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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깡통전세 막으려면 ‘보증금 의무신탁’으로 전세제도 개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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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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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한결 변호사, 대전환포럼 상임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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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는 전 재산이나 다름 없는 보증금을 모두 잃은 피해자들을 수 없이 남겼습니다. 관련 특별법이 시행됐지만 피해구제에 턱 없이 부족합니다. 한편 2021년, 2022년 급등했던 전세가격이 최근 급격히 하락하면서 깡통전세 대란도 다가오고 있습니다.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 받지 못하는 피해는 사기적 범행에 의해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닙니다. 임대인 경제사정의 악화, 주택∙전세가격의 하락 등에 의해서도 발생합니다. 사기적 범행이 없더라도 보증금을 임대인에게 맡기고, 다시 임대인으로부터 받아야 하는 상황, 그 반환을 해당 주택으로만 담보하는 상황에서는 계속 같은 피해가 발생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전세사기 피해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 여러 대책이 제시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는 것은 위와 같은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는 한계 때문입니다.

 

지금의 제도는 1980년대 초 만들어진 틀입니다. 지난 40년 동안 수도권 인구 집중 등 우리 경제구조에 엄청난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40년 전의 틀을 계속 유지하면서 조금씩 고치는 것만 했기 때문에 전세사기 같은 문제가 계속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40년 된 낡은 틀을 지금에 맞게 대대적으로 뜯어 고쳐야 합니다.

 

전세사기, 깡통전세 피해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은 보증금을 임대인 리스크로부터 절연시켜야 가능합니다. 이를 위해 ‘보증금 의무신탁’을 하는 방법으로 전세제도를 개혁해야 합니다.

 

필자가 구상하는 위 제도를 간단히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전세계약을 체결하면 임차인은 임대인과 합의한 보증금을 임대인이 지정한 금융회사(수탁자)에 신탁합니다. 임대인은 위 신탁의 수익권자가 됩니다. 금융회사는 특정금전신탁상품과 유사한 방식으로 수익권자인 임대인의 지시에 따라 보증금을 운용하고, 그 수익을 임대인에게 지급합니다. 단, 그 운용은 정기예금, MMF, 국공채 매입 등 원금 보장형 상품으로 제한합니다. 신탁의 기간은 전세계약의 기간과 동일하게 하여, 전세기간 중에는 임차인이 이를 돌려 받지 못하고, 기간이 만료되면 금융회사가 임차인에게 반환합니다. 전세기간을 갱신하면 그에 따라 보증금 신탁의 기간도 갱신됩니다. 반전세에서 미지급 차임이 있으면 금융회사는 보증금에서 미지급액을 공제하여 수익권자인 임대인에게 지급하고, 나머지 보증금을 임차인에게 반환합니다.

 

임대인에게 많은 채무가 있더라도 그 채권자들이 강제집행할 수 있는 것은 임대인이 가진 수익권일 뿐, 신탁된 보증금은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임대주택이 매매나, 경매∙공매로 넘어가더라도 임차인에 대한 보증금 반환을 담보하는 것은 임대주택이 아니라 금융회사이므로 임차인은 온전히 보증금을 반환 받을 수 있습니다. 소유자가 달라질 경우 새로운 소유자가 기존 임대인의 지위와 수익권자 지위를 승계 받아 신탁을 존속하게 함으로써 원래 약정된 전세기간까지 임차인은 계속 거주할 수 있습니다.

 

이 제도 하에서는 임차인의 보증금 반환이 금융회사에 의해 담보되므로 임차인에게 우선변제권을 인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임차인의 우선변제권이 없으므로 임대인은 임대주택에 근저당권 등을 설정하여 다른 곳에서 돈을 차용할 수 있습니다. 임대인이 임대주택을 온전히 담보물로 활용하더라도 임차인은 보증금을 반환 받는데 문제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미 거액의 담보대출이 이뤄진 주택을 임차하더라도 임차인은 불안할 필요가 없습니다. 보증금의 상한 제한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선순위 담보권이 설정된 주택도 우량한 임차주택이 될 수 있습니다. 임차인의 보증금 반환은 보장되면서도, 현재 제도에서 담보대출이 된 주택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투자하는 것이 그대로 가능합니다.

