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김홍빈 세 번째 기일… ‘대한민국’의 자리는 여기 없다 [대한민국 ‘생존비’ 청구소송 5화]
추위에 떠는 그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들렸다. 그때까지만 해도 아무도 알지 못했다. 떨리는 그 목소리가 ‘마지막’이 될 줄은. “구조 요청! 혼자 있어, 혼자. 엄청 추워요. 주마(등강기)가 필요해, 주마. 주마 두 개 정도 필요해.” (2021. 7. 19. 김홍빈 대장 마지막 구조요청) 한 방송국은 김홍빈 대장의 등반기를 카메라에 담았다. 김홍빈 원정대의 도전은 개인적 차원을 넘어서는 의미를 담고 있으니까. 김 대장은 히말라야 8000m급 14좌 봉우리를 세계 최초로 모두 등정한 장애 산악인이다. 하지만 김 대장은 하산길에 찾아온 불행을 막지 못했다. 2021년 7월 19일, 그는 히말라야 14좌 중 마지막인 브로드피크(8047m) 등반을 성공한 후 하산 중 실종됐다. 김 대장과 함께했던 원정대원들은 그를 쉽게 떠나보낼 수 없었다. 원정대는 함께 식사할 때 사용하던 알루미늄 접시로 김 대장을 위한 추모판을 만들었다. 김 대장과 한솥밥을 나눠 먹던 그 접시다. 추모판에 “김홍빈 Broad Peak에 영원히 잠들다”라는 문구를 새겼다. 김 대장을 브로드피크에 남겨두고 떠나지만, 그를 결코 잊지 않겠다는 마음을 담았다. 원정대는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 K2 추모탑(k2 Memorial)에 추모판을 설치했다. 밥도 지어 올렸다. 한 대원은 절을 올리며, 절규에 가까운 통곡을 했다. 지난 13일 진행된 ‘고(故) 김홍빈 대장 3주기 추념식’에서 이 장면을 다시 볼 수 있었다. 추념식에서 상영된 영상 ‘故 김홍빈 대장의 삶’에선, 김 대장의 마지막 등반 모습과 함께 떠났던 대원들의 모습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영상 속 김홍빈 원정대의 울음소리가 추념식이 열린 체육관에 울려 퍼졌다. 3년 전인 2021년 7월 18일. 김 대장이 ‘최초’의 기록을 만든 그날. 기자 역시 TV에서 김홍빈 원정대의 소식을 접했다. 원정대는 브로드피크 등반을 통해 “코로나19로 지친 국민들에게 위로와 희망이 돼주고 싶다”고 약속했다. 김 대장이 브로드피크 등정에 성공했을 때는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로 신문과 방송에서 대서특필됐다. 하지만 바로 다음 날 분위기는 뒤집혔다. 뉴스는 그의 실종 사실로 도배됐다. 문재인 당시 대통령까지 나서서 김 대장의 무사귀환을 기원했지만, 그 염원은 이뤄지지 않았다. 김 대장은 결국 히말라야에서 잠들었다. 기자가 기억하는 김 대장 소식도 거기서 끝이었다. 김 대장의 실종을 안타깝게 생각했지만, 그쯤에서 잊고 지냈다. 한국으로 돌아온 원정대에게 닥칠 일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저도 동상을 입어보고, 주변에는 (등산하다 동상으로) 손가락 잘린 후배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홍빈이 손은 보기가 괴로울 정도였습니다. (…) 아직도 홍빈이 카톡을 지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활짝 웃고 찍은 사진이 앞에 (카톡 프로필) 표지로 돼 있습니다. 그걸 지금도 한번씩 들여다봅니다.” (산악인 최○○, 2024. 7. 13. 김홍빈 3주기 추념식) 김홍빈 대장의 마지막 원정으로부터 2년 뒤인 지난해 7월. 한 기사가 눈길을 끌었다. “故 김홍빈 대장 구조비 소송.. 정부, 승소하고도 항소” 내용은 이랬다. 원고 대한민국이 실종된 김 대장을 수색하고 원정대를 구조하는 데 든 헬기비용을 내놓으라며 김홍빈 원정대를 상대로 구조비용 청구 소송을 걸었다. 대한민국이 청구한 구조비용만 약 6800만 원. 김홍빈 대장을 살리지도 못한 실패한 구조작전 비용을, 생사의 고비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원정대원들에게 고스란히 지운 상황. 1심 법원은 광주광역시산악연맹과 원정대원들에게 비용 일부(약 3600만 원)를 나눠서 부담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원고 대한민국은 구조비용 전액을 돌려받아야 한다며 지난해 7월 항소했다. 