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봐, 언니들 축구다!
학창시절 축구선수로 활동하다 은퇴한 후 경력단절을 경험한 위밋업스포츠의 신혜미 대표. 그녀는 은퇴한 여성 스포츠 선수들이 마음껏 재능을 펼칠 수 있도록 돕고자 위밋업스포츠를 설립했습니다. 이후 신 대표는 단체 운동에서 단절되거나 소외된 이들에게 집중했습니다. 그녀는 모든 사람이 나이, 성별, 능력, 신체 조건에 관계 없이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세상을 꿈꿉니다.
위밋업스포츠는 경기 결과보다 함께 땀 흘리는 과정을 즐기고, 실패를 향한 두려움을 없애는 환경을 만들어고 있습니다. 건강하고 다정한 사회를 위해 도전하는 그녀의 이야기, 함께 살펴보시죠!
🏄 은퇴 여성 선수들의 두 번째 챕터
|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이 흥행하면서 축구라는 스포츠에 도전하는 여성들이 늘었을 것 같습니다. 변화를 체감하시나요?
확실히 체감해요. 프로그램 속 참가자들은 선수 출신이나 프로는 아니에요. 전문적이지 않더라도 온 힘을 다해 경기에 임하는 모습이 대중, 특히 여성에게 자신감을 줬던 것 같아요. 더 많은 여성이 “나도 저 정도는 해볼 수 있겠다”라고 느끼고 도전하게 됐죠.
또, <골 때리는 그녀들>은 팀이 주는 소속감, 응원하는 팀이 승리했을 때 느껴지는 연대감 등 팀 스포츠가 주는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이잖아요. 스포츠 하면 치열한 경쟁을 떠올리기 마련인데, 경기를 함께하는 서로가 서로를 응원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도 이 프로그램의 영향이 있다고 생각해요.
| 위밋업스포츠에서 개설한 프로그램에 신청하는 인원도 늘었나요?
네. 위밋업 초기의 취지는 여성과 단체 운동의 접점을 만드는 거였어요. 여성들에게 축구, 농구 등도 해볼 만한 운동이라는 걸 알려주고 싶었죠. 처음에는 일회성으로 체험하는 분들이 대부분이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아예 팀을 이뤄서 활동하려는 요구가 늘었고, 코치님을 모시고 싶다는 요청도 많아요. 여성들의 스포츠를 향한 관심과 참여가 눈에 띄게 늘어났습니다.
| 위밋업스포츠는 어떤 계기로 창업하셨어요?
저는 축구 선수로 활동하다 은퇴한 후, 결혼과 출산 과정에서 경력 단절을 경험했어요. 운동했던 경력으로 사회에 나가려니 너무 힘들더라고요. 오로지 제 몫이었어요. 이끌어줄 사람이 없었죠. 이런 부분에서 갈증을 크게 느꼈어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여러 교육을 들었어요. 당시 체육인재육성재단(현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여성 스포츠 리더 과정을 수료했죠. 그런데 강사 한 분이 이런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왜 여성 스포츠인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굉장히 와 닿았던 한 마디였어요. “그러게, 왜 우리는 아무것도 안 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죠.
우리나라 스포츠의 역사를 살펴보면,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 수 대비 메달 획득 비율은 남성보다 여성이 더 높아요. 양궁, 배구, 스피드스케이팅 등 뛰어난 여성 선수들의 활약으로 이목을 이끈 종목도 많고요. 그런데 여성 코치는 주변에서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어린 시절 자주 봤던 여성 선수들을 떠올려보면 지금 활동을 이어가는 선수는 생각보다 많지 않죠. 축구 지소연, 유도 김민정 선수처럼 세계적으로 활약했던 선수도 마찬가지고요.
