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서울 한복판에 이승만 기념관?…또 아른 거리는 이승만의 그림자👻

2024.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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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한 소비자 아니고, 선명한 효비자 / 흩어진 나의 조각을 모아 빛나는 선물을 만드는 창작자

(사진: Unsplash의S. Tsuchiya)


영화 <건국전쟁>과 이승만 기념관 건립을 추진하는 움직임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우선 <건국전쟁>은 2024년 2월에 개봉한 영화입니다. ‘이승만 대통령과 건국 1세대들의 희생과 투쟁을 조명한 작품’이라는 설명이지만 역사 왜곡이라는 거센 비판을 받은 작품이기도 합니다. 항상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극명하게 갈리는 의견 대립이 펼쳐지죠. 이승만은 확실히 ‘건국의 아버지’라는 칭송과 ‘민간인 학살자’라는 평가를 동시에 받는 기이한 인물입니다. 한국 근현대사의 특이점 같은 인물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이런 인물이기에 기념관(어떤 뜻깊은 일이나 훌륭한 인물 등을 오래도록 잊지 아니하고 마음에 간직하기 위하여 세운 건물)을 조성하는 것에 대해 논란이 들끓을 수밖에 없죠. 초대 대통령이자 독립운동가였던 인물을 기리는 것이라는 주장과 민간인 학살, 독재 집권 등 과오를 미화하는 움직임이라는 주장이 팽팽히 대립하고 있습니다. 기념관 건립을 환영하며 부지나 비용을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기념관 사업을 강력하게 반대하고 나선 사람들도 있습니다.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승만기념관 부지로 거론한 서울 송현광장에 시민단체들이 모여 기념관 건립을 일제히 반대하고 나섰다. 이들은 4.19를 촉발한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과 함께 송현광장을 시민의 공간으로 지키겠다던 약속을 1년 새 뒤엎은 오세훈 서울시장을 직격했다.

민족문제연구소, 국가폭력피해범국민연대, 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 등 15개 단체는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열린송현 녹지광장 입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세훈 서울시장과 윤석열 정부는 헌법을 부정하고 국격을 훼손하는 이승만기념관 건립을 즉각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현광장에 이승만기념관? 광주 금남로에 전두환기념관 짓는 것" (오마이뉴스 24.03.15)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기념 공간이 없는가 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이미 강원도 고성과 서울 종로의 이화장 내에 기념관이 있습니다. 인터넷에 검색해 보면 온라인 기념관도 쉽게 찾을 수 있는데요. 구경하다 보니 다른 ‘독립운동가’들에 비해 훨씬 큰 기념사업회의 규모와 방대한 자료가 인상깊습니다. 아무튼, 기념관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서울시 내 새로운 이승만 기념관 건립이 이야기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오세훈 시장의 말대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는 과정에 있기 때문일까요?


오 시장은 지난 23일 서울시의회 시정질문에서 이승만 기념관 부지와 관련해 “지금 현재로선 가능성이 제일 높게 논의되는 데가 송현동 공원”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송현녹지광장에는 ‘이건희 미술관’ 외에 다른 시설물을 짓지 않겠다고 밝혔던 것을 뒤엎는 말이다. 오 시장은 “이승만 다큐멘터리 영화가 상영되고 있는 것이 공론화 혹은 공감대 형성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며 “당시엔 이런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 시장이 언급한 영화는 ‘건국전쟁’이라는 이승만 찬양 일색 다큐다.

[사설] 서울 한복판 시민 쉼터에 ‘이승만 기념관’ 짓겠다니 (한겨레 24.02.27) 



‘국민적 공감대’, 확인해 보죠 🎤🤔

오세훈 시장이 말한 것처럼 영화 <건국전쟁>의 상영이 이승만 기념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했는지 궁금해지는데요. 몇몇 언론에서 건립 예정지로 언급된 송현광장에서 시민들을 만나 취재를 해봤습니다. 결과를 보면 의견은 분분한 편입니다. ‘국민적 공감대’라는 단어를 너무 섣불리 언급한 것은 아닌가 싶네요.