기자의 머리를 스치는 의문은 한 가지였다. ‘국가가 국민을 구조하고 보호하는 건 당연한 책임인데, 이것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국가란 도대체 왜 존재하는가.‘ 구조비 청구 소송을 다룬 많은 기사들 사이에, 한 가지 없는 것이 눈에 띄었다. 바로 원정대원들의 목소리. 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고, 들어야만 했다. 김홍빈 원정대의 시작과 끝을 모두 지켜본 목격자들이자, 원고 대한민국으로부터 소송을 당한 당사자들이니까. 이들만이 할 수 있고, 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거라 믿었다. 그 길로 원정대원들부터 찾아 나섰다. 하지만 누군가의 죽음에서 시작된 사건을 취재하는 건 역시 쉽지 않았다. 광주광역시산악연맹도, 유가족도 기자를 달가워하지 않았다. 이들은 이미 지쳐 보였다. 한 사람을 떠나보낸 슬픔이 채 가시기 전에 시작된 구조비 소송. 정부 측을 비판하는 국민만 있는 건 아니었다. 당사자들 입장에서는, 여유는 사라지고 경계만 늘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김 대장의 이름 뒤에 ‘구조비용’이란 단어가 따라붙는 상황 자체도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거라 짐작한다. 그들의 입장이 충분히 이해됐지만, 그래서 더욱 기사를 써야만 했다. 유가족과 산악연맹, 그리고 피고 당사자들까지 모두 말을 아끼고 몸을 사리게 만든 건 모두 ‘소송’ 때문이니까. 그리고 그 소송을 제기한 대한민국 때문이니까. 또 다른 사례를 만들지 않기 위해선 김홍빈 원정대의 소송을 선례로 남겨선 안 된다는 목표가 생겼다. 오랜 취재와 설득 끝에, 지난 6월 첫 보도를 시작했다.(관련기사 : ‘산악영웅’ 잃은 원정대에 윤석열 정부는 소송을 걸었다) 항소심 결심재판을 앞두곤, “원고 대한민국의 소송비용 청구를 기각해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도 직접 작성해 재판부에 제출했다. 셜록 보도 이후, 일명 ‘김홍빈 대장법’도 발의됐다. 지난달 10일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광주 광산구을)은 국민이 국위선양을 하다가 해외에서 사고를 당했을 경우 국가의 비용 부담을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영사조력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산을 보면 김홍빈 대장님 생각이 납니다. 그래서 영원히 산이 됐다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 김 대장님이 돌아가신 이후로 구상권과 관련된 소송이 조금 문제가 있는 상태입니다. (일명 ‘김홍빈 대장법’을) 민형배 의원님이 대표로 발의하시고 저는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려서, 제도적인 부분에서 재발을 방지하는 일을 국회에서 하고 있습니다.“ (정준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2024. 7. 13. 김홍빈 3주기 추념식) 지난 토요일(13일)에 광주에서 열린 김홍빈 대장 3주기 추념식도 다녀왔다. 이날 추념식에서, 김 대장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봤던 김홍빈 원정대 대원 세 명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었다. 정인복(가명), 유현철(가명), 정민식(가명)이다. 2021년 사고 당시엔 코로나19 격리 방침에 따라 김 대장의 장례식도 참석하지 못했던 그들이다. “(실종 날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김홍빈 대장을 잊을 수 없습니다. 오늘까지도 말입니다.” (산악인 정인복 2024. 3. 19. 