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늘어나는 기후재난, 농민에게 필요한 기후정의

2023.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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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農)에 대한 담(談)을 풀어내고자 합니다. 약간의 농담과 함께.

기후위기 취약계층인 농민

재난이 점차 일상화되어 가며, 많은 사람이 위기의 영향권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똑같이 피해를 겪는 것은 아닙니다. 신체적 차이, 지역, 세대, 부, 성별 등 다양한 사회적 요인에 따라 위기에 노출되는 정도와 피해의 크기가 차이 나는데요. 즉, 특정의 사람들이 기후위기로 인해 누구보다도 더 큰 피해를 입는 것입니다. 국회입법조사처에서는 이들을 ‘기후위기 취약계층’이라 부르며 다음과 같이 정의합니다.


“폭염·한파에 취약성을 보이는 노인, 영·유아, 어린이, 임신부, 만성질환자, 장애인 등 생물학적 취약계층과
기초생활수급자, 노숙자, 옥외근로자 등 사회경제적 취약계층, 상습수해지역·노후화주택 등 취약시설 거주자” 

국회입법조사처. 2022. <기후위기 취약계층 보호대책 개선 방안>. 5p.


기후위기 취약계층 개념은 기후위기 문제가 모두에게 공평하게 적용되지 않는 것을 보여줍니다. 지난해 폭우로 인한 ‘신림동 반지하 일가족 참변’의 사례가 보여주듯이, 기후재난의 피해는 가난하고 약한 이들이 가장 먼저 감당합니다. 이러한 사실은 취약계층이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적음에도, 먼저 희생당하는 것과 다름없기에 필연적으로 ‘기후정의’를 외치게 합니다. 기후정의는 ‘기후악당’이 책임을 다하고 약자를 보호하는 방식의 체제 전환을 요구하는 것으로, 세계적으로 그 요구가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뉴스트리 2023.06.20)


사진: Unsplash의Markus Spiske


올여름을 강타한 폭우는 한국에서 기후정의의 필요성을 다시 느끼게 해줍니다. 매년 ‘유례없는 폭우’라는 단어를 갱신하며 찾아온 장마는 엄청난 침수 피해를 불러왔습니다. 지난 7월 10일부터 18일까지 발생한 폭우는 12년 만에 최악의 인명사고를 유발했습니다.(MBC 2023.07.17) 인명사고뿐만 아니라 재산 피해 역시 컸습니다. 특히 농촌지역에서는 서울 절반 크기 이상의 농경지(3만4천ha)가 물에 잠김과 동시에 많은 시설이 무너졌고, 가축 82만5천마리가 폐사했을 정도로 손실이 심각했습니다.(연합뉴스 2023.07.20) 순식간에 1년 농사와 기반이 무너진 농민들은 망연자실했습니다.

 

농촌의 농민은 기후재난에 따른 피해를 직접적으로 겪는 기후위기 취약계층입니다. 땅과 기후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농사의 특성상, 매년 발생하는 기후재난은 농민의 소득을 넘어 그들의 생존권을 위협합니다. 유엔 산하 국제 협의체인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지난 2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아시아 지역은 기후변화로 인해 농업 작물 생산량과 보건, 자연재해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실제 한국의 사례는 환경부가 유엔에 제출하기 위해 발간한 ‘대한민국 기후변화 적응 보고서’에 잘 드러납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기후변화로 인해 극한 강우와 가뭄이 늘었고, 농업에서 작물 재배지가 북상하고 병해충 발생이 증가하는 등의 현상을 보이는데요. 이러한 상황은 매년 다양한 기후재난으로 농민들의 삶이 위협받는 것을 나타냅니다. 거기에다 늘어나는 기후재난에 농민들이 대처할 여력이 없다는 점 역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농촌 사회의 높은 고령화율, 인구 유출, 소득 감소, 행정력 공백 등 ‘지역소멸’ 위기는 기후변화 적응에 큰 어려움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 취약계층 지원이 곧 기후정의

정부는 매년 기후위기로 발생하는 농작물 피해에 대해 ‘특별재난지역 선포’와 ‘농작물 재해 보험’/‘풍수해보험’ 등을 통해 피해액을 일정 부분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 농업이 기후위기에 대응하게끔 ‘스마트팜’ 등의 온실 기반 디지털 농업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현재의 피해 지원책은 피해복구/생계비 지원을 보험산정에 기반해 농민 개인에게 책임을 지우고 있다는 점에서 대응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전국농민회총연합’은 보험에 기반한 피해 대책이 모호한 피해 산정 기준, 높은 보험료, 구호에 초점을 맞춘 지원 등의 문제를 지녀 실질적인 피해보상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빚을 내서 농사짓고, 소득이 낮은 농민이 재난으로 농업계를 이탈하는 것을 제대로 막아내지 못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또 정부의 스마트팜 양성 사업이 기후위기 적응의 전부가 아니라는 비판도 존재합니다. 스마트팜은 온실의 온도와 습도 등을 조절하고 농작물의 생육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시설로, 이상기후에도 안정적인 생산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초기자본이 많이 들어 농업소득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농민 개인이 막대한 빚을 지녀야 하고, 고령화된 농촌에서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하기가 어려울 것이란 단점이 존재합니다. 따라서 기술력만을 우선시할 것이 아닌, 농민들이 재해에 더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끔 사회적 기반을 마련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기후재난의 최전선에서 피해를 감당하는 농민들에게는 기후정의가 필요합니다. 농민들의 피해에 대해 국가가 직접 보상하는 것은 물론, 농촌에서 기후위기에 적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도와야 합니다. 나아가 농민들이 지속가능한 농업으로 전환할 수 있는 체계적 지원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에 농민들의 목소리가 실질적으로 담겨야 합니다. 최근 세계적으로 기후위기로 인한 식량위기가 계속해서 논의되는 만큼, 농민의 중요성 역시 커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농민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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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 471명
기후위기로 인해 더 큰 피해를 입는 이들을 위해 사회적 논의를 지속하고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해보입니다.
기후재난 속 농민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더 생각해보게 되네요.
기후정의에 대한 정의에 공감합니다. 취약계층 지원에 대한 정책이 조속히 마련되면 좋겠습니다.
기후위기가 모두에게 같은 기후위기가 아니라는 점에 격하게 동의합니다. 지원도 해야 하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후위기가 벌어지도록 만드는 원인을 소거하는 작업에 기후위기에 영향을 받는 주체들이 함께 대응하는 것에 동시에 집중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책이 명확하게 있는지도 의문인데 써주신 걸 읽어보니 그 피해가 농민들에게는 곧바로 현실로 다가올 것 같아서 걱정이네요. 기후위기가 취약계층에게는 더 가혹하게 다가온다는 게 점점 더 명확해지는 것 같습니다. 농민을 비롯해서 기후위기가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이들을 보호할 방안 마련을 위해 논의가 더 활발해지면 좋겠습니다.

한 사회가 지닌 기후적응력을 파악할 때 농촌 지역의 기후적응력이 굉장히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바로 '식량'의 문제와 직결되어 있으니까요. 이 부분에서 한국 사회가 상당히 뒤떨어져 있음은 분명해 보입니다. 글에서도 언급해주신 것처럼 농민들의 목소리를 귀기울여 듣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싶네요.

'기후위기 취약계층 지원이 곧 기후정의' 라는 한 문장이 크게 와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