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소비자의 주관에 맡겨진 판단: 친환경 vs 그린워싱

2023.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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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워서 남주는 거 좋아해요.
친환경과 그린워싱 사이에서 헤매던 시민들이 
빠띠의 '시민 공익데이터 실험실 1기 그린이지Green easy' 라는 이름 아래 모였습니다. 

두 달 동안 함께 데이터를 발굴하고
이슈, 시각화, 평가지표·가이드 이렇게 총 3팀으로 나뉘어 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을 직접 모색해보았는데요.
아래는 이슈팀에서 '그린워싱 용어'를 주제로 5월 23일 '함께 그린 공론장'에서 나누게 될 발제문입니다.

일상 속에서 소비할 때 비슷한 고민을 가졌던 여러분의 소중한 이야기도 댓글로 더해주세요.


진정한 친환경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소비자들

친환경이라는 대세는 당신의 소비도 바꾸었습니다. 이제 자연에서 유래하여 몸에 해가 없다는 물건을 사용하고, 값이 더 비싸도 친환경 유기농 먹거리를 선택합니다.

당신은 수고스럽지만 무색페트병을 다른 플라스틱과 구분하고 깨끗하게 씻은 후 라벨도 제거해서 압착 상태로 분리배출합니다. 이렇게 배출된 페트병은 특별히 섬유로 활용돼 옷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만들어진 옷도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버려지는 것이 일상입니다.

환경을 위한 선택이 진정 환경에 도움이 되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그린워싱에 대한 경계는 나의 소비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소비하는 인간이라는 뜻의 호모 컨슈머리쿠스(Homo-consumericus)라는 말처럼 소비와 떼려야 뗄 수 없는 현대 인간이 일상에서 친환경 행동을 가장 잘 실천할 수 있는 분야로 ‘소비’를 지목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2021년 KB 트렌드 보고서, 10명 중 5명 소비 선택- 55.6%) 원래 쓰던 제품을 친환경 제품으로 바꾸는 방법은 삶의 양식을 크게 바꾸지 않아도 되어 가장 쉽기 때문입니다. 소비자는 녹색소비라는 쉬운 단계부터 시작해서 근본적인 삶의 변화로 나아가고자 하지만, 가장 쉽다는 녹색소비조차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제대로 실천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대로는 지속불가능하다는 생각으로 일상에서 의미와 가치를 찾고자 했던 소비자들의 요구와 전 세계적인 ESG흐름에 발맞추고자 했던 기업의 전략이 맞아떨어져 친환경 관련 산업규모가 점점 커지고 그에 따라 무분별한 용어 사용량도 크게 늘었기 때문인데요, 이번 데이터 실험실에 참여하면서 특히 눈에 띄었던 표현들을 아래에 소개합니다.

ⓒ 시민 공익데이터 실험실 1기 '그린이지' 시각화팀

제로플라스틱, 無무독성, 100% 생분해와 같이 '모 아니면 도'식의 표현부터 착한 성분, 자연친화와 같이 모호하고 포괄적인 표현까지 너무 많은 용어들이 광고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너무나 쉽게 쓰이고 있었습니다.

환경부라고 해서 예외는 아닙니다.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에서 환경부는 전기차 등을 '무'공해차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표현이 극단적인 이유는 제도가 친환경인지 아닌지만 구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친환경, 저탄소 등의 기준을 통과한 제품에만 인증을 주고 탄소발자국, 물발자국 등의 자세한 수치가 적힌 환경성적표지는 권장사항입니다. 그렇기에 친환경 인증 제품은 간혹 보여도 구체적인 수치가 표시된 제품은 찾아보기 힘든 것이 현실입니다.


