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인 산업에 비해, 첨단기술이 집약된 AI는 친환경적일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근데 이 느낌은 진짜일까요? 미리 결론을 내면, 정답은 ‘아니다’입니다. AI라는 기술이 친환경적 환경 조성에 부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AI를 훈련하며 막대한 전력이 소모되고 이 과정에서 많은 양의 탄소가 배출된다고 해요. 외에도 이메일을 한 번 보내는데 1g, 인터넷 검색 한 번에 약 0.2g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고, 스트리밍 영상을 1시간 동안 보면 자동차가 1㎞를 달릴 때와 비슷한 탄소가 발생한다고 합니다. AI를 비롯, 이런 작업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처리하는 데이터센터는 대부분 화석연료를 써서 작동하고 열을 식히기 위해 많은 양의 물을 소비해요. 데이터센터가 배출하는 탄소는 전 세계 탄소 배출의 3.6%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AI는 환경오염의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기도 합니다.
한 번의 AI 훈련에, 뉴욕-샌프란시스코 왕복 비행 탄소 배출
2019년 엠마 스트루벨 미국 매사추세츠대 교수 연구진은 AI와 관련한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해당 논문은 AI 모델을 한 번 훈련 시킬 때마다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총량을 계산했는데요. 구글의 AI모델 버트(BERT)의 경우, 배출하는 이산화탄소가 1438파운드(652kg)입니다. 해당 배출량은 뉴욕에서 샌프란시스코를 왕복으로 오갈 때 뿜어내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입니다. 또 미국에서 자동차 5대가 평생 동안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총량과 맞먹는 양이기도 합니다.
스웨덴의 우메아대 버지니아 디그넘 교수는 ‘AI의 환경 발자국’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는데요. 이를 통해 AI를 사용할수록 더 많은 탄소가 배출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음성인식 어플리케이션, 넷플릭스 같은 OTT 플랫폼에서 시청할 콘텐츠를 추천하는 알고리즘조차 상당한 양의 탄소를 배출한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AI 컨설팅 회사인 알파벤처의 함마드 칸 CEO는 “AI 모델을 학습시킬 때 사용하는 프로세서와 칩에 대량의 실리콘·플라스틱·구리가 필요하다”며 “이 과정에서 대량의 탄소 배출과 쓰레기가 나온다”고 지적했습니다.
2030년 이후 AI가 환경오염 주범 될수도?
오픈AI가 공개한 GPT-2, GPT-3는 고성능 AI입니다. 이 모델들은 기존 AI 모델보다 더 많은 데이터를 학습합니다. 그말인즉슨, 이들은 더 많은 탄소를 만들어낸다는 것입니다. 오픈AI가 2020년 6월 공개한 범용 AI인 GPT-3는 학습 과정에서 기존 GPT-2 모델보다 100배 많은 컴퓨팅 리소스를 사용합니다. 해당모델이 학습과정에서 소비하는 에너지와 탄소 배출량은 덴마크 가정 126가구가 연간으로 소비하고 배출하는 양과 맞먹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19년 한 연구에서는 AI 언어처리 모델을 구축한 후 GPU(그래픽처리장치)가 27년 동안 계산해야 하는 분량을 6개월간 학습하는 실험을 진행했는데요. 그 결과 약 35톤의 탄소가 배출된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35톤은 사람이 평생 내뿜는 탄소 배출량의 두 배에 달한다고 해요. 그것도 6개월 만에 35톤이라니, 어마무시하네요.
더 큰 문제는 AI가 진화할수록 에너지 소비량과 탄소배출량의 양이 늘어난다는 것입니다. AI에 사용되는 리소스는 매년 3~4배씩 증가할 전망이라고 해요. 인간보다 AI가 생산하는 데이터량이 더 많아지는 2030년 이후에는 AI가 지구 환경에 재앙이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어요.
탄소배출량 줄이기에 나선 빅테크 기업들
큰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빅테크 기업들에게 탄소배출량 줄이기는 절대적인 과제 중 하나입니다.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등의 기업은 이 구조를 바꾸기 위해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기술투자와 에너지 전환에 집중하고 있기도 합니다. 아마존은 미국, 캐나다, 영국 등 9개 장소에서 풍력과 태양광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사무실, 유통매장, 데이터센터에 재생에너지를 활용합니다. 2025년까지 100% 재생에너지 조달이 목표입니다. 구글 역시 2030년까지 클라우드 사업 탄소 제로화를 목표로 대형 대터리 시설, 원자력, 그린수소, 탄소포집 기술 등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어요. 페이스북은 미국 18개 주와 5개국에서 6GW(기가와트) 상당의 풍력과 태양광 사업계약을 맺고 있고 이를 통해 사업과 데이터 센터 운영에 필요한 전력은 모두 재생에너지에서 얻는다고 합니다.
AI에 대한 법안 논의는 얼마나?...환경보다 산업기술 및 인권적 논의 대다수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 AI와 관련된 법안들이 논의되거나 제정을 앞두고 있어요. 한국도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방송위원회에서 ‘AI기본법안’을 두고 다양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어요.
유럽은 사용자 시각의 강력한 규제를 시행하고 있고, 미국은 기업 시각의 자율 규제를 진행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은 AI 규제에 가장 빠른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AI 프로그램을 4등급으로 평가, 분류한 ‘인공지능법(AI Act)’ 초안이 지난 11일 유럽의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해 다음 달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있습니다. 미국은 AI를 규제하면서도 오픈AI와 구글 등 자국의 빅테크가 기술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하는 법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까지 AI를 기술과 산업, 인권 및 사회적인 부분으로 보는 논의가 더 많아요. 환경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환경적인 시각으로 AI를 바라보는 시각도 늘어나야하지 않을까요?
코멘트
5말씀처럼 환경의 관점에서 AI를 바라봐야 하겠네요. AI뿐만 아니라 모든 디지털 기술 혁신을 기후위기와 연관하여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SF에서나 보아오던 기술은 엄청 발전했지만, 환경은 점점더 인간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변해가는 디스토피아는 그저 상상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점점 들고 있는 요즘입니다.
탄소 배출량이 어마어마 하네요. 이 글 읽지 않았으면 AI가 학습하는 과정에서 탄소가 얼마나 발생하는지 알지 못 했을 것 같아요. 기후위기에 적어도 관심있는 사람으로서 저도 인공지능 이슈를 환경과 관련하여 고민하는 데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AI 발전과 관련된 부분은 우리가 직접 볼 수 없기 때문에 직접 와닿지 않고, 큰 문제라고 여겨지지 않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관련 기업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 해야 할 것 같네요.
저는 대학에서 AI를 공부하고 있는데, AI를 매우 자주 사용할 뿐 아니라 직접 훈련까지 시키는 입장으로서 상당히 충격적인 내용이었습니다. 인공지능의 환경적 영향은 전혀 생각 못하고 있었네요... 확실히 인공지능 분야에서도 지속가능성을 매우 중요한 부분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어보입니다. 새로운 고민들을 갖게 하는 글이었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AI와 관련된 주된 논의가 개발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놓치면 안 되는 중요한 지점이네요. 어떤 산업이건 이제 '지속 가능성'을 배제하고 발전을 이루는 건 불가능해졌습니다. 환경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탄소 배출 없이 AI를 개발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