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함께 기억] 10번의 4월, 앞으로의 기억

2024.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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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나아가는 청소년, 사이다입니다 :)

4월 16일을 기억하는 캠페이너들의 이야기를 나눕니다.

4월 16일의 기억

여러분은 그동안 지나온 9번의 4월 16일을 어떤 날로 기억하고 계시는지요? 가슴 아픈 사고가 뉴스에 나오던 날로, 제주도에 가족이 도착해야 했던 날로 기억하고 계시는 분도 있으시겠지요.

저는 그 날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안산에서 생일을 맞아 케이크를 앞에 두고 초를 불고 있었고, 아빠는 심각한 표정으로 뉴스를 보고 계셨으며, 엄마는 초를 끈 저에게 박수를 치고 계셨던 것이 기억납니다.

그 이후, 이사 오기 전까지 제 생일마다 자동차를 타고 어딘가 가는 날이면 꼭 노란리본 현수막을 볼 수 있었습니다.


어떻게 기억해야 할까

여러분은 ‘슈톨퍼스타인(Stolpersteine)'을 알고 계신가요? 독일의 설치작가이자 행위예술가인 군터 뎀니히가 지난 1993년부터 제작하기 시작한 예술 프로젝트인데, 유럽의 거리 곳곳에 동판으로 걸림돌을 만드는 프로젝트라고 합니다.

슈톨퍼스타인은 ‘장애물, 걸림돌’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에 의해 희생된 유대인들을 기억하고 추모하기 위한 것으로 지난해 기준으로 베를린 시내에만 7천여개를 설치했고, 독일 뿐 아니라 오스트리아와 우크라이나 등 유럽과 전 세계 20개국에 6만개가 넘는 동판을 제작하였다고 합니다.

희생자들이 생활하던 곳에 설치하여 일부러 ‘걸려 넘어지도록’ 하는 프로젝트로 동판에는 희생자의 이름과 생년월일, 사망한 수용소를 표기하여 잠시 멈추고 바닥을 보며 그들을 기억 한다는 의도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길을 지나는 사람들은 걸림돌 덕분에 역사를 되새기며 죽은 유대인 한 사람 한 사람을 희생을 기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런 방식의 기억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추모를 ‘죽은 사람을 그리며 생각함’이라고, 기억을 ‘이전의 인상이나 경험을 의식 속에 간직하거나 도로 생각해 냄.’이라고 명시해 놓았습니다. 누군가를 기억하고 추모한다는 것은 그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간절히 생각하고, 그리워하며 일상 속에서 떠올리는 것이겠습니다.

기억하겠다는 말 한마디, 거리에 걸리는 리본은 언론의 오보, 진상 규명과 같이 참사에 대한 사실과 남은 과제들을 상기시켜 줍니다. 하지만 정작 그 학생들의 이름은 떠오르지 않습니다. 이름이 모두 묶여 “죽은 학생들”로 불리는 순간,

그 이름은 그 안에서 녹아 사라지고, 우리가 이름을 하나하나 부를 때, 그 이름은 힘을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에게도 걸림돌에 걸린 것처럼 잠시 멈춰 이름들을 생각하며 추모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연속된 참사

세월호 참사 이후에 시스템을 보완했다고, 또 누군가는 참사를 막는 것이 결코 쉬운 것이 아니라며 어쩔 수 없다 얘기합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계속되는 크고 작은 참사는 결국 세월호 이후에도 우리 정부의 시스템과 대처가 미흡하고 부족했다는 것을 책임 넘기기에 급급한 정부 대신 얘기합니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 이태원 참사, 세월호 참사는 모두 정부와 지자체의 초기 대처 미흡으로 인해 피해가 커졌고, 후에는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 바빴습니다. 세월호는 정부에게 안전사회라는 질문을 던졌고, 대답하지 못한 채로 사람들이 죽었으며, 아직도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10주기를 맞으며

벌써 10년이 지났습니다. 그 사이 누군가는 거리에서, 누군가는 학교에서, 또 누군가는 일터에서 집에 갈 수 없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은 지금까지 세월호뿐만 아니라 안타깝게 떠난 모든 사람들을 기억하고 추모하기 위해 무엇을 하셨는지 듣고 싶습니다.