(이렇게 생긴 환경성적표지, 일상에서 본 적 있으신가요? ⓒ www.greenproduct.go.kr/)

‘친환경 소비’가 진정한 의미를 가지려면, 그린워싱 여부와 친환경 여부를 이분법적으로 판별하기보다는 등급을 매기고 단계를 나눠서 작은 실천으로 시작해 우리 삶의 전반을 점검해볼 수 있도록 방향성이 담긴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등급제의 좋은 예로, 별 네 개로 표시하는 녹색건축인증제, 닭의 사육환경을 네 유형으로 나타내는 난각표시제, 다섯 등급으로 나뉘는 에너지 소비 효율 등급제가 있습니다. 다양한 품목에 등급제를 일괄 적용하기 어렵다면 환경표지 인증사유 일곱 가지(자원순환성 향상, 에너지 절약, 지구환경오염 감소, 지역 환경오염 감소, 유해 물질 감소, 생활 환경오염 감소, 소음·진동 감소)를 참고해서 개발·생산·유통·순환(폐기)에 이르는 제품의 생애주기 별로 각각 별을 얻는 방식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과대포장된 유기농 해외 생산 제품이 있다고 했을 때 이 제품은 개발·생산 단계에서 별 2개를 얻지만 수송 과정에서 탄소발자국이 생겨 유통 단계의 별을 얻을 수 없고 포장지에 재활용 용이성 등급에 따라 '재활용 어려움' 표시가 되어 있다면 순환 단계의 별도 못 받을 것입니다.

방향성이 담긴 제도는 우리가 선형적으로 소비하는 한 완전한 친환경 소비는 없다는 것을 알려줄 것입니다. 석유 기반으로 쌓아올려 익숙해진 삶의 양식을 얼마나 바꿀 것인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고 변화의 의지에 따라 그린워싱과 친환경의 정의는 유동적이며 주관적이고 또한 상대적이라는 것을 알게 할 것입니다.

2024년에 환경표지 인증이 만료되는 생분해 제품처럼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릴 수 있습니다. 매립은 사라지고 소각을 주로 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100% 생분해’라는 말도 ‘생분해가 친환경’이라는 말도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2026년부터 수도권에서 종량제 봉투에 담긴 생활폐기물을 선별이나 소각 없이 매립하는 행위가 금지되고 수도권 이외 지역에선 2030년부터 직매립 금지)

그렇기에 완전한 친환경 소비는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어떤 삶이 더 나을지 고민하며 그 방향으로 계속 나아가야 합니다.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기에도 부족한 지금의 기후위기에서 의심만 하고 있기에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개인의 실천을 넘어 기업과 정부를 상대로 더 빠르게 변하라고 목소리 내야 합니다.

지금 당장의 그린워싱 여부만큼 변화의 속도에 관심을 기울인다면 너도나도 지금은 틀리다고 말할 수 있는 패러다임의 전환, 필환경의 시대가 더욱 빠르게 오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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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친환경 소비는 없다는 말이 와닿네요. 그것이 아무리 친환경적인 것이라고 해도 소비하는 순간 환경 오염은 일어나기에 물건을 사기 전 이것이 진정으로 필요한 물건인지 한번 더 고민하고 생각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점점더 심각한 기후위기에 처하고 있다는 것을 모두가 알게 되고 있는데.. '그린 워싱'뿐만 아니라 '친환경'이라는 이름 하에서 이루어지는 일들의 의미까지도 근본적으로 따져봐야겠네요. 

친환경인 것처럼 기업들이 마케팅하는 생분해 플라스틱이 실제로는 현실에서 마련되기 힘든 매우 까다로운 조건에서 분해되는 플라스틱이라는 걸 알게 됐을 때 비슷한 생각을 했습니다. 결국 '한 번 쓰고 버려도 좋은 플라스틱'은 세상에 없고, '플라스틱을 쓰지 않는 것', '플라스틱 대신 오래 쓸 수 있는 다른 방안을 찾는 것'이 최대한 환경을 덜 파괴하는 방안이라는 게 생각의 결론이었습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소비습관을 바꾸는 것도 중요합니다. 저도 실천하기 위해서 노력중인데 종종 한 번 쓰고 버리는 플라스틱 제품을 구매하는 스스로를 보면서 반성하게 됩니다...

한국의 불신뢰의 심각성, 그리고 여야로 나뉜 거대양당을 생각했을 때, 특정 소비재의 전과정에서의 단계별 친환경 인증 및 평가를 어느 주체가 하는 게 가능한 한 많은 시민들에게 와닿을지도 중요해보입니다.
와닿는다는 건, 신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누가 인증했느냐에 따라 개인이 친환경 소비 흐름에 동참할지 보이콧할지도 갈리지 않을까 싶어 선택한 단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