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심사위원 매수해도… 숙대, 부정입학자들 취소 안했다[교수 엄마와 가짜 고대생]
‘음대 교수’는 드레스 대신 죄수복을 입었다. 곱슬곱슬 긴 머리도 하나로 대충 묶었다. 무대 앞 화려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지난 7월 26일, 추○○ 안양대학교 음악과 교수(성악 전공)는 법원 피고인석에 앉아 있었다. 추 씨의 최후진술은 그의 겉모습만큼 초라했다. “다시는 이런 일에 연루되지 않게 모든 것을 내려놓고 음악계, 교육계 쪽으로는 고개도 돌리지 않겠습니다.” 소위 ‘잘 나가던’ 음대 교수는 어쩌다 법정에 서서 업계를 떠나겠다는 선언을 한 걸까. 사건의 전말을 알기 위해서는 3년 전으로 돌아가야 한다. 추 교수는 2021년 5월경 한 ‘입시 브로커’와 손을 잡았다. ‘입시 브로커’ 역시 현직 교수인 윤○○ 국민대 성악과 조교수였다. 윤 교수는 2015년부터 서울 중구, 강남구, 서초구 등에 있는 음악 연습실을 빌려 불법적으로 성악 과외교습을 해왔다. 현행 학원법에 따르면, 대학에 소속된 교원은 학교의 학생이나 학교 입학을 위한 시험 준비생에게 지식ㆍ기술ㆍ예능을 교습하는 행위를 해선 안 된다. 윤 교수는 교수들에게 입시준비생들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했다. 주로 대학 입시 심사위원으로 선정될 가능성이 있는 교수들이 섭외됐다. 불법 성악과외 이름은 ‘마스터클래스’. 그들은 ‘마클’이라 줄여 불렀다. 윤 교수는 같은 해 5월 25일 ‘마클’ 학습자로 입시생 6명을 선정했다. 추 교수는 이들에게 성악 과외를 해주고, 수업마다 1인당 25만 원씩 받았다. 수업 한 번에 현금 150만 원을 챙길 수 있는 ‘고액 알바’. 추 교수는 이런 방식으로 지난해 1월까지 총 5885만 원의 현금을 챙겼다. 추 교수는 불법 과외를 넘어 심사위원으로서 부정입학에도 관여했다. 같은 해 12월, 추 교수는 윤 교수로부터 이런 연락을 받았다. “배진명(가명)을 숙대(숙명여자대학교)에 보내려 합니다. 숙대에 도움 되는 플러스알파가 있으면 부탁드립니다.” 배진명은 추 교수의 ‘마클’ 수업을 받은 학생이었다. 다음 달, 윤 교수의 청탁은 더 노골적으로 바뀌었다. “(배진명이) 숙대가 돼야 하는데, 제가 부탁드려요.“ 실기시험 응시생은 학교에서 정해준 과제곡을 준비해 불러야 한다. 그때부터 추 교수는 온전히 배진명만을 위한 맞춤형 과외를 진행했다. 추 교수가 목소리만 듣고도 배진명을 알아차릴 수 있도록 각인시키는 연습이었다. 그사이 추 교수는 숙명여대로부터 성악과 입시 외부 심사위원 요청을 받았다. 추 교수와 배 양의 은밀한 불법 과외는 2022년 1월 7일부터 14일까지 총 5번 이뤄졌다. 배 양은 실기시험 직전까지 하루 걸러 하루 꼴로 심사위원을 직접 만난 셈이다. 추 교수는 심사위원들이 써야 하는 ‘사실확인 및 서약서’를 거짓으로 작성했다. 추 교수는 “직계자녀, 친인척, 지인이 지원했느냐”는 질문에 “아니오”라고 답했다. 목소리 훈련만으로는 불안했던 걸까. 더 확실한 ‘마크’가 추 교수에게 넘어갔다. 숙명여대 실기시험 당일(2022년 1월 18일), 윤 교수는 배진명의 실기시험 평가 순번을 추 교수에게 전달했다. 덕분에 추 교수는 배진명의 목소리를 손쉽게 알아차렸다. 응시자가 133명이나 되는데도. 추 교수는 배진명에게 1등에 해당하는 최고점 93점을 부여했다. 배진명은 숙명여대 성악과에 최종 합격했다. 추 교수는 이듬해 숙명여대 입시에 또 관여했다. 이번에 합격시켜야 할(?) 입시생은 홍진명(가명). 홍 양을 상대로 한 불법과외는 2022년 9월부터 2023년 1월까지 총 6번 진행됐다. 추 교수와 윤 교수는 2023학년도 숙명여대 입시를 앞두고, 카카오톡으로 이런 취지의 대화를 주고 받았다. 추 교수 : “중대, 숙대 같이 17일 하루, 작년과 같이 가요ㅋ. 애들(부정청탁 입시생) 이름이 똑같네요.ㅎ”윤 교수 : “홍진명을 잘 평가해주세요.”추 교수 : “ㅋㅋㅋ 같은 이름 다 잘되길요.” 지난해 1월 17일, 추 교수는 숙명여대 성악과 입시 외부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이번에도 입시생 홍진명의 목소리를 알아차렸다. 