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분쟁에서 한국시민들이 잊지 말아야 할
국제인권기준
국제민주연대 나현필
분쟁과 평화, 그리고 한국
한반도에서 전쟁이 멈춘 지 70년이 지났습니다. 북한과의 무력충돌과 갈등도 계속되고 있지만, 적어도 한국전쟁의 기억은 현재 한국에서 살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는 겪어보지 못한 일이 되었습니다. 최근에 북한이 발사한 비행발사체에 대해 서울시가 경보문자를 보냈을 때도, 대부분의 서울시민들은 놀라 우리만큼 침착함을 유지했습니다. 외국에서 바라보는 것보다는 우리는 ‘평화’를 누리고 있는 셈입니다. 사실상 섬나라나 다름없는 한국에게 이웃국가의 분쟁은 피부에 와 닿지 않습니다. 한국 군대가 파견되어 본격 전투에 참여한 것도 베트남 전쟁이 마지막이니 더욱 그러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분쟁 뉴스들이 남의 일로 여겨지기 마련입니다.
다른 나라에서 분쟁이 발생했을 때, 오랜 기간 한국에선 국제민주연대와 같은 일부 시민단체들이 분쟁을 일으킨 당사국 대사관 앞 등에서 항의 캠페인을 벌이는 것이 활동의 전부였던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한국사회에 많은 이주민들이 들어오면서 상황은 바뀌었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한국사회에 살고 있는 이주민들이 나서서 연대와 도움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외국과의 교류도 늘어나면서 국제사회의 분쟁문제에 직접 참여하고 행동하는 시민들도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국제민주연대가 2022년 6월부터 12월까지 미얀마 군부와 협력하고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정부를 규탄하기 진행한 러시아 대사관 앞 1인시위)
홍콩, 미얀마, 우크라니아, 팔레스타인
2019년에 있었던 홍콩시민들의 대규모 시위는 홍콩 뿐만 아니라 한국사회에도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한국에서도 시민사회 뿐만 아니라 대학생들과 일반시민들도 홍콩 시위에 관심을 가지고 지지하는 활동을 했습니다. 다른 국가의 문제에 특정 시민단체들이 아닌 광범위한 한국 시민들의 행동이 있었던 것은 2019년 홍콩시위 때가 처음이었습니다. 문제는 한국에 있던 중국유학생들이 대학내에 있던 홍콩지지 대자보를 훼손하고, 중국 영사관이 홍콩 관련 행사에 압력을 행사하는 모습도 나타난 것입니다. 즉, 그 전까지는 두드러지지 않던 국제분쟁의 갈등이 한국에서도 나타나게 된 것입니다.
이에 비해 2021년 2월, 미얀마 군부쿠데타가 일어난 후에 한국에서는 당시 코로나19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미얀마 민주주의에 대한 지지가 폭발적으로 일어났습니다. 시민사회는 물론, 국회와 일반시민들도 미얀마 민주주의에 대한 지지를 적극적으로 표현했고, 그 열기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홍콩과 마찬가지로 미얀마에 대해서도 한국에서는 이념과 지역을 넘어선 광범위한 지지가 이뤄졌다는 점도 주목할 만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홍콩과 미얀마 시민들과 한국 시민사회가 공동으로 많은 행동을 했었습니다.
그러나 이에 비해 우크라이나는 조금 양상이 다릅니다. 2022년 3월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한국 시민사회는 러시아 침공을 비판하고 있지만,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하는 것에 대한 반대 목소리도 높았습니다. 하지만 한국에 거주하는 우크라이나 시민들은 러시아이 부당한 침공에 맞서 싸울 무기를 한국이 제공해 주길 원했습니다. 그리고 즉각적인 휴전보다 러시아가 현재 침공 후 점령한 영토를 반환할 때까지 싸우는 것이 정의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한국 시민들의 실생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전쟁의 여파로 물가가 올랐고 이로 인해 우리의 삶도 어려워졌습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한국시민들의 관심을 갈수록 줄어들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격이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워낙 오래전부터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에 대한 탄압과 인권침해는 계속되어왔지만, 이번처럼 단기간에 만명이 넘는 민간인이 희생된 예는 드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지가 광범위하게 이뤄지지는 않고 있습니다.
