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과 그린워싱 사이에서 헤매던 시민들이
빠띠의 '시민 공익데이터 실험실 1기 그린이지Green easy' 라는 이름 아래 모였습니다.
두 달 동안 함께 데이터를 발굴하고
이슈 팀, 시각화 팀, 평가지표·가이드 팀 총 3팀으로 나뉘어 문제 해결 방법을 직접 모색해보았는데요.
아래는 평가지표·가이드팀에서 '그린가이드'를 주제로 5월 23일 '함께 그린 공론장'에서 나누게 될 발제문입니다.
일상 속에서 소비할 때 비슷한 고민을 가졌던 여러분의 소중한 이야기도 댓글로 더해주세요.
'그린이지'가 그린가이드를 만들게 된 이유
2021년 스타벅스는 50주년을 기념하여 선착순으로 한정판 다회용 컵을 제공하는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친환경을 내세운 캠페인이었지만, 다회용 컵의 소재가 플라스틱이라는 점에서 ‘그린워싱’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같은 해 이니스프리는 ‘페이퍼 보틀(종이 용기)’ 화장품을 출시했습니다. 그러나 겉면의 종이 포장재 안쪽에 플라스틱 용기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소비자들은 격분했습니다. 연이어 발생한 두 번의 논란 이후 그린워싱은 우리 사회의 주요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사회 곳곳에서 기업들의 그린워싱 행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수많은 그린워싱 사례가 발굴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소비자의 입장에서 실질적으로 변한 것이 있었을까요?
그린이지 팀이 선정한 공동 문제는 “그린워싱, 여전히 너무 어렵고 복잡해! 더 많은 사람이 쉽게 접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였습니다. 소비자들의 경각심이 높아지긴 했지만, 기업들의 그린워싱도 더욱 교묘해졌습니다. 결국 소비자가 친환경 제품을 선택할 때마다 느끼는 혼란은 그대로였습니다. 다양한 그린워싱 사례들을 알면 알수록 오히려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소비해야 하는 거지?’ 하는 답답함만 늘어갈 뿐이었습니다. 그러는 동안 기후 위기와 폐기물 문제는 빠르게 심각해졌습니다.
그린워싱에 대응하려는 노력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닙니다. 정부는 이미 2017년부터 ‘환경성 표시·광고 관리제도에 관한 고시’라는 행정규칙에 근거하여 부당한 환경성 표시 광고를 제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법령들을 안다고 해서 소비자가 친환경 소비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현행 제도가 명백한 거짓과 기만은 막을 수 있겠지만, ‘친환경은 아니지만 거짓말도 딱히 아닌’ 회색지대의 제품들에 대해서는 소비자가 직접 판단해야 합니다. 이 회색 영역의 제품들은 이미 친환경 제품으로 인식되어 소비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저희는 무엇보다도 소비자 스스로가 친환경 소비를 위한 기준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특정 마케팅 문구가 그린워싱이냐 아니냐는 기업의 마케터라면 몰라도 소비자에게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소비자가 궁금한 것은 ‘그래서 도대체 어떻게 소비해야 친환경적인지’일 것입니다. 그린이지 팀은 누구나 친환경 소비의 기준을 얻을 수 있는 가이드를 제작하고자 했고, 그 결과물이 이번 발제에서 소개하는 그린가이드입니다.
그린가이드,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그린가이드는 제품을 소비할 때 참고할 수 있는 일종의 체크리스트입니다. 일곱 개의 유형과 그 아래의 세부 질문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소비자는 각각의 질문을 바탕으로 제품을 검토해 보면서 소비 여부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의 판단에 도움이 되도록 각 질문과 관련된 사례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품 소비의 직접적인 기준은 아니지만, 자원 순환과 관련하여 생각해 볼 만한 지점들은 부록 형태의 ‘팁’으로 정리했습니다. 그린워싱을 부담 없이 이해할 수 있도록 밝고 말랑말랑한 톤으로 작성했다는 점 역시 그린가이드의 특징입니다.
