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윤석열은 태종, 한동훈은 세종”… 더 읽기 힘들었다 [윤석열을 감옥으로 20화]
이 시국에 교보문고에서 <73년생 한동훈>(심규진, 새빛, 2023년)을 샀다. 비상계엄 사태 후 “이랬다가 저랬다가 왔다갔다” 말을 바꾸고, 총리와의 위헌적 공동 국정운영 발표를 한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그후 ‘인간 한동훈’이 더 궁금해졌다. 고난은 서점에서부터 시작됐다. <73년생 한동훈>은 조국 전 의원이 쓴 <디케의 눈물>, 참여정부 정책실장을 지낸 이정우가 쓴 <노무현과 함께한 1000일> 사이에 놓여 있었다. 표지에 ‘한동훈’이 새겨진 책을 사려니 괜히 주변 눈치가 보였다. 응원봉을 든 수만의 시민이 매일 밤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를 에워싼 채 “윤석열을 탄핵하라”, “국민의힘 해체하라”를 외치는 요즘 아닌가. 책을 집어들기 전 주변부터 살폈다. 보는 사람이 없는 틈에 <73년생 한동훈>을 들고, 재빨리 계산대로 향했다. ‘계산원이 이상하게 보면 어쩌지?’ 불온서적이나 ‘19금 도서’를 사는 것도 아닌데, 자기검열이 저절로 작동하다니. 망설이다 무인계산대에서 직접 결제하는 방법을 택했다. 책을 가방에 넣고 용산역 인근 스타벅스로 향했다. 지난 11일의 일이다. 여러 사람이 함께 이용하는 카페의 넓은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73년생 한동훈>을 올려놓자, 오른쪽에 앉은 20대로 보이는 여성이 내 얼굴을 쳐다봤다. 눈빛이 이상했다. 나는 재빨리 제목이 보지 않게 책을 뒤집었다. 이번엔 옆자리 20대 여성의 눈이 책 뒷표지에 적힌 문구에 고정됐다. “2024년 한국 정치 빅뱅, 신개념 신세대 보수 한동훈이 온다!” 진퇴양난. 난 목에 두른 목도리로 풀어 책을 덮고, 음료를 주문하러 카운터로 갔다. 커피 한 잔 시켜놓고 본격적으로 인간 한동훈을 탐구하는 시간. 서점에서의 난관, 옆 사람 눈빛에서 느껴진 난처함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진정한 난해함은 책에서 튀어나왔다. 저자 심규진 스페인 IE대학교 교수는 국민의힘 산하 여의도연구원 테이터랩 실장으로 일한 적 있다. 정치적 편향은 예상했으나, 윤석열-한동훈을 향한 찬양고무가 이 정도일 줄이야. 서두에 등장하는 ‘정치인 한동훈’에 대한 설명을 보자. “강남 8학군 출신이고, 경제적, 문화적, 지성적인 결핍 없이 유복한 환경에서 바른 가치관과 반듯한 매너를 체화한 듯 보이는 그의 배경은 분명한 강점이다. 한마디로 대한민국 교육 시스템의 최고 아웃풋이라고 할 수 있는 지덕체를 갖췄다는 것이다.” 내용은 이렇게 이어진다. “요즘말로 풀어보자면, 비판적 지성과 젠틀한 인품, 세련된 스타일 모든 면에서 빠질 것이 없는 ‘엄친아’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너무 좋게만 쓰면 오히려 거부감이 드는 법. 계속 읽어야 하나? 일단 페이지를 더 넘겼다. 찬양에 더해 이번엔 한참이나 빗나간 예측이 독서 몰입을 방해했다. 이 책은 2023년 12월 20일 세상에 나왔다. 한국 정치가 워낙 다이내믹해 정국을 예측하는 건 어렵지만, 전문가라면 이걸 감안해 발언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책이 나온 그 즈음, 윤석열-한동훈의 브로맨스는 이미 파탄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책에는 이런 내용이 나온다. “한동훈은 최고 권력인 대통령과의 두터운 브로맨스 서사, 1970년대생의 젊음, 이준석이 보여줬던 어떤 말싸움에도 지지 않는 민첩한 언변, 오세훈처럼 신사 같은 매너와 태도, 그리고 홍준표와 같은 확고한 이념적 선명성과 대야투쟁력을 모두 겸비하고 있다. 아마 그 자신도 누구보다 자신의 강점을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한동훈은 2024년 봄부터 ‘비윤계 핵심’으로 자리매김했고, 비상계엄 사태 후 홍준표 대구시장은 입만 열면‘한동훈 탈당’을 요구하고 있다. 발간 1년도 안 돼 책 내용이 ‘올드’해지고 말았다. 심규진 교수는 “세종은 과연 아버지 태종으로부터 안전하고 무탈하게 권력을 상속받은 것일까?”라고 물으며, 윤석열을 조선시대 태종, 한동훈을 세종에 비유하면서 권력의 속성을 설명하기도 한다. 심복은 물론이고 외척까지 ‘처단’한 태종의 결단과 덕에 세종이 강력한 왕권을 기반으로 성군이 됐다는 잘 알려진 이야기. 