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또 찾았다’ 혈세 5천만원 받고 선배 논문 표절한 검사[표절 검사의 공짜 유학 20화]
또 찾았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이 세금으로 ‘공짜 유학’을 다녀와, 연구논문을 표절한 걸로 의심되는 검사를 또 발견했다. 인천지방검찰청 소속 최우혁 검사(사법연수원 40기)다. 최 검사가 네덜란드로 국외훈련을 다녀와 작성한 연구논문 총 56쪽 중 33쪽에서 표절 정황이 발견됐다. 표절률은 51%. 표절 대상이 된 저작물은 2013년 네덜란드 대학으로 국외훈련을 다녀온 선배 검사의 논문이다. 최 검사가 1년간 네덜란드에 머무는 데 지원된 국외훈련비는 약 5243만 원이다. 지난 2022년 셜록은, 2019~2021년 발행된 검사 연구논문 84건의 표절 여부를 이미 한 차례 검증한 바 있다. 그중 표절 논문 5건을 발견해, 5명의 전·현직 검사 전원을 대상으로 국외훈련비 일부 환수까지 이끌어냈다. 논문 표절을 이유로 국외훈련비를 환수한 최초의 사례였다.(관련기사 : <[해결] 표절 검사 5명 훈련비 환수… 셜록이 만든 ‘최초’>) 지난달 셜록은 법무연수원 홈페이지(www.ioj.go.kr)에 공개된 2022~2023년 발행 ‘국외훈련 검사 연구논문’ 47건을 추가로 살펴봤다. 우선 표절 심의 사이트 ‘카피킬러’를 통해 표절률을 조사하고, 이 중 표절 의심 논문 1건을 발견해 논문 내용을 한 문장 한 문장 직접 검증했다. 최우혁 검사는 2020년 12월 11일부터 다음 해 12월 10일까지 1년 동안 네덜란드 흐로닝언(Groningen)대학교로 국외훈련을 다녀왔다. 당시 최 검사는 수원지방검찰청 안양지청 소속이었다. 최 검사는 국외훈련 이후 <네덜란드 검찰 조직과 기능에 대한 연구>라는 연구논문을 작성했다. 해당 논문은 2022년 법무연수원이 발간한 <국외훈련검사 연구논문집(제37집)>에 실렸다. 최 검사가 표절한 것으로 의심되는 저작물은 선배 검사가 작성한 국외훈련 연구논문이다. 이○○ 검사(사법연수원 36기)는 2012년 12월 30일부터 약 1년 동안 네덜란드 라이덴대학교로 국외훈련을 다녀왔다. 이 검사는 <네덜란드의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관계>라는 제목의 국외훈련 연구논문을 작성했다. 셜록이 두 논문을 비교한 결과, 최 검사의 논문 총 56쪽(목차, 참고문헌 제외) 중 33쪽에서 표절 정황이 발견됐다. 전체 문장 421개(논문 요약 포함, 주석 제외) 중 표절로 의심되는 문장이 216개. 표절률은 약 51%다. 문장 두 개 중 하나는 베낀 꼴이다. 최 검사는 논문의 첫 장에 등장하는 ‘논문 요약’부터 베낀 걸로 보인다. 논문 요약에서 최 검사가 새로 쓴 문단은 단 한 문장밖에 없다. 나머지 문단은 아예 이 검사 논문과 동일하다고 봐도 무방했다. 이 검사가 ‘협상처벌(trasactie)’, ‘제재명령(strafebeschikking)’으로 번역한 단어를, 최 검사는 각각 ‘형사협상’과 ‘과형명령’으로 바꾼 정도였다. 본문은 거의 ‘복사-붙여넣기’ 수준이다. 최 검사는 ‘Ⅱ.네덜란드 수사절차 개요’에선 1.범죄의 구분과 2.수사절차 부분을, ‘Ⅲ. 네덜란드 검찰의 조직과 구성’에선 1.검찰제도의 연혁 및 개관과 2.검찰의 조직을, ‘Ⅳ.네덜란드 검찰의 권한과 기능’에선 1. 검찰의권한과 의무와 2. 사법경찰관에 대한 지휘·감독을, 선배 검사 논문에서 거의 ‘통째로’ 가져다 썼다. 문장 순서와 내용 구성 등이 거의 완벽하게 일치했다. 최 검사가 한 일은, 선배 검사가 쓴 논문에 새로운 내용 일부를 덧붙이는 정도다. ‘맺음말’까지 절반 이상을 이 검사의 논문에서 가져다 썼다. 참고문헌과, 각주도 일부를 제외하고 거의 동일했다. 최 검사는 참고문헌 목록에 이 검사의 연구논문 제목을 밝혔지만, 문장과 구성의 유사도를 살펴볼 때 단순 참고로 보기 어려운 수준이다. 최 검사가 해당 논문을 쓰기 위해 네덜란드에 1년 동안 체류하면서 쓴 국외훈련비(체재비+학자금)는 약 5243만 원(21대 국회 기동민 의원실 제공 자료). 국외훈련 기간 동안 급여도 지급받았다. 최 검사는 왕복항공료로만 약 689만 원을 썼다. 2018년부터 2021년 사이 같은 대학으로 국외훈련을 떠난 검사 5명 중 가장 큰 금액이다. 평균(약 297만 원)의 두 배가 넘는다. 최 검사가 가족과 함께 네덜란드로 떠났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 국외훈련 공무원은 배우자와 자녀 몫을 포함한 왕복항공료를 지원받는다. 지난해 6월 개정된 ‘검사 국외훈련 운영규정’ 제18조(비용의 지급 등)에 따르면, “연구보고서의 내용이 부여된 훈련과제와 관련이 없거나 다른 연구보고서·논문 등을 표절한 것으로 밝혀진 경우”에 해당하면 법무부 장관은 국외훈련비 일부를 환수할 수 있다. 