왜 그럴까?라는 물음표를 갖고, 양수안나 공동 대표와 대한체육회의 은퇴진로지원센터에 찾아갔어요. 담당자들과 여성 선수가 은퇴 이후 지도자로 활동하기 어려운 이유가 무엇인지, 구조를 개선하려면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이야기했죠. 그런데 저희의 고민이 하소연에서 끝나는 것 같더라고요. 해결해야 할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는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저희가 직접,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큰 뜻을 갖고 시작한 건 아니었지만, 우리가 문제라고 여기는 걸 해결하고 하고 싶은 걸 해보면 어떨까 하는 마음이었어요. 은퇴한 여성 선수들이 마음껏 재능을 펼칠 수 있도록 돕고 싶었습니다.
🎲 돌아온 언니들, 되찾은 운동장
| 위밋업스포츠를 있게 한 대표 사업으로 ‘언니들 축구 대회’를 꼽으셨는데요. 이 행사를 기획한 배경은 무엇이었나요?
여성들이 나이가 들수록 축구에서 멀어지는 현실을 바꾸고 싶었어요. 남자 축구는 20대부터 60대까지 연령별 축구팀이 잘 조직되어 있고 조기 축구회도 활발한데, 여자 축구는 나이에 상관없이 1부, 2부로만 나뉘었죠. 이렇게 되면 50대나 60대 언니들은 실력과 구력을 갖추고 있어도 20대 선수들과 함께 경기를 뛰기는 어려워요. 아무리 오랫동안 축구를 해온 여성이라도, 체력에서 차이가 나면 경기에서 활약하기가 쉽지 않으니까요.
스포츠에 참여하는 이유는 직접 경기를 뛰고 싶어서잖아요. 그런데 경기장 바깥에서 박수치고 물병 갖다 주는 역할만 하다 보니 50대 이상 언니들이 축구에서 다른 종목으로 떠나기 시작하더라고요. 이 점이 정말 아쉬웠죠.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서, 40대 이상의 여성만을 위한 ‘언니들 축구대회’를 개최했어요. 나이든 여성들도 주체적으로 경기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었죠. 첫 대회에서는 총 6팀이 모였어요. 오랫동안 축구에서 멀어졌던 언니들이 다시 모여 팀을 이루고 경기에 나서는 모습이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 언니들의 운동장을 되찾아주셨네요.
언니들이 경기에서 존중받고, 스포츠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며 더 활발하게 참여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어요. 그래서 단순히 실력을 강조하는 대신, 나이가 많은 '최고 언니'가 팀을 이끄는 구조를 도입했죠. 경기 중 동점 상황에서는 필드에 남아 있는 선수들의 나이 합산으로 승부를 가리는 방식도 적용했는데요. 나이가 많은 언니들이 경기에서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었어요. ‘연령 다양성의 힘’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됐죠.
2018년 처음으로 개최한 대회가 지금까지 이어져, 지난 5월 6회차를 마무리했습니다. 최근에는 ‘동생들’이라 부르는 20~30대 여성들까지 포함해 축구 대회를 운영하고 있어요. 언니들과 동생들의 리그는 따로 진행하고요. 최근 대회에서는 동생들이 언니들의 경기를 보면서, 진심을 다해 응원을 보내는 모습이 인상 깊더라고요. 덕분에 언니들은 더 큰 자부심을 느끼며 필드를 누볐어요.(웃음)\
| 여성의 단체 운동 단절은 언제부터 시작되나요? 여성들이 단체 운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남성보다 부족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가장 큰 요인은 운동을 통한 성취 경험이 부족하다는 거예요. 여자 아이들은 남자 아이들보다 운동장에서 뛰어놀 기회가 적고, 그렇기 때문에 학교에서 스포츠를 배우더라도 자연스럽게 관심도가 떨어지죠. 특히 운동을 잘하지 못하면 눈치를 보거나 남들과 비교하면서 소외감을 느끼는 경우도 많아요.
저희는 이런 단절을 극복하기 위해 "잘하지 않아도 괜찮다"라는 메시지를 강조해요. 저희 프로그램에서는 경기 결과보다 운동하는 과정 자체를 즐기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어요. 특히 초보자들도 편하게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초보 리그를 운영해 여성들이 스포츠에 쉽게 도전할 수 있게 돕고 있습니다.
| 위밋업스포츠는 생애 주기별 신체활동과 스포츠 교육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소개하셨어요. ‘생애 주기별 신체활동’이란 무엇인가요?
