‘독점' 이라고 생각한다. 자원의 독점, 플랫폼의 독점, 지식 재산권의 독점 등 다양한 형태의 독점에 대해 반대하고, 그 문제에 대해 말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직면한 문제가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공동체 전체의 문제임을 말하고, 그 문제와 방안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 해야 한다. 부디 많은 사람들이 떠들었으면 좋겠다.
코멘트
2통찰력 있는 글이네요. 커먼즈의 개념과 그 중요성이 잘 이해되네요. 특히 우리 모두가 환경 파괴의 일부분이라는 점, 그리고 디지털 플랫폼도 사용자들이 함께 만들어낸 커먼즈라는 관점이 기억에 남습니다. 독점의 문제점과 공동체 가치의 중요성을 강조하신 부분에 크게 공감합니다. 앞으로 우리 사회가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희망해봅니다.
독점이 너무 심화된것 같은데 해소되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