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플랫폼 시대의 민주주의, 도전과 열망
의식주 같이 우리 삶에 반드시 있어야 하는 필수 요소가 있죠. 시대가 발전할수록 우리에게 필요한 요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데요. 대표적인 것이 ‘플랫폼’과 ‘민주주의’입니다. 그렇다면 이 둘은 전혀 관련 없는 단어일까요? 이 둘은 어떻게 이어질 수 있을까요?  우리 사회를 가로지르는 이 두 키워드를 묶어내고자 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왜, 어떻게 이런 활동을 지속해 왔을까요? 2024년 11월 22일. 노무현시민센터에서 개최된 [2024 민주주의랩 컨퍼런스]에서는 ‘플랫폼 시대의 민주주의, 도전과 열망’이라는 세션이 진행되었습니다.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권오현 대표, 오픈넷 오경미 연구원, 슬로우뉴스 이정환 발행인, 진보넷 오병일 대표가 그간의 활동과 고민을 담은 세션을 진행했습니다. 그 현장 기록을 전합니다.  *본 콘텐츠는 세션 내용 속기를 기반으로 작성하였습니다. 패널들의 실제 발언과 다를 수 있다는 점 미리 말씀드립니다. 오픈넷 오경미 연구원은 세션 취지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구글, 메타, 애플 등 소수의 글로벌 플랫폼의 전 세계적인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네이버와 카카오 등 소위 ‘토종’ 플랫폼도 여전히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이들 플랫폼은 사람들이 정보를 검색하고, 서로 소통하며, 비즈니스를 수행하는 공간이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거대 플랫폼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21세기의 민주주의에 긍정적,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플랫폼이 활성화되던 그 시기에 민주주의의 진일보를 꿈꿨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무엇을 했고, 무엇을 열망했는지 들어보려 합니다. 이를 기반으로 지금보다 더 나은 플랫폼의 시대를 그려보는 계기를 가져보고자 합니다.” 세션은 메인 키워드 별로 진행되었는데요. 첫 키워드는 “플랫폼을 둘러싼 글로벌 이슈와 규제 추세”였습니다. 각 메인 키워드별 발제자들의 주요 발언을 소개합니다. # 플랫폼과 규제의 글로벌 동향 현대 사회에서 플랫폼이 미치는 영향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국제적 맥락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페이스북-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사건과 같은 상징적 사건들, 그리고 이에 대응하는 각국의 규제 정책들은 플랫폼이 민주주의와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오병일 "가디언과 슬로우뉴스가 X를 '독성 미디어'로 규정하며 공식 포스팅을 중단했다. 이는 플랫폼의 현재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캠브리지 애널리티카는 전세계 200개 선거에 개입했고, 이는 단순한 개인정보 유출을 넘어선 민주주의의 위기다. 2021년 페이스북 파일즈는 더 충격적이었다. 알고리즘 변경 후 전통 미디어 트래픽은 감소하고 분노 유발 콘텐츠가 더 잘 보이도록 설계됐다는 것이 드러났다." 권오현 "테크 기업들이 약속했던 것들을 보자. 대부분 정보를 체계화하고 연결하겠다는 것이었다. 오픈AI는 인간보다 똑똑한 AI를 만들겠다고 한다. 하지만 과연 이런 목표들이 우리 사회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었나? 지난 30년을 되돌아보면 기술이 약속했던 것들이 지켜진 적이 없다." # 한국 플랫폼의 역사와 현재 플랫폼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우리는 한국의 독특한 플랫폼 발전 과정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PC통신에서 포털로, 다시 소셜미디어로 이어지는 변화 속에서 한국의 플랫폼은 어떻게 성장했고, 그 과정에서 어떤 특수성을 가지게 되었는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권오현 "2006년 다음에서 뉴스 댓글을 시작으로 아고라, 블로그 등이 생겼다. 시민들의 목소리를 담는 공간이었다. 광우병 사태 때는 140만 명이 이명박 탄핵 서명에 참여했다. 하지만 점차 포털은 정치적 메시지를 담기 어려워졌다. 광고가 끊기고, 내부 구성원들의 반발도 있었다." 이정환 "한국의 언론사 방문 비율은 4%에 불과하다. 네이버, 다음에서 뉴스를 소비하니 언론사 사이트를 방문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2015년 대비 2020년에는 전체 트래픽이 줄었고, 뉴스 트래픽은 더 크게 감소했다. 