성북구 한 중학교에서 문화체험 동아리 학생들과 공원을 찾은 30대 교사 이찬혁씨는 “이건희 기증관과 이승만 기념관이 들어선다고 알고 있어, 의미 있는 장소가 될 것 같아 아이들과 함께 나왔다”며 “이렇게 넓은 개방 녹지가 있다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근처 학교에 다니는 10대 학생들은 광장에 기념관이 생긴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면서도 “여기 말고 전국 어디에도 (기념관이) 안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대 여성 박모씨는 “지금은 조용히 쉬기 좋은 도심 공터인데, 기념관이 생기면 우파의 집회 장소가 돼 시끄러워질까 걱정된다”고 밝혔다.

“녹지 자체로 좋아” “이승만 기념관 환영”…‘개방 2년 송현광장’ 활용안 물어보니 (경향신문 24.04.15)


어린 딸과 함께 방문한 40대 김아무개씨는 "이승만이 이순신이나 세종대왕처럼 전국민에게 불호가 없는 사람도 아니고, 한쪽 진영을 대변하는 정치인 아닌가"라며 "(건립추진위원회가) 사유지를 매입해 세우는 것도 아니고, 모든 시민들에게 열린 공유지를 합의도 없이 쓴다는 건 반발만 부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강아지와 함께 산책 중이던 30대 여성 최아무개씨는 "정치에 관심은 없다"면서도 "(시야가) 탁 트여 매력적인 곳인데 이미 있는 건물을 활용하는 것도 아니고, 새로 건립한다면 싫다"고 고개를 저었다. 다만 이승만 기념관 건립을 반기는 시민도 있었다. 등산복 차림의 70대 남성 두 명은 "이승만 기념관 건립은 절대적으로 찬성한다. 무조건"이라고 강조했다.

경복궁 옆에 이승만 기념관? 시민들은 "시대착오적" (오마이뉴스 24.02.26) 



알 수 없는 오세훈의 마음😵

도시를 계획하고 정비하는 일은 여러 요인을 복합적으로 고려해서 신중하게 진행해야 합니다. 들어가는 비용이 절대 적지 않고, 그 비용이 모두 시민들의 세금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이죠. 작년 5월, 오세훈 시장은 '정원도시 서울'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서울 도심 속 어디든 5분 안에 정원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프로젝트의 전략을 ‘비움’, ‘연결’, ‘생태’, ‘감성’ 네 가지로 꼽으면서 도심 내 녹지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당시에는 송현광장에 다른 건축물을 짓는 것에 완고하게 반대하는 입장을 취했었는데요. 영화 <건국전쟁>에 깊은 감명을 받은 것인지, 비워두겠다던 송현광장에 이승만 기념관 건립 추진 이야기가 나오니 시민들은 당혹스러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작년 말, 서울시와 이승만기념사업회가 함께 진행한 비공식 회의 당시부터 오세훈 시장이 기념관 건립에 적극적이었다는 보도를 보니 정말 오세훈의 마음을 알 수 없는 지경이죠. 


조우석 문화평론가(전 KBS이사•중앙일보 기자)가 11월21일 '스카이데일리'에 쓴 칼럼에 따르면 비공개 회담에 함께한 안보길 뉴데일리 회장은 '오 시장이 자기가 한 말을 번복하는 것에 부담을 느꼈지만 실은 송현동 부지에 이승만 기념관 건립에 적극적이었다'고 전했다. 오 시장은 이날 이승만기념관추진위에 여론 조성을 요청하며 "시민들 사이에서 이승만기념관이 들어서야 송현동 부지가 더 멋진 공간이 될 수 있다고 믿고 지지해 주는 여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시 “이승만기념관 확정 없다”지만 오세훈은 "여론 모아달라” 요청 (법보신문 23.11.21) 



대한경제 보도에 따르면, 서울시가 발주한 송현광장 마스터플랜 용역 계획에서 우선 이승만 기념관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제 막 계약을 체결한 단계이므로 얼마든지 계획에 기념관 건립이 포함될 수 있는 상태로 보입니다.


17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달 말 ‘송현동 부지 통합 마스터플랜 수립’ 용역 계약을 이화건축사사무소와 체결했다. 마스터플랜은 용역기간 6개월을 거쳐 늦어도 10월까지 수립될 예정이다.

