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 보면 자주 만나는 우리 동네 리어카. 2021년 국립생태원은 공모를 통해 ‘폐지 줍는 어르신'이 아닌 ‘자원재생활동가’라는 새로운 이름을 붙였습니다. 우리의 관심 만큼 인식도 달라질거라는 바람입니다.
스쳐 지나가기만 했던 우리 동네 리어카에 일상관찰가는 작은 관심을 내어 그 길을 함께 걸었습니다. 춘천시 효자동 일대 7명의 자원재생활동가와 동행하며 우리가 직접 보고 듣고 느낀 점들을 바탕으로 ‘일상관찰가와 함께하는 리어카 공론장 - 우리 동네 리어카는 어디로 가고 있을까?’를 준비했습니다.
이 공론장에서 나눌 일상관찰가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소중한 당신의 이야기도 댓글로 보태주세요
재활용 수집, 보관, 판매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위험들
1. 쉴 틈 없는 수집활동
자원재생활동가들의 하루는 고물상을 중심으로 수집, 보관, 판매로 나뉜다. 고물상은 판매처이지만 자원재생활동가들의 지원군이며 쉼터이기도 하다. 리어카를 대여해주고, 잠시 쉬면서 차라도 한 잔 마신다. 재활용을 수집하는 동안 쉴틈도, 마땅한 장소도 없이 움직여야 했던 자원재생활동가들은 고물상에서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잠시 휴식을 취한다. 그래봐야 차 한 잔 마실 시간 정도다. 중간에 마땅히 보관 장소나 휴식공간 없이 자원재생활동가들은 고물상까지 무거운 리어카를 끌고 이동해야 한다. 재활용품이 언제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수시로 돌아다녀야 한다. 실제로 우리가 만난 자원재생활동가들은 대부분 하루 종일, 매일 일을 했다. 많은 지역을 쉴틈 없이 돌아다녀야 하지만 수집활동에 비해서 얻는 수입은 턱없이 적었다.
- ‘관악구 재활용품 수거 어르신들의 생활실태와 개선방안’을 근거로 폐지 수거 노인들이 처해 있는 보편적인 실태를 짐작할 수 있다. 당시 조사에 따르면 폐지 수거 노인들 중 하루에 8시간 이상 일하는 노인들이 46명(36.2%)이었다. 폐지가 가게나 가정에서 불규칙하게 여기저기서 배출되므로 수거구역을 하루 종일 계속 돌아다닐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장시간 노동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분석 내용이다. 눈이나 비가 오는 날, 명절 등을 제외하면 하루도 쉬지 않는다고 응답한 노인이 76명(60.8%)이었다. 노인빈곤이 심해져 폐지 수거 경쟁도 그에 따라 치열해지면서 하루라도 쉴 경우 생계에 위협이 오고 경쟁자들에게 수거 구역이나 단골가게를 빼앗길 수 있기 때문이다. 조사에 응답한 폐지 수거 노인 대다수(90.6%)의 한 달 수입은 40만원 이하였다. 가장 많은 수가 응답한 수입액은 46명(36.2%)이 응답한 10만~20만원이었다. 너무 낮은 수입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무엇보다 시급했다. 이들은 위험에도 노출돼 있었다. 교통사고 경험자만 19명(14.9%)이나 됐다. (재활용산업 먹이사슬의 끝에서 살아가는 ‘폐지 줍는 노인’)
2. 경쟁 그리고 관리되지 않는 갈등
재활용품은 먼저 줍는 사람이 임자이다. 암묵적으로 나눠진 구역에서 불안한 상태로 수집이 이루어지며, 새로운 경쟁자가 생길 경우 개인간 갈등과 싸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 활동 연수가 길수록, 알고 지내는 관계도 생기고 고정적인 제공처도 늘어난다. 상점 주인과 안면이 익은 사람이거나 주인 나름대로의 기준에 따라 특정한 사람을 정해 재활용품을 가져가게끔 하는 것이다.
