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기후위기시대, 도시생물다양성을 고려한 새로운 도시공원 정책이 필요하다.

2023.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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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석사과정

우리를 둘러싼 모든 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인류가 초래한 기후위기가 온 지구의 시스템을 부정적으로 바꿔놓았기 때문이다(Steffen et al.). 기후위기로 인한 지구 시스템의 변화는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침수 피해와 군소도서국 소멸위기, 해충과 전염병의 확산, 홍수와 가뭄 심화와 폭염 및 폭설과 같은 극한기후 등 다양한 문제를 초래했다.

기후위기로 인해 이처럼 다양한 문제가 일어나고 있지만 이들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문제로 꼽히는 것은 바로 생물다양성의 대규모 손실이다. 사실 기후위기 요인이 아니더라도 생물다양성은 이미 위기에 처해 있었다. 개발로 인한 서식지 파괴, 세계 교역으로 인한 외래종 확산, 산업화로 인한 오염, 인구의 폭발적 증가, 남획 등으로 생물의 6차 대멸종이 시작되었던 것이다(Wilson, 2016).

그런데 기후변화는 기존의 위험요소에 더해 생물종의 서식지 환경 변화, 먹이사슬 붕괴, 침입 외래종 증가, 감염병의 증가를 일으키며 6차 대멸종을 더욱 가속화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Urban, 2015). 정부간기후변화협의체(IPCC)는 기후변화가 생물다양성의 감소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한다. IPCC는 지구 기온 2-3도 상승 시 최대 54퍼센트의 생물종이 멸종할 것, 해양생태계의 경우 2도만 상승해도 산호의 99퍼센트가 절멸할 것으로 내다봤다(IPCC, 2022; IPCC, 2018).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국립생태원은 RCP8.5 시나리오(21세기 말 기준 4.5도 상승)에서 우리나라 산림의 53퍼센트, 갯벌의 58퍼센트, 습지의 26퍼센트가 위험에 처하게 될 거라 예상했다(국립생태원, 2021).

 이뿐 아니다. 지난해 세계경제포럼은 ‘향후 10년간 전 세계의 가장 심각 위험’으로 1위 생물다양성, 2위 극한기후, 3위 생물다양성의 손실을 꼽았다(WEF, 2022). 뿐만 아니라 세계경제포럼은 생물다양성(biodiversity)과 도시(city)를 합친 ‘BiodiverCities by 2030’라는 이니셔티브를 출범시키며 도시와 자연의 관계 재조정을 통한 도시 회복력과 거주환경 개선, 인류를 위한 지속가능한 미래의 보장을 목표를 세웠다. 이제 생물다양성 손실이 생물권 보호의 문제를 넘어 세계 경제 문제로도 부상하게 된 것이다.

 세계경제포럼 'The global risk report 2022'


필자는 여러 지역의 생물다양성 중 특히 도시생태계의 생물다양성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다. 도시 생태계는 철저히 인간을 중심으로 형성된 공간으로 콘크리트와 아스팔트 등 인공적 요소가 지배하는 변형된 생태계이다. 따라서 자연상태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여러가지 환경적 문제가 발생하는데 오염물질과 아스팔트로 인한 열섬현상 등 미기후(microclimate) 현상, 포장면 증가로 인한 토지환경 악화, 물질 순환체계 왜곡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생태계의 회복탄력성(resilience)이 저하되고 복구가 불가능해지는데 이로 인해 생물다양성은 크게 손실된다. 따라서 최소한의 회복탄력성 유지를 위해서라도 도시생태계의 연결성과 서식지의 질을 증진시킬 필요가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KEI, 2022).

육상, 해양생태계의 생물다양성 보전정책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부족하지만 오랜 시간 관심이 있어온 반면 도시생물다양성에 대한 관심은 비교적 최근에서야 시작되었다. 도시생물다양성 증진을 위한 기회로는 도시의 녹지공간(green space)인 도시공원(urban park), 공공정원(public garden)이 제시되고 있다. 실제 UN은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2015-2030) 타겟 11번 ‘지속가능한 도시와 커뮤니티’를 통해 모든 사람에게 쉽게 접근 가능하고, 안전한 공공정원(green and public space)를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지난해 12월 열린 생물다양성협약(CBD) 제15차 총회에서 채택된 향후 10년의 생물다양성 보전 계획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Post-2020 GBF)’ 역시 도시지역과 인구 밀집 지역 사람들의 건강과 웰빙을 위해 녹지를 확충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UN 지속가능발전목표 11.7


인간 중심의 관점 외 도시생물을 위한 서식지 확충 관점의 접근도 존재한다. 세계조경가협회는 지속가능발전목표의 달성에 있어 공원을 통해 도시생물에게 서식처를 제공하고 생물군의 보호를 통해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드는데 공헌하겠다고 말한다(IFLA, 2022). 런던동물학회(ZSL) 역시 도시의 재야생화(rewilding cities)를 통해 멸종위기 야생동물 등 야생생물에게 서식처를 제공해야 하며 그 공간으로서 공원과 공공정원을 제시했다(ZSL, 2022).

                               

런던동물학회 'Rewilding our cites'


이러한 흐름에 따라 주요국의 도시공원들은 변화하고 있다. 파리시는 ‘생물다양성플랜 2018-2024 Action plan 30’을 통해 도시계획에 있어 생물다양성 증진을 반영하도록 했다. 공원 및 정원을 생물다양성 전시와 교육의 장소로 활용하고, 파리의 자연 네트워크 강화를 위해 공원-정원-건물의 연결성을 연구하며, 30헥타르의 새로운 녹지를 개방함으로써 새로운 생물다양성 공간을 개발하고, 지역종 보전을 위해 꽃 농원 진화, 생물다양성 증진에 있어 공원과 정원에서 나무의 역할을 강화하는 등의 정책을 개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러한 계획 하에서 파리의 도시공원들은 시민들에게 생물다양성 교육, 생물다양성을 위한 축제 등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야생동물들에게는 서식처를 제공한다.

