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어택] 예쁜 쓰레기는 가라, 6개월의 대항해
2021.06.06
처음부터 화장품 기업을 찍은 것은 아니었다. 길을 걷다 우연히 고양이 님이 집사를 간택하듯 화장품 용기에 간택 당했다고나 할까. 화장품 업계가 2021년 3월부터 시작되는 ‘재활용 등급제’ 표시에서 혼자만 빠져나가기로 환경부와 자율 협약을 맺었을 때 이미 어택은 시작되었다.
녹색연합, 여성환경연대, 녹색미래 등의 환경단체와 네이버 제로웨이스트 홈카페, 알맹상점, 매거진 쓸 등의 쓰레기 덕후들이 단톡방에서 함께 머리를 맞댔다. 그냥 넘어갈 수야 없지. 그게 바로 2021년 1월이었다. 이후 약 6개월 간 ‘화장품 빈 용기를 모아 어택하자’ 라는 모토 아래 일이 수순이라도 밟은 것처럼 진행되었다. 다음은 화장품 어택의 간략 일지.
2021 화장품 어택 일지
- 2020년 말 녹색연합 성명 발표: 화장품 용기에 대한 ‘재활용 평가’ 표시 예외 적용을 반대한다
- 1월 쓰레기 덕후들 ‘화장품 어택’ 결심하고 단톡방에서 자율적으로 일 분배
- 2월 시리즈 성명서 발표
- 2021_시리즈1_[성명] 화장품 플라스틱 재활용 어려움 90% 화장품 용기 재질개선이 시급하다
- 2021_시리즈2_[성명] 사용한 공병을 회수해 재활용 체계를 갖춰라
- 2021_시리즈3_[성명] 화장품 업계는 ‘리필 재사용’ 체계를 마련하라
- 2021년 2월 1일 ~ 2월 21일까지 화장품 어택을 위한 빈 용기 수거
- 전국 86곳 제로 웨이스트 가게, 약국, 카페, 복지관, 시민단체, 휴대폰 판매 대리점, 헬스장에서 자발적으로 동참
- 수거가게 리스트 https://docs.google.com/spreadsheets/d/19_BKODgl2KfpxPP9qdoWbuixD34DyJHJKGQ4Y5FbwI4/edit?usp=sharing
- 2021년 2월 25일 LG생활건강 앞 1차 화장품 어택 기자회견 “화장품 어택- 시민들이 행동한다. 화장품 업계는 90% 재활용 안되는 예쁜 쓰레기를 책임져라” 총 8,000여 개 370kg 빈 용기 수거 (여러 언론에 보도)
- 2021년 3월 25일 발표 [성명]시민의 힘으로 만든 변화- 화장품 용기의 재활용 등급 표시 적용되다.
- 오늘(3.25)부터 화장품 용기에 재활용 등급이 표시된다. 재활용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자원재활용법을 개정해 <포장재 재질·구조 등급 표시>가 도입된 지 2년 3개월만이다. <포장재 재질·구조 등급 표시>에 따라 용기에 ‘재활용 어려움’ 등급을 표시해야 하는데 화장품 용기는 표시를 면제하려 해 특혜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 3개월간 시민들은 표시 면제를 반대하는 목소리 냈고 결국 재활용 어려움 등급 화장품 용기도 표시를 해야 한다. 재활용도 안되는 용기를 생산하는 기업의 책임을 묻고 형평성 있는 정책 시행을 요구해 온 시민들의 이뤄낸 성과다. 다만 재활용 등급 표시는 재활용이 안되는 용기의 재질 개선을 위한 수단일 뿐, 재활용 문제를 개선 하기 위한 남은 과제들은 이제 화장품 업계가 응답해야 한다.
- 2021년 4/1~4/9 수거가게들 중 희망하는 곳에서 시민모니터링단 모집 및 교육, 1차 화장품 어택 때 모인 화장품 용기 재활용 여부 조사, 총 22곳에서 약 100명의 시민 자원활동가들이 6,617개의 화장품 용기 조사
- 2021년 6월 3일 환경의 날을 앞두고 아모레퍼시픽 앞에서 시민모니터링 결과 발표 기자회견
아모레퍼시픽에서는 화장품 어택에서 보낸 용기를 재활용하고 그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기로 하였으며, 재활용 재질 개선과 리필 활성화를 약속하는 나이스한 모습을 보이기도 헀다. 호룰룰루…. 가시방석 자리에 나오기 쉽지 않았을 텐데 직접 나와 재활용 불가능 용기를 40%까지 줄였다고 이야기하고 더 개선하겠다고 하는 훈훈한 과정이 연출되었다.
화장품 어택을 통해 시민들과 모이고 관심을 촉구하고 만명이 서명하고 8000개의 빈 용기를 모으고 그 중 6600개를 분석하고. 그리하여 우리가 얻은 작은 승리는 ‘재활용 어려움’이 화장품 용기에도 표시되게 한 것과 화장품 기업들이 플라스틱 이니셔티브에 참여하고 용기 개선을 약속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함께 했다는 마음.
이제 남은 것은 알맹상점 야외 옥상에 쟁여져 있는 재활용 안 되는, 200킬로는 족히 넘어 보이는 화장품 용기를 마대에 넣어 내놓는 일이다. 아휴. 그러니까 재활용되게 만들었으면 얼마나 좋아. 정말 예쁜 쓰레기가 한가득 모여 있다. 이미 입구가 넓고 깨끗한 용기는 주워다가 세척하고 소독해 상점에서 재사용하는 용기로 비축하였으나 그렇게 쓸 수 없는 쓰레기가 많다는 것이 문제. 바로 그래서 우리가 화장품 어택을 한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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