사람들이 뉴스를 안 읽는 시대로 가고 있다." # 좌절된 시도들과 새로운 도전 한국의 플랫폼 규제는 세계적으로도 독특한 양상을 보여왔습니다. 인터넷 실명제로 대표되는 강력한 규제 정책부터 위헌 판결과 규제 완화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플랫폼 규제 역사는 기술과 민주주의의 긴장 관계를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권오현 "팩트체크넷을 운영했지만, 정치권의 공격으로 문을 닫아야 했다. '특정 정당만 검증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시민들이 의견을 내거나 공론장으로서의 플랫폼은 정치적 주제를 다루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 이정환 "조국 사태 시기를 분석해 보면 네이버와 다음의 차이가 뚜렷했다. 네이버 유저는 절반 이상이 특정 관점으로 사태를 이해했을 것이다. 우리가 보는 것들은 누군가가 설계하고 보여주는 것에 불과하다. ‘생각조종자’에 대해 생각해 보면 좋겠다." # 대안 플랫폼을 향한 모색 플랫폼을 통한 민주적 공론장 형성을 위해 다양한 실험들이 있었지만, 많은 시도가 좌절되거나 중단되었습니다. 이러한 실패 사례들을 살펴보는 것은 향후 대안적 플랫폼을 모색하는 데 중요한 교훈을 제공합니다. 오병일 "90년대 참세상은 국가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적인 공간을 표방했다. 2000년대에는 네이버, 다음에 대항하는 사회운동 포털을 시도했다. 자본이 없어 어려웠지만 게시판, 웹메일, 블로그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했다. 지금은 사회운동에 도움 되는 온라인 도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권오현 "기업 형태로는 안 되겠다고 판단했다. 협동조합 형태의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 시민들의 지지가 있다면 새로운 멤버십 모델이 가능할 것이다. 사회적 가치를 중요시하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아직 늦지 않았다." 이정환 "솔루션 저널리즘이 필요하다. 부산일보와 부산대가 협력해 지역 문제 해결을 위한 단위를 만들었다. 정책과 입법 과정을 다루는 저널리즘, 문제를 해법으로 연결하는 플랫폼이 필요하다." # 미래를 위한 제언 플랫폼의 문제점을 인식하면서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우리는 어떤 대안을 모색할 수 있을까요? 협동조합형 플랫폼, 비영리 네트워크 서비스 등 새로운 시도를 통해 기존 플랫폼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노력을 살펴봅니다. 오병일 “해외의 비영리 네트워크 서비스 제공 움직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빅테크에 의존하지 않는 대안적 서비스를 개발하고 확산시키려는 운동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도 이런 흐름에 동참해야 한다." 권오현 "AI 시대에 시민참여와 민주주의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기업이나 정부가 아닌 시민들이 직접 목소리를 모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지금이 중요한 기로다." 이정환 "다음 세상을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 단순히 많이 보는 기사가 아닌, 열심히 보는 기사를 만들고, 대화가 변화를 만드는 작동하는 공론장을 만들어야 한다." 이번 세션을 통해 드러난 것처럼, 플랫폼은 이제 민주주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습니다. 빅테크의 영향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시민들의 목소리를 어떻게 담아낼 것인지, AI 시대를 맞아 공론장을 어떻게 지켜나갈 것인지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습니다. 그러나 패널들이 지적했듯, 우리에게는 여러 가능성이 있습니다. 100만 명이 읽는 좋은 기사를 만들어 맥락을 복원하고,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새로운 형태의 플랫폼을 만들며, 사회적 가치를 중심으로 하는 대안을 모색하는 것. 이러한 노력이 모여 진정한 의미의 디지털 민주주의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비록 그 길이 쉽지는 않겠지만, 시민의 목소리를 담은 건강한 공론장을 만들기 위한 도전은 계속되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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