송현공원ㆍ이건희기증관 조성사업 시동…이승만기념관은 일단 제외 (대한경제 24.04.17)


오 시장은 “당시 송현광장을 비우는 디자인으로 하겠다고 말한 취지는 송현광장 부지의 담을 철거하니 시민들이 개방감을 즐기는 모습이 좋아 보였기 때문”이라면서 “두 건물을 합쳐도 전체 광장의 5분의 1 정도에 해당하며, 한가운데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양옆에 들어선다. 즉, 가운데 서면 개방감은 유지된다”고 말했다.

‘열린송현광장’이라더니…오세훈 “이승만기념관 지어도 개방감” (한겨레 24.02.27) 


기념관보다 더 필요한 건 ‘광장’일지도 몰라요🙏

종로구 송현동에 위치한 송현광장은 오랜 세월 방치되었다가 시민의 품으로 돌아와, 도심 속 녹지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습니다. 이미 이건희 미술관 건립 계획으로 광장이 폐쇄될 기간이 만만치 않게 길게 예정되어 있는데요. 또 다른 건축물을 세우기 위해 오랫동안 닫혀있어야 한다면 광장의 의미는 어떻게 될까요? 과연 ‘경관이 다 가려지지는 않으므로’ 괜찮을까요?

광장은 본래 개방된 넓은 공간으로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곳입니다. 하지만 지금 서울에 있는 광장들은 어떤 이유로 사용이 제한되거나, 열린 광장 ‘닫힘’ 상태가 예정된 것 같습니다. 도시 꾸미기에만 몰두하는 것이 아니라면, 시민을 위해 한없이 열린 공간을 마련해 두는 것도 괜찮을 텐데요. 특정 인물을 기리고 그의 업적을 기념하기 위한 장소가 아니라, 지금 살아가는 사람들이 잠시나마 숨을 돌릴 수 있는 공간이 어쩌면 지금 대한민국에 더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이승만 기념관에서 비롯된 논쟁은 곧잘 대한민국의 건국 역사와 양극화된 이념 갈등, 무자비한 혐오로 이어지곤 합니다. 그래서 더욱, 지금 필요한 건 기념관보다는 광장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합니다.

3·15 부정선거에 항거하던 시민들이 4·19 혁명을 이끌었던 1960년으로부터 64년이 흘렀습니다. 강산이 여섯 번 바뀌어도 여전히 우리 곁에 남은 이념 갈등과 근현대사의 아픔이 조금 서글퍼지는 4월입니다. 


💁‍♀️이승만 기념관 건립,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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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광장의 풀네임은 ‘열린송현 녹지광장’ 입니다. 정치적으로 논란이 많은 인물의 기념관이 들어선다면 누구를 위한 열린 광장이 되나요? 한 시민의 인터뷰 말씀처럼 우파의 집회장이 될 게 분명하고요.

오세훈 시장이 추진하는 광장은 시민 모두에게 열린 광장이 아닌 정치적 이익과 이윤까지 노리려는 의도가 너무 다분합니다. 시민들이 어디든 쉴 수 있는 쉼터가 줄고 그 자리에 복합 쇼핑몰을 세우거나 오페라하우스 따위를 짓는 행보부터 모순으로 가득한데요.

본인 집 안방에 사비로 만들라고 하고 싶네요.

이 바쁜 시대에 독재의 잔여물들과도 싸워야 한다는 것이 한국 국민으로서 자괴감 같은 것까지 들게 합니다…

이 시대에 이승만 기념관이라니 시대착오적이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 오전 4.19 혁명 64주년 기념식에 다녀왔는데요. 이승만, 독재정권이라는 말을 강조하지 않더라구요. 제가 배우고 헌법에도 기록된 이승만 독재정권은 '불의'인데요. 특정 세력이 주장하듯 이승만씨가 '국부'이면 국부가 불의한 일을 한 것이고 그런 인물을 서울 한복판에 기념관까지 지으면서 기억할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불의한 일을 해도 권력만 있으면 사람들이 우러러 볼 것이라는 가르침을 공간으로 후손들에게 알려주는 것이겠죠.

이승만씨와 별개로 송현광장은 광장 그대로 놔두면 좋겠습니다. 빌딩 숲 사이에 있는 작은 휴식 공간인데, 서울엔 더 많은 공원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역사적인 새로운 주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