환수 범위는 최대 20%. 셜록 보도 이후 일어난 변화다. 셜록은 지난 2022년부터 19편의 기사를 통해 ‘표절 검사’ 문제를 집중 보도했다. 셜록은 검사 5명을 국민권익위원회에 직접 신고했고, 이들 전원은 지난 6월 국외훈련비 일부를 환수당했다. 법무부는 상세내역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환수 비용은 최대 3800만 원으로 예상된다. 법무부 장관도 ‘표절 검사’ 국외훈련비 환수 이행을 약속한 바 있다. 이탄희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올해 2월 인사청문회에서, 박성재 법무부 장관을 향해 ‘표절 검사’들에 대한 국외훈련비 환수 조치 계획에 대해 질의했다. 당시 박 장관은 “(국외훈련비) 일부를 회수하고 있다”면서, 아직 국외훈련비를 회수하지 않은 사례에 대해서도 환수 이행을 약속했다. 하지만 법무부는 최우혁 검사를 대상으로 한 국외훈련비 환수 여부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관련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고, 대상자의 사생활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게 이유였다. 지난달 26일 셜록의 질의에 답변한 내용이다. 당사자인 최우혁 검사의 입장은 어떨까. 지난 26일 최 검사와 연락이 닿았다. 최 검사는 “표절 논문을 쓴 걸 인정하냐” 묻는 기자의 질의에, “언론사를 직접 대응하지 못하는 (검찰) 내부 방침이 있다,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셜록은 최 검사 역시 권익위에 부패행위로 신고할 계획이다. 한편, 셜록은 또 다른 ‘표절 검사’들을 찾기 위한 정보공개 소송도 이어가고 있다. 1심 법원은 지난 3월, 국외훈련 검사들의 학위 취득 현황을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국외훈련 검사 연구논문 전체와 연구결과 심사위원회 정보에 대한 공개 청구는 기각했다.(관련기사 : <법원 “혈세로 유학가서 학위 딴 검사들 모두 공개하라”>) 셜록은 1심 판결에 불복해 최근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은 서울고등법원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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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대 손실에도 뒷짐만… ‘검은물’ 담합 손놓은 기관들
감사원이 29일 ‘검은물’ 담합 사태 관련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에 감사원의 지적을 받은 기관은 4곳. 한국농어촌공사, 평택시, 충북개발공사, 경상북도개발공사(손해 비용 순)다. 이들 기관은 ‘검은물’ 담합 업체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라는 조달청의 안내에도 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다. 이로 인한 추정 손해 비용은 약 4억 2698만 원이다. 지난해 7월 경기 시흥시 주민들의 공익감사청구 이후 13개월 만에 나온 결과. 하지만 감사원은 후속조치로 각 기관에 ‘주의’ 조치를 내리는 데 그쳤다. 이로써 진실탐사그룹 셜록이 제기한 형사고발 사건의 수사 결과가 더 중요해졌다. 사건의 시작은 시흥 은계지구였다. 경기 시흥시 은계지구에서는 2018년 4월부터 수돗물에 검은색 이물질이 나온다는 민원이 제기됐다. 입주 5개월 만에 일어난 일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 조사 결과, 검출된 이물질은 상수도관 내부에 코팅된 플라스틱 계열의 물질(액상에폭시 등)로 드러났다. 문제의 상수도관을 납품한 회사는 이미 4년 전,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제재를 받은 업체였다. 공정위는 2020년 3월, 13개의 상수도관 업체가 사전에 담합해 서로 합의된 기준에 따라 이윤을 배분한 사실을 밝혀냈다. 업체들의 ‘검은 담합’으로 인해 검증되지 않은 상수도관이 각지에 공급된 것이다. 실제 담합 업체들은 공정위 조사 과정에서 “물품(상수도관) 품질에 차이가 있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문제의 상수도관 업체들이 사전에 납품기관에 부정한 청탁을 한 정황도 포착됐다. 