140명의 응시자 중 1등에 해당하는 최고점 90점을 그에게 부여했다. 홍진명도 숙명여대 성악과에 합격했다. 이들의 부정입학 스토리는 법원 판결로 모두 드러났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8월 28일 업무방해,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추 교수에게 징역 3년과 추징금 600만 원을 선고했다. “장차 예술계에서 재능을 꽃피우겠다는 희망과 열정을 가진 수많은 학생들과 이들을 뒷바라지 하는 학부모들로서는, 피고인의 이와 같은 각 범으로 인하여 아무리 훌륭한 실력을 갖추고 있더라도 돈과 인맥 없이는 대학교 입학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또한 예술가로서 제대로 성장해 나가기조차 어려울 수 있다는 극도의 불신과 회의감, 깊은 좌절감과 허탈감을 가지게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1심 판결문 양형이유) 추 교수는 재판 과정에서 본인의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하지만 1심 판결의 양형에 불복해 항소했다. 추 교수는 안양대학교에 사직서도 제출했다. 현직 교수가 불법과외를 한 것도 모자라, 심사위원으로서 부정하게 대학에 입학시켜준 사건. 그렇다면 1심 판결 이후 숙명여대는 어떤 조치를 했을까?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김준혁 의원실(더불어민주당, 경기 수원시정)의 도움을 받아 숙명여대에 문의했다. ▲학부생 배진명, 홍진명을 대상으로 한 숙명여자대학교 입학취소처리심의위원회 구성 여부와 ▲숙명여자대학교 입학허가 취소 여부를 물었다. 숙명여대는 지난 9월 24일 아래와 같은 답변을 보내왔다. “우리대학은 이 사건과 관련된 입시자료 전부를 압수당한 상태로 사전에 관련 학생을 특정할 수 없었고, 학생 특정 및 사실 확인을 위해 검찰청 및 법원에 압수물 반환 청구를 한 바 있으나 불허된 상태입니다. 현재 2심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사실확인 절차를 위한 1심 판결등본 송부 신청 진행 중이며, 판결등본 및 해당 자료를 수령하는 대로 관련 법령 및 규정에 따라 관련 위원회 개최 등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숙명여대는 아직도 ‘부정입학자’ 배진명과 홍진명의 입학허가를 취소하지 않았다. 추 교수의 1심 선고로부터 한 달 가까이 지난 시점이었는데도, 학교 당국은 판결문조차 보지 못했다. 심지어 셜록 기자도 어렵지 않게 입수한 판결문을.  사실 입학취소 결정에 법원 판결문이 필수적인 것도 아니다.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42조의4는 ‘학칙으로 정하는 부정행위’가 있을 경우도 입학허가 취소 사유로 명시하고 있기 때문. 부정입학자 입학취소는 학교 당국의 의지만 있으면 가능한 일이다. 숙명여대는 학칙 제32조2(입학취소)에 “평가자와의 사전 접촉 등 부정한 방법으로 전형과정에 개입하여 공정한 학생 선발 업무를 방해한 경우” 입학취소를 할 수 있다고 명시해놓았다. 실례로 서울대학교는 ‘가짜 스펙’을 이용해 치의학전문대학원에 합격한 이해슬(가명)의 입학허가를 취소한 바 있다. 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에 이뤄진 조치다. 셜록은 ‘교수 엄마’의 권위를 이용해 부정하게 입시 스펙을 쌓은 이해슬의 사례를 세 편의 기사로 보도했다.(관련기사 : <논문도 봉사도 ‘대타’… 가짜 고대생, 서울대도 속였다>) 상식적으로 비교하자면, ‘가짜 스펙’을 입시에 활용한 것보다 심사위원을 매수한 것이 훨씬 무겁게 여겨진다. 그럼에도 숙명여대는 ‘부정입학자’들을 입학 취소하지 않았다. 지난해 경찰이 수사를 시작했을 때도, 올해 7월 검찰이 추 교수를 구속기소 했을 때도, 그리고 올해 8월 1심 판결이 나왔을 때도, 숙명여대는 움직이지 않았다. 교육부는 어떨까? 셜록은 지난 9월 교육부 사교육ㆍ입시비리대응 담당관에게 물었다. “사실관계가 어느 정도 확정되면, 그때는 저희도 대학 측에 공문 등을 공식적으로 보내서, ‘진행 상황은 어떻게 된 건지’ 또 ‘향후 어떻게 계획과 조치는 어떻게 할 건지’ 등을 제출하라고 해서 계속 (추후 조치를) 모니터링할 예정입니다.” 