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료일
2023년 07월 31일
[성명문] 공공도서관을 지키고자 하는 사서들에게 고함
2023.08.31
공공도서관을 지키고자 하는 사서들에게 고함
지난 7월 22일 송경진 부당 파면에 대한 소청이 기각되었다. 마포구가 행하는 도서관과 도서관 사람들에 대한 억압을 비판하기 위해 여러개의 기사와 칼럼이 나왔고, 부당한 파면에 반대하기 위해 ‘행동하는 도서관 사람들’에서 진행하는 탄원서 신청에서만 6월 23일부터 7월 2일 2주만에 183명이 참여했다. 오세훈 시장을 향한 마포중앙도서관 관장 파면 철회촉구는 2주만에 235명이 참여했다. 마포구 도서관을 둘러싼 문제들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출발한 모임 ‘마포구도서관을사랑하는 사람들’은 SNS를 활용하여 이를 알리고 파면 반대에 대한 서명운동을 진행하였다. 하지만 이와 같은 노력들에 대해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첫 성명문을 내고 송경진 관장이 파면되는 사이에는 또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 우선 마포구에서는 좋은 책을 전시해놓자는 취지로 출판·인쇄소, 독립서점 등이 밀집해 있던 홍대 거리를 활용해 만들었던 ‘경의선 책거리’는 사전 통보 없이 위탁계약을 종료하고 거리에서 책을 몰아내려 하고 있고, 출판사, 스타트업, 1인 창작자 등을 전문적으로 지원하며 마포구를 출판특화지역이라 불리게 만든 공간이었던 ‘플랫폼P’는 용도변경 및 입주사 퇴거 논란으로 위기에 처해 있다. 한편 박강수 구청장은 월드컵 공원에 ‘시인의 거리’를 만들고 처음 세운 표지석에 자신이 쓴 시를 걸어놓았다.
전국적으로는 한 여당 인사가 전국 고등학교 도서관에 정치인, 세월호, 새마을운동 등 정치적 성향과 관계된 책의 소장여부를 조사하라는 공문을 보냈고, 최근 경기와 충청 일부 지역에서 페미니즘, 성교육, 인권 관련 도서의 ‘폐기’를 강요하는 민원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으며 결국 충남 36개 도서관에서 도서 7종을 열람제한하는 결정을 내리도록 하였다.
이와 같은 과정을 지켜보며 우리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유추할 수 있었다. 우리가 앞서 성명서를 통해 우려했던 바, 즉 송경진 관장에 대한 파면 조치는 한 사람에 대한 징벌이 아니라 도서관과 나아가 사람들의 자유와 문화를 억압하기 위한 시발점이었다는 것을. 그리고 이와 같은 공공도서관에 대한 위협은 앞으로도 계속, 더욱 노골적이고 공격적인 방식으로 이어질 것임을.
우리 사서들, 도서관 사람들은 피해자일 뿐 아니라 책임자이기도 하다. 우리에게 도서관이 공익과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장소라면 우리는 그곳을 운영하고, 지키고, 책임지는 사람들이다. 우리가 이와 같은 위협을 앞에 두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문화와 자유, 공공성 대한 탄압은 도서관을 넘어 사방으로 그 범위를 확대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도서관 문 밖이 아닌, 문 안에서 도서관을 지키는 사람들에게 고하고자 한다. 우리가 언제까지 책과 문화의 가치를 폄하당하고, 검열당하고, 그리하여 우리의 임무와, 이용자와, 도서관의 이념을 배신하는 일을 해야만 하는 것인가? 언제까지 공익이 아니라 실적을 위해, 시민이 아니라 관리 기관을 위해 일을 해야만 하는 것인가? 우리의 임무와 우리가 봉사할 대상을 위해, 도서관을 지키기 위해 행동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에 ‘행동하는 도서관 사람들’은 송경진 관장의 복권을 위해, 마포구의 문화에 대한 탄압을 저지하기 위해, 나아가 도서관을 위협하는 이들로부터 도서관을 지켜내기 위해 앞으로도 행동하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아래로부터 시작한 모임이기에 권위의 힘보다 연대의 힘을 더 믿는다. 공공도서관을 지키고자 하는 도서관 사람들에게, 앞으로 우리가 할 행동들에 대한 지지와 참여를 부탁드린다.
“만일 공공도서관 사서들이 지적인 엄격함, 민주주의에 대한 헌신 그리고 인류의 기록에 대한 평가와 같은
우리의 기본을 지키는 데 다시 관심을 갖는다면 공공도서관의 문은 부서지지 않고 지탱될 것이며,
문 앞을 지키던 야만인들은 물러가게될 것이다.”
에드 디 앤젤로, <공공도서관 문 앞의 야만인들>, 22p.
2023년 8월 31일
행동하는 도서관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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