저자는 책에 이렇게 적었다. “사실상 보수진영의 적자, 윤석열의 후계자로 입지가 굳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동훈의 차기 집권은, 역사적인 전례를 찾아 보자면, 태종의 유훈을 물려받은 보수의 ‘세종시대’를 예감케 하기도 한다.” 저자는 윤석열(태종)의 담금질을 견뎌야 한동훈(세종)이 더 좋은 정치인으로 거듭난다고 주장하는 듯한데, 조선이 아닌 대한민국의 현실은 정반대다. 윤석열은 가족을 처단하긴커녕 “아내 한 명 지키려다 나라를 말아먹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니 말이다. 심규진 교수는 ‘리더십이란 스킨십, 배신을 당하지 않는 윤’이란 챕터에서 윤석열을 이렇게 평가한다. “윤석열의 인간미는 넉넉한 낙천성에서 나오는 것 같기도 하다. 사시 9수를 해도 낙천적이었고 친구들 술자리며 결혼식 함잽이까지 다 챙겼다는 일화들은 유복하고 화목한 가정에서 좋은 교육과 사랑을 많이 받고 자라난 사람 특유의 ‘안정감’을 나타내는 것 같다.” 아직 ‘어, 이게 뭐지?’ 반문하기는 이르다. 내용은 이렇게 이어진다. “술 좋아하고 사람 좋아하는 사람, 먹는 거 좋아하는 사람을 미워할 수 없는 한국적 정서도 무시할 수 없다. 시장통을 다니면서 유세를 하던 윤의 시장 먹방을 보면서 뭔지 모르게 힐링되는 느낌을 받았다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면 말이다.” 책에는 이런 대목도 나온다. “아울러 윤석열이 가지고 있는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은 요리 만드는 걸 즐기는 디테일한 감수성과 센스다. 보통 꼰대를 면치 못하는 구태 정치인들은 가부장적 사고에 젖어 있고 군대식 위계 질서에 익숙해 시대 트렌드를 못 따라간다.” 이쯤 왔으면 그만 책을 덮는 게 좋지만 진도를 좀 더 나갔다. 내란수괴 윤석열 때문에 한국의 위상이 땅에 떨어진 지금, 결국 책에서 이런 내용까지 보고 말았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가장 높이 올라갔을 때는 미국 순방 당시 ‘아메리칸 파이’를 부르고 영어 연설을 했을 때였다. 윤 대통령의 정확한 딕션과 화통한 발성은 대중적 관심과 호감을 증대하는 매우 큰 요소이다. 평소 영어 콤플렉스, 미국 콤플렉스가 심한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드디어 노인 대통령이 아닌 큰 국제 무대에서 당당하게 기죽지 않게 멋진 연설을 하는 대통령을 보면서 ‘국뽕’이 찬 것은 당연한 일이다.” <73년생 한동훈>을 어느 정도 읽고 스페인에 있는 저자 심규진 교수에게 인터뷰 요청 메일을 보냈다. 답장은 오지 않았다. 심 교수는 페이스북에 ‘광기의 시대’ 등의 글을 올리며 윤석열 탄핵 반대 의견을 밝히고 있다. 윤석열-한동훈의 브로맨스는 오래전에 깨졌듯이, 심 교수의 한동훈 찬양도 오래 안 갈 듯하다. 심 교수는 윤석열 탄핵을 찬성한다는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을 비판하는 글을 11일 페이스북에 올리며 이런 말도 했다. “사실상 이성적인 판단이 불가한 군중의 광기가 흘러 넘치는 이 시점에 여론재판식의 탄핵몰이에 찬성하는 것은 정치적 원칙, 도의 그리고 정치적 신뢰에 어긋나는 일이라는 점..”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는 윤석열 탄핵 찬성 의사를 밝혔다. 국회의 14일 대통령 탄핵안 표결 이후, 태종과 세종으로 비견된 윤석열-한동훈은 어떤 길을 가게 될까? 정치가 유독 다이내믹한 한국이니 예측이 쉽지 않다. 하지만 <73년생 한동훈>을 쓴 심규진 교수라면, 단순하고 간단하며 아주 거친 예측을 해버릴 것만 같다. 틀리든 맞든, 내용에 깊이가 있든 없든 말이다. 박상규 기자 comune@sherlockpress.com ※ 이 콘텐츠는 진실탐사그룹 셜록과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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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윤석열 변호인단 비용은? “국고 쓰면 위법” [윤석열을 감옥으로 14화]
