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림버스 컴퍼니'의 부당해고 사태를 아시나요?"

2023.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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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과 사회적 약자에 관심 많은 서비스기획자

 "'림버스 컴퍼니'의 부당해고 사태를 아시나요?" 

출처: 림버스 컴퍼니 유튜브 캡처

모바일 게임 ‘림버스 컴퍼니’의 여성 일러스트레이터가 사측으로부터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습니다. 그 사유는 ‘신규 캐릭터의 옷’ 때문이었는데요. 남성 캐릭터인 ‘싱클레어'는 노출이 있는 모습인데 여성 캐릭터인 ‘이스마엘’은 노출이 없는 옷을 입고 있었고, 이에 대하여 ‘숨은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라는 일부 유저들의 불만이 사건의 발단이었습니다. 


그림이 불러일으킨 나비효과

사건의 발단은 온라인 상에서 퍼진 “한 여성 일러스트레이터의 트위터 계정에서 불법 촬영 범죄 규탄 시위 관련 트위트를 인용하거나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의 트위트에 태그가 돼 있었으므로 이 여성도 래디컬 페미니스트일 것이다"라는 주장에서 시작됐습니다. 이후 일부 유저들이 해당 일러스트레이터의 과거 SNS 게시글을 수집했는데요. 해당 내용은 불법촬영 규탄시위를 지지하거나 낙태죄 폐지에 찬성하는 등의 내용이었습니다. 과거 SNS 게시글을 찾은 유저들은 이를 바탕으로 해당 일러스트레이터를 ‘남성 혐오자'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일부 유저는 게임에 별점 테러를 했고, 림버스 컴퍼니를 서비스하고 있는 프로젝트 문에 찾아가 항의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한겨레, 23.07.29) 

게임 캐릭터의 옷으로 인해 과거의 트위터에서 했던 행동들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추측성 이의 제기로 인해 결국 해고까지 당하는데 도달하는 시간까지는 세 시간이 채 걸리지 걸렸습니다. 


팬덤을 무시할 수 없는 게임업계, 지속되는 사상검증

유저들의 불만이 폭주하자 프로젝트 문지훈 대표는 “해당 일러스트레이터의 작업물을 포함시키지 않을 것이며, 계약을 종료한다"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한겨레, 23.07.29)

일러스트에 문제가 있다며 별점 테러를 하고, 회사에 갑작스레 찾아가서 난동을 부리는 팬덤들. 그들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당장 사업적으로 겪는 손해가 크기 때문에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유저들이 불만을 표하고, 그로 인해 사상검증 및 해고를 하는 일은 안타깝게도 게임업계에서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왔습니다. “지난 2016년 넥슨은 이용자 반발에 '왕자는 필요 없다(GIRLS Do Not Need A PRINCE)' 티셔츠를 입고 인증 사진을 올린 김자연 성우를 자사 게임 '클로저스' 성우진에서 퇴출했고, 지난 2018년에는 '소녀전선', '소울워커', '벽람항로' 등의 게임에서 일러스트레이터 '페미 의혹'이 제기돼 캐릭터와 일러스트가 교체되기도 했습니다.” (서울파이낸스,23.08.07)


게임업계의 사상검증 및 불법해고 이제 그만 

경기도 청년세대 노동조합 '경기청년유니온'은 “최근 페미니즘(여성주의)을 지향한다는 이유로 여성 일러스트레이터를 해고한 게임사 '프로젝트문'을 규탄하고 게임업계 부당해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시 추가 입법 운동에 나서는 등 노력에 나서겠다”라고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을 밝혔습니다. (서울파이낸스, 23.08.03)

이에 대해 프로젝트 문 김지훈 대표는 "이번 논란은 사상검증, 부당해고가 아니었으며, 이에 대하여 법률적인 판단과 자문을 받았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더하여 “허위 사실 유포 등에 대하여 강경한 법적 대응을 할 수 있다"라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톱스타뉴스, 23.08.03)

그러나 경기청년유니온은 “문제가 된 직원은 정규직이었고, 징계해고는 별도 징계위원회를 열었어야 하지만 해고 입장문 게시는 논란 발생 후 3시간도 채 되지 않았다"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징계해고는 회사가 지방노동청에 신고한 취업규칙에 따라야 하는데, 취업규칙은 헌법과 법률에 따르고, 헌법에서는 '양심의 자유'를 인정하기 때문에 정당한 징계 해고로 보기 어렵다"라고 주장하며 팽팽히 맞섰습니다. 이외에도 한국여성민우회, 전국여성노조, 인권위 등 많은 단체에서 개선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한 논쟁이 쉬이 사그라 들 것 같진 않은데요. 게임 업계에서 사상검증을 통한 부당해고는 수차례 이어져 왔기 때문입니다. 법적인 보호를 제대로 받을 수 없는 프리랜서 형태의 근무자가 많고, 팬덤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회사들로 인하여 페미니즘 마녀사냥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번 사태는 해외에도 리트윗되면서 논란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어서 씁쓸하긴 하지만, 이를 계기로 부당해고에 대한 개선이 이뤄지는 계기가 될 수 있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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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권

구독자 256명
사상검증과 부당해고도 문제지만, 개인적으로 회사 대표가 너무 무책임하다는 생각이드네요.. 논란이 터졌다고 바로 해고해버리는 리더 밑에서 어떤 직원이 회사에 소속감을 가지고 열심히 할까..싶기도 합니다.
'여전히?' 라는 생각이 끊이질 않네요. 이 이슈를 받아들이는 조직의 모습이 매우 실망스럽습니다.
정말 놀라운 논란거리네요...

외국 언론에서 이 사태를 두고서 한국의 게이머들이 캐릭터의 노출이 적다고 소란을 떤다고 보도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왜 부끄러움은 늘 당사자 아닌 자의 몫이어야 할까요…

해고 사유와 해고하는 과정이 매우 놀랍습니다. ‘사람을 이렇게 자르다니’라는 생각이 드네요. 페미니즘과, 이용자들의 반발 등에 대해서도 생각거리가 있겠지만 특히나 프리랜서들의 안전한 일자리에 대해서 더 생각해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