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찰리의 아버지는 미래에도 존재할 수 있을까?

2023.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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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량입니다

출처 :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 스틸컷 (클릭)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해피엔딩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은 가난한 집에서 살아가는 찰리가 윌리웡카 초콜릿에서 뽑은 황금티켓으로 초콜릿 공장을 탐방하는 내용이다. 주인공 찰리는 할아버지로부터 받은 돈으로 산 초콜릿에서 전세계 5장 뿐인 황금티켓을 뽑는다. 해당 티켓은 베일에 쌓여 있던 윌리웡카 초콜릿 공장의 입장권으로, 티켓을 가진 사람에 한해서 베일에 쌓여 있던 초콜릿 공장의 비밀을 보여주는 초대권이다. 티켓을 뽑은 찰리는 집안이 가난하다는 걸 알았고, 티켓을 팔려고 한다. 하지만, 팔면 안 된다는 할아버지의 조언을 듣고 그와 함께 윌리웡카의 초콜릿 공장으로 향한다. 별난 이벤트처럼, 별난 내부를 탐험하며 초콜릿 공장의 후계자로 낙점되어 그 공장을 빠져 나온다. 쥐구멍에도 볓들날 온다는 말처럼, 찰리의 가정에도 또 다른 빛이 든다. 애초 로봇의 등장으로 실직한 아버지가, 로봇 수리공으로 재취업에 성공한 것. 그렇게 <찰리와 초콜릿 공장>은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은 노동자 임금, 근무시간 등 다양한 걸 보여준다. 챗 GPT의 대두로 주목되는 건, 찰리가 아닌 그의 아버지 모습이다. 로봇과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많은 사람들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말한다. 한편, 단순 노동이 사라질 것이고 오히려 높은 수준의 일자리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 말한다. 영화 속 찰리 아버지가 치약 뚜껑을 닫는 일을 하다가, 로봇의 등장으로 실직했다가 오히려 그 로봇을 수리하는 일로 재취업에 성공한 것처럼 말이다. 찰리 아버지는 이 두 주장을 몸소 보여준다.

현실은 어떨까? 로봇과 AI가 인간의 일을 모두 대체할까? 아니면, 또다른 일이 생겨나고 그 일을 하게 될까? 찰리의 아버지는 현실이 될 수 있을까?

로봇과 AI가 일자리를 대체한다는 말은 너무 오래됐다. 실제 일부는 대체되고 있다. 기계는 커피도 내리고, 닭도 튀기고, 서빙도 한다.  커피를 내리는 카페도 심심치 않게 본다. 이런 내용을 보면, 기계가 인간을 대체한다는 건 사실로 보인다.

출처 : https://ifr.org/downloads/press/01_2015/KUKA_Production_2021_300_dpi.jpg 

출처  : (클릭)

실제 국내 산업 현장에서 로봇은 활발히 쓰이고 있다. 단순 서빙, 커피 제조, 닭 튀기기만이 아니라 자동자 제도에도 활발히 쓰이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로봇 밀집도가 1위다. 제조업 근로자 1만 명 당 로봇 대수는 932개로 2위인 싱가포르 605개의 거의 1.5에 달한다.

수치가 보여주듯 우리나라는 로봇 도입 속도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국가다. 이런 추세 때문에 보스턴컨설팅 그룹은 지난 2015년에 발표한 <The Robotics Revolution: The Next Great Leap in Manufacturing> 보고서에서 한국은 2020년까지 제조의 20%를 로봇이 하고, 2025년에는 40%까지 상승할 것이라 발표했다.

산업 현장에서 로봇을 사용하는 건 위험한 업무에 사람을 투입하지 않기 위해서다. 또한 효율성도 높고, 효과성도 높다. 실제 로봇 도입으로 인해 산업 현장에서 산업재해 발생 건 수가 줄었다는 연구도 있다. 더구나 로봇은 파업도 하지 않는다.

출처 :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 스틸컷 (클릭

더 많은 효율성, 더 많은 효과성, 경제성 측면에서 산업계에서 로봇을 쓰지 않을 이유가 사실상 없다고도 보여진다. 오히려 인간을 쓸 필요가 있나? 라는 생각도 든다. 로봇의 등장으로 부가적인 서비스도 등장하겠지만, 도입된 로봇의 수만큼 늘어나진 않을 것이다. 931대의 로봇을 931명의 인간이 수리하는 게 아니라, 일부의 사람이 로봇을 수리할테니 말이다. 931명의 사람이 로봇으도 대체됐다면, 수리공으로 재취업 한 찰리의 아버지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 그 사람들은 어디로 가게될까?

쏟아져 나오는 노동자는 어디로 갈까?