윤석열이 변호인단을 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2.3 내란 사태의 피의자로 내란수괴(우두머리) 혐의를 받고 있기 때문. 윤석열이 여전히 법적으로 대통령직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 변호사 선임 비용을 둘러싼 논란이 예상된다. 법조계는 “대통령의 형사사건 법무비용은 사비로 지출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10일 윤석열이 김홍일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중심으로 하는 변호인단을 꾸리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김 전 위원장 등 윤석열과 친분이 있는 법조인들에게 지난 9일부터 연락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변호인단은 김 전 위원장을 중심으로 5~6명의 변호사로 구성될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내란수괴 혐의를 받는 대통령의 변호사 비용은 국민 세금으로 지불해야 하는 걸까. 변호사들은 “대통령의 형사사건 법무비용은 사비로 지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대통령이 개인으로서 꾸린 형사 변호인단이라서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소송에 대한) ‘변호사 보수규정’이 적용될 수 없습니다. 해당 규정과 별개로 형사사건의 변호인은 대통령 개인 비용으로 지출해야 하는 거죠. 다른 정치인의 경우에도 본인 형사사건에선 변호사 비용을 사비로 지출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서성민법률사무소 서성민 변호사)“이번 경우는 대통령으로서 적법하게 권한을 수행하다가 발생한 일이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대통령 본인이 변호사 비용을 부담을 해야 하는 겁니다. 국고를 쓰면 위법이 되겠죠. 대표적인 예로, 회사 대표이사들이 개인적인 문제와 관련해서 변호사 비용을 회사 돈으로 사용했다면 법원이 횡령으로 보는 판단이 나옵니다.”(법무법인 예율 최용문 변호사) 2016년 탄핵 심판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도 변호사 선임 비용을 사비로 해결했다. 당시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변호사 비용은 특수활동비가 아닌 사비로 낸다”고 밝혔다. 변호인 선임이 박 대통령 업무 차원이 아니라 박 대통령 개인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의미였다. 앞서 노무현 전 대통령도 2004년 탄핵 심판 당시 변호사를 선임하면서 선임료를 사비로 지불했다. 이번 변호인단의 중심으로 지목된 김홍일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김 전 방통위원장은 윤석열 정권에서 국민권익위원장(2023. 7. ~ 2023. 12.)과 방통위원장(2023. 12. ~ 2024. 7.)을 연이어 역임했다. 지난 대선 때엔 윤석열 캠프에서 정치공작진상규명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김 전 위원장은 1982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1986년부터 검사로 일했다. 대구지방검찰청 검사로 시작해 사법연수원 부원장(2008년)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2009년)을 거쳤다. 2011년 부산고등검찰청 검사장을 마지막으로 검사 옷을 벗은 후(2013년)엔, 법무법인 세종에서 고문변호사로 일했다. 이번 변호인단에 윤석열 부인 김건희 씨 변호를 맡았던 최지우 변호사(법무법인 자유)도 거론되고 있다. 최 변호사가 변호인단에 합류할지는 아직 논의 중이다. 법무법인 자유 직원 A씨는 1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대통령 변호인단 합류 여부에 대해 “아직 정해진 건 없다“고 답변했다. 최 변호사는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실 행정관 출신으로, 김건희 씨가 연루된 명품가방 수수 의혹 사건 등을 대리하고 있다. 최 변호사는 KTV의 민간인 형사 고소 사건도 대리하고 있다. KTV(한국정책방송원)는 지난해 11월 김건희 씨 관련 영상을 주로 제작한 유튜버 ‘건진사이다’를 저작권법 위반으로 형사고소했다. 2007년 KTV 설립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기자는 변호인단 선임과 관련한 입장을 듣고자 대통령실에도 연락했다. 정혜전 대통령실 대변인에게 수차례 전화를 시도했지만 받지 않았다. 카카오톡과 문자메시지로 “변호사 선임 비용을 윤석열 사비로 지불하는지” 물어봤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 김홍일 전 방통위원장에게도 반론을 요청했다. 