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CTeC Conference(이하, 틱텍 컨퍼런스)는 시민이 공공 시설 문제를 신고하고 정부가 이를 신속하게 정비하는 오픈 플랫폼 ‘픽스마이스트리트(FIX MY STREET)'로 잘 알려진 공익 개발자 그룹 ‘마이소사이어티(mySociety)’가 주최하는 글로벌 시민 기술 컨퍼런스입니다. 2019년에 시작해 시민 기술의 다양한 활동 사례, 리서치, 인사이트를 공유하는 장으로 자리잡은 틱택 컨퍼런스는 올해 6월 12일과 13일 이틀에 걸쳐 런던에서 개최되었습니다. 올해는 ‘위협받는 기후, AI 및 민주주의'라는 주제로 거대한 글로벌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민 기술이 발전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 논의가 55개 세션에 걸쳐 진행되었는데요.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크루들도 온라인으로 참여해 글로벌 시민 기술의 동향과 국내외 사례, 현장 경험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참여한 크루들이 틱택 컨퍼런스의 주요 내용과 인사이트, 그리고 빠띠와의 활동 접점을 엮어 소개하려고 합니다. 빠띠 캠페인즈팀 멤버들은 디지털 인프라 세션에 참석했습니다. 디지털 시민참여를 위한 공공 공간으로서의 인프라 구축에 관한 이야기, 시민과 함께 디지털 인프라 구축한 대만의 사례, 독일 소버린 테크 펀드의 디지털 인프라에 대한 투자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디지털 인프라 구축과 확산을 통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빠띠 활동가로서, 그리고 많은 시민들이 모여 이야기 나누는 디지털 시민 광장을 만들어가는 캠페인즈 팀 멤버로서 관심 있게 들은 디지털 인프라 세션을 소개합니다. |
발제1: 도서관과 공원에서 얻는 디지털 공공 공간의 아이디어
첫 번째 발제는 OECD의 Mauricio Mejia Galvan이 ‘디지털 도구에서 디지털 공공 공간으로의 전환: 디지털 시민 참여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 대해 발표했습니다. 디지털 공공 공간이 시민 참여를 위한 인프라로서 기능하기 위해서 갖춰야 할 것들을, 우리에게 익숙한 공공 도서관과 공원을 예로 들며 설명했습니다. “도서관과 공원은 분명한 목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디지털 공공 공간도 도서관과 공원처럼 개방적이어야 하고, 포용성이 있어야 하고, 모든 사람이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켜야할 규칙과 해서는 안될 것들이 명시되어 있어야 하고, 이용자들이 그 규칙을 지키며 이용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관리하는 사람도 필요하다고 하다”는 점이 정말 도서관, 공원과 비슷하지요. 더 나아가 시민 참여를 위한 디지털 공공 공간에서의 토의가 단절되지 않고, 실질적인 의사결정으로 이어지고 사회와 제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야 한다고도 합니다. 브라질과 에스토니아의 사례를 들었습니다. (세션 더 알아보기)
첫 번째 발제에서의 설명들이 디지털 시민 광장 ‘캠페인즈’와 닮은 점이 많다고 생각했습니다. 캠페인즈는 누구나 관심 이슈에 대해 이야기하고 행동할 수 있는 열린 공간입니다. 또한 이용자들은 ‘행동강령 및 운영원칙’을 지키며 활동하며 운영자도 그에 준해 엄격하게 관리함으로써 모두가 힘을 합쳐 더 나은 공론장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디지털 공공 공간에서의 토의가 의사결정으로 이어지고 제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야 한다는 설명에서는 공존과 협력을 위한 시민 대화 플랫폼 데모스X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시민들이 모여 나에게 중요한 주제에 대해 숙의하고, 시민제안을 만들거나 의사결정을 함으로써 제도권에 그 영향력을 미치고 있습니다..
캠페인즈에 모여든 목소리로 형성된 힘이 오프라인에서도 영향을 미치는 사례들도 많습니다. 상괭이를 지키자는 초등학생들의 목소리가 모인 데에 응답해 발의된 상괭이 보호법, 청소년 기후 행동의 촉구에 응답한 국회, 1만 명 넘는 시민이 목소리 모아 이뤄낸 1회용컵 보증금제 시행 등 수많은 사례가 있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 모든 이슈가 캠페인즈에 모이고, 움직임을 만들고 있습니다.