고정적 제공처가 있을 경우 규칙적인 수집 활동과 일정한 수입원 확보가 가능하지만, 반대로 쉬지 못하고 매일 정해진 시간에 가야한다. 제공처에서 달가워하지 않을 뿐더러 하루라도 빼 먹으면 다른 사람에게 자리를 뺏기기 쉽다. 어떤 이들은 자원재생활동가들을 자신의 비용 절감에 이용한다. 마트, 아파트, 다세대 주택 등 대량으로 재활용품이 발생되는 곳에서는 건물 내부 청소를 하게끔 하고, 그 대가로 재활용품을 가져갈 수 있게 한다. 여기에서 피해가 발생한다 해도 자원재생활동가들을 보호할 방법은 없다.
3. 무거운 리어카와 교통사고
자원재생활동가들의 운반수단은 대부분 리어카이다. 리어카의 무게는 보통 50~70kg이다. 리어카를 끌기 위해서는 리어카 자체의 무게뿐만 아니라 리어카에 싣는 재활용품의 무게까지도 감당해야 한다. 리어카에 폐지를 가득 실으면 폐지 양만 200~300kg에 달하기도 하니, 300~400kg 내외를 끌고 다니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모두 리어카에 짐을 가득 채워서 다니는 건 아니지만, 수십 킬로그램에서 수백 킬로그램 내외를 끌고 아스팔트 위를 다니는 건 청년들에게도 버거운 일이다.
- 폐지가 허리 높이까지 쌓이자, 수레 운행이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10㎝ 정도 되는 보도 턱에 걸려도 수레가 옆으로 기울며 폐지가 쏟아져 내렸다. 노끈을 이용해 세게 고정해도 소용없었다. 쏟아지는 소리도 잘 들리지 않아 옆에서 알려주지 않으면 모르기 일쑤.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를 건널 때는 차가 멀리 보여도 수레를 빨리 끌 자신이 없어 선뜻 건너기 어려웠다. 탑골공원 앞 사거리의 약 50m 길이 횡단보도를 건널 때는 '목숨을 건다'라는 결심의 진정한 의미를 알게 됐다.(폐지 100㎏ 모아봐야 겨우 5000원… 노인들은 왜?)
인도에서 리어카를 끌고 가는 것은 불법이기 때문에 차도 위를 맨몸으로 리어카를 끌고 다닌다. 요즘엔 전기차가 많아져 소리를 못 듣고 깜짝 놀랄 때도 많다고 한다. 저녁이나 새벽에 이동하는 경우가 많아 사고의 위험이 크다. 대부분 제대로 된 안전장비 하나 없이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18년까지 폐지 수집 노인 19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이 기간에 동대문구에서 가장 많은 3명이 사망했고 종로구와 관악구에서 각각 2명이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 광주에서는 만취한 20대가 운전을 하다 앞서 가던 리어카를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새벽에 폐지를 줍던 70대 여성이 사망했다. ('불안불안' 폐지 수집 노인들…그들이 도로 위 주행하는 이유?)
더 많은 사고는 좁은 골목길에서 차량과 마주 치거나 이동할 때 발생되는 접촉사고이다. 리어카의 무게 때문에 주차된 자동차나 사람들과 부딪히지 않게 끄는 일은 매우 어렵다. 사람이나 주차된 차와 부딪히게 되면 치료비나 수리비를 물어줘야 한다는 두려움도 크다.
자원재생활동가들의 위험을 줄이는 시도와 사례
1. 지방자치단체의 조례 제정
2014년 서울시는 ‘서울특별시 재활용품 수집•관리인 지원 조례'를 제정하고 2020년 1월 개정됐다. 이후에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조례가 제정되어 현재까지 55개에 이른다.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조례를 기초로 소규모 단위의 안전장비 지급과 안전교육을 실시하는데 대표적으로 야광조끼와 리어카에 붙일 반사스티커를 지급하며, 지역에 따라서는 경량 리어카를 지급한다. 지방자치단체의 사업이 얼마나 실효성있게 진행되었는지 평가가 필요하겠지만, 그동안 무관심으로 방치되다시피 한 재생활동가들에게 제도적인 관심이 마련되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2. 위험을 줄이는 다양한 아이디어
사회적 기업 ‘끌림'은 가볍고 안전한 리어카를 직접 개발하고, 그 위에 광고를 부착하여 발생하는 광고수익을 폐지수거 어르신에게 전달한다. 홈페이지를 보면 현재까지 전국 34개 지역구에서 운행되고 있으며 433명의 어르신께 안전한 끌림 경량 리어카를 무상으로 임대해 4억 7천만의 임금을 지급했다고 한다. 이들의 시도는 지역의 자원을 모아 노인들에게 분배한다는 점, 특히 고물상을 협력 주체로 삼았다는 점에서 새로운 시도이다.
