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없이 구속되면… 대통령의 ‘옥중지시’ 가능할까 [윤석열을 감옥으로]
윤석열의 내란에 수사기관들이 나서고 있다. 9일 오전 11시경,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윤 대통령의 체포 가능 여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가능하다.” (이재승 공수처 차장)
비슷한 시각,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도 윤 대통령의 긴급체포 가능성에 대해 답했다.
“긴급체포에 필요한 요건을 먼저 검토해야 한다.” (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장)
공수처와 경찰청 국수본은 현재 윤 대통령의 직권남용죄, 내란죄 등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도 윤 대통령을 내란 혐의 피의자로 입건했다. 헌법상 예외 규정에 따라, 대통령은 내란죄 혐의가 인정되면 재직 중에도 기소될 수 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은 지난 7일 국회에서 ‘표결 불성립’됐다.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의 집단 불참 때문.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탄핵되지 않고 구속부터 된다면, 국정 운영은 어떻게 되는 걸까.
헌법 제71조에선 대통령의 직무권한 대행에 대해 아래와 같이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국무총리,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의 순서로 그 권한을 대행한다.”
헌법에선 대통령이 구속될 경우를 법적으로 명시하지 않고 있다. 대통령의 구속은 ‘궐위’일까, ‘사고’일까.
‘궐위’는 한자 그대로 어떤 직위나 관직이 비는 걸 뜻한다. 통상 사망, 사임, 탄핵 결정으로 인한 파면 등 관직을 내려놓은 상황을 의미한다.
법조계는 대통령 구속의 경우 ‘사고’로 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탄핵이 안 된 이상 대통령직은 유지가 되니까요. 보통 사고는 업무를 수행할 수 없는 상황, 이를 테면 하루이틀 너무 아파버렸다거나 그런 것도 업무를 수행할 수 없는 사고로 봐서요, 형사 구금(구속)도 달리 볼 필요는 없을 듯합니다.”(임자운 변호사)“우리나라에서 아직 대통령이 직무 수행 중에 구속된 사례는 없으니까요. 그래도 살펴보자면, 체포나 구속은 내가 원하지 않는 상황에 놓여져 업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니까요, 그렇게 되면 사고로 볼 수 있을 듯합니다.”(서성민 변호사)
한 연구논문에선 헌법 제17조에서 말하는 ‘사고’를 “대통령이 재직하고 있지만 대통령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 불가능한 모든 상태”로 봤다.
“사고의 유형은 매우 다양하다. 예컨대, 국회의 탄핵소추의결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 있을 때까지 대통령권한행사 정지, 육체적 질병, 요양, 정신질환, 식물인간, 뇌사, 해외순방 중 연락두절, 마취를 요하는 의료검진, 수술, 시술 등등을 들 수 있다.”(박승호 <대통령 권한대행에 관한 몇 가지 쟁점> 아주법학, 2017년>
대통령의 구속을 사고로 본다고 할지라도, 한 가지 쟁점이 더 따라온다. 그렇다면,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임을 누가 판단해야 하는 걸까. 현행법에선 누가 판단권을 갖는지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있다.
<수험기본서 헌법>(정회철, 2004년)에 따르면, 1차적으로는 대통령 본인이 결정해야 한다. 만약 대통령이 의식불명이나 정신장애 등으로 결정할 수 없는 경우에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에 대한 견해가 또 다시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국무회의의 의결로 결정해야 한다는 견해와 ▲헌법재판소가 결정해야 한다는 견해가 대립된다.
“헌법 71조 ‘사고’의 해석 문제인데, 형사 구금 상태를 ‘사고’로 볼 수 있는지는 결국 그 상황이 ‘직무수행할 수 없는 경우’인가로 판단될 거잖아요. 그 가부는 직무마다 달리 판단될 수도 있겠어요. 감옥에서 할 수 있는 일도, 없는 일도 있을 테니까요.”(임자운 변호사)
실례로 프랑스 헌법에선 정부의 요청에 따라 헌법위원회가 최종적으로 대통령직의 장애를 선언하게 된다.
결국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 대신 구속부터 된다면, ‘사고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라는 판단에 따라 국무총리가 그 권한을 대행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하지만 한덕수 총리가 권한대행을 맡는다 할지라도 국정 혼란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한 총리 역시 내란 혐의로 고발을 당한 피의자이기 때문.
최악의 경우, 대통령의 ‘옥중지시’가 가능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현행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을 내세울 수 있기 때문.
대통령의 경우는 아니지만, 실제로 ‘옥중지시’ 사례가 있었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2011년 옥중에서 업무를 수행한 바 있다. 곽 당시 교육감은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후보를 매수한 혐의로 구속됐는데, 기소 전 구금상태에서 교육청 간부들로부터 옥중 업무보고를 받았다.
지방자치법 제124조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공소 제기된 후 구금상태에 있는 경우에는 부지사ㆍ부시장ㆍ부군수ㆍ부구청장이 그 권한을 대행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태원 참사’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구속됐을 때도, 기소 전까진 ‘옥중 업무’를 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 박 구청장은, 권한대행 체제로 전환된 이후에도 기소 이후 구치소에 수감된 139일 동안 급여를 받기도 했다. 그 금액만 1454만 원 상당이다.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