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새해 무탈하시길 바랍니다." 저는 사흘 전부터 새해 무탈하길 바란다는 말을 덕담처럼 하고 다녔습니다. 불과 이틀도 지나지 않아 이젠 그 말이 죄스럽게 느껴집니다. 취업하랴 눈치보랴 세상에 무슨 슬픔이 있어도 목소리 높이지 않고, 제 업에만 몰두했던 날들이 무겁습니다. 지난 1월 2일 오후 9시 4분 경 서울교통공사가 안전안내문자로 보내온 짧은 토막을 읽어서, 세상이 토막난 것 같아요.
"[서울교통공사] 4호선 삼각지역 상선 당고개방면 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지하철 타기 불법시위로 무정차 통과하고 있습니다. 열차 이용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신년엔 무탈함을 비는 동안 누군가는 첫 평일날부터 추위를 느꼈으리란 생각에 몸이 추웠습니다. 이 앞에서 어떻게 속편하게 무탈합니까? 내가 어떻게 내 생각만 합니까? 삼각지역에서 13시간이 넘도록 장애인 시민의 이동권을 부른 그들만큼은 못되겠지만, 저는 오늘 밤새 몸이 떨려왔던 것 같습니다.
먼저, 사실을 바로잡습니다. 장애인 시민의 지하철 내 집회 및 시위 자체는 전혀 불법이 아닙니다. 지난 1년간 역사 내 집회를 제지하지 않은 서울교통공사는 이날 역사 내 집회를 제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뉴스원, 2023.1.2.) 근거로 든 철도안전법 50조는 지하철 안에서 소란을 피운 사람 또는 물건에 대해 퇴거 조치가 가능하다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집회 및 시위의 권리는 헌법에 따라 철도안전법보다 앞서게 되어있습니다. 헌법 21조에 집회 및 시위의 권리가 명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옥외 집회 시에 필요한 집회신고의 절차는 지하철 역사 내에서 적용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전장연의 집회 자체는 법적이고 정당한 권리행사입니다. 지난 1년간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를 제지할 수 없었던 이유는, 전장연의 행동이 교통약자의 이동권을 증진하고 장애인 시민의 권리를 옹호하는 헌법으로 보호된 집회였기 때문입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열차에서 소란을 벌인 것과 집회 시위의 권리가 충돌하는 것으로 보았기에, 열차를 5분 이상 지연시키는 경우에 한해서만 벌금을 물리겠다고 조정안을 내었습니다. 하지만 1월 2일 삼각지역에서, 전장연의 장애인 활동가들은 지하철에 탑승하기도 전부터 집회시위를 일체 저지당하였습니다. 시민들이 부당함을 느끼며 계속해 탑승을 시도하자, 경찰로부터 폭력적인 진압을 무려 13시간 넘게 당했습니다. (세계일보, 2023.1.3.) 장애인 활동가가 119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되고, 얼굴이 주먹으로 가격당해 피가 나는 상황도 벌어졌습니다. (비마이너, 2023.1.2.)
저는 장애인을 주변에서 만난 적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들을 만나면 어떻게 행동으로 존중할 수 있을지 막연한 걱정도 듭니다. 그들을 거리에서 자주 보지 못한 건, 시설에 장애인 시민을 수용해놓는 사회의 문제이며, 장애인이 시설 밖을 나와도 탑승가능한 교통편이 없어 움직이기 어려운 교통시설의 문제라는 점을 어쩌면 글로만 아는 것 같습니다.
같은 대한민국에서도 저와 완전히 다른 경험을 하고 살아가는 그들을 잘 알거나, 정확히 이해하기는 정말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참 가늠하기 힘든 저 차별이 무엇인지, 저 답답하거나 참담한 마음이 뭘지, 잘 들어보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독감에 걸렸는데 찾아와줄 사람이 없으면 외로울 테니, 내가 그 지인을 찾아가보겠다고 결심하는 인지상정와 비슷한 것이겠지요?
장애인 시민을 폭력진압하지 말고 상생해달라는 말은 정부 뿐만 아니라 캠페인즈의 시민 분들께도 드리는 말씀입니다. 잘 모르겠고 도리어 어렵기까지 하지만, 그 세상을 좀 더 자세하게 보고자 합시다.
이 목소리를 키워서, 장애인 시민과 같이 살아보려는 우리가 얼마나 많은지 보여줍시다. 서명을 정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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