담합 업체 중 한 곳의 관계자는 공정위 조사에서 이렇게 증언했다. “영업추진업체들은 수요기관을 통해 누가 입찰 참여사로 결정되었는지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거나, 적어도 자신들은 입찰 참여자에 포함되도록 수요기관에 영업을 하는 것입니다.”(공정위 의결서 2019입담1496 발췌) ‘검은물’ 피해로 고통받은 시흥시 주민들은 지난해 7월 감사원에 공익감사청구를 접수했다. 담합 업체에 대한 마땅한 조치를 취하거나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LH 등 공공기관 ▲조달청 ▲시흥시 등 지자체 ▲공정거래위원회를 대상으로 조사를 요청했다. 감사원은 공익감사청구에 대해 일부 감사실시를 결정했다. 감사원이 감사를 결정한 사항은 ‘한국농어촌공사 등 6개 기관이 조달청으로부터 안내 공문을 받고도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경위’였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에서 그중 4개 기관(한국농어촌공사, 평택시, 충북개발공사, 경상북도개발공사)에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문제를 확인했다. 조달청이 각 기관에 안내를 통보한 시점(2020년 9월)에 이미 소멸시효가 지났거나, 이미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기관은 감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4개 기관이 소송을 제기하지 않아 발생한 추정 손해 비용은 총 4억 2698만 원. 한국농어촌공사 약 3억 4167만 원, 평택시 약 4733만 원, 충북개발공사 약 3080만 원, 경상북도개발공사 약 717만 원이다. 감사원은 해당 기관들이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사유에 대해 “(각 기관별) 소송 담당자가 소송제기 업무를 소홀히 하거나 인사이동 시 사무인계·인수를 제대로 하지 않았고, 관리자도 소송제기 업무의 지도·감독을 철저하지 않은 데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감사원은 문제가 된 4개 기관 소속 담당자 6명에게 각각 주의 조치만 내렸다. “(각 기관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라는 조달청의 안내 공문을 받고도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될 때까지 업무를 소홀히 하여 손해보전에 필요한 채권을 확보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소송제기 업무 등을 철저히 하고 관련자들에게는 주의를 촉구하시기 바랍니다.”(감사보고서 중) 공익감사청구 대표자인 서성민 변호사는 2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번 감사 결과에 대한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2020년 3년 (공정위 발표 이후) 대대적인 언론보도를 통해 각 지자체와 공공기관이 상수도관 업체들의 입찰 담합 사실 및 불량 상수도관 납품 가능성을 인지했을 겁니다. 그럼에도 시민들의 수돗물 이물질 민원에 대해 적절히 대응하지 않은 것은 위법 부당한 사무 처리입니다.감사원이 이 부분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줄 것을 바랐지만, 미흡한 조사와 아쉬운 결과를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아직 길은 열려 있다. 셜록과 서성민 변호사가 직접 형사고발에 나섰기 때문. 셜록은 서 변호사와 함께 지난해 9월 LH 등 기관의 임직원 및 공무원들과, 불량 상수도관 납품업체 임직원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관련기사 : <[액션] ‘검은물’에 숨은 검은 의혹… 셜록이 검찰에 고발>) 사건을 담당한 강남경찰서는 올해 6월 28일 임직원 및 공무원들에 대해 각하 처분을 하며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방검찰청(검사 선현숙)은 지난달 12일 강남경찰서에 재수사를 요청했다. 서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과 강남경찰서의 수사에 대응하면서 앞으로 그 결과를 지켜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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