간단히 메신저 프로필에 리본을 달아놓았을 수도 있고, 또 가방에 리본을 달고 계신 분들도 계시겠지요. 매주 집회에 참가하고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저 또한 책가방에 리본을 달아놓고, 친구들에게 리본과 배지를 나눠주고, 휴대전화에도 스티커를 붙여놓으며 그 날을 기억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반년 전까지만 해도 세월호에 큰 관심이 없었습니다. 세월호보다는 환경을 위해 날마다 집회에 참여하러 서울로 올라가기 바빴습니다.

그러다 2023년 “923기후정의행진” 행사에서 시민합창단으로 참여하였을 때 지휘자님의 소개로 416합창단 기획공연에도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그 공연에서 많이 울었습니다. 형언할 수는 없지만, 416합창단이 부르는 노래는 너무나도 따스하고, 부드러웠습니다.

공연을 보며 훌쩍거리고, 울던 눈으로 소리치듯 노래 부르던 기억은 제 머리에서 절대 사라지지 않을 기억입니다. 공연을 관람하다가 우리 합창단 차례가 오자 흐르는 눈물을 닦고 일어서 무대로 나가던 때, 416합창단에게 준비한 노래, 차례에 나와 있지 않았던 〈잊지 않을께〉를 훌쩍이며 소리치듯 부를 때, 노래가 끝나고 자리로 들어오자 옆에 계시던 분의 감사인사를 들었을 때를 잊지 못할 것입니다.

그 동안 4월 16일에는 식탁 앞에서 케이크를 먹었지만, 이번에는 노래하려 합니다. 노란 리본을 달고 다시 한번 시민합창단에 서고자 합니다. 초등학교 때 했던 기억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말합니다, “벌써 10년이 지났으니 잊으라.” “이제 다 끝났으니 잊으라.” 그럴 때 저는 이렇게 대답하고 싶습니다.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저는 기억할 것입니다.” 우리는 그동안 “기억하겠습니다.” 라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달려왔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갈 길이 멉니다. 우리는 아직 배의 침몰 원인조차 알지 못합니다.

 

우리는 진실을 위해 싸웁니다.

우리는 책임을 위해 싸웁니다.

우리는 생명을 위해 싸웁니다.

우리는 안전을 위해 싸웁니다. 

우리는 너무나 당연한 것들을 위해 싸웁니다.

저는 당연한 것들이 당연해지는 세상이 올 때 까지 함께하겠습니다.

 

 

부족한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이슈

4.16 세월호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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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는 왜 반복되는가에 대한 질문에 '시스템의 부재'라는 표현이 많이 쓰이는데요. 어떤 시스템이 부족했고, 어떤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는지 돌아보는 과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참사까지 이르는 과정을 비롯해서 참사 이후에 이 과정을 제대로 들여다 볼 수 있는 시스템, 문화가 우리에게 있는지도 중요한 지점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평범한 하루가 다른 이유로 기억되어야 하는 일은 그만 벌어졌으면 좋겠네요.

글을 읽으며, 다시 그날을 떠올려봅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길, 아픈 기억에서 조금이라도 덜 해지길..

Hyun 비회원

우리 삶은 매끄럽게 앞만 보고 나아가라고 가르치지요. 하지만 우리 삶에 때때로 이런 추모의 걸림돌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기억하기보다 앞만 보고 달리느라 그 걸림돌조차 무뎌지기 쉬운데 사이다님의 글을 통해 다시금 추모의 의미를 되새기게 됩니다.

첫 번째 질문에 저의 2014년 4월 16일이 떠오르네요. 6월 모의고사 준비모드에 들어가는 고3이었는데, 세월호 참사 뉴스를 접하고 그때의 충격은 너무도 생생해서 엊그제처럼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벌써 10년 전이라고 하니 세월이 무색하네요. 일상을 살면서도 글쓴이님이 알려주신 걸림돌처럼 툭 걸려 넘어지도록, 제 기억을 오래오래 들여다봐야지 다시금 마음을 다잡아봅니다.

‘슈톨퍼스타인(걸림돌)' 프로젝트를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을 읽으며 생각해보니 10년 전 4월 16일 그 날 이후 많은 사람들 가슴 속에 돌덩이들이 생겨났지 않나 싶습니다. 그 돌들을 보이게 꺼내고, 함께 바라 보고, 함께 이야기하고 하는 시간이 더 필요하겠구나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