그린가이드는 어떤 과정을 거쳐 제작되었을까요? 그린가이드의 시작은 데이터였습니다. 그린이지 프로젝트 초반부터 저희는 온라인 쇼핑몰과 오프라인 매장을 뒤지며 그린워싱 의심 제품들의 데이터를 하나하나 수집했습니다. 몇 주에 걸친 조사 끝에 제품을 접하게 된 경로, 친환경 마케팅 문구, 환경 인증 마크 이미지 등등의 정보들로 구성된 ‘소비자’ 관점의 데이터가 완성되었습니다.
데이터가 만들어졌으니, 이제 데이터를 바탕으로 결과물을 만들어야 할 차례였습니다. 저희는 시민들에게 ‘친환경 소비의 기준을 얻게 되었다’는 사용자 경험을 주고 싶었습니다. 이에 적합한 결과물의 형태를 고민했고, 누구나 손쉽게 자신의 소비 생활에 적용해 볼 수 있는 체크리스트를 제작하는 것으로 의견이 모였습니다. 이후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검토하면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마케팅 패턴이 몇 가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마케팅에 사용된 키워드들을 바탕으로 각각의 패턴들을 7개의 유형으로 묶었고, 유형별로 구체적인 질문들을 제작했습니다. 이어서 사례 추가, 팩트 체크, 팁 추가 등의 과정을 거쳤고, 마침내 모두의 친환경 소비를 위한 그린가이드가 완성되었습니다.
시민 모두의 ‘그린이지’를 위해
누구나 쉽게 친환경 소비 생활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그린이지 팀의 목표였습니다. 어디까지를 그린워싱으로 볼 것인지는 매우 주관적인 문제입니다. 누군가에게는 명백한 그린워싱인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명백한 친환경일 수도 있습니다. 그린워싱 문제를 다른 이에게만 맡길 수 없는 이유입니다. 따라서 그린워싱과 친환경 소비에 대한 자신만의 기준을 세우는 일이 중요합니다. 그린가이드가 소비자 각자의 기준을 세울 때 유용하게 활용되기를 기대합니다. 개개인이 친환경의 기준을 직접 판단하고 이를 삶에 적용할 때, 개별 소비자는 더 이상 수동적인 구매자가 아니라 자원순환 문제 해결의 주체가 될 것입니다.
저희의 팀 이름인 ‘그린이지’에는 두 가지 뜻이 담겨 있습니다. 그린워싱이 아닌 진짜 그린을 바라는 마음과, 누구나 그린워싱을 쉽게(easy!) 이해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미가 담겨 있죠. 그린가이드가 시민 모두의 ‘그린이지’를 이뤄냈으면 좋겠습니다. 모두가 무엇이 ‘그린’인지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을 가지고, 그린워싱이 복잡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직접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느끼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해서 모든 시민이 ‘그린이지’해진다면, 세상에 있는 그린워싱들을 ‘진짜그린’으로 바꿀 수 있지 않을까요?
코멘트
4그린가이드는 여기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와! 좋은 자료 감사합니다. 함께 모여 중요한 작업 해주시는 것 같습니다. 정독하겠습니다!
생각없이 지나쳤던 친환경이라고 주장하는(?) 제품들을 좀 더 경각심을 가지고 바라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환경 문제에 대한 아주 좋은 접근방식 같습니다. 체크리스트를 현실에서 적용하면서 자연스레 그린워싱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겠네요. 시민들이 함께 모여서 사회 문제를 고민하고, 그 고민을 다른 누군가와 함께 나눌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이 한국 사회에 꼭 필요한 시도 같습니다. 체크리스트 저도 잘 활용해볼게요!
테라초이스의 그것과 함께 또 하나의 가이드가 제시됐군요. 테라초이스의 그것이 주로 소비자보다는 광고업체나 마케팅팀을 위한 것에 좀 더 가깝다고 한다면 그린이지팀의 이것은 좀 더 한국 소비자 친화형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유용하게 사용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