김 전 위원장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문자메시지로 변호사 비용 문제 등을 질의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한편, 경찰 특별수사단은 11일 오전 11시 59분경 용산 대통령실 압수수색을 시작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 최초로 출국금지 조치를 당한 상황이다.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 ※ 이 콘텐츠는 진실탐사그룹 셜록과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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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에 ‘격노’한 대학가… “민주주의 적을 심판대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사태에 분노한 대학생들이 거리로 나왔다. 6일 오전 11시 대학생 총학생회 연합단체인 ‘한국대학총학생회공동포럼(이하 총학생회공동포럼)은 서울 서대문구 신촌 스타광장 앞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고려대, 서강대, 연세대, 이화여대,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 7대 대학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재학생 포함한 50여 명이 참석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반헌법적이고 비민주적인 비상계엄 규탄한다!”“헌정질서 회복을 위해 윤석열 대통령과 계엄 관계자들의 책임을 요구한다!” 대학생들은 지난 3일 오후 10시 30분경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윤 대통령을 규탄하고, 핵심 관계자들에게 책임을 요구하기 위해 한목소리로 외쳤다. 학생들은 현재 국가 상황에 대해 여과없이 비판했다. 윤서진 한국과학기술원 학부 총학생회장은 “법치국가의 근간인 헌법의 정당성이 위협받고 있다”며 “이를 온전히 비판하고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총학생회공동포럼은 윤 대통령을 규탄하는 목소리를 함께 내달라고 학생들을 향해 호소했다. “학생사회는 불의에 항거하려는 목소리에 함께해야 한다. 모든 민주주의의 적을 역사의 심판대에 세우기 위해 총궐기를 할 때다.”(백범준 고려대학교 총학생회 중앙집행위원장 ) 비상계엄령 사태 이후, 대학가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국선언이 전국으로 거세게 번지고 있다. 지난 4일 서울대·연세대·고려대·서강대·성균관대·한양대·이화여대·경희대·서울시립대·동국대 등이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다음 날인 5일 숙명여대와 서울여대 학생들도 시국선언문을 발표해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를 규탄했다. 대학생들은 시국선언에서 그치지 않고, 거리로 나설 예정이다. 전국 20여 개 대학 학생들은 오는 7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열린송현광장에서 ‘윤석열 퇴진 대학생 시국대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한국대학총학생회공동포럼 합동 기자회견 참가자 일문일답] Q. ‘비상계엄’ 선포 당시 어떤 ‘일상’을 보내고 있었습니까? 조현서(연세대 천문학과 22학번)“저는 이과대 학생회장이라서요. 학교에서 비상 대기하면서 휴교나 그런 공지 나올까봐 대기하면서 있었어요.” 박서림(이화여대 총학생회장)“지금 (교내) 총학생회 선거 투표 기간이라 학교에 있었어요. 학교에 계셨던 학생 분들이랑 다들 놀랐죠. 이게 무슨 일인지 파악도 안 되니까 당황스럽고. 흔하게 일어나는 일은 아니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말도 안 된다고 분노하는 학생들도 있었고요.” Q. 당시 상황을 생중계를 통해 지켜봤습니까? 조현서(연세대 천문학과 22학번)“일촉즉발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문을 두드리고 했던 상황이 국회 본회의장 바로 앞까지 왔다는 얘기잖아요. 그래서 회의가 진행이 순조롭지 못하고, 지연되는 상황이었고. 밖에서는 또 소화기가 뿌려지는 상황이었으니까요. 