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정] 학계에서도 궁금해하는 성수동
*본 게시물은 <연구원정 부트캠프>에 참여 중인 대원님의 연구과정을 정리한 글 입니다.
지난 시간을 통해 팝업스토어가 견인한 젠트리피케이션이 지역의 지속성과 문화다양성에 미치는 영향을 미치는가를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팝업스토어와 같은 짧아진 공간의 주기는 지속적으로 공간을 점유하는 상점들의 점유를 어렵게 만들고, 지역의 특색을 형성하는 상점들의 지속성을 떨어트리게 됩니다. 팝업스토어의 흥행은 지속될 수 있을까요 ? 팝업스토어가 빠지고 공실만이 가득한 성수동이 된다면 성수동은 여전히 ‘한국의 부르클린’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까요 ? 이번 시간에는 학계에서 어떤 연구들이 오가고 있는가를 탐색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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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 재생, 실내디자인, 경관 변화 그 어느 사이의 성수동
성수동의 젠트리피케이션 측면에서 ‘팝업스토어’라는 변수가 만든 특수성에 초점을 잡고 해당 주제를 바탕으로 젠트리피케이션 / 성수동 / 팝업스토어 세 개의 키워드로 논문들을 훑어보았습니다. 재밌었던 점은 성수동과 팝업스토어에 대해 다양한 학계에서 각기 다른 방면으로 주목하고 있었다는 것인데요. 특히 성수동은 2010년대 중반부터 꾸준히 연구 사례지로 등장하는 공간이었습니다.
첫번째로 한국지역학회와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등 도시, 지역적인 측면에서 접근한 연구입니다. 2010년 중반대부터 현재까지 폐공업단지의 변화와 관련된 연구와 이와 관련한 지자체의 대응 정책 관련한 연구, 지역민의 전치 과정에서 나타나는 다이나믹 등 도시재생 정책, 문화재생, 지역 변화, 젠트리피케이션 등의 세부 주제로 이루어져있었습니다. 또한 서울시의 젠트리피케이션에도 주요 대상지로 자주 등장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두번째로 대한건축학회, 한국실내디자인학회 등에서 경관, 공간적인 측면에서 접근하는 연구입니다. 성수동의 붉은 벽돌, 외관, 길, 건물, 폐공장 리모델링 등 외관 및 경관 변화에 주목하는 연구가 있었습니다. 실내 디자인으로서 볼 수 있는 팝업스토어에 대해 팝업스토어의 영향, 특징과 관련한 주제들 뿐만아니라, 그 팝업스토어가 이루어지는 성수동의 상업 공간 분포, 디자인, 보행디자인 등 성수동이 도시적 측면과 관련한 특성들에 대해 주목하고 있었습니다.
마지막로 팝업스토어 관련한 연구들은 주로 마케팅이나 경영 측면에서 팝업스토어의 영향, 특성 등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성수동은 다양한 학계 내에서 새롭게 바라보고 주목할 이슈로서 인식되고 있었으며, 팝업스토어 또한 마케팅, 경영 측면과 공간 디자인 측면에서 새로운 현상과 트렌드로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다만 팝업스토어와 도시 재생(젠트리피케이션)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논문은 찾기 어려웠습니다.
📜 성수동의 변화를 짚어 보는 시간
이를 바탕으로 성수동의 젠트리피케이션 전반에 대해 알아보고자 성수동과 관련된 연구에서 자주 선행연구로 언급되는 성수동 지역의 젠트리피케이션 과정 및 특성 연구, 김상현・이한나, 2016 를 선택하여 리뷰를 진행했습니다. 해당 연구는 성수동 일대의 젠트리피케이션의 진행과정을 시기별로 파악하여 공간상의 특징을 분석하고자, 언론기사(빅데이터)를 활용하여 성수동의 시기별 키워드를 검색하고, 통계자료 및 인터뷰를 통해 추가적인 근거와 현상을 파악합니다.