교육부 역시 아무것도 안 하는 중이다. “사실관계가 어느 정도 확정되면” “모니터링 할 예정”이라는 입장. 추 교수는 이미 재판에서 범죄 사실을 모두 인정해, 증인 한 명 부르지 않았다. 피의자가 혐의를 인정했고 실형 판결까지 나온 마당에 무슨 ‘사실관계 확정’을 기다린단 말인가. 그리고 그걸 전제로 약속한 조치가 기껏 모니터링이라니, 강 건너 불구경 수준의 태도다. 교육부의 이런 미온적인 태도는 낯설지가 않다. 셜록이 보도한 ‘가짜 고대생’ 사례에서도 똑같았다.(관련기사 : <고려대·교육부 수수방관… 여전히 빛나는 ‘가짜’ 졸업장>) 당시 장관이 “엄중한 관리·감독”을 약속했는데도, 교육부는 지난 5년 동안 부정입학자 이해슬의 고려대 입학취소 여부조차 파악하지 않고 있었다. 기자는 ‘입시 브로커’ 윤 교수에게 연락을 시도했다. 지난달 31일, 국민대학교를 직접 찾아갔다. 하지만 윤 교수를 만날 수 없었다. 당일 학교에서 만난 관계자는 “윤 교수는 이번 학기 수업이 없는 걸로 안다”고 설명했다. 학과 행정실에도 문의했다. 행정실 관계자는 “학과 사이트에 나와 있는 윤 교수 이메일로 문의하라”고 안내했다. 기자는 지난 8일 윤 교수 이메일로 서면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 이후 학교 본부에 문의한 결과, 지난 6월 윤 교수를 직위해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정입학자’들 쪽에도 접촉을 시도했다. 소셜미디어 계정을 찾아 메시지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 배진명은 2022년 2월 한 클래식 공연에 소프라노로 참여했다. 해당 공연을 주최한 공연기획사 홈페이지에 소개된 배진명의 프로필에는 “2022학년도 숙명여대 성악과 합격”이란 문구가 여전히 적혀 있다.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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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교육부 수수방관… 여전히 빛나는 ‘가짜’ 졸업장[교수 엄마와 가짜 고대생]
‘가짜 고대생’의 대학 졸업장은 무사했다. “수사 결과에 따라 조치하라”는 교육부의 방침에도 고려대학교는 입학취소 조치를 5년간 미루고 있다. 교육부도 할 말 없다. “엄중히 관리·감독할 예정”이란 장담이 무색하게, 입학취소 여부를 확인도 안 하고 세월만 보냈다. 교수 엄마의 제자들이 만들어준 ‘가짜 스펙’으로 대학에 부정하게 입학한 이해슬(가명). 교육부와 고려대가 약 5년 동안 나란히 손 놓고 있는 사이, ‘가짜 고대생’의 입학허가 취소는 아직도 이뤄지지 않았다. 교육부는 “입학허가 취소 권한은 학교의 장에 있다”며 학교로 책임을 미뤘고, 고려대는 “법원의 확정판결 이후 조치를 취하겠다”며 또 미루고 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미루기’가 부정입학자에 대한 후속조치를 막고 있다. 교육부는 2019년 3월 특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수희(가명) 성균관대학교 약학대학 교수의 딸 입학비리 관련 특별조사였다. 조사 결과, 엄마 이 교수가 ‘치과의사 딸 만들기’를 위해 대학원생들을 동원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 교수는 고등학생 딸 이해슬(가명)이 참가하는 학술대회용 연구보고서 및 발표자료(PPT)를 대학원생들에게 작성하도록 지시했다. 해슬은 그 덕에 ‘우수청소년학자상’을 받았고, 그 스펙을 활용해 2014년 고려대 생명과학부에 입학했다. 교육부는 조사 결과를 근거로 고려대에 행정상 조치를 요구했다. “2014학년도 이해슬 학생의 입시 전형자료 활용 조사결과를 통보하오니, 참고하여 향후 수사결과에 따라 후속조치를 하기 바람” 유은혜 당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이렇게 엄포를 놓았다. “특별조사 결과, 법령 등 위반이 확인된 사실에 대해서는 관련자와 관련 기관에 조속히 처분조치가 이행될 수 있도록 엄중히 관리·감독할 예정이다.” 