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범람하는 친환경 인증마크, 진짜 '그린'일까?

2023.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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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과 그린워싱 사이에서 헤매던 시민들이 
빠띠의 '시민 공익데이터 실험실 1기 그린이지Green easy' 라는 이름 아래 모였습니다. 

두 달 동안 함께 데이터를 발굴하고
이슈, 시각화, 평가지표·가이드 이렇게 총 3팀으로 나뉘어 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을 직접 모색해보았는데요.
아래는 이슈팀에서 '그린워싱 인증마크'를 주제로 5월 23일 '함께 그린 공론장'에서 나누게 될 발제문입니다.

일상 속에서 소비할 때 비슷한 고민을 가졌던 여러분의 소중한 이야기도 댓글로 더해주세요.


범람하는 친환경 인증마크, 진짜 '그린'일까?

내가 사용하는 제품에서 친환경을 증명하기 위해 사용된 인증마크를 유심히 본 적 있나요? 친환경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일반 소비자들도 제품을 구입할 때 '친환경 마크' 유무를 눈여겨 보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친환경 바람을 타고 일상의 매대에선 식품, 화장품, 의류, 생활용품 등 영역을 막론하고 친환경 마크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시장의 제품은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 다양한 이미지와 단어를 사용합니다. 무심코 지나쳤던 인증마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검색하는 것만으로도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지만 매일 소비하며 살아가는 현대인에겐 꽤 수고가 필요한 일입니다.

일상에서 우리가 가장 흔하게 보는 친환경 마크는 우리나라 환경부가 부여하는 녹색마크가 있습니다. '환경 표지 제도', '환경 성적 표지 제도', '탄소발자국 인증 마크', '에너지 절약 마크 및 GR 마크' 로 나누어 부여하고 있으며 각 마크마다 엄격한 심사기준을 통과해야 합니다. 하지만 화장품과 같은 특정 제품군은 국내 친환경 마크보다 생소한 해외 인증마크를 부착해 소비자들에게 선보이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이러한 추세는 해외 선진국에서 인증을 받았다고 하면 다른 제품보다 더 높게 평가하는 소비자의 심리가 반영된 결과라고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와 달리 외국에서는 국가 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연구소, 사단법인, 협회 등 독립적 기관에서 친환경과 비건 관련 인증을 다양하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요즘은 화장품에 비건 관련 인증 마크를 많이 표시하는데 문제는, 인증마크가 무조건적인 친환경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또 '우리나라와 환경이 다른 해외에서 받은 인증마크와 국내를 비교하는 것이 적절한가'라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지리적, 환경적 조건이 다른 것은 차치하고, 인증 전과정을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실제 소비자들에게 친환경 정보가 적절히 제공되는 지는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제품의 전성분이 아니라 일부 성분으로 해외 인증 마크를 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꼼꼼한 확인이 필요합니다. 

친환경 제품군 가운데서 소비자들이 가장 깐깐하게 보는 제품군은 '생리대'입니다. 생리대는 장시간 여성의 몸에 직접 닿는 제품이기에 무엇보다 '성분'이 제품 구매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이런 이유로 시중에서 판매중인 대부분의 생리용품 제품포장에는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친환경임을 인증하는 인증마크를 쉽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케미컬뉴스에서 작성한 기사에 따르면 '국내 생리용품에서는 주로 해외 공인 인증마크인 'OCS', 'SGS', 'FDA', '더마테스트', '에코서트' 등을 사용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인증마크는 불분명한 민간기관에서 받은 것도 포함되어 있어 소비자가 어떤 의미와 신뢰도를 확보하여 부착되었는지 알기 어려울뿐더러, 제품 효능이 과장되어 표현될 우려가 큽니다. (참고기사: [생리대 인증마크] 해외 인증마크와 국내의 허술한 관리)

