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김용현이 막은 시민들의 완승… 법원 “출입거부 무효” [우상의 정원]
시민들의 완승이다. 일부 시민들을 상대로 한 용산어린이정원 출입거부 조치가 법원의 판단으로 무효가 됐다. 이들의 정원 출입을 거부하도록 요청한 기관은 대통령경호처였다. 당시 대통령경호처장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다. 서울행정법원 제7부(재판장 이주영)는 ‘용산어린이정원 출입거부처분 무효확인’ 소송 판결에서 “피고가 2023년 7월 10일 원고 김수형, 2023년 8월 2일 나머지 원고들에 대하여 각 한 용산어린이정원 출입거부 처분이 무효임을 확인한다”고 19일 선고했다. 용산어린이정원이 정당한 사유 없이 대통령경호처의 요청으로 일반 시민의 정원 출입을 막은 건 부당하다고 본 것이다.  당시 대통령경호처장은 이번 12.3 내란사태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시민들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한 지 약 1년 2개월 만에 나온 결과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지난해 8월, 윤석열 대통령 부부 ‘색칠놀이’ 프로그램을 소셜미디어에 알린 시민단체 대표와, 그와 동행한 용산 주민 5명이 용산어린이정원 출입을 거부당한 사실을 최초로 보도한 바 있다.(관련기사 : <‘윤석열 색칠놀이’ 제보자들, 용산정원 출입금지 당했다>) 이후 출입거부 시민이 최소 23명 더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용산어린이정원 출입을 거부당한 김은희 ‘온전한생태평화공원조성을 위한 용산시민회의’(이하 용산시민회의) 대표 등 4명은 지난해 10월, LH를 상대로 ‘출입거부 무효 확인’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하 민변) 소속 공동변호인단이 이번 행정소송을 대리했다. LH는 국토교통부로부터, 용산어린이정원을 포함한 용산 미군기지 반환부지에 대한 유지 관리 및 운영을 위탁받은 주체다. 대통령경호처는 “용산어린이정원은 대통령 경호구역”이라는 이유로 관여하고 있다. 이날 선고 재판에서 이 재판장은 LH의 정원 출입거부 조치에 대해 “단지 ‘관련기관’의 요청만으로 일방적인 입장 제한이 가능함으로써 (…) ‘용산공원조성 특별법’ 제20조에 의해 규정 취지, 그리고 이 법의 위임 범위를 벗어난 것이고, 법률상 근거 없는 국민의 기본권 제한으로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LH는 용산 반환부지 임시개방구간 관람 규정 제5조(관람신청 및 입장) 6항에 근거해 일부 시민들의 출입거부 조치를 정당하게 했다고 주장해왔다. 용산 반환부지 임시개방구간 관람 규정 제5조(관람신청 및 입장) 6항“관련기관의 요청이 있을 경우 예약신청 또는 현장접수를 받은 대상자의 출입을 제한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재판장은 “피고는 당초 원고 등에 대한 입장 거부 당시 관련 기관의 요청으로 ‘입장이 불가하다’는 추상적인 내용 외에는 처분의 구체적인 법령상 근거와 이유를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재판장은 출입거부를 요청한 ‘관련기관’인 대통령경호처가 출입거부 사유를 밝히지 않은 문제도 함께 지적했다. “(원고들의 정원 출입을 거부하도록 요청한) ‘관련기관’은 대통령실경호처로서 이 기관의 요청으로 원고들의 정원 입장을 제한하였음이 밝혀졌으나, 피고는 현재까지도 대통령실 경호처가 어떠한 이유로 원고들의 입장 제한이 필요하다고 하였는지 여전히 그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 처분은 피고가 법률의 명확한 의미나 근거 없는 위법한 내부 규칙에 기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한 것으로서 위법하고, 행정절차법을 위반하여 그 구체적인 처분의 근거와 사유를 전혀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서 위법합니다.” 원고 측을 대리한 서창효 변호사(법무법인 원곡)는 선고 직후 기자를 만나 “1심에서 원고가 승소하는 판결이 났기 때문에 피고는 즉시 원고들이 자유롭게 용산어린이정원을 출입할 수 있도록 관련된 조치를 취했으면 좋겠다”면서 “출입거부 조치를 풀지 않는 것 자체가 계속 국민의 기본권 침해가 이어지는 상황을 만드는 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은희 대표도 약 1년 넘게 걸려 승소 결과를 받아낸 소감을 밝혔다. “이번 계엄 사태를 보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주도해서 마음대로 한 거잖아요. 돌이켜보면 시민들을 상대로 용산어린이정원 출입거부 조치를 한 건 (김 전 장관 입장에선) 아무것도 아니었을 것 같아요.법에 의해서 (적법하게) 비상계엄을 한 게 아니잖아요. 이번 출입거부도 법에 의해서 한 게 아니라고 (법원이) 판단했으니까요.” LH는 ‘출입제한 조항’을 지난해 7월 10일 신설했다. 지난해 5월 4일 용산어린이정원이 개방된 지 겨우 두 달 만에 만든 것이다. LH는 오직 ‘출입제한’ 조항만을 새롭게 추가하기 위해 규정을 개정했다. 