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 인구가 급감하고 있다. 대학들은 내년 입시 고비를 넘기면 10년은 숨을 돌릴 수 있다고들 한다. 이 말은 10년 후에 다시 위기가 찾아온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대학들은 문을 닫게 될 것이다. 대학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망한다는 말로 미루어보자면, 현재 대학의 경쟁력이란 서울로부터의 거리일 것이다.
만약 그 경쟁력이 실제적인 것이라면, 인구의 감소세에 맞추어 우리나라의 모든 인구를 서울과 수도권에 밀집시키는 것이 경쟁력의 총합을 극대화하는 방편일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나라 산업에서 제조업의 비중을 낮춰야만 한다. 제조업은 기본적으로 거대한 공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은 기흥과 화성에 있는데, 초미세 공정이 가능한 새로운 생산 라인이 필요하다 보니 평택에 추가적으로 캠퍼스를 지었다. 생산 라인이 더 필요하다면 경기도를 넘어서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런데 우리나라 제조업 회사가 삼성전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하이닉스, 현대자동차, 한국조선해양, 포스코 등 수많은 제조 회사가 존재한다. 이러한 제조를 서울과 수도권에 모두 밀집시키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그렇다고 무작정 제조업 비중을 낮추고 서비스업 중심의 산업 체계를 구축할 때 국가 경쟁력이 높아질 것 같지도 않다. 결국, 국가 경쟁력을 유지하고 높이기 위해, 우리는 비서울 혹은 비수도권을 포괄해야만 한다. 그렇다면 서울은 1등 시민의 공간, 비서울을 2등 시민의 공간으로 구획하는 것은 비효율적일 것이다.
지방 도처마다 경쟁력 있는 대학이 존재한다면, 지방의 경쟁력을 존속시켜나갈 수 있을 것이다. 우수한 학생을 교육하여 배출한다면 이들을 채용하기 위해 회사들도 유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경쟁력 있는 새로운 대학을 만드는 것은 좋은 방안은 아닐 것이다. 인구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존재하는 학교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최선일 것이며, 이를 위한 세 가지 방안을 제안해보고자 한다.
(1) 학부 교육과 대학원 교육에 강점을 갖는 인접 대학들의 통합(부산대-UNIST, 경북대-DGIST, 전남대-GIST)은 경쟁력을 높이는 방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언급한 대학들은 인프라가 충분히 구축된 광역시에 위치하기 때문에, 충분히 경쟁력을 갖춘 인력을 양성할 수 있게 된다면 중견 및 대기업도 유인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지역 내에서 평판이 우수한 대학들이기 때문에 재정비하는 비용도 크게 들지 않을 것이다. 서울권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의 지방 과학기술원으로의 진학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지방 과학기술원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기능할 수 있다.
(2) 지방 국립대의 산-학 연계를 강화하는 것을 고려해보면 좋을 것 같다.
대학이 순수 학문의 보루로서 존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나, 공교육이란 기본적으로 국가의 경쟁력을 목적으로 삼을 수 밖에 없기에, 배출되는 인력이 산업에서 각자의 역할을 맡을 수 있도록 기능해야 한다고 본다. 만약 학계가 연구 중심으로 방향을 잡게 된다면, 논문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에 더욱 집중하게되고, 자본에서 경쟁이 이루어질 수 없는 산업체와의 경쟁을 피하기 위해 산업체가 집중하는 개발 분야와 멀어지기 쉽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산-학의 긴밀한 협업을 장려하고, 논문이 아닌 특허 중심의 평가를 수행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이렇게 양성된 인력들은 산업계에 투입되자마자 직접적으로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지방에 위치하는 대학이라 하더라도 양질의 취업이 가능해진다면 충분히 좋은 입시 성적을 낼 수 있음은 켄텍의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3) 학부 교육 커리큘럼이 유연해지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들어 반도체 학과가 급증하고 있으나, 전자공학과와 차별점을 찾기 힘든 곳이 많다. 만약 제대로 된 반도체 학과를 만들려면 반도체 소자, 회로, 광학, 재료과학, 전산 등의 분야가 융합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렇게 새롭게 학과를 만든다면 전공의 전문성이 현저히 떨어지게 될 위험성이 있다. 따라서 타 전공과목과의 다양한 조합 방법을 학계와 산업계가 제시하고, 이를 학생들이 적절히 선택할 수 있도록 장려하게 된다면, 각 전공의 전문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다양한 인재를 양성할 수 있을 것이다. 자연과학대학에 속한 학생들도 공학계열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게 하는 세미나를 장려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본다.
작성자: 배성현(강원대학교, 전자공학 전공, ESC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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