그 결과 크게 세 개의 시기로 공간적 변화 과정을 추적할 수 있었습니다. 제 1기((’06~’09)는 재개발 이슈로 인해 주거와 공장이 혼재되었던 성수동 일대의 공장들이 성수동 외곽지역 내지는 외부로 이전하는 시기로 주거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했으며, 제 2기(’10~’13)에는 재개발이 무산되면서 지가상승이 둔화된 시기, 공장이 빠져나간 장소에 음식점, 휴게음식점 등이 진입하였고, 이는 곧 성수동의 지역 정체성을 주거지역/공업지역에서 “놀러가기 좋은” 공간으로 바꾸는 계기가 됨에 따라 핫플레이스로의 변화 및 상업 부동산 투자가 증대되는 시기였습니다. 제 3기 (’14~’15)는 젠트리피케이션 가시화가 되면서 성수동의 정체성이 완전히 자리잡게 되면서 외부에서 유입되는 손님을 상대로 하는 상권이 자리 잡는 시기, 지역 정체성 및 상권이 재편되면서 지역주민을 고객으로 하지 않는 점포(갤러리, 공방 등)들이 크게 늘었고, 상업부동산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었다고 분석합니다.
궁극적으로 제1기에 지가 상승으로 이전된 공장들의 빈터는 재개발 계획의 취소로 인해 카페와 같은 휴게음식점업으로 재구성되는 경우가 많았고 그 과정에서 성수동 상권에서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점포가 아닌 외부 고객층을 중심으로 하는 점포가 들어섰습니다. 이것이 정부의 성수동 브랜드 구축 전략과 맞물려 지역 이미지를 주거공간에서 상업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는 것입니다.
해당 저자는 이와 같은 변화를 바탕으로 외부인을 위한 상점들은 도시 내의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집단을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는 위험성을 논하며, 상점들의 성수 주민들과의 접점 형성 프로그램 및 정책을 통한 성수동 주민들의 소비와 혼합하여 커뮤니티 유지, 상권 유지에 기여 필요하다고 제언하며 논문을 마칩니다.
인상깊은 점은 결국 주거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하여 쇠퇴한 곳이 새롭게 상업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났다는 점입니다. 즉 주거 젠트리피케이션이 지역 쇠퇴를 만들고 그 지역이 문화 재생이 되는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과정을 통해 현재 다시 상업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나는 공간이 된 것으로, 빈 공장들도 결국 젠트리피케이션의 피해를 봐서 생긴 공간입니다. 즉, 현재의 변화는 (산업 쇠퇴 보다) 1기의 지역의 재개발 붐으로 상승한 임대료로 인해 나간 공장자리에 카페, 갤러리같은 외부인을 위한 업종들이 유입하면서 나타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성수동을 입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2016년의 성수동이 어떻게 현재의 모습이 되었는지에 대한 인과관계를 정책적인 측면이 아닌 신문기사와 인터뷰같은 실질적인 데이터를 통해 사회 현상적인 측면에서 바라봄으로써 현실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도시 공간의 변화가 단순한 쇠퇴와 흥행이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메커니즘 안에서 형성되고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연구의 한계점과 왜 해당 연구 방법을 선택하게 되었는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없다는 것이 논문의 아쉬운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2016년에 진행된 연구로 이후의 변화를 훑어보는데에는 한계가 있었으며 그 이후의 연구는 찾을 수 없었습니다. 이 연구의 틀을 바탕으로 어떤 공간적 변화를 통해 현재의 팝업스토어로의 변화가 발생했으며, 팝업스토어가 지금의 공간적 변화에는 어떤 영향을 주는가를 바라보는 것도 의의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어느 방향으로 갈 것인가 .. ?
현재 성수동과 팝업스토어 등에 대한 연구가 정말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시각에서 진행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학계 내에서도 관심이 있는 사례와 키워드라는 것은 꽤나 반갑기도 했는데요. 다만 어느 시각에서 바라볼 것인가를 잘 다듬지 않는 이상, 연구가 말하고자하는 바를 잘 표현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고 어느 배경과 학계를 바탕으로 복합적, 다학제적으로 풀어낼 것인가를 지난하게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또한 위 논문을 통해 성수동의 팝업스토어, 젠트리피케이션과 관련하여 꼭 어떠한 전후 사정의 이론을 발견하고 차이점을 확인하는 연구가 아닌 성수동이라는 사례 안에서 질적 연구와 사회 동향 파악 통한 연구방법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