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세계 속에서 오염된 타자들과 부대끼면서 현실을 바꾸고 행복을 길어 올리는 대신, 현실을 회피하고 각자 고립된 채 우아한 자기 관리, 자기 계발, 그리고 문화상품의 목록 속에서 자족의 미소를 짓는 유폐된 세계와 상당히 닮아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나뭇잎 사이로 출렁이는 햇빛은 아름답다. 하지만 혼자서 감상하고 그것을 매번 사진으로 찍어 수집하고 컬렉팅해야만 행복을 느낄 수 있다면, 그 행복은 실로 고립과 우울의 쓸쓸한 그림자일 뿐이다.”

거리두기가 늘어가는 현대사회에 던지는 메세지도 될 수 있을 것 같네요!

구체적 현실이 소거되고 오타쿠의 목록으로 만들어진 가공의 세계. 실제 세계와 공명하기보다 향수와 복고로 가득한 고급의 취향 리스트를 전면에 앞세워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인가를 토로하는 오타쿠적 세계관. <퍼펙트 데이즈>의 히라야마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세계란 개인으로 각기 고립되고 분해되었지만, 그것을 자기 관리와 절제를 통해 충분히 쾌락으로 전환할 수 있는 자기완결적 세계다. 이 세계가 신자유주의의 유토피아와 닮아있다고 말하면 너무 앞서 나간 걸까.

저도 리츄얼의 환기에서 인상 깊이 보았지만, 어딘가 불편한 지점이 걸려 다시금 생각해 두면 좋겠다고 묻어두었습니다. 그러다 잊어버렸지요. 칼럼을 쓴 이송희일 감독님처럼 1. 극우재단의 후원을 받아 만든 영화라는 것과 2. 너무 표백된 일본의 단면만 비춘 것 같다. 는 생각에 불편한 생각에서 자유롭지 않음을 느꼈지요.

작품 속 주인공 히라야마씨처럼 반복된 루틴대로 살아가는 게 가능한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못하고 무너진 사람들도 떠오르고 어떤 비판도 소거해버린 채 만들어진(재단의 압박이 들어간 건 아닐까도 생각합니다) 영화에서 불편을 캐치한 지점이 생각할 거리를 던져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