하지만 교육부 특별조사로부터 약 5년이 흐른 현재, 고려대는 아직도 해슬의 입학취소를 결정하지 않았다.(관련기사 : <교수 엄마 덕에 ‘가짜스펙’… 고려대, 입학취소 안했다>) “해당자(이해슬)에 대한 입학허가 취소/미취소는 심의되지 않았습니다. 해당 사안은 법원의 최종 판단을 근거로 본교 학칙과 규정에 의거하여 처리할 예정입니다.”(2024. 8. 29. 고려대 입학처 답변) 왜 아직까지 해슬의 입학취소 결정을 못하는 걸까. 고려대의 설명은 이렇다. “2019년 교육부 특별조사 발표 당시, 서류 보존기한(5년)이 지나 해슬의 입시자료(2014학년도 입학)가 없었습니다. 없는 자료를 근거로 판단할 수 없으니, 법원의 확정판결을 기다려서 그 결과에 따르겠다는 입장입니다.” 두 가지 이유다. 하나는 예슬의 입시자료가 폐기돼 부정행위를 판단할 수 없다는 것. 다른 하나는 법원의 ‘확정’판결이 있어야 한다는 것. 하지만 예슬의 부정행위는 고교 시절 수상 스펙을 만들면서 일어난 일. 입시자료에 기재된 결과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 ‘과정상의 부정’은 교육부 조사와, 경찰·검찰 수사와, 법원 판결을 통해 이미 확인됐다. 고려대가 새삼 부정행위를 다시 판단할 이유도 부족하고, ‘폐기된 입시자료’를 이유 삼아 그걸 미룰 명분도 약해 보인다. 검찰은 2019년 5월 업무방해와 사기 혐의로 이 교수를 재판에 넘겼다. 딸 해슬도 함께 기소됐다. 1심 법원은 지난 7월, 이 교수에게 징역 3년 6개월, 딸 해슬에겐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피고인 이해슬은 피고인 이수희 교수로부터 위 자기소개서 및 첨부서류들을 넘겨받아 이를 2013.09.05경 ‘2014학년도 고려대학교 생명과학부’ 과학인재특별전형에 입학자료로 제출하여 최종합격하였다. 이로써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위계로써 고려대학교 소속 교수인 피해자 한○○, 정○○ 등 1차 서류전형 심사위원들의 입학심사 업무를 방해하였다.”(1심 판결문 중) 해슬이 고려대에 입학한 뒤, 엄마 이 교수는 딸의 치의학전문대학원(치전원) 진학 준비에 자신의 제자들을 또 다시 활용했다. 대학원생들은 이 교수의 지시에 따라 해슬을 위해 SCI급 논문을 대신 써줬다. 이 교수는 이들에게 실험결과 수치를 조작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이 교수의 대학원생 제자들은 해슬의 봉사활동까지 대신 해줬다. 해슬은 단독저자로 ‘대필 논문’을 국제학회지에 투고했다. 교신저자는 F 고려대 생명과학부 교수. F 교수는 이 교수의 성균관대 약대 동문이다. 해슬은 2018년 서울대학교 치전원에 합격했다.(관련기사 : <논문도 봉사도 ‘대타’… 가짜 고대생, 서울대도 속였다>) 2019년 교육부의 특별조사 결과 발표 직후, 이 교수 모녀와 관련된 세 대학 중 두 곳은 발 빠르게 후속조치를 이행했다. 교육부는 그해 3월 이미 성균관대에 이 교수 중징계(파면)를 요구했고, 서울대 치전원도 같은 해 8월 딸 해슬에 대해 입학취소를 결정했다. “법원의 확정판결이 있어야 한다”는 고려대와 달리, 성균관대와 서울대는 모두 교육부 특별조사 결과 발표와 검찰의 기소를 전후해 조치했다. 심지어 지난 7월 1심 유죄 판결이 난 이후에도 고려대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 그렇다면, 장관까지 나서 “엄중한 관리·감독”을 약속했던 교육부는 뭘 했을까? 교육부 인재선발제도관 담당자 A는 지난 22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고등교육법에 따라 입학허가 취소 권한은 ‘대학의 장’에게 있다”면서, “최종적으로 대학에서 결정할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기자가 “그동안 고려대 쪽에 이해슬 입학허가 취소 여부를 확인하고 있었는지” 묻자, A는 이렇게 답했다. “민원이 들어왔다고 해서 교육부가 (사례별로) 각각 대학에 이 학생의 입학이 취소됐는지 여부를 따로 확인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장관은 “엄중한 관리·감독”을 약속했는데도, 막상 교육부는 지난 5년간 이해슬에 대한 입학취소 여부를 확인한 적이 없다고 당당하게(?) 