출입제한 조항이 신설된 바로 그날, 한국대학생진보연합(이하 대진연) 환경동아리 ‘푸름’ 소속 대학생들을 상대로 바로 적용됐다. ‘출입제한’ 규정은 사실상 ‘블랙리스트 조항’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특정 행위 혹은 특정 물품의 반입 금지를 명시한 게 아니라, 특정 ‘인물’의 출입을 막을 수 있다는 내용이기 때문. 어떤 인물의 출입을 막겠다는 건지 그 사유도 명확하게 적혀 있지 않다. 그저 “관련기관의 요청이 있을 경우” 특정 인물을 콕 집어 입맛대로 출입을 막을 수 있는 조항이다. 용산어린이정원 측은 출입거부를 당한 당사자 모두에게 ▲출입거부를 요청한 관련기관이 어디인지 ▲출입거부 요청 사유가 무엇인지를 설명하지도 않았다. LH는 셜록의 질의에도 “관계기관 요청에 따라 시스템만을 제공하였으며, 구체적인 출입제한 현황 등을 파악하고 있지 않는다”는 형식적인 답변을 반복했다. LH는 끝내 밝히지 않았지만, ‘관련기관’이 스스로 자신의 정체를 실토하는 상황이 일어나기도 했다. 셜록 보도 이후, 대통령경호처는 용산어린이정원에 출입금지 조치를 요청한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관련기사 : <대통령경호처 “용산어린이정원 출입금지, 우리가 요청했다”>) 당시 대통령경호처장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다. 행정소송 과정에서 LH는 ‘관련기관이 대통령경호처가 맞는지’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정원 출입 거부를 요청한 관련기관을 밝히라’는 법원의 요청으로 대통령경호처는 지난 6월 17일 사실조회 회신서를 보내왔다.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은 기존 LH의 입장을 반복했다. “대통령경호처의 경호대상자에 대한 경호활동과 관련하여 구체적인 조치사항 등이 외부에 공개될 경우 경호상의 위협이 될 수 있으므로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 및 보안업무규정 등에 의해 보안상 확인이 제한됨을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현재 출입이 금지된 시민은, 셜록이 직접 확인한 수만 30여 명. 윤석열 대통령 부부 ‘색칠놀이’ 프로그램을 소셜미디어에 알린 시민단체 대표와, 그와 같은 날 용산어린이정원을 출입한 용산 주민 5명, 그리고 대진연 환경동아리 ‘푸름’ 소속 대학생 20여 명까지. 이들은 용산어린이정원 토양오염 문제 등 그동안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을 비판해온 사람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용산어린이정원 출입을 금지당한 시민들은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하기도 했다. 인권위는 지난 9월 용산어린이정원 출입 시 대통령경호처의 과도한 이용객 소지품 검사에 대해 “경호에 필요한 통상적인 보안 검색 수준을 넘어서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표했다. 다만, 인권위는 인권침해 여부를 판단해달라는 진정 자체에 대해서는 ‘기각’을 결정했다.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 ※ 이 콘텐츠는 진실탐사그룹 셜록과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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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경호처의 ‘가방 뒤지기’… 인권위는 “우려” 의견 [우상의 정원]
기각 결정은 아쉽지만, 유의미한 의견이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책임은 피하고 체면은 지키는 판단으로 이름값을 지켰다. 인권위는 지난달 30일, 대통령경호처와 국토교통부, 그리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의견을 밝혔다. 용산어린이정원 출입 시 이용객 소지품 검사를 최소한으로 하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내부 기준을 마련하라는 것.  다만 인권위는 소지품 검사 자체가 인권침해나 차별행위에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봤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이 지난해 8월, 용산어린이정원 측의 과도한 이용객 소지품 검사에 관해 진정을 넣은 결과다. 먼저, 위 영상부터 보자. 김은희 ‘온전한생태평화공원조성을 위한 용산시민회의(이하 용산시민회의)’ 대표가 용산어린이정원 측으로부터 소지품 검사를 당하는 영상이다. 김 대표는 지난해 7월 13일과 22일 두 차례 용산어린이정원을 출입했다. 당시 김 대표는 보통의 이용객들처럼 엑스레이 보안 검색대를 아무 문제 없이 통과했다. 하지만 용산어린이정원 측은 김 대표의 가방 지퍼를 직접 열고, 소지품을 하나씩 살폈다. 서류 파일까지 꺼내 그 안에 들어 있는 문서를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내용을 확인했다. 소지품 검사를 진행한 보안 검색대 직원의 목에는 “대통령실 경호부대” 신분증이 걸려 있었다. 상식을 벗어나는 수위 높은 ‘가방 뒤지기’는 1분 가까이 진행됐다. 김 대표와 함께 용산어린이정원을 출입한 용산 주민 5명 역시 똑같은 수위로 소지품 검사를 당했다.