이렇듯 비건 인증을 포함한 범람하는 해외 인증마크의 문제는 인증마크가 부착된 제품이 무의식적으로 더 좋은 제품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해외 인증마크가 국내 인증마크보다 일부 더 엄격한 기준으로 부여되는 경우, 까다롭게 친환경 소비를 지향하는 소비자 입장에서 반가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일반 소비자들에겐 해석해야 할 정보 데이터중 하나입니다. 분명한 개념과 기준이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쏟아내는 각종 인증마크는 오히려 소비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진선미 국회의원은 "인증마크들 때문에 터무니없이 제품 가격이 비싸지거나 효능에 관해 소비자들이 오해해선 안 될 것"이라며 "식약처에서 범람하는 인증마크와 관련해 현황을 파악하고 적어도 소비자들에게 신뢰성을 판단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등 관련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진짜 녹색을 소비 할 권리

일반 소비자의 일상 소비영역에서 제품의 생산, 유통의 전 과정을 알아보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인증마크의 해석방법을 소비자의 문제의식에만 기대는 것이 아니라, 공공이 나서 시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공유하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한다면 그린워싱으로 인한 피해와 오인을 방지하고 더 유의미한 소비 선택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에겐 친환경 인증마크에 대한 친절한 안내서가 필요합니다. 독일 환경부 사이트 (https://www.siegelklarheit.de/siegelverzeichnis#/sort:rating_desc)에 접속해 보면, 인증 라벨이 어떤 과정으로 받았는지 '신용도', '환경 친화성', '사회적 호환성'의 기준으로 나눠 평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마크를 보고 원료에 대한 표기인지, 제품의 제작 과정인지, 배출 과정인지 정도를 인지한다면 소비 선택의 영향을 미치는 주요 정보는 획득하는 셈입니다. 

친환경 제품 소비에 인증 마크는 필수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고, 기업의 친환경 활동에 응원을 보내는 것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어떤 물건을 살 때 인증 마크가 있는 제품이라고 해서 무조건 친환경 제품이라는 인식은 이제 바뀔 필요가 있습니다. 

소비자와 기업 모두 올바른 정보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건강한 소비 행위를 지향합니다. 여기에는 소비자의 주체적 판단뿐만 아니라 기업의 정확한 정보제공과 공공의 감시 역할이 요구됩니다. 정보가 범람하는 시대에서 공공은 명확한 기준 제시, 외부 인증을 통한 신뢰성 확보, 위반 활동에 대한 처벌로 이어지는 체계를 통해 기업을 감독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린워싱을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 데이터와 이를 인증하는 제도를 마련하도록 기업과 정부에 요구하고, 그것이 수용될 때 소비자는 '진짜 녹색을 소비 할 권리'를 획득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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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마크도 너무 여러종류라 어렵다고 느끼고 있었는데 정리해주신 글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친환경 마크가 붙어있다고 해도 친환경이 아닐 수 있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네요. 앞으로 제품을 볼 때 인증마크만 살펴보는 것이 아닌 꼼꼼한 정보 검색을 통해 현명한 소비자가 되어야겠습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친환경, 그린 등등의 단어들이 사용되고 있는 부분에 대한 기준들을 면밀하게 살펴봐야겠네요. 좀더 많은 분들이 알게 되면 좋겠습니다.

친환경 마크도 어떤 기준에 따라 친환경적인지를 따져보느냐에 따라서 달라지는군요. 저는 여태까지 일관된 기준이 있는 줄 알았는데(물론 그러면 더 비싸져서 잘 사용하진 못하지만)...생리대의 경우도 여성의 몸에 매우 밀착되어 있는 시간이 많아서 잘 살펴봐야 한다고 말씀해주셨는데, 정말 동의합니다. 오히려 친환경 마크가 붙어 있어도 그 성분이 맞지 않아 고생을 하는 경우도 있어서...많은 논의가 필요해 보이네요.

진짜 친환경 인증 마크를 만들기 위한 공론장을 만들어봐도 흥미로울 것 같아요. 말씀해주신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시민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함께 고민하면 나름의 기준이 마련되지 않을까요? 나아가서 시민 사회와 전문가, 기업, 정부 등 다양한 단위가 참여해서 진짜 친환경을 파악할 수 있는 인증제를 마련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