그 안까지 밀고 들어오면 사실 표결이나 의결은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에 긴장하면서 지켜봤었죠.” Q. 윤석열 대통령은 새벽 4시 30분 ‘계엄 해제’를 발표했습니다. 당시에는 어떤 기분이었습니까? 김도현(연세대학교 천문학과 21학번)“사실 계엄령 선포 자체도 원래는 국무회의 통과가 우선인데, 그 절차 자체가 무시된 채로 계엄령이 내려지고 했으니까 사실 걱정이 많이 됐죠. 국무회의에서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통과가 됐지만, 해제가 될까 걱정이 많았고. 특히 가결하고 3시간 가까이 시간을 끌고 대국민 담화가 나오고, 그때도 ‘해제됐다’가 아니라 ‘국무회의를 할 예정이다’였으니까요. 해제 기사가 나기 전까지는 뜬눈으로 보냈어요.” 송현지(서강대학교 23학번)“(‘계엄선포’ 한 게) 더더욱 의구심이 생기는 거예요. 정말 자신의 판단적 오류로 이런 일을 벌인 건지, 아니면 3시간 동안 계엄을 통해 얻고자 하는 무언가가 있었는지 의문스러웠어요. 또, 3시간 만에 풀렸지만, 경제·정치적인 파장이 엄청났잖아요. 그걸 도대체 어떻게 수습하려고 이런 일을 벌였는지 더 궁금하더라고요.” 조현서(연세대 천문학과 22학번)“저는 사실 계엄 해제가 안 될 줄 알았어요. 어차피 계엄령을 내린 시점부터 헌법을 어겨버렸는데, ‘갈 데까지 가보자’ 그런 생각일 줄 알았어요. 퇴로가 없으니까요. 그래도 다행히 해제가 돼서….” Q. ‘긴급재난문자’가 오지 않은 상황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했습니까? 송현지(서강대학교 23학번)“전시 체제에 준하는 상황이 발생해야 비상계엄을 발표할 수 있는 건데, 전시 상황이 아니라서 문자를 보내지 않았다는 건 말 그대로 모순적이죠.“ Q. 이후 정부 대처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셨습니까? 김도현(연세대학교 천문학과 21학번)“언제나 정치판은 그랬다는 느낌이에요. 아무래도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당장 눈앞에 있는 이득, 당장 당 위치가 안 좋아지는 이런 것들에 목매기보다는 조금 더 생각해줬으면 좋겠어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의 미래라든가 대한민국 국가의 미래에 대해서요. 그리고 어떤 결정이 옳은 결정일지 당마다 잘 생각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조현서(연세대 천문학과 22학번)“절대 납득할 수 없죠.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대한민국 정치, 경제에 어떠한 파장을 미칠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처럼 느껴졌어요. 또, 2024년에 한강 작가님이 노벨문학상을 받았는데,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게 너무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는 생각이 들고요. 이후에도 지금까지 사과 한마디 없고, 책임을 지려는 노력 없이 자리를 유지하는 것을 보면 황당하죠. 앞으로 어떻게 이 상황을 수습할 건지에 대한 대책도 내놓지 않는 게 이해할 수 없어요.” Q. 이번 일을 계기로 ‘개인적인 변화’가 있었습니까? 우수진(서강대학교 종교학과 23학번)“개인적으로 정치를 잘 몰랐어요. 우파, 좌파, 보수, 진보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공부만 하는 학생이었어요. 이번 계엄령 선포를 보자마자 어떤 이념적인 대립을 넘어서 지금껏 인류가 쌓아온 토대 자체를 파손해버리는 행위처럼 느껴지더라고요. 역사를 돌이켜보면 비상계엄이라는 명분 아래 얼마나 무고한 사람들이 피를 흘리며 죽어갔는지 알 수 있어요. 비상계엄이 ‘정치적인 수단’으로 전락한 것을 보면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정말 제대로 퇴보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개탄스러웠어요. 이번 일을 계기로 ‘정치나 국가 이념이 절대 일상생활과 동떨어져 지낼 수는 없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학생 시국선언과 기자회견이 열리는 동시에, 대학가에는 대자보 릴레이도 이어지고 있다. 이화여자대학교 학내에도 총학생회, 단과대 학생회, 동아리 등이 게시한 릴레이 성명서가 벽면에 붙어 있다. 