생애주기별 신체활동은 연령대별 특성과 신체 능력에 적합한 운동 프로그램을 의미해요. 위밋업스포츠의 프로그램은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성인 여성, 시니어층까지 다양한 연령대를 대상으로 해요.
아동이나 유소년은 놀이형 프로그램을 통해 스포츠를 접하고, 성인 여성들은 축구, 배구, 농구 같은 팀 스포츠를 통해 팀워크와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게 했어요. 중장년 및 시니어층을 위해서는 안전하고 건강한 신체활동을 설계했죠. 이를 통해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어요.
✊ 이제는 우리가 움직여야 할 시간
| 여성, 아동, 노인, 장애인 등 여러 사회 구성원의 스포츠 참여 확대는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불러올까요?
좀 더 건강하고 다정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요? 스포츠는 단순한 신체 활동을 넘어 선의의 경쟁과 협력을 배우게 해요. 경쟁 속에서도 패배를 받아들이면서 서로에게 응원을 건넬 수 있죠. 스트레스를 건강하게 해소하는 역할도 하고요. 더 많은 사람이 더 쉽게 스포츠에 접근할 수 있다면, 친절하고 긍정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 기억에 남는 참여자가 있으시다면, 관련 에피소드를 듣고 싶어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분들이 있어요. 한 분은 처음 운동을 시작할 때 스텝을 전혀 밟지 못하셨어요. "잘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계속 응원해 드렸어요. 몇 달 동안은 거의 변화가 없었지만, 꾸준히 참여하시더니 결국 농구를 즐길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하셨죠. 그분은 학창 시절 10분 남짓한 쉬는 시간 동안 운동장으로 뛰어나가는 친구들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해요. 그런데 지금의 본인이라면 그들과 함께 뛰어나갔을 거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또 다른 분은 30대에 처음 운동을 시작했는데,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시작했더라면 국가대표가 되었을 것”이라고 농담을 던질 정도로 운동에 흥미를 느끼셨어요. 이런 분들을 볼 때마다 스포츠가 사람들의 삶을 얼마나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는지를 실감합니다.
| 클래스를 이끄는 지도자는 어떻게 모집하나요?
단순히 스포츠 역량이 뛰어난 사람을 찾는 것이 아니라, 위밋업스포츠의 철학과 비전에 공감하고 함께할 수 있는 은퇴 여성 선수를 찾는 데 중점을 둬요. 대부분의 지도자는 지인의 추천이나 네트워크를 통해 소개받아요. 이후 2~3회차의 미팅을 진행해 저희와 방향성이 맞는 분인지 꼼꼼히 확인합니다.
저희는 재능 기부도 중요하게 여기고 있어요. 지도자들이 사회적으로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독려합니다. 이를테면 ‘세계 소녀의 날’ 등의 행사에 참여해 무료 스포츠 클래스를 운영하는데요. 지도자들도 이와 같은 재능 기부 활동에 즐거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 세계 소녀의 날: 조혼, 교육 기회의 박탈, 성 착취 등으로 인해 세계 곳곳의 차별받는 소녀들의 권리를 보호하고자 UN이 제정한 날.
| 별도의 지도자 양성 과정이 있나요? 교육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해요.
지도자는 필수적으로 성인지 감수성, 장애 인식, 스포츠 인권, 안전과 관련된 CPR 교육 등 다양한 필수 교육을 이수해야 하고, 코칭 방법에 대한 교육을 수료해야 해요.
저희는 지도자들이 단순히 기술을 가르치는 것을 넘어, 사람들이 스포츠를 통해 자신감을 얻고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도자들의 필요에 따라 스포츠 테이핑이나 시설 안전 교육 등도 전문가를 초빙해 진행하고 있죠. 코치들에게 지속적인 교육과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 향후 목표나 계획을 들려주시겠어요?