미래 국가 모습을 섣불리 판단할 수는 없으나, 실업이 사회혼란과 문제라는 점은 명확하다. 때문에 국가나 시민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시민은 대안을 마련하라며 목소리를 낼 것이고, 국가는 그 의견을 수렴해 대안을 마련할 것이다. 또한, 틈새 시장을 노려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서비스 혹은 산업이 나타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나타날 노동의 모습이 결코 질적이라고 판단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한귀영 사람과디지털연구소 연구위원은 인공지능과 로봇이 인간을 노동으로부터 밀어내는 것을 염려하는 게 아니라, 미래 노동의 질이 실질적인 위협이라고 말했다.

로봇과 인공지능이 노동자를 일에서 밀어 낸다면, 어쩌면 별의 별 일이 생길 지도 모른다. 공유경제가 활성화 되어, 기존 인간이 하던 다양한 일을 사람들이 하게 될 것이고, 어쩌면 개똥 치우는 일도 정말 현실에서 일로 받아들여 질지도 모른다.


실제 2016년 Pooper라는 서비스가 공유경제를 이름으로 나타난 적이 있다. 원하는 시간과 장소를 말하면, 개똥을 치워주는 일이었다. 실제 서비스는 아니고 예술프로젝트였다. 벤베커는 “직접 해도 되는 일까지 긱경제에 맡기는 행태가 날로 심각해지는 자금의 세태를 꼬집고 싶었다”고 말한다 있다.¹ 

로봇과 AI의 인간대체, 노동과 질을 함께 고민해야하지 않을까?

미래를 확정할 수 없으나, 로봇과 AI로 인간의 노동에 큰 변화가 생기리라는 점은 명확해 보인다. 일자리의 수가 줄어들 것이고, 어쩌면 노동의 질 역시 ‘인간이 이런 것까지 해야 되나?’라는 의문이 드는 일을 할지도 모른다.

그러기 위해서 준비해야 할 건, 인간과 로봇, AI의 관계를 명확히 하고, 어떻게 활용할지,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한계는 어떻게 둬야 할지 정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이미 우리 사회에서 나타나고 있는 노동의 질 문제 정비도 필요해 보인다. 여전히 사회 어디에선가는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고, 마땅히 법으로 정해진 권리조차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먼 미래엔 로봇과 AI를 다룰 줄 알고, 설계할 줄 알고, 개발할 줄 알고, 가지고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간의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지 모른다. 지금도 나타나고 있는 양극화가 미래엔 더 벌어지지 않도록, 시민들이 머리를 대고 토론해야 될 것 같다.

*『공유경제는 공유하지 않는다』 (악렉산드리아J. 래브넬, 롤로코스터, 2020, p.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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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관련 기사들을 찾아보면서 '기술실업'이라는 단어를 종종 마주쳤는데요. 어떤 의미인지 궁금해서 관련 자료를 열심히 찾아보면서 어떤 의미인지 이해하는데 한참 걸렸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적어주신 내용을 보면서 어렵게 이해했던 기술실업에 대해 단번에 감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좋은 글이네요. 인공지능이 기술실업을 언제, 얼마나 일으킬지 모른다는 게 가장 무서운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 많은 시민들이 함께 논의해서 방법을 찾아봤으면 좋겠습니다.

어릴 적 이 영화를 본 적이 있는데, 노동자와 로봇의 등장 관점에서 바라보니 굉장히 신선하네요! 생각의 전환을 부르는 좋은 글 감사합니다 :)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있는데... <애초 로봇의 등장으로 실직한 아버지가, 로봇 수리공으로 재취업에 성공한 것> 이라는 내용은 인지하지 못했었네요. 노동자,임금시간 등에 관해서 담겨있는 내용들이 있었다니... 반성하게 됩니다. 다시한번 내용을 찬찬히 살펴보아야겠어요.

디지털 기술의 발전, 인공지능의 발전에 따라 일자리가 줄어들지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야겠지만, 글에서처럼.. (인간)노동의 질을 살펴보는게 중요하겠네요. '기술결정론'인 거 아니냐고 쉽게 비판하지만, 기술 변화에 따른 사회변화의 압력이 존재한다는 것이고, 그것에 대해 살펴보고 대응을 논의하고 실천하는 것이야말로 기술결정론이 아니라 인간의 의지가 또 다른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함께 인간 노동의 질은 어떠해야 할 지 대화를 이어나가면 좋겠습니다.

기술이 더 쉬워져야 할 때가 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기술이 말 그대로 간단해질 수는 없지만, 이 기술을 다룰 사람은 많아져야 한다는 이야기이구요. 기술의 발전에 따른 산업의 발전을 인간이 막을수는 없으니.. 이를 따라가기 위한 대안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우리나라가 글 못읽는 사람이 거의 없고,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은 것 처럼요.

마지막 문장에 매우 공감합니다... 기술의 혜택을 다수가 누리지 못한다면 그것은 발전이 아니라 저주입니다 

먼 미래엔 로봇과 AI를 다룰 줄 알고, 설계할 줄 알고, 개발할 줄 알고, 가지고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간의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지 모른다. 지금도 나타나고 있는 양극화가 미래엔 더 벌어지지 않도록, 시민들이 머리를 대고 토론해야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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