학생들은 포스트잇에 자신의 의견을 덧붙이기도 했다. 6일 오후, 포스트잇을 붙인 한 이화여대 재학생(정치외교학과 22학번)과 짧게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비상계엄이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공포가 있었다”며, “1980년대로 돌아가는 건가 하는 공포감이 밀려왔다”고 말했다. 이후 “비상계엄 상황에서 어떤 것들이 제한될 수 있고, 어떤 일들이 벌어질 수 있는지 찾아보면서 더 공포를 체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Q. 어떻게 소식을 접했습니까? “저는 집에 있었는데요. 소식을 SNS에서 처음 접했어요. 처음 봤을 때는 진짜 북한이 쳐들어왔구나 생각했죠. 그런데 다른 이야기가 있었더라고요. 그래서 되게 당황스러웠고, ‘이게 지금 2024년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인들 중에는 바로 국회로 달려가서 계엄군 진입을 막은 분들도 있었어요. 저는 현장 상황을 집에서 지켜보던 입장이었는데, 거기로 바로 향하지 못하고 망설였다는 데에 조금 부끄러움을 느꼈던 것 같아요.” Q. 포스트잇에 무슨 문구를 작성했습니까? “부역하지 말고 편승하지 마라. 부역하지 말라는 건 부당한 명령에 저항할 줄 알았으면 하는 마음에 썼고요. 편승하지 말라는 우리 동료 시민들이 1980년대 민주화 열사들이 만들어놓은 평화에 편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적었습니다.” Q. 이번 일이 어떤 개인적인 변화를? “저는 사실 사회운동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참여는 하지 않는 ‘소시민’이었어요. 그런데 이번 일을 계기로 학교가 진행하는 기자회견이나 토요일 집회 현장에 나가는 등 힘이 닿는 대로 참여를 해보려고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김연정 기자 openj@sherlockpress.com조아영 기자 jjay@sherlockpress.com ※ 이 콘텐츠는 진실탐사그룹 셜록과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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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총 멘 군인이 케이블타이로 결박… “계엄군 떠올라”
청년들이 국방부 후문 앞에 모였다. 그곳에는 또 다른 사람들이 지키고 있었다. 검은 제복의 사내들. 소총을 메고 무장한 모습이었다. 삼엄한 경계 너머 외딴 섬 같은 건물이 서 있다. 청년들은 그날 보이지 않는 선을 넘을 작정이었다. 백륭(22, 남) 씨 등 네 명의 청년은 지난 4일 대통령 집무실로 향했다. 대통령에게 면담 요구하기 위함이었다. 그들이 발걸음을 떼자마자, 그들의 계획은 금세 좌절됐다. 양손이 뒤로 꺾이고 케이블타이에 묶인 채 경찰서로 끌려갔다. 청년들 중 가장 선두에서 달린 백 씨는 그날을 이렇게 기억했다. “군사경찰로 추정되는 사람이 총을 (몸) 앞으로 갖다 대면서 옆으로 확 쳤어요. 그러니까 옆에 주차돼 있던 차에 부딪혀서 앞으로 넘어졌어요. 그는 후문으로부터 약 70m 떨어진 곳에서 붙잡혔다. 뜨거운 아스팔트에 얼굴이 뭉개졌다. 까만 제복에 검은 조끼를 입은 남자는 단숨에 백 씨의 등에 올라타 팔을 뒤로 꺾고, 머리와 등을 짓눌렀다.남자는 “왜 왔냐”며 윽박질렀다. “케이블타이 꺼내!” 남자의 단호한 목소리. 옆에 있던 소총을 멘 사내가 손목을 뒤로 고정했다. 케이블타이였다. 저항할수록 통증이 느껴졌다. 백 씨는 그때부터 구호를 외쳤다. “김건희를 특검하라! 거부권 남발 중단하라!” 마침 점심시간이었다. 눈앞에 점심을 먹으러 나온 사람들이 걸어다니고 있었다. 점점 더 많은 사내들이 달라붙었다. 장갑차 여러 대가 도착하더니 양복을 입은 남자들이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네 명의 사내들은 그를 일으켜 세워 후문을 빠져나갔다. “그때 양복 입은 사람들(경호원으로 추정)한테 저를 넘겼거든요. 그러면서 ‘테이저건 준비해. 얘(백 씨) 뒤로 뛰어가면 쏴라.’ 이런 식으로 지시하더라고요. 문을 통과하자 발길질이 쏟아졌다. 벽을 보고 무릎을 꿇고 있으라는 것. 위에서 체중으로 짓누르는 이들도 있었다. 결국 쪼그려 앉았다. 양복 입은 남자들은 백 씨의 사지를 들어 스타렉스 승합차에 태웠다. 차 안에는 구한이(29, 여) 씨가 먼저 타고 있었다. 옷이 벗겨져 한쪽 팔에 걸쳐져 있는 모습이었다. 그는 후문에서 30m 떨어진 곳에서 제압됐다. 그를 붙잡고 끌고 가는 과정에서 구 씨는 속옷이 그대로 노출된 채 차에 태워졌다. 