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시평] ​저들의 ‘질서’를 거부한다
저들의 ‘질서’를 거부한다 ― 무질서하게 퇴진하라, 우리가 ‘새 질서’를 만들 것이다 12.3 윤석열 내란 사건 윤석열이 내란을 일으키려 했다. 2024년 12월 3일 오후 10시 30분에 불법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 헌법기관인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쳐들어간 것, 이 과정에서 수많은 국민이 공포에 떨고 다친 것, 그 여파가 대한민국을 넘어 국제 경제와 정세에까지 미친 것 모두 내란 행위다. 내란(內亂)은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나라 안에서 정권을 차지할 목적으로 벌어지는 큰 싸움”을 말한다. 법적으로는 헌법기관이 일을 못하도록 폭력을 쓰거나 두려움을 일으키는 모든 행위라고 정의할 수 있다(형법 제87조, 제89조, 제91조 2, 대법원 1997. 4. 17. 선고 96도3376 전원합의체 판결). 이것은 ‘12.3 윤석열 내란 사건’이고, 윤석열은 내란 우두머리인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3일 서울역에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헌법에 따라 직무정지하고 처벌해야 대통령은 형법에 의해 처벌받지 않는다. 다만 내란과 외환(外患: 외적을 돕는 것) 행위를 했을 때는 예외다. 내란을 일으킨 대통령은 처벌받을 수 있고,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 윤석열이 아직도 대통령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그가 여전히 국군의 최고 지휘권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시라도 빨리 윤석열이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막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의 운명은 태풍 앞에 놓인 등불과도 같다. 대통령은 헌법을 파괴하려고 했지만, 대통령의 권한을 정지시키고 처벌하는 것은 헌법의 틀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 그게 민주공화국이다. 우리 헌법은 대통령이 헌법을 어겼을 경우 국회의원의 2/3 이상이 찬성하면 대통령을 탄핵하여 그 권한을 정지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런데 2024년 12월 7일에 ‘대통령 윤석열 탄핵안’은 투표가 이뤄지지 않아 자동으로 폐기됐다. 여당인 국민의힘에서 안철수, 김예지, 김상욱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105명이 모두 투표하지 않고 퇴장해버렸기 때문이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국정 수습 방안을 담은 공동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탄핵 불발, 총리와 여당대표의 권력 찬탈 시도 탄핵안을 표결하기 전에 윤석열은 자신의 임기를 포함한 정국 안정 방안을 ‘우리 당’, 즉 국민의힘에 일임하겠다고 했다. 이것이 어떤 신호와 약속이었을까! 탄핵 찬반을 놓고 오락가락하던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끝내 탄핵에 동참하지 않기로 했다. 국민의힘도 당론으로 탄핵을 부결시키기로 했다. 다음 날이 되자 한동훈 대표와 한덕수 국무총리가 공동 담화를 발표했다. “송구·겸허” 등을 말하며 시작했지만, 어김없이 “민생위기·내수 부진·경기 하방·국제정세의 불확실성” 등 무시무시한 말을 들먹이면서 불안감을 조성하려 했다. 마치 어떤 공식이라도 있는 것처럼, 끝맺음은 국민만 생각하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속마음이 훤하다. ‘권력을 내가 차지하겠다’는 것이다! 스스로 물러나지도 탄핵당하지 않은 대통령이 ‘2선’으로 물러나고, 국민이 선출하지 않은 총리와 여당대표가 공동으로 ‘1선’에 나서겠다는 것은 어느 나라 헌법인가! 의전서열 1위(대통령)가 내란에 실패하자, 의전서열 5위(국무총리)와 7위(여당대표)가 권력을 찬탈하겠다는 것과 다름 아니다. 저들에게 대한민국의 권력서열 0순위인 ‘국민’은 대체 어떤 존재인가! 시민들이 8일 오후 국회 앞에서 열린 촛불문화제에서 손팻말과 형형색색의 응원봉을 들고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저들의 '질서'를 거부한다 저들은 말한다. 대통령이 탄핵되어서 헌정이 중단되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고. 아니다! 헌법과 법률은, 대통령이 헌법을 위반하면 탄핵당하도록 했고, 대통령이 탄핵당하면 누가 행정권을 이어받는지 순서까지 정해놓았다. 헌법을 위반한 대통령을 2선으로 후퇴시키고 총리와 여당대표가 공동으로 통치하겠다는 것이야말로 헌법 위반이다. 저들은 말한다. 탄핵 말고 ‘질서있는 퇴진’을 하자고, 그것이 혼란을 줄이는 것이라고. 아니다! 내란의 우두머리를 단 한시라도 대통령으로 두는 것이 곧 혼란이다. 헌법을 무시하고 총리와 여당대표가 ‘갑툭튀’하는 것이 혼란이다. 결국 저들이 말하는 질서는, 권력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발악이자 뒤집기와 되치기를 할 시간을 벌겠다는 잔꾀다. 저들이 질서라고 말하는 혼란이 끔찍하고 지긋지긋하다. 저들의 질서가 아닌 ‘새 질서’를 원한다. 그것은 헌법이 헌법답게 지켜지는 세상을 기초로 한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우리 헌법 제1조 1항의 숭고한 가치가 지켜는 세상, 민주주의와 헌정을 파괴하려고 했던 내란의 우두머리를 자기들 잇속 때문에 대통령 자리에 당분간 머물도록 하자는 정당은 “그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므로 해산된다”는 우리 헌법 제8조 4항의 준엄한 가치가 실행되는 세상이다. 새 질서가 작동하는 새 세상에서,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하고 누구나 균등한 기회를 얻어 자기 생긴대로 살며 자유와 권리를 누리고 책임과 의무도 감당하며 차별없이 고르게 평화로운 삶을 살 것이다. 저들의 질서에 이런 삶은 없다. 이것이 저들의 질서를 거부하는 이유다. ‘질서있는 퇴진’을 말하는 당신들, 매번 민생이니 국격이니 되풀이해서 말하는 당신들, 감히 지혜와 인내와 중용을 말하는 당신들, 이래도 다음에 다 찍어줄거라고 하는 당신들, 이와중에 슬쩍 부자감세법 처리하는 당신들. 무질서하게 퇴진하라, 우리가 ‘새 질서’를 만들 것이다! 박제민 / 녹색정치연구소 공동대표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녹색정치연구소 홈페이지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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