답변했다. 운 나쁘게(?) 걸리지만 않았더라면 성공으로 끝날 뻔한 교수 엄마의 ‘치과의사 딸 만들기.’ 올바른 의료와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목소리를 내온 ‘공정한사회를바라는의사들의모임’ 박지용 대표는 교육부의 소극적 조치를 이렇게 비판했다. “(수사 결과에 따라 후속조치를 하라는) 교육부 권고에도 고려대가 지난 5년 동안 불응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교육부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해 후속조치를 이뤄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고려대 또한 (이해슬의 입학취소 결정 문제를) 관료주의적으로 대응하는 듯해 아쉽습니다. 1심 판결만 약 5년 걸린 사건을, 3심까지 기다리겠다는 입장으로 보입니다. 대학이 자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문제인데도 법원의 판결에 책임을 넘기겠다는 것은, 스승으로서의 자격을 스스로 포기하겠다는 말과 같다고 봅니다.” 고려대가 그동안 입학취소 결정을 내린 적이 없는가, 하면 그런 것도 아니다. 고려대에는 2022년 이후 두 건의 입학취소 사례가 있다. 먼저, 이미 세상에 잘 알려진 조민 씨 사례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의 딸 조민 씨는 2022년 2월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 입학이 취소됐다. 당사자 조민 씨가 아닌, 모친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가 유죄 판결을 받은 데 따른 조치였다. 셜록이 지난 2022년 ‘유나와 예지 이야기’로 보도한 미성년 부당 저자 최지희(가명)도 고려대 의과대학 입학이 취소됐다. 최지희는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 아버지를 이용해, 아버지 동료 교수의 SCI급 논문 두 편에 부당 저자로 이름을 올렸다.(관련기사 : <셜록 보도 ‘논문 부정’ 고려대 의대생.. 결국 ‘입학취소’>) 이들에게 입학취소 결정이 내려질 때도, 이해슬은 ‘고려대 졸업장’을 그대로 지킬 수 있었다. ‘가짜 스펙’으로 얼룩진 졸업장을 가지고 그는 어떤 인생을 살고 있을까. 그의 가짜 졸업장을 고려대와 교육부는 언제까지 두고만 보고 있을까. 기자는 지난 9월 이 전 교수와는 잠깐 통화를 나눴다. 이 전 교수는 “기자”라는 소개에 “지금은 전화를 받고 싶지 않다”고 말하며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 이후 10월 21일까지 12번에 거쳐 전화를 걸었지만, 이 전 교수는 받지 않았다. 이 전 교수는 문자메시지와 전화에 응답하지 않고 있다. 이 전 교수 딸 해슬에게도 접촉했다. 지난 16일 입시비리 사건 관련 항소심 담당 법률대리인을 통해 인터뷰 의사를 전달했다. 하지만 아무런 응답을 받을 수 없었다. 해슬의 개인 소셜미디어 계정에도 메시지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결국 지난 17일, 모녀의 주소지로 찾아갔을 때도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셜록은 대필 논문의 교신저자 고려대 생명과학부 F 교수도 찾아갔다. 지난 17일, 고려대에 위치한 그의 사무실 앞에서 한 시간 가까이 기다렸지만 만날 수 없었다. 기자는 F 교수에게 다섯 차례에 걸쳐 전화를 걸고 문자메시지를 보내 반론을 받으려 시도했다. 하지만 그는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해슬이 대학원생들의 ‘대필 논문’을 단독저자로 투고하는 데 역할을 한 교신저자 F 교수는 징계를 받았을까? 고려대는 2019년 9월 교내 연구진실성위원회 조사 결과를 교육부에 보고했다. 하지만 고려대 커뮤니케이션팀(홍보팀)은 F 교수의 징계 여부에 대해서는 “특정 교원에 대한 개인정보라 답변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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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도 봉사도 ‘대타’… 가짜 고대생, 서울대도 속였다 [교수 엄마와 가짜 고대]