(관련기사 : <경찰은 왜 ‘윤석열 색칠놀이’ 제보자 뒤를 쫓아갔을까>) 김 대표와 용산 주민들은 “용산어린이정원 측의 보안 검색은 통상적인 검색 수준을 넘어서는 행위로서 헌법에서 보장하는 피해자들의 행복추구권,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셜록은 지난해 8월 25일, 이 사건에 대해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인권위 침해구제2위원회(이충상 위원장)는 진정 이후 약 1년 1개월 간의 검토 끝에 결과를 내놨다. 대통령경호처 처장, 국토교통부 장관, LH 사장을 상대로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보안 검색을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최소한으로 실시하고, 구체적인 내부 기준을 마련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LH는 국토교통부로부터, 용산어린이정원을 포함한 용산 미군기지 반환부지에 대한 유지 관리 및 운영을 위탁받은 주체다. 또 “용산어린이정원은 대통령 경호구역”이라는 이유로 대통령경호처도 관여돼 있다. 인권위는 “대통령실 인접 구역 출입자에 대한 보안검색 등 경호활동의 필요성을 인정하더라도, 명백히 위해물품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기 어려운 물품까지 검색하고 그 내용까지 확인하는 행위는 경호에 필요한 통상적인 보안 검색 수준을 넘어서 우려가 있다“고 봤다. 이어 인권위는 대통령경호처 등 기관들의 행위가 기본권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용산어린이정원의 보안 검색대 직원들이 진정인들이 보유한 문서의 내용까지 열람한 사실이 인정되는데, 육안으로 보더라도 단순 서류에 불과하여 위해물품의 가능성이 없는 경우에도 굳이 열람하는 것은 적절치 않으며, 이러한 검색 관행이 지속되는 경우 헌법 제17조에서 보장하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의 기본권이 과도하게 제한될 소지가 없지 않다.” 다만, 인권위는 인권침해 여부를 판단해달라는 진정 자체에 대해서는 ‘기각’을 결정했다. 인권위는 “용산어린이정원은 국가중요시설인 대통령실과 인접한 지리적 특수성으로 인해 대통령경호법에 따른 경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으로 피해자들을 상대로 한 보안 검색은 법률상 근거를 갖추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여전히 분단상태가 유지되고 있는 안보적 특수성이 있고 국제적 테러의 증가 등도 무시할 수 없는 점, 최근 발생한 국회의원 등을 표적으로 하는 피습사건 등을 고려할 때 경호활동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는 점” 등을 언급하며 기각 결정 사유를 설명했다. 피해 당사자인 용산 주민 김교영 씨는 1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겉으로 봐도 위해성이나 규정에 위배될 만한 사안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가방에서) 서류까지 (꺼내) 뒤져보는 건 말도 안 되는 조치“라면서, “그럼에도 인권위가 (인권침해 여부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린 건 아쉽다”고 말했다. 김은희 대표는 이번 인권위 결정을, 아쉬움 속에서도 다행스럽게 여겼다. “정부 기관이 국민들의 인권 또는 기본권 침해에 대해서 조심해서 앞으로는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게끔 시정해야한다고 (인권위가) 의견을 말한 거지 않겠습니까. 국가인권위원회가 국민들 편으로 보이진 않지만, 일정 정도 국민들의 분위기와 눈치를 보고 이런 의견을 (표명)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김은희 대표는 지난해 8월, 이른바 ‘윤석열 대통령 부부 색칠놀이’ 프로그램을 세상에 처음으로 알린 사람이다. 셜록은 김 대표와, 그와 함께 동행한 용산 주민 5명이 용산어린이정원 출입을 금지당한 사실을 최초로 보도한 바 있다.(관련기사 : <‘윤석열 색칠놀이’ 제보자들, 용산정원 출입금지 당했다>) ‘대통령 부부 우상화’ 논란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성격이 바뀌었다. 이후 용산어린이정원 출입을 금지당한 시민이 최소 23명이 추가로 더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관련기사 : <최소 23명 더 있다… 용산어린이정원 ‘블랙리스트’>) 이들 모두 용산어린이정원 토양오염 문제 등 그동안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을 비판해온 사람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출입금지를 당한 시민들은 ‘용산어린이정원 출입거부 무효 확인’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오는 17일에도 서울행정법원에서 공판이 진행될 예정이다.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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