 

임차인이 보증금을 반환 받지 못하는 유일한 위험은 금융회사의 도산입니다. 그러나, 이는 임차인이 보증금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발생하는 위험입니다. 그마저도 보증금 신탁을 받을 수 있는 금융회사의 자격을 제한하고 건전성 관리를 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습니다.

 

위와 같은 ‘보증금 의무신탁’ 제도는 전세제도를 없애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의 전세제도를 유지하되, 보증금을 관리하는 주체가 임대인에서 금융회사로 달라지는 것입니다. 임대인이 임차인에 대해 임차보증금 반환책임을 직접 부담하지는 않고, 임차인의 우선변제권이 없어서 그에 의한 담보가치 감소가 없으므로 기존의 전세제도와는 달리 주택의 담보가치가 그대로 유지됩니다. 임대인이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데 장애를 초래하지 않습니다. 기존의 전세제도가 가진 사금융의 기능은 금융기관의 주택담보대출로 대체하는 것입니다. 신탁된 보증금은 임대인의 지시에 따라 운용되고 임대인이 그 수익을 모두 갖게 됩니다. 지금 제도에서 임대인이 임차인으로부터 받은 보증금을 특정금전신탁상품에 투자하는 것과 유사합니다. 임대인은 주택을 이용한 금융이 가능하면서도, 보증금 운용을 통한 수익도 얻게 되므로 월세보다 전세를 이용하려는 유인도 여전히 존재합니다.

 

이렇게 전세제도를 개혁하면 전세사기, 깡통전세를 비롯한 임차인 피해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습니다. 임대인의 재산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되지도 않습니다. 전세의 주거사다리 역할도 계속 유지할 수 있습니다. 전세 공급 물량 축소 가능성은 임대인의 운용 수익에 대한 과세를 시장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이미 선순위 담보권이 설정된 주택도 월세가 아니라 전세로 공급될 수 있습니다. 선순위 담보권이 있더라도 임차인은 보증금을 금융회사로부터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16년 일부 은행이 보증금 ‘에스크로’ 상품을 출시했으나 수수료가 적은 은행의 소극적 영업과 중개사들의 소극적 태도로 이용이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는 보증금 신탁 의무를 부과하지 않은 제도적 한계에서 비롯된 것에 불과합니다. 보증금 신탁이 의무화될 경우 금융회사는 수 십조 원 규모의 특정금전신탁상품을 판매하는 것과 마찬가의 수익을 얻게 되므로 오히려 금융회사가 더 적극적일 수 있습니다.

 

위와 유사한 제도는 이미 독일에서 시행되고 있습니다. 독일민법(§551, BGB)은 주택임대차에서 보증금(Kaution) 수수에 관한 특별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임대인은 임차인으로부터 수령한 보증금을 자기의 고유재산과는 분리하여 금융기관에 저축성 예금으로 예치해야 합니다. 그 결과 보증금은 임대인의 고유재산과 분리된 독립재산이 되고, 임대인의 채권자들이 보증금에 대해 압류할 수 없도록 하였습니다.

 

현재는 보증금이 임대인을 통해 다시 갭투자, 다주택 매입 등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습니다. 반면, ‘보증금 의무신탁’ 제도에 의하면 신탁된 보증금이 국공채 매입, 정기예금, MMF 등 원금 보장형 금융상품에 투자됩니다. 그래서 부동산시장으로 흐르던 자금이 금융시장에 유입되게 함으로써 국가경제 전체의 효율적 자원 배분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보증금이 다시 주택 매입에 활용되어 주택가격∙전세가격 상승을 불러오는 악순환을 끊어내고, 산업자본에 가게 함으로써 국가경제의 선순환을 이룰 수 있습니다.

이 캠페인은 2023년 07월 17일에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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