                                               

파리시 생물다양성 계획 2018-2024


                                                파리 도시공원 생물다양성 증진 노력


 

파리식물원 2022 생물다양성의 날 기념행사, 크리스마스 기념 생물다양성 조명 축제


뉴욕 하이라인 공원 역시 도시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곤충을 위한 서식처를 제공하고 서식하는 곤충들에 대한 설명을 정리해 홈페이지에 게재하고 있다. 또한 자생식물에게도 서식처를 제공하고 그 목록을 공개하고 있다.

뉴욕 하이라인공원  'Celebrating insects on the High Line'


뉴욕 하이라인 공원 'Plants List'


이처럼 선진국의 도시공원은 생물들에게 서식처를 제공하고, 시민들에게 생물다양성 교육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회색 도시 속 생태계 네트워크, 그리고 생물다양성 교육의 거점으로서 도시공원은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 도시공원의 생물다양성 보전 노력은 아직 아쉽다. 생물다양성을 고려한 설계보다는 사람 중심의 설계가 이뤄지고 있다(허한결 외, 2015). 몇몇 생태공원을 표방하는 공원이 아니면 우리 고유의 식생 보전, 야생동물들에게 서식처를 제공, 생물다양성 교육의 거점 역할을 하지는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일례로 필자가 견학했던 서울의 대표적 공원에서는 공원 내 생물다양성에 대한 조사는 이뤄지지 못하고 있었다.

이제 도시공원 우리의 정책도 완전히 변화해야 한다.

기후변화와 생태를 고려하지 않은 개발로 인해 각박한 환경에서 힘들게 생존하는 도시생물들에게 서식처를 내어주고 그로 인해 생물다양성과 기후 회복탄력성을 지킬 수 있는 그러한 도시공원 정책을 기대해 본다.

 

참고문헌

국립생태원, 2021, 기후변화 우리생태계에 얼마나 위험할까?.

한국환경연구원(KEI), 2022, KEI포커스 도시생물다양성 증진을 위한 녹색복원의 방향.

허한결 외, 2015, 접근성과 생물다양성 증진을 고려한 도시공원 녹지의 필요지역 선정, 한국환경복원기술, 18(5). pp.13-26.

Convention on Biodiversity, 2022, Global Biodiversity Framework.

Edward O. Wilson, 2016, Half-Earth, Liveright.

IFLA, 2022, A Landscape Architecture Guide to the 17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High Line, 2021, Celebrating insects on the High Line.

High Line, Plant List.

IPCC, 2022, AR2.

IPCC, 2018, Global Warming of 1.5 ºC Special Report Summary for policimakers.

Marie de Paris, 2019, A PORTRAIT OF BIODIVERSITY IN PARIS-TheParisBiodiversityplan.

Mark C. Urban, 2015, Accelerating extinction risk from climate change, Science, 348 (6234), pp.571-573.

Steffen, Will ; Crutzen, Paul J ; McNeill, John R, 2007, The Anthropocene: Are Humans Now Overwhelming the Great Forces of Nature, Sweden: The Royal Swedish Academy of Sciences Ambio, Vol.36 (8), p.614-621.

UN, 2018, World Urbanization Prospects 2018.

WEF, 2022, The Global Risks Report 2022.

WEF, 2022, BiodiverCities by 2030: Transforming Cities' Relationship with Nature-Insight report.

ZSL, 2022, Rewilding our C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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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 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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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에 사람들이 많이 사는 곳은 도시인 경우가 많습니다. (거의 대부분 도시이지요) 그 범위가 넓어질수록 지구에는 좋지가 않으므로, 도시에 생물다양성을 담보하는 공원이 이뤄지는건 당연한 말 같습니다. 

무한 비회원

사실 우리나라의 뻭빽한 고층건물들이나 규제완화가 되면 이때다 싶어 아파트를 건설하는 한국에서 어떻게 공원이 활성화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이 들어요…물론 공원형성 과정에서도 ‘미관상’의 문제로 주변들이 싹 정리되는 것을 보면 아이러니하게 씁쓸하기도 하고요…그렇지만 도시에서 인간과 (구태의연한 표현이 됐지만) 비인간이 공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도 공원이라고 생각합니다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생태공원에 가본 적이 없어서 어떤 식으로 구성이 되고 어떤 느낌을 받게될지 상상이 잘 안 되기는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문제인 것이겠죠. 대부분의 시민들은 저처럼 생물다양성에 대해서 생각해보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니까요.

'생물의 6차 대멸종'이라는 말이 정말 무섭게 들리네요... 외부의 위협이 아닌, 우리가 우리 스스로 멸종으로 향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말씀해주신 것처럼 한국 사회에서도 생물의 다양성 보존을 위해 차근차근 노력해야 할 시점에 놓인 것 같네요! 

또한 생태 보전과는 거리가 조금 있지만, 저는 다문화사회에 관심이 많은데 아주 넓게 보았을 때 제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제와도 맥이 닿는 것 같아서 흥미로웠습니다.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는 한국 사회에서 어쩌면 한국인이 대멸종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가끔 했기에 더욱 흥미로웠습니다~!

많이 좋아지고 있겠지 라고 생각하곤 있지만, 아직도 한국의 도시에서 공원을 만든다면 어떻게 만들어 질까에 대해서는 잘 상상이 안 갑니다. 덕분에 깊이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