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선거구제 개편, 정치개혁은 가능할 것인가?

2023.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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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구제 개편, 정치개혁은 가능할 것인가?

☝ 개념 설명

선거구제란 대표를 선출하기 위해 선거를 실시하는 단위지역인 선거구의 크기와 선출인원 등을 결정하는 제도입니다. 한 선거구에서 몇 명을 선출하냐에 따라 선거구의 크기가 달라지게 되는데요. 선거구의 크기와 선출 인원에 따라 선거구 당 1명의 대표를 선출하는 소선거구제, 2~5명 정도를 선출하는 중선거구제, 2명에서 많게는 10명까지 선출하는 대선거구제로 구분합니다. 여기에 중선거구제와 대선거구제를 합쳐 중대선거구제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극단으로 치닫는 정치, 양당제와 선거제도가 문제다?

2020년 더불어민주당을 180석이라는 거대 여당(현재 야당)으로 만들어 주었던 제21대 국회가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2024년 4월 10일에 치러지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까지 불과 8개월 정도가 남았는데요. 제21대 국회 기간 동안 우리는 급격한 변화들을 경험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과 부동산 가격 폭등, 역대급 비호감 대선과 정권교체, 러·우 전쟁 등 정말 바람 잘 날 없는 시간의 연속입니다.

이 시기를 거치며 우리 사회의 분열과 갈등은 극단을 향해 치닫고 있습니다. 이러한 갈등의 가장 큰 원인으로 ‘정치’가 꼽히고 있는데요. 쿠키뉴스(2023. 3. 8.)의 의뢰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정치인들이 사회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갈등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응답이 84.3%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른 의견을 가진 상대를 악으로 규정함으로써 대화와 타협은 실종 되었고, 중요한 민생 문제들이 이념화, 정쟁화 되는 등 정치가 무너지고 있다는 평가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의 원인으로 거대 양당이 독점하고 있는 현재 우리 정치 상황과 이를 심화 시키는 승자독식 구조의 선거제도가 지적되고 있습니다. 상대방보다 한 표라도 더 얻으면 당선되는 현행 선거제도에서는 정당 간 갈등이 격화될 수밖에 없는데요. 전략적으로 상대방을 폄하하고 자신의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것이 다수 국민의 공감을 얻는 것보다 훨씬 쉽고 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

  정치 양극화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올해 1월 윤석열 대통령은 조선일보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소선거구제는 전부 아니면 전무로 가다 보니 선거가 너무 치열해지고 진영이 양극화되고 갈등이 깊어졌다면서 지역 특성에 따라 2명, 3명, 5명을 선출하는 중대선거구제 개편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합니다. 뒤이어 김진표 국회의장도 선거구제 개편 협상안의 시한을 3월로 제안하며 선거구제 개편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거대양당의 무관심과 입장 차이로 인해 개혁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황입니다.


현행 소선거구제도 무엇이 문제일까?

  현재 우리나라에서 채택하고 있는 소선거구제는 한 선거구당 1명의 대표가 선출됩니다. 유권자 1명당 1표를 행사하여 가장 많은 표를 얻은 단 한명의 후보자가 당선되는 단순다수대표제 방식으로 당선자가 결정되는데요. 이걸 승자독식(winner takes all) 구조라고 합니다.

  이러한 구조 때문에 소선거구제는 양당제 구조를 만든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연구용역으로 실시한 ‘선거구제 운영사례와 대표성 제고 방안 연구’에 따르면 학자들은 일반적으로 한 선거구의 당선자 수에 따라 그 선거구에서 등장하는 유력 경쟁 후보 수가 결정된다고 보는데요(M+1법칙), 유력 후보자 수는 그 나라의 주요 정당 수와 일치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소선거구제는 양당제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합니다.

  상대 후보보다 한 표만 더 얻으면 당선되는 승자독식 구조에서는 당선자가 다수의 국민보다는 소수를 대표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럼 자연스레 다수 국민의 표가 반영되지 못하고 사표가 많이 발생하게 됩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현해 소선거구 제도의 개편 필요성을 언급했는데요. 최근 4번의 국회의원 선거를 분석한 결과 사표 비율이 무려 48.5%임을 밝히며 이는 국민의 뜻과 선거의 결과가 맞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즉 득표율이 의석수와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인데요. 이러한 불비례성은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의 대표성을 낮추고 있습니다. 또한 소선거구제가 우리나라의 지역주의와 결합해 지역구도와 지역갈등을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소선거구제가 꼭 나쁜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소선거구제의 장점으로는 군소 정당의 난립을 막아 정국이 안정된다는 점이 있으며, 유권자가 후보자의 인물 파악이 용이하다는 점, 선거의 관리가 용이하고 선거비용이 적게 든다는 점 등이 장점으로 꼽힙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소선거구제와 단순다수대표제를 실시하고 있는 미국과 영국도 대표적인 양당제 국가입니다.


