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행 교수님이 떠나신 후 줄곧 강사들에 의해서만 조금씩 유지되다가 결국 없어지는군요. 그 어느곳보다도 서울대에서는 학문적 다양성이 풍부하게 지켜졌으면 하는데 안타깝네요.
"나는 내가 공감하는 이념이라면 오히려 더 그 단점에 대해서, 아킬레스건에 대해서 냉혹한 성찰과 비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이러니 ‘주의자’가 되기는 글렀다).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여라'는 불가의 말은 내가 오래도록 좋아하는 경구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어떤 이념이든 발붙이기 힘든 요즘에는 이런 걱정도 한가해 보인다."
"이념 과잉의 시대는 그래도 희망이 있던 시대지만 이념의 과소 혹은 부재를 더 걱정해야 하는 시대는 희망의 여지도 없는 시대가 아니겠는가."
"이념도 없는 시대"는 과잉이념의 시대만도 못하다는 김명인 교수님의 한탄에 동의하게 됩니다. 꽉막힌 추종자를 낳기 쉬운 이념은 과잉이면 그 자체로 민주주의에서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이념들에 대해 진지하게 논하던 시대의 이념들은 토론과 성찰 속에서 벼려진 더 나은 인식을 가능하게 하는 토양이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념에 대해 대다수가 관심이 없거나 비웃거나 무조건적으로 배척하는 시대는 얕은 지식속에서의 비아냥과 근거 없는 적대만이 가득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틀린 답일지로 모르지만 답을 찾던 시대조차 못되는 답이 없는 시대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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