현장에는 지나가는 시민들, 군인, 경호원, 경찰들이 있었다. 윤겨레(20, 여) 씨는 진압 과정에서 다리에 멍이 들었다. 그 역시 무릎에 등이 눌리고, 머리가 바닥에 짓눌렸다. 말이 안 나올 정도의 무게였다. 윤 씨의 손목에도 케이블타이가 채워졌다. 이들은 그 상태로 용산경찰서로 끌려갔다. “윤석열 대통령이 24번째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김건희 특검법이랑 채상병 특검법이 통과 안 됐어요. 2년 반 동안 (거부권) 24번이라는 숫자가 정말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서 국민들의 목소리를 전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면담 요청 하려고 간 거죠.” 이들은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회원들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일 김건희특별검사법을 비롯한 3개 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이로써 24차례 거부권이 발동됐다. 지난달 엠브레인퍼블릭 등 4개 조사기관이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김건희 특검법’에 65%가 ‘찬성한다’고 답변했다. 지난 6월 여론조사꽃이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62.1%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권력 남용’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계획대로라면 면담요청서 전달하면서 면담하고 싶다 요구하는 거였죠. 그런데 몇 발 떼지도 못하고 붙잡혀서 바로 끌려간 거예요. 달렸다는 이유로요.”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국방부 영내는 ‘경호구역’에 해당한다. 당시 국방부 후문은 서울경찰청 202경비단과 국방부 근무지원단 50군사경찰대 소속 군인들이 지키고 있었다. 케이블타이로 청년들의 손목을 결박한 건 군사경찰이었다. 이날의 진압에 대해 두 가지 문제가 제기된다. 첫째, 제압은 ‘최소한의 범위’에서 이루어졌는가. 대통령실 진입을 시도했던 이들은 총 4명. 각 서너 명의 병력들이 달라붙어 청년들을 끌어냈다. 현수막을 펼치거나 구호를 외친 것도 아니었다. 국방부 영내에 뛰어들었다는 이유로 아스팔트에 얼굴이 짓눌리고, 팔이 뒤로 꺾이고, 손목이 케이블타이에 묶였다. 백 씨는 포박 과정에서 “계엄군이 떠오르기도 했다”며 분노했다. 최석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 변호사는 과정상의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맨몸으로 들어가 아무 폭력행위도 하지 않는 이들에 대해 물리적으로 제압한 상황이 의문스럽다”며, 특히 “어떠한 장구로 사람들을 무조건 묶어도 되는가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판단이 필요해 보인다”고 꼬집었다. 둘째는 ‘케이블타이’가 군사경찰장비로 구분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군사경찰의 직무수행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는 군사경찰장구가 명시돼 있다. 수갑, 포승, 경찰봉, 전자충격기, 전자충격총, 방패, 헬멧 등 보호장구 및 고무탄총까지. 여기에서 케이블타이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에 ‘과잉진압’ 논란을 피하려고 수갑 등의 장구가 아닌 케이블타이라는 ‘비공식 장구’를 쓴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못 들어가게 제지를 할 수는 있는데, 수단이 과도했다는 부분은 부정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본인들이 사용할 수 있는 다른 장구들이 있을 텐데, 케이블타이로 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죠.” 박석진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활동가도 같은 지적이다. 그는 “케이블타이는 일할 때 사용되는 것이지 상식적으로 사람한테 쓰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후문을 지키고 있는 경비 병력의 수가 (청년들보다) 더 많았을 텐데, 상식적이지 않은 도구로 사람을 묶었다는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비상식적인 도구로 사람을 묶은 사건. 