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모두의 권리

2023.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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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불평등을 싫어합니다. 모두의 다양성이 존중받는 세상을 꿈꿉니다.

"우리 나이 들면 같은 실버타운에 들어가자.” 제가 친한 친구들과 주고받던 농담입니다. 우리 부모님도 “늙으면 요양원에 보내라.”라고 하십니다. 나이가 들면, 혼자서 살아가기가 더욱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누군가의 돌봄을 받으며 살아가거나, 돌봐줄 사람이 없거나, 가족에게 짐이 되기 싫은 사람들은 내가 살아온 곳을 벗어나 요양원 같은 곳을 선택하죠. 왜, 우리는 나이가 들면 요양원에 들어가는 편이 낫다고 선택하게 될까요.

지역사회를 구성하는 많은 것들, 이를테면 건축물이나 돌봄 서비스, 일자리 정책 같은 것들이 노인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제사회에서 논의 되고 있는 ‘노인권리협약’ 초안은 제19조에서 ‘주거지, 또는 공동체에서 나이 들 권리’를 규정하고 있습니다(국가인권위원회, 2022. 11. 24.).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사람과 나이 들어가는 것을 노인의 권리로 천명하고, 이를 보장하기 위한 국가의 의무를 명문화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인 것입니다. 

노인이 되어도 내가 살던 집에서, 내 가족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내가 필요한 돌봄과 기타 서비스를 받으며 살아갈 수 있다면, 나와 친구들은, 그리고 부모님은 요양원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선택지가 없어서 한 선택을 진정한 ‘선택’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도 함께 들었습니다.


장애인 거주시설, 차별과 인권침해 그 자체

1980년대 소위 부랑인 관리를 위해 만들어진 시설은 아직도 그 형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크고 작은 시설에는 6만여명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시설에서 발생하는 사건/사고는 매번 우리를 충격에 빠트립니다. 이러한 사건들이 일부 시설의 문제라고 해도, 시설은 장애를 이유로 사람을 특정한 장소로 분리합니다. 장애를 이유로 하는 분리, 배제, 거부는 명백한 차별입니다. 또한 시설에서의 통제와 관리를 위한 규칙들이 거주인들의 자유를 억압합니다. 시설 수용 방식 자체는 인권 침해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장애인 탈시설, 선택의 문제가 아닙니다.

“장애인이 시설을 선택할 수도 있다.” 장애인 거주시설을 유지하기 위해 ‘시설에 사는 것도 장애인의 선택’이라며 탈시설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는 명쾌한 해답을 내놓습니다.

35. 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이 탈시설 과정에 완전히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과 정보를 접근가능한 형식으로 제공해야 한다.

37. 일부 사람들은 독립적으로 살 수 없고 시설에 남아야 한다고 결정하는 것은 차별이다. 의사결정에 대한 권리를 부정당해온 이들은 자립생활과 지역사회 통합을 시작하더라도 초반에는 이러한 생활환경이 편안하지 않을 수 있다. 많은 이들에게 시설은 그들이 아는 유일한 생활환경일 수 있다.... 장애인의 “취약점” 또는 “약함”이 탈시설의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 ‘긴급상황을 포함한 탈시설 가이드라인’, 2022).

그러니까, 어떤 장애인에게는 지역사회 자립에 대한 정보가 접근 가능 한 형태로 제공되지 않았거나, 시설이 그들이 아는 생활 환경의 전부였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에게는 시설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었고, 그것이 시설을 선택한것처럼 보이게 할 수 있습니다. 나와, 많은 사람들이 ‘늙으면 요양원이나 들어가야지’하고 이야기 하는 것 처럼 말입니다. 

 

탈시설 정책, 시설이 필요 없는 사회 만드는 것

우리나라도 탈시설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탈시설’이라는 용어를 회피하듯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시설을 선택할 장애인을 위해 시설을 남겨두기도 하며, 탈시설을 희망하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에서 천명하는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조치에 충분히 맞닿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회에 발의되어있는 ‘탈시설 지원법’도 제자리 걸음입니다.

(이미지:  장혜영 의원실 “탈시설 당사자의 목소리를 들어라!” 4월 임시국회 탈시설 입법 촉구 기자회견(2022. 04. 07.)) 

“탈시설은 시설을 없애는 정책이 아니라, 시설이 필요없는 사회를 만드는 정책입니다(장혜영 의원실, 2022. 04. 07.).” 2022년 탈시설지원법 통과를 촉구하는 자리에 참여했던, 장애인당사자의 가족이자 정의당 국회의원인 장혜영 의원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장애나 연령, 질병 등을 이유로 분리되지 않고, 누구나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사람과 살아갈 수 있는 지역사회를 만드는 것이 탈시설의 핵심입니다. 탈시설에 대한 의미없는 찬반 논쟁을 멈추고 즉시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을 온전히 이행하는 정책이 시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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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잠깐 살았을 당시 편의점이나 식당, 학교, 그외 많은 시설들이 베리어프리 시설이었어서 참 좋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납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나 음성안내, 휠체어 이용자를 위한 턱 없는 건물들.. 새로 짓는 주택 중에는 장애인과 노약자를 위해 2층 없이 1층 단독으로, 입구를 포함한 집안 모든 구역에 턱이 없고, 문 또한 미닫이로 되어 있는 등 세심함이 보이는 건물도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길을 가며, 학교를 다니며 일상적으로 다양한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글을 읽으며 장애인이 굳이 시설에만 거주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는 바로 이런 느낌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탈시설은 시설을 없애는 정책이 아니라, 시설이 필요없는 사회를 만드는 정책이라는 말에 공감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길 기원합니다.

글을 읽으니 선택지가 충분하게 주어지지 않는 것도 차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시설이 필요하지 않은 사회를 상상하는 목소리가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탈시설 정책'이라는 것이 시설을 없애는게 아니라 시설이 필요 없는 사회구조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는데에 공감이 갑니다.

누구와 함께 살고, 어디에서 살것인가는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