발제2: 시민이 함께 만들고 함께 가지는 디지털 인프라
두 번째 발제는 대만 디지털부의 Chao-Chi Chang이 ‘대중과 함께 중요한 디지털 인프라를 재구상하기’라는 제목으로 대만의 디지털부가 시민들과 함께 디지털 인프라를 만들어 가는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기존에는 자본력과 전문성이라는 큰 벽 때문에 시민들은 국가 인프라 구축에 참여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디지털 환경에서는 시민들도 핵심 인프라 건설에 참여하고 기여와 이용에 대한 권리를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많은 시민들이 협력을 통해 디지털 인프라를 개발할 수 있도록 체계를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함께 만드니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며 더 나은 결정과 작업을 할 수 있었고 유지 관리 보수, 데이터 관리와 활용도 함께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정부가 소유하던 플랫폼과 데이터를 열린 디지털 기술과 시민의 기여를 통해 시민의 것으로 만들어 간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발제였습니다. (세션 더 알아보기)
빠띠가 협동조합의 형태를 띠고 있는 것, 그리고 ‘좋은 공동체를 위한 열린·시민 기술을 만드는' 곳이라는 소개를 가지고 있는 것의 이유를 떠올리게 하는 발제였습니다. 빠띠 역시 시민들이 쉽게 참여하고 마음껏 활용할 수 있는 공간과 도구를 만들고자 합니다. 정부나 특정 기업이 소유하지 않는, 오롯이 시민의 것인 플랫폼이 될 수 있도록 만드는 주체를 협동조합의 형태로 하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민 누구나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고, 시민 사회의 가치에 맞는 이슈와 활동들로 채워지는 공간이 될 수 있었습니다. 빠띠의 플랫폼은 조합원인 생산자들의 기여와 후원과 멤버십이라는 형태의 시민들의 기여로 만들어집니다. 캠페인즈 역시 사회적협동조합 빠띠의 조합원들의 기여와, 후원자·멤버들, 참여하는 시민들의 기여로 만들어 갑니다.
발제3: 시민 기술에 대한 투자로 만들어 가는 좋은 사회
세 번째 발제로는 독일 ‘소버린 테크 펀드’의 Paul Sharratt가 ‘디지털 인프라에 대한 투자: 소버린 테크 펀드가 시민 기술과 디지털 주권을 촉진하는 방법’을 소개했습니다. 소버린 테크 펀드는 디지털 주권과 시민 기술을 향상시키는 오픈소스 생태계에 투자합니다. 공공 자금을 누군가의 소유가 아닌 오픈소스 기술에 투자함으로써 더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이 닿도록 해 공공의 이익을 만들어 냅니다. 또, 디지털 인프라 즉 기반이 되는 기술에 투자해 기술의 안전과 신뢰성을 유지할 수 이도록 하여 결국엔 그 기술을 사용하는 수많은 시민 플랫폼과 디지털 주권의 질이 향상되도록 합니다. 필수 디지털 인프라를 지원하는 일이 곧 좋은 커뮤니티와 좋은 사회를 만드는 데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발제였습니다. (세션 더 알아보기)
빠띠는 소통과 협업을 촉진하는 디지털 솔루션 ‘믹스온’을 통해 수많은 기관, 단체, 조직의 디지털 전환과 소통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서울시 은평구의 주민 참여 온라인 플랫폼 ‘은평 참여의 큰 숲’은 믹스온을 기반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 지역에 꼭 맞는 이슈에 대해 저마다의 토의와 의사결정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빠띠는 시민들의 참여로 이뤄지는 숙의와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담은 디지털 플랫폼을 곳곳에 보급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디지털 전환과 소통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캠페인즈에서는 캠페인, 토론, 투표, 팩트체크, 뉴스 코멘트 등의 다양한 시민 활동 유형과, 이를 돕는 이메일, 알림, 구독, 응원 등의 기능을 누구나 마음껏 경험할 수 있습니다. 캠페인즈는 누구나 쉽게 활용 할 수 있는 디지털 도구와 템플릿, 툴킷을 제공하고 컨설팅과 교육도 진행합니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시민 참여의 방식을 제안하고 확산함으로써 더 많은 사람들이 쉽고 다양한 시민 참여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지요. 캠페인즈를 열린 시민 활동 플랫폼이자 유용한 디지털 활동 도구로 만드는 노력이 디지털 시민 활동의 기반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나가며: 우리가 하는 일을 함께 되새기는 시간
틱텍 컨퍼런스의 디지털 인프라 세션에 참여하며 빠띠, 그리고 캠페인즈를 계속 떠올리게 됐습니다. 세상 모든 이슈가 모이는, 누구나 목소리 내고 참여할 수 있는 시민 활동 플랫폼 캠페인즈와 여러 시민 플랫폼을 만드는 빠띠가 고민하는 지점들을 세션 내내 함께 짚는 듯했습니다. 누구나 서로 존중하며 누릴 수 있는 열린 디지털 시민 광장을 만드는 일. 열린 기술과 플랫폼, 툴킷 등이 사회 곳곳으로 확산되어 시민들이 함께 더 사회를 만들 수 있도록 하는 일.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모든 걸 한 개인이나 기업, 정부가 만들고 소유하지 않고 시민이 함께 만들어가고 나누어 갖는 일. 사회적협동조합 빠띠는 그런 일을 하는 사람들이지, 캠페인즈는 그런 공간이지, 하고 다시금 되새겨 봅니다.
글 | 오인영, 김재환 빠띠 캠페인즈팀 크루
코멘트
2캠페인즈가 상당히 흥미로운 시도라고 느껴졌는데요. 적혀있는 내용을 읽어보니 이런 시도가 해외에서도 주목받을 만한 일 같네요.
<디지털 환경에서는 시민들도 핵심 인프라 건설에 참여하고 기여와 이용에 대한 권리를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에 대해서 더 궁금해지는 글이네요. 모든 사람들이 모두 사업에 참여하고, 권리를 가져간다는 시도가 굉장히 어려웠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