몇 해 전 크게 이슈가 됐던 이른바 ‘외국인보호소 새우꺾기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2021년 모로코 난민 A 씨는 외국인보호소에서 손발이 뒤로 묶인 채 독방에 갇혀 있었다. 이 사실이 논란이 되자 법무부는 “법령에 근거 없는 방식(‘새우꺾기’)의 보호장비 사용행위, 법령에 근거 없는 종류의 장비 사용 행위 등 인권침해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A 씨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 나섰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5월 “강제력을 행사할 때 사용할 수 있는 보호장비로 케이블타이나 발목 수갑, 박스테이프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며 “법령에 근거가 없는 방식으로 장비를 사용한 행위는 위법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1심 재판부는 이날 국가가 1000만 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2002년 헌법재판소도 “과도한 계구사용은 신체의 자유, 나아가 인간의 존엄성의 침해가 될 수 있다”며, “과잉금지의 원칙에 반(反)하지 않아야 한다”는 결정을 한 바 있다. 계구(戒具)란 ‘피고인이나 죄인이 도주, 폭행, 소요 또는 자살을 할 우려가 있을 때에 이를 억제하기 위하여 쓰는 기구’를 통틀어 말한다. “포승, 수갑 등을 사용한 신체의 결박은 자연스러운 거동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매우 불편하게 만들 뿐 아니라 종종 심리적 위축까지 수반하며 장시간 계속될 경우 심신에 고통을 주거나 나아가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고 사용하는 방법에 따라서는 인간으로서의 품위에까지 손상을 줄 수도 있다.”(헌법재판소 2004헌마49 판결 2005. 5. 26. 일부) “(일련의 사건을 겪으면서) 진짜 갈 데까지 갔다, 이 정권은 정치적인 목소리 내는 국민들을 무차별하게 탄압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입틀막’은 윤석열 정부의 상징이 됐다. 강성희 당시 국회의원(진보당, 전주을)은 지난해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에서 대통령경호처 경호원들에 의해 입이 틀어막힌 채 들려 나갔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졸업생 신민기 씨도 지난 2월 학위 수여식에서 R&D(연구개발) 예산 관련 구호를 외치다가 경호원들에게 끌려 나갔다. 지난해 대통령 경호처가 용산어린이정원에 일부 시민의 출입을 제한하고, 압수수색에 가까운 과도한 소지품 검사를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관련기사 : <대통령경호처 “용산어린이정원 출입금지, 우리가 요청했다”>) 한국대학생진보연합 단체는 오늘(17일)로 27일째 국회의사당 앞에서 농성하고 있다. 백 씨는 “윤석열 정권이 위기를 느끼고 대학생들의 목소리까지 틀어막은 게 아니냐”며,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발의될 때까지 농성장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한편, 국방부는 이번 사건에 대해 절차에 따랐을 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국방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지난 8일, “경계 근무자가 폭력을 가했다는 대학생들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케이블타이 사용 근거에 대해서는 “더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용산경찰서 역시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김연정 기자 openj@sherlockpress.com ※ 이 콘텐츠는 진실탐사그룹 셜록과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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