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보세요, 잘 찍으세요 같은 말보다 더 필요한 얘기라 생각해요. 중요한 건 대학을 가지 않아도 잘 사는 일이지 대학을 가는 게 아니라는 믿음을 공고히 하는 이들이 늘길 바라고요.
솔직히 저는 방송에서 수험생들 응원도 안 했으면 좋겠어요. 수능 며칠 전부터 방송에서는 잘 보라고 얘기만 엄청 하고, 시험 보고 와서 점수 안 좋으면 수험생이랑 가족들 표정 다 사색 되고, 친척들이나 어른들은 평소에 학생이 무얼 하고 싶은지 관심은 하나도 없다가도 수능 보고 온 직후에 잘 봤냐고 전화하고... 이게 무슨 난장판이래요.
어른이 할말은 수능 한 번 잘 봤다고 방송 나와서 아무렇게나 떠드는 저 어른들 못난 꼴 봐라,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데 학위증 필요하면 밥은 왜 먹고 잠은 왜 자냐 학위증이나 사와야지- 이런 말일 거고요. 수능 점수 갖다 겁주며 장사하는 어른들이 좀 줄어들길 바랍니다...

조금 삐딱선을 타봅니다. 수능을 보는 모든 이들이 원하는 대학과 학과에 진학하기 위함이겠죠. 하지만 대학은 학문의 장이 아닌 사회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는 계층을 나누는 징표가 된 지 오래지요.

얼마 전 네이버 메인에 대학 티어 등급표라고 올라온 한 장의 사진을 보고 기겁을 했는데요. 이 대학에 들어가지 않으면 실패한 건가? 굳이 이렇게 기준을 왜 나눈건가? 의문과 불쾌함이 솟더군요.

대학에 가지 않은 이들은 어떤 삶을 보낼까요. 꼭 대학에 가야만 좋은 학문을 배울 수 있을까요. 대학에 나오지 않더라도 지혜롭게 삶을 꾸리는 분들도 계시고요. 중요한 건 타이틀이 아니라 삶을 어떻게 꾸려갈 것인가 질문에 충실히 답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한국사회에선 수능을 잘 보았다면 더 좋은 기회를 많이 받을 가능성이 높을 겁니다. 오늘 잘 보셨다면 축하드리고 또 고생 많으셨습니다. 반대로 수능을 못 보았거나, 응시하지 않으셨어도 인생의 길은 무궁무진합니다. 실패자가 아니기에 결코 낙심하지 않길 바랍니다.

#수능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