인터뷰) 원정대원들은 추념식 날에도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모든 참석자들이 다 떠난 뒤에도 이들은 체육관에 머물렀다. 김홍빈 대장과 함께 살아서 돌아오지 못했다는 죄책감, 또 그와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장례식에도 오지 못했다는 한이 남아서일까. 그들은 마치 스스로를 상주(喪主)로 여기는 듯했다. 김 대장의 얼굴이 실린 현수막도, 그의 업적이 기록된 책자도 이들이 직접 나서 손수 정리했다. 김 대장의 마지막 순간을 추모판에 기록했던 것처럼, 추념식의 마지막 뒷정리도 모두 이들 손에 의해 이뤄졌다. 김홍빈 대장에게 훈장을 주고, ‘스포츠 영웅’으로 헌액하고, 현충원에 위패를 봉안한 대한민국은 어디로 갔을까. 어째서 지금은 김홍빈 대장을 잃은 원정대원들에게 구조비용을 물어내라는 대한민국만 남아 있는 걸까. 추념식 현장, 김홍빈 대장의 얼굴 앞에 걸린 태극기가 괜시리 원망스럽다. 김홍빈 대장도 잃고 구조비용 수천만 원도 짊어진 원정대원들. 이들의 뒷모습을 지켜보면서, 대한민국 정부는 이들에게 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건가 의문을 지울 수 없었다. 아직 동료를 잃은 슬픔조차 회복하지 못한 이들에게…. 오늘(19일)은 김홍빈 대장의 세 번째 기일이다.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 ☞ 이 콘텐츠는 진실탐사그룹 셜록과 동시 게재됩니다.
국가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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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적 해결 없이 자국민에게 소송… 지혜롭지 못해” [대한민국 생존비 청구소송 4화]
“파키스탄 정부가 ‘구조헬기 띄운 비용을 내놓으라’고 하니까, 한국 정부는 (김홍빈 원정대에) 구상권 청구를 하고… 매우 지혜롭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2024. 7. 1. 문현철 교수 인터뷰) 대한민국이 자국민에게 구조비용을 청구한 이 ‘지혜롭지 못한 소송’은 언제쯤 끝날까. 원고 대한민국이 ‘김홍빈 원정대’를 상대로 구조비용 청구 소송을 제기한 지 벌써 2년이 흘렀다. 김홍빈 원정대는 현재 항소심 결과만 기다리고 있다. 고(故) 김홍빈 대장은 ‘열 손가락 없는 산악인’으로 유명하다. 그는 히말라야 8000m급 14좌 봉우리를 세계 최초로 모두 등정한 장애 산악인이다. 2021년 7월 19일, 김 대장은 히말라야 14좌 중 마지막인 브로드피크(8047m) 등반을 성공한 후 하산하던 중 실종됐다. 그리고 약 10개월 뒤. 원고 대한민국은 김홍빈 원정대에 소송을 걸었다. 실종된 김 대장을 수색하고 원정대를 구조하는 데 든 헬기 비용을 내놓으라는 것. 김홍빈 대장을 살리지도 못한 실패한 구조작전 비용은, 생사의 고비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원정대원들에게 고스란히 지워졌다.(관련기사 : ‘산악영웅’ 잃은 원정대에 윤석열 정부는 소송을 걸었다) 전문가는 이 소송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지난 1일, 문현철 호남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를 만났다. 그는 재외국민보호 분야의 전문가다. 한국재난관리학회(KAD) 부회장인 문 교수는, 외교부 재외국민보호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는 2019년 12월 <재외국민보호를 위한 영사업무 체계의 개선에 관한 연구>란 제목의 논문을 쓰기도 했다. 해당 논문에선 아직 시행 전이던 영사조력법의 주요 쟁점들과 하위 행정입법(시행령, 시행규칙)의 구체화 필요성에 대해 짚었다. 먼저, 문 교수는 김홍빈 원정대에 제기된 구조비용 청구 소송에서 아쉬운 지점부터 짚었다. “한국 정부가 파키스탄 정부의 도움을 받아서 (구조비용 문제를 잘 해결)해냈다면, 조금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을 겁니다. 