“항상 이렇게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상도 수상할 수 있었습니다. 논문부터 포스터, 실험까지 ㅠㅠ 정말 감사합니다.”(2016. 11. 28.) 무엇이 “이렇게” 감사한 걸까. 누가 그렇게 “항상” 도와주신 걸까. ‘가짜 고대생’ 이해린(가명)이 ‘교수 엄마’의 제자인 대학원생 A에게 이메일로 답변한 말이다. 사실 “감사하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할지 모른다. 고려대학교 합격부터 서울대학교 치의학전문대학원 입학까지, ‘숨은 조력자’들이 만들어준 ‘가짜 스펙’을 활용한 거니까. 거기다 ‘운 나쁘게’ 걸리지만 않았더라면 치과의사까지 될 뻔했으니 말이다. 지난 7월, 교수 엄마 이수희(가명)와 딸 해린은 법원에서 나란히 유죄를 선고받았다. 하지만 입시비리 사건의 주인공 해린의 이야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법원의 유죄 판결에도 해린의 고려대 입학취소 결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이 학교 당국을 통해 최초로 확인한 사실이다. 이수희 당시 성균관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는 딸 해린의 대학 입시를 위해 대학원생 제자들을 동원했다. 그들이 만들어준 ‘대필’ 보고서로 해린은 ‘우수청소년학자상’을 받았고, 덕분에 2014년 고려대 생명과학부에 입학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고려대 입학은 1차 목표에 불과했다. 이 교수의 최종 목표는 ‘의사 만들기’. 본게임(?)은 해린이 고려대에 입학한 뒤에 시작됐다. 해린이 대학교 3학년이던 2016년. 이때부터 해린은 의학 및 치의학 전문대학원 진학을 준비했다. 대입 때처럼 이번에도 교수 엄마가 나섰다. ‘2016년 학부생 연구프로그램’(교육부·한국과학창의재단 주관)에 선정된 연구과제를 해린의 ‘가짜 스펙’을 만드는 데 활용하기로 했다. 이 교수는 본인이 지도하던 병태생리학연구실 소속 대학원생들에게 지시했다. ‘스트레스 유도 동물실험’을 진행한 다음 각종 보고서를 작성하라고. 대학원생들의 연구과제와는 전혀 관련 없는 실험이었다. “대학원생들은 모두 피고인 이해린을 위한 실험이라고 알고 있었다. 2016.4경 있었던 예비실험은 대학원생 C가 한 것으로 기억되며, 피고인 이해린이 관여한 바는 전혀 없다. 피고인 이해린은 스트레스 유도 동물실험이 진행되는 동안 단 2번만 이 사건 연구실에 방문하였을 뿐 함께 실험을 한 적이 전혀 없다. 첫 번째 방문 때에는 이 사건 연구실 및 실험 도구 등을 설명해주었고, 두 번째 방문 때에는 실험을 참관하였을 뿐이다.”(1심 판결문 중 대학원생 B 진술) 심지어 이 교수는 조작도 강행했다. 실험결과 측정된 수치가 가설에 부합하지 않거나, 가설을 유의미하게 만드는 확연한 차이를 얻지 못했다고 보고, 대학원생들에게 실험 결과 수치를 조작하라고 지시했다. 학자로서의 최소한의 양심은 저버린지 오래였다. “대학원생들이 각자의 실험을 한 이후에 결과 그래프를 인쇄하여 교수님께 가져다 드렸고, 그러면 교수님은 임의의 숫자를 테이블에 직접 기재하시거나 그래프의 모양을 새로 그리셨고 이렇게 다시 그래프를 그려오라고 했다. 모든 실험을 대학원생들이 나누어 하였기에 데이터의 조작사실을 이후에 확인했고, 이에 그러한 문제점을 기록해 놓기 위해 왼쪽에는 대학원생들이 갖고 있는 raw data를, 오른쪽에는 교수님의 지시 하에 변경된 수치를 정리한 ‘스트레스 실험 총 정리’ 파일을 만들었다.”(1심 판결문 중 대학원생 B진술) 해린은 심지어 보고서를 쓸 시기에는 한국에 있지도 않았다. 