중대선거구제가 소선거구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중대선거구제란 한 선거구에서 2명 이상의 대표를 선출하는 선거제도 입니다. 예를들어 한 선거구에서 3명을 선출한다고 했을 때 득표 순위에 따라 1등, 2등, 3등 후보까지 당선이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소선거구제에 비해 사표 발생이 줄어들고, 후보자 선택의 범위가 넓어진다는 장점이 있어 소수 정당의 국회 진입이 쉬워진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중대선거구제가 현재 우리나라의 양당제 구조와 지역주의를 혁파할 수 있다고 여겨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중대선거구제가 정말 소선거구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우리나라도 과거 중대선거구제를 실시했었는데요. 유신 시절인 9대 총선(1973년)에 처음 도입되어 12대 총선까지 유지되었습니다. 그러나 당시는 독재정권 시기로 국회의원 선거제도 또한 집권여당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게끔 만들어졌는데요. 국회의원 정수의 3분의 1을 대통령이 추천하였으며, 이외 의석은 2인의 후보를 선출하는 중선거구제를 도입해 집권여당의 후보가 2위를 하더라도 당선될 수 있도록 유도했습니다. 이로 인해 대통령 직선제로 전환된 이후 중대선거구제는 ‘유신의 산물’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습니다.

2022년 6.1 지방선거에서는 중대선거구제가 시범적으로 적용되었는데요. 기초의원선거 지역구 1,030개 중 30개 선거구에서 한 선거구에 3~5인을 선출하였습니다. 선거 결과 시범 실시 지역에서 소수정당의 후보 공천과 당선자 비율이 전국 대비 다소 높게 나타났으나, 양대 정당으로의 집중은 크게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회입법조사처에서 실시한 제8회 동시지방선거 연구 보고서를 살펴보면, 시범 실시 지역의 109명의 당선자 중 양대 정당의 당선자는 96.3%인데 반해 소수정당 후보는 4명으로 3.7%에 불과했습니다. 또한 당선된 소수정당 후보 4명 중 3명은 진보정당 후보로 광주 지역에서 당선되어 지역구도 또한 완화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만 국회의원 선거와 기초의원 선거의 위상 차이, 전체 지역의 2.9%에 해당하는 30개 지역에 한정된 시범실시라는 점 등이 중대선거구제 확대로 인한 효과를 추론하기엔 한계가 있어 보입니다.

손병권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는 문화일보 시평에서 중대선거구제가 사표의 발생을 대거 줄여 대표성을 높이는 것은 분명하다고 합니다. 그러나 2인 선거구를 통해 사실상 양대 정당의 지배구도를 고착화할 수도 있으며, 3인 이상의 경우에도 정당 복수 공천이 허용될 경우 양대 정당의 선거 지배 현상이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 지적합니다. 또한 양당 간 대립 해소 효과에도 회의적으로 평가했는데요. 오히려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 사실상 보장되는 주요 정당의 후보들의 경쟁 심화는 물론 정당간 대립 현상도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습니다.

 

중대선거구제는 꼼수다? 비례대표제를 개선해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이러한 중대선거구제가 꼼수 선거제도 개혁논의라고 주장하는데요. 2023년 1월 11일 성명을 통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개선하지 않는 중대선거구제 도입은 개혁이 아니며, 100%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라고 촉구했습니다.

경실련은 거대 정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좋은 대안이 있으면서 지난 20대 총선에서 준연동형 선거제도를 도입하였으며, 위성정당을 창당하여 민주주의를 후퇴시켰다고 비판합니다. 따라서 현행 연동률을 유지하는 중대선거구제 도입 논의는 기득권을 내려놓지 못하는 모습이라고 지적하는데요. 준연동형 선거제도를 그대로 두면서 중대선거구제 혹은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안은 실질적인 개혁안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합니다.

따라서 경실련은 100%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과 위성정당 출현 방지법을 도입해야 하며,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해 국회의원 정수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토론해봅시다

지금까지 선거구제 개편에 관한 논의거리들을 정리해보았는데요. 선거제도는 정치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다양한 측면에서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또한 민주주의의 기반을 형성하는데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요. 같은 선거제도라도 국가의 정치적, 사회적 상황과 문화 등에 따라 효과는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우리나라에 가장 적합한 선거제도는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선거구제 개편에 대한 입장은 투표 [선거구제 개편안 어떻게 생각하시나요?]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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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읽고 나니 승자독식 구조를 어떻게 깰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어떤 방식이 최선인가는 면밀하게 분석하고, 시행 후 결과를 바탕으로 보완하는 과정이 있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어떤 방식을 선택하느냐 이전에 어떤 인식을 공유하느냐 같네요. '이기면 장땡'이 되는 구조를 깨야한다는 공통된 인식을 바탕으로 방식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길 희망합니다.
양당이 번갈아가며 지배하는 '형식적인' 민주주의가 우리나라 정치체제의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개편 논의도 중요하겠지만, 저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눈에 밟힙니다. 양당제를 극복하고자 하는 오랜 노력의 결과로 시도되었는데, '위성정당 꼼수'로 무위(도로 양당제)로 돌아갔기 때문입니다.
투표를 통해서는 새로운 변혁을 이뤄내기가 힘든 구조인 것 같습니다. 더 많은 표를 가진 사람이 당선되고, 표 차이가 적더라도 '진 사람'은 그걸로 끝이니까요. 다양성이나, 소수의견은 바로 묵살되어버리는 것이죠. 이런 시스템을 조금이라도 보완할 방법이 필요할텐데, 다양한 제도를 소개해 주셔서 저도 상상해 보게 되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