그런데 해결하지 못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 외교부가 무관심했든지 아니면 (김 대장에 대한) 구조 활동이 정부와 명확한 협의 없이 성급하게 진행됐든지, 크게 두 가지 가능성으로 보입니다. 하여튼 (구조비용 청구 소송이 제기된 현 상황이) 지혜롭지 못하다는 게 비법률적인 판단입니다.” 대한민국의 청구 금액은 약 6800만 원. 광주광역시산악연맹과 원정대원 3명, 촬영감독 2명 총 6명(광주광역시산악연맹 포함)은 2022년 5월 원고 대한민국이 보낸 소장을 받아들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21일 만에 일어난 일이다. 소관청은 외교부, 법률상 대표자는 당시 법무부 장관 한동훈이다. 1심 법원은 광주광역시산악연맹과 원정대원들에게 비용 일부(약 3600만 원)를 나눠서 부담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원고 대한민국은 구조비용 전액을 돌려받아야 한다며 지난해 7월 항소했다. 원고 대한민국이 소송을 제기한 법적 근거는 ‘재외국민보호를 위한 영사조력법'(영사조력법). 법의 취지를 살려 ‘재외국민보호법’이라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김홍빈 원정대’는 “재외국민의 생명ㆍ신체 및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영사조력법에 의해 오히려 소송을 당했다. 쟁점은 영사조력법 제19조. 이 조항에 따르면, 재외국민은 영사조력 과정에서 자신의 생명ㆍ신체 및 재산의 보호에 드는 비용을 부담하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의문이 따라붙는다. 애초 영사조력법 제19조가 ‘국가가 국민 개인에게 비용을 청구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지진 않았을 것. 재외국민보호는 대한민국 헌법에도 명시되어 있는 의무다. 아무리 법적 근거가 있다 해도, 김홍빈 원정대를 상대로 소송을 선택한 한국 정부의 판단을 ‘최선’이라 볼 수 있을까. 문 교수는 “인도주의적 외교력을 통해 해결했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한국 정부가 ‘인도주의적 휴머니티(인간애)로 상호 협조하자’고 파키스탄 정부에 먼저 제안을 하는 거죠. 휴머니티는 인류의 보편적인 공감 가치예요. 휴머니티에 공감대가 있는 파키스탄 정부가 (김홍빈 원정대 구조 활동을) 도와주면, 향후 한국에 와 있는 파키스탄 사람이 위험에 처해 있을 때 한국 정부가 도와줄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렇다면 가장 훌륭한 모습은 외교력으로 해결해내는 것이죠. 휴머니티를 서로 공감하는 두 나라의 국익에도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문 교수는 정부의 외교력이 발휘된 대표적인 모범 사례 하나를 꼽았다. 지난해 북아프리카 수단에서 일어난 군벌 간 무력충돌 사태에서 이뤄진 ‘한일 간 공조’ 사례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4월 수단 현지 교민들을 철수시키는 ‘프라미스 작전’ 때 수단에 체류 중이던 일부 일본인들의 탈출을 도왔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수단 거주 일본인 대피 과정에서 한국의 협력이 있었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한국의 외교적 도움은 한 번에 그치지 않는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10월에는 이스라엘에 군용 대형 수송기를 보내 우리 국민 163명과 일본인 51명을 긴급 대피시켰다. 당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으로 현지에 체류 중인 교민들이 고립됐었다. 김홍빈 원정대 사례에선 왜 이런 외교력이 발휘되지 못했을까? 문 교수는 우선 현실적인 이유를 들었다. “외교부의 예산이나 인력이 상당히 부족합니다. 외교부 1년 예산은 중앙행정기관의 청 단위보다 적은 약 2조 30000만 원가량입니다. 