그는 2016년 9월부터 교환학생으로 캐나다 밴쿠버에 체류 중이었다. 2017년 1월에야 귀국했다. 조작까지 감행된 대필 보고서. 해린은 손가락 하나 까딱 하지 않고 손에 쥔 대필 보고서를 그대로 한국과학창의재단에 제출했다. 이 교수는 해당 재단으로부터 총 800만 원의 지원금을 타먹기도 했다. 이때 이 교수는 고려대 차준미(가명)와 이화여대 안서윤(가명)의 이름을 공동연구자로 함께 넣었다. 이들도 실제로 연구를 수행하지 않은 것은 해린과 마찬가지. 특히 안서윤은 고등학생 시절 해린과 함께 ‘대필’ 보고서로 ‘우수청소년학자상’을 받은 적도 있다. 이 교수의 대학원생 제자들은 이들을 위해 ‘연구노트’도 대필했다. 이해린·차준미·안서윤이 직접 작성한 것처럼 보이기 위해, 대학원생 세 명이 돌아가면서 서로 다른 글씨체로 연구노트를 작성했다.  결국, 해린은 2016년 12월 한국과학창의재단으로부터 ‘우수연구과제상’을 수상했다. 해린은 ‘스트레스 유도 동물실험’ 결과를 요약한 학술대회용 포스터를 대한면역학회에도 제출했다. 이 역시 대학원생들이 대신 작성했다. 하지만 해린은 대한면역학회가 주관한 ‘포스터 발표’ 현장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포스터 발표는 연구 내용을 여러 패널에 부착 및 게시해 발표하는 방법을 뜻한다. 이 교수의 대학원생 제자 D와 E가 ‘대리 발표’를 했다. 규정대로라면 그들은 학회에 등록되지 않아 학회장 출입조차 불가능한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대한면역학회는 2016년 11월, 문제의 포스터에 ‘우수발표상’을 수여했다. 2017년 6월에는 고려대 주최 포스터 대회에서도 ‘우수포스터상’을 수상했다. 교수 엄마의 욕심은 끝이 없었다. 이번엔 논문이었다. 이 교수는 대학원생 제자들에게 앞선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논문을 작성하도록 지시했다. 논문 제목은 <Melatonin protects mice against stress-induced inflammation through enhancement of M2 macrophage polarization>(스트레스 생쥐 모델에서 멜라토닌이 M2 대식세포 분극화에 미치는 영향). 2017년 1월, 해린은 ‘대필’ 논문을 SCI(과학기술논문 인용 색인)급 국제면역약리학회지(International Immunopharmacology)에 투고했다. 해린이 단독저자였다. 교신저자는 고려대 생명과학부 F 교수. 교신저자는 논문의 최종본을 작성하고 승인해 학술지에 투고하는 사람을 말한다. 교신저자인 F 교수는 엄마 이수희 교수의 성균관대 약대 동문이다. F 교수는 수사기관에 출석해 이렇게 증언했다. “논문에 본인(F 교수 자신)이 작성한 부분은 없다. 피고인 이해린이 스트레스 유도 동물실험을 하고, 이 사건 논문을 써낼 수준이나 경험, 경력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피고인 이수희 교수가 많은 부분을 대신 처리해주겠거니 추측만 하였다.” 이 교수는 딸 해린의 스펙을 다방면으로 꼼꼼하게 챙겼다. 이 교수는 대학원생들이 해린의 봉사활동도 대신하게끔 지시했다. 대학원생 G는 해린을 대신해 시각장애인 점자도서 타이핑 봉사활동을 했다. 이 교수는 사례비로 대학원생 G에게 50만 원을 줬다. 해린은 이 결과물을 그대로 한 시각장애인복지관에 제출해 54시간 봉사활동을 인정받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 교수의 대학원생 제자들은 해린의 자기소개서도 손봐줘야 했다. 해린의 고려대 입시 때와 똑같았다. 결국, 해린은 2018년 서울대학교 치의학전문대학원 수시모집에 합격했다. 당시 합격생 중 SCI급 논문 제출자는 해린 포함 2명뿐이었다. 하지만 해린의 ‘대필 인생’은 영원할 수 없었다. 교육부는 2019년 3월 특별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수사기관에 수사 의뢰했다. 검찰은 2019년 5월 업무방해와 사기 혐의로 이 교수를 구속기소했다. 딸 해린도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 결과는 올해 7월 나왔다. 