한국사회가 국제인권기준준수를 위해 노력할 이유
사실, 왜 어떤 분쟁에는 많은 한국시민들이 지지하거나 관심을 가지고 어떤 분쟁에는 그렇지 못한지는 큰 고민입니다. 전쟁과 분쟁으로 고통 받는 이들은 존재하지만 한국에선 고통 받는 이들보다 누구의 편인가가 더 관심이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미국이 가해자인지, 중국과 러시아가 가해자인지는 중요한 문제인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가해자를 찾는 동안 피해자들의 고통은 점점 보이지 않게 됩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사실 누가 가해자인지도 우리는 잊어버리게 됩니다.
그렇지만 이제는 이러한 국제사화에서 발생하는 분쟁들이 결국 우리의 안전도 위협하는 세상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공급망 문제가 아니더라도 최근 국제사회 분쟁에서 두드러지는 특징은 바로 평화를 보장하는 체제로서의 UN이 제 역할 못하는 것과 함께 반인도적 전쟁범죄가 횡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핵무기 사용까지 거론되는 현실 속에서 이러한 분쟁의 확산과 심화는 한반도의 전쟁위협도 동시에 높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반도의 전쟁위협을 넘어 기후위기를 포함하여 지구촌 공동의 노력이 필요한 이 시대에 각자 도생의 아비규환이 펼쳐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주고 있습니다.
저는 지금 당장 전쟁과 분쟁으로 고통 받는 이들을 위해 한국 시민들이 십시일반 모금에 참여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현재 팔레스타인을 위해 한국시민사회는 긴급모금을 시작했습니다. 또한 미얀마 난민을 위해 식량생산 사업을 하는 해외주민운동연대라는 한국 단체도 있습니다. 두 곳 모두 오랜 기간 팔레스타인과 미얀마를 위해 활동해왔던 단체가 주축이 되어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국시민들의 소중한 후원이 직접 현지의 피해자들과 주민들에게 전달되는 것은 사실 쉬운 일이 아닙니다. 많은 경험과 현지에서의 신뢰가 쌓여야만 가능한 일이기에 이러한 한국 시민단체들의 역량이 이런 분쟁상황에서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이 곳 말고도 세계 곳곳에서 분쟁지역의 평화를 위해 활동하는 많은 시민단체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이러한 단체들의 활동을 후원하고 지원하는 것에 여전히 부족합니다. 하지만 꼭 한국 시민단체들을 지원해 달라는 뜻만은 아닙니다. 무엇보다 한국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이주민들을 응원해주시기 바랍니다.
무능력하다고 비판 받는 UN이지만 앞서 언급했던 여러 분쟁상황에서 UN의 인권전문가들이 내놓는 입장은 명확합니다. 우리에겐 오랜 기간 인류가 함께 고민하고 논의한 국제인권기준이 있고 그것을 위반한다면 그 누구도 비판 받고 처벌 받아야 합니다. 한국의 이주민들과 한국시민사회가 요구하는 것도 그것입니다. 국제인권기준을 준수하라! 국제인권기준을 위반한 국가와 집단을 국제사회가 단죄하라!
한국시민들이 국제인권기준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져 주시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한국정부와 기업들이 이 기준을 지키도록 더 많은 목소리를 내주시기 바랍니다. 이러한 우리 시민들의 목소리가 법과 제도로 실현될 때, 우리는 더 많은 일들을 분쟁으로 고통 받는 이들을 위해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코멘트
4토론에서는 다양한 의견과 관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우리가 주장하는 입장이 다른 사람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는지, 공정하고 평등한 대화를 추구하는지를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또한, 국제인권 기준과 국제법을 잘 숙지하고 이를 기반으로 토론을 진행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