산림청 예산보다 조금 많습니다. 이중 재외국민보호 사업 예산은 100억 원 정도에 불과합니다. 이 금액으로 전 세계 190개 재외공관을 운영하고, 3000만 명의 재외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것입니다. 외교부가 휴머니티를 해피엔딩으로 만들 만한 여력이 없는 겁니다.“ 문 교수는 위에서 언급한 논문에서도, 재외국민보호가 더 치밀해지기 위한 첫 번째 대안으로 “외교부의 예산 증액, 재외공관의 증설, 외교관 영사의 증원”을 꼽았다. “영사조력의 범위를 주재국의 행정청의 처분 등에 대한 영사조력 등에 대하여도 필요하며, 구체화 세분화 하는 과정에서 외교부의 실무적 고충과 국민적 공감대를 동시에 고려하는 등 더욱 구체화 하는 세부적인 규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논문 <재외국민보호를 위한 영사업무 체계의 개선에 관한 연구>, 문현철, 2019) 하지만 김홍빈 원정대를 상대로 제기된 구조비용 청구 소송은 이미 벌어진 일. 지금 상황에서 또 다른 해결책은 없을까? 문 교수는 “우리 정부도 (일반 국민을 상대로 제기한) 구상권 청구를 취하하는 조정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종수 숭실대학교 재난안전관리학과 교수는 구조비용을 둘러싼 분쟁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조정절차’를 강조했다. 정 교수는 “민사 분쟁은 판결보다도 조정을 잘 해주는 게 법원의 역할이라고 본다, 하지만 우리나라 법원은 유럽에 비해 조정을 잘 안 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 교수는 “김홍빈 원정대 구조비 청구 소송의 경우도 (원고와 피고) 서로 조정을 해서 해결하는 게 국격에도 좋을 듯하다”고 지적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이와 같은 생각을 했던 걸까.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항소 제12-1부(재판장 성지호)는 지난 9일 피고 김홍빈 원정대 측이 원고 대한민국에 구조비용의 60%를 지급하는 것으로 조정하는 화해권고결정을 했다. 원고 대한민국이 청구한 구조비용은 6800만 원. 60%는 약 4080만 원으로, 1심에서 인정된 금액(약 3600만 원)보다 약 480만 원 많다. 재판부는 이날 재판에서 원고 대한민국 측 법률대리인을 향해 이렇게 강조했다. “원고 대리인은 원고 대한민국을 잘 설득하세요.” 재판부는 지난달 11일 진행된 항소심 두 번째 변론기일 때도 화해권고를 제안했지만, 무산된 바 있다. 조정성립은 원고 대한민국과 피고 김홍빈 원정대의 합의에 따라 향후 결정될 예정이다. 김홍빈 원정대를 향한 정부의 소송은 계속해서 논란을 낳고 있다. 김홍빈 대장에게 체육훈장 청룡장을 주고, 국립대전현충원에 위패를 모신 것도 대한민국 정부였다. 국위를 선양한 ‘스포츠 영웅'(2021년 대한체육회 선정)으로 치켜세울 때는 언제고, 구조비용을 받겠다고 국가가 소송까지 제기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일명 ‘김홍빈 대장법’도 발의됐다. 지난달 10일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광주 광산구을)은 국민이 국위선양을 하다가 해외에서 사고를 당했을 경우 국가의 비용부담을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영사조력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김 대장의 유해는 아직 히말라야에 묻혀 있다. 7월 19일. 일주일 뒤면 김홍빈 대장의 세 번째 기일이 돌아온다. 오는 13일엔 김홍빈 대장 3주기 추념식이 진행될 예정이다. 김홍빈의 조국 대한민국은 그의 영정 앞에서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 ☞ 이 콘텐츠는 진실탐사그룹 셜록과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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