검찰의 기소로부터 약 5년 만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9단독(판사 김택형)는 이수희 교수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딸 이해린에겐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최근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교육부는 2019년, 성균관대학교에 이 교수에 대한 중징계(파면)을 요구했다. 서울대 치의학전문대학원도 비슷한 시기 해린에 대해 입학취소를 결정했다. 같은 해 대한면역학회는 과거 해린에게 수여한 ‘우수발표상’을 취소했다. 고려대만 아직 이해린의 입학허가를 취소하지 않았다. 다른 대학들과 학회는 이미 5년 전 이들 모녀에 대해 조치를 했는데도, 법원이 유죄 판결까지 내렸는데도 말이다. 고려대는 지난 8월 셜록에게 서면 답변서를 통해 이렇게 밝혔다. “해당자(이해린)에 대한 입학허가 취소/미취소는 심의되지 않았습니다. 해당 사안은 법원의 최종 판단을 근거로 본교 학칙과 규정에 의거하여 처리할 예정입니다.” 지난 15일, 기자는 고려대 입학처에 “지난 8월 서면 답변 이후 변동사항이 생겼는지” 문의했다. 입학처 담당자는 “서면 답변과 달라진 건 없다”고 답했다.(관련기사 : <교수 엄마 덕에 ‘가짜스펙’… 고려대, 입학취소 안했다>) 이 전 교수 모녀는 오히려 소송전으로 맞대응하고 있다. 이 전 교수는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학술지원대상자 선정을 제외하는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내용이다. 딸 해린은 서울대를 상대로 입학취소 처분에 대한 행정소송을 걸었다. 이어 대한면역학회를 대상으로는 수상취소 결정에 대한 행정소송을 시작했다. 각 소송의 1심 결과, 이들 모녀가 모두 패소했다. 해린이 “항상 이렇게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인사했던 대학원생 A. 이 전 교수의 ‘갑질’ 때문에 엉터리 실험을 하고, 실험 결과를 조작하고, 거짓 논문까지 작성해야 했던 그의 속마음은 어땠을까. 해린의 인사처럼 그렇게 훈훈했을까. “처음부터 피고인 이수희 교수가 연구계획을 수립하여 지시를 하고 그 이후 실험 수행, 연구보고서 작성, 포스터 작성 등 일체의 과정이 대학원생들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이다.”(1심 판결문 중 대학원생 A 진술) 기자는 지난 9월 이 전 교수와는 잠깐 통화를 나눴다. 이 전 교수는 “기자”라는 소개에 “지금은 전화를 받고 싶지 않다”고 말하며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 이후 10월 21일 현재까지 12번에 거쳐 전화를 걸었지만, 이 전 교수는 받지 않았다. 기자는 다른 번호로도 이 전 교수에게 연락을 시도했다. 지난 15일 해린의 고려대 입학취소가 이뤄지지 않은 사실에 대한 입장을 문자메시지로 물었다. 하지만 이 전 교수는 문자메시지와 전화에 응답하지 않고 있다. 이 전 교수 딸 해린에게도 접촉했다. 지난 16일 입시비리 사건 관련 항소심 담당 법률대리인을 통해 인터뷰 의사를 전달했다. 하지만 아무런 응답을 받을 수 없었다. 해린의 개인 소셜미디어 계정에도 메시지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결국 지난 17일, 모녀의 주소지로 찾아갔을 때도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셜록은 대필 논문의 교신저자 고려대 생명과학부 F 교수를 찾아갔다. 지난 17일, 고려대에 위치한 그의 사무실 앞에서 한 시간 가까이 기다렸지만 만날 수 없었다. 기자는 F 교수에게 다섯 차례에 걸쳐 전화를 걸고 문자메시지를 보내 반론을 받으려 시도했다. 하지만 그는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고 있다.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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