언젠가는 위밋업스포츠만의 체육관을 만들고 싶어요. 공간 제약이 너무 크다 보니 특정 시간대에 프로그램을 맞춰야 하고, 다양한 수업을 제공하지 못하는 게 아쉽더라고요. 이런 지점을 해결할 수 있는 우리만의 체육관이 있었으면 해요.
궁극적인 목표는 모든 사람이 나이, 성별, 능력과 관계없이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거예요. 여성, 이주민, 장애인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스포츠를 통해 자신감을 얻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또, 위밋업에 소속된 코치들과 함께 재능 기부를 진행할 예정인데요. 동남아시아처럼 여성의 스포츠 접근성이 낮은 국가를 방문하여, 그곳의 여성과 아이들에게도 스포츠의 즐거움을 전하고자 합니다.
| 도전을 망설이는 여성에게 한 마디 남긴다면?
1년 이상 웹사이트 눈팅만 하다가 오는 분들도 계세요. 할 수 있을지 수십 번 고민하고, 일정을 맞추다가 못 오시는 분들도 있고요. 저는 그것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망설임 자체는 건강하고 좋은 신호니까요. 다만 주저하는 시간은 여기까지! 이제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셨으면 좋겠어요. 지금 도전하면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글 | 문지원
식탁과 별개로 맛있는 간식이나 음료 한 잔을 즐길 수 있는 바 테이블처럼, 테이블토크에서도 ‘뷰 테이블(View Table)’을 마련했어요. 사회혁신가의 이야기를 더욱 다채롭게 살펴보고, 주제에 대한 이해와 통찰을 풍성하게 만들어줄 콘텐츠를 엄선했답니다.
📖 <여자치고 잘 뛰네> - 로런 플렌시먼
도서, 312쪽
여성 장거리 달리기 챔피언의 회고록이자, 여성 스포츠를 위한 강력한 선언문입니다. 저자는 다섯 번의 대학 리그 우승, 두 번의 5000미터 미국 챔피언 타이틀을 거머쥔 정상급 선수인데요. 이 책을 통해 여성 운동선수가 남성 중심의 스포츠 시스템 속에서 어떤 불합리함을 겪는지, 통계와 연구 자료를 바탕으로 객관적으로 조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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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큐인사이트 - 국가대표>
다큐, 43분
스포츠의 판도를 바꾼 여성 스포츠인 5인의 통쾌한 이야기입니다. 배구 김연경 선수, 골프 박세리 선수, 축구 지소연 선수 등. 이들이 맞서 싸운 건 상대뿐 아니라 여성 선수를 향한 불합리한 시스템과 고정관념이었습니다. 동일 임금을 외치며 부당함에 목소리를 냈던 여성 선수들. 이들은 어떤 변화를 만들었고, 어떤 가능성을 향해 나아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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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인과 바다>
영화, 131분
1905년, 뉴욕의 이민자 가성에서 태어난 트루디 에덜리. 그녀는 여성 최초로 영국 해협을 수영으로 횡단했습니다. 이 영화는 가족과 코치들의 애정 어린 응원과 도움으로 사회의 편견을 깨고 올림픽 수영팀에 합류하는 과정을 그렸어요. 프랑스에서 영국까지, 34km에 달하는 해협을 헤엄쳐 건넌 그녀의 도전. 도전에 담긴 의미를 고민한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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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밋업스포츠
웹사이트
위밋업스포츠에서는 다양한 종목의 클래스가 열리고 있어요. 농구, 축구, 배드민턴 등 친숙한 운동부터, 패들 보드, 럭비, 프라디이빙 등 쉽게 도전하기 어려웠던 종목까지 준비돼 있죠. 레터를 읽고 ‘나도 한 번 도전해볼까?’하는 생각이 드셨다면, 클래스와 후기를 찬찬히 살펴보시는 걸 추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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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콘텐츠는 'Table Talk(테이블 토크)'의 기사를 가공하여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