- 경량 리어카는 거점 고물상에 보관하여 운영하면서 경량 손수레에 이상이 생길 경우 끌림에서 수리를 담당한다. 끌림은 광고 수익의 70%를 폐지 수거 어르신에게 전달하고, 나머지 30%는 리어카 유지를 위한 관리비용과 청년 기업 운영비로 사용한다. 또한 한 번 실은 광고는 6개월 동안 이용하게 돼 경량 리어카를 담당하는 어르신은 42만원 정도의 수익이 발생한다. (희망 리어카로 세상을 바꾸는 스타트업 기업, ‘끌림’)
사회적기업 러블리페이퍼는 폐박스를 시중가보다 5~6배 이상 높은 가격으로 매입하고, 사들인 폐자원을 재활용해 캔버스 작품 등으로 재 탄생시켜 판매한다. 자원재생활동가들의 노동환경과 인식을 개선하기 위함이다. 초기에는 노인을 직접 고용하기 보다는 이용자로 만들었고 점차 고용을 늘려가고 있다. 상자를 공급할 재활용품 수집인들을 멤버쉽화 하고 있다는 점이 특히 흥미롭다.
- 러블리페이퍼가 업사이클하는 목적은 단순히 폐자원을 다시 한번 사용한다는 걸 떠나서 어르신들의 삶을 완전히 새롭게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꼭두새벽부터 리어카를 끌고 폐지를 담아 홀로 외롭게 일하던 어르신이 우리와 함께 즐겁게 일하게 된 변화를 말이다. (“폐지 줍는 어르신, 빈곤 노인보단 ‘자원재생 활동가’”)
기사를 통해 알게 된 아이디어 외에도 우리는 관찰을 통해 많은 아이디어들을 생각했다. 수입이 낮은 폐지 외에 다른 재활용품의 품목을 늘리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현재 폐지 매입 가격은 kg당 약 70원이지만 투명페트병의 경우 kg당 약400원에 거래 되고 있다. 이동 거리가 많다는 문제에 대한 대안은 중간 판매거점을 최대한 많이 만드는 것인데 쓰레기집하장에 도우미를 두고 활용품 중간 판매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수퍼빈 같은 분리수거 자판기 아이디어를 차용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다양한 아이디어가 향하는 곳은 하나다. 우리가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원재생활동가들은 바로 우리와 함께 살고 있는 이웃이기때문이다.
자원재생활동가의 안전한 삶을 위해, 무엇을 시작할까?
처음에는 ‘자원재생활동가’라는 호칭이 조금 과한게 아닌가 그런 생각을 했다. 스스로 거리를 깨끗하게 하고 좋은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자원재생활동가들의 말에 의아함도 들었다. 그러기에는 너무나 정당한 댓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이었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연구에 따르면 폐지수집 노인들이 우리나라 단독주택 지역에서 배출되는 폐지 재활용 중 약 60.3%에 해당하는 양의 폐지를 수집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원재생활동가라는 호칭은 마땅하다.
- "폐지 수집 노동이 사회적으로 재조명되는 계기를 마련한 연구라고 보입니다. 이분들의 노동이 온정적인 시선을 넘어서 사회적, 경제적 가치로 산출되었다고 생각되는데, 그 기여에 걸맞은 사회적 보장 정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GPS가 알려준 진실 “노인들의 폐지 수집은 사회적 기여였다”)
가난의 문법의 저자 소준철은 “한 개인의 삶은 국가, 산업, 혹은 같은 동네 주민인 우리들의 영향을 받아 이뤄어진다"고 말한다. 자원재생활동가 또한 우리 사회의 필수 구성원으로서, 우리의 이웃으로서 우리는 그들과 어떤 영향을 주고 받을 것인가. 우리는 어떤 이웃이 될 것인가.
코멘트
12-폐품에 손이 긁혀서 피흘리며 일하심. 그게 다반사의 일이라고 하셨다함.
>리어카나 안전조끼가 있다면 거기에 소독약품, 연고, 반창고 등 필수적인 약품을 구비하는 대책이 필요하겠음.
+ 리어카가 무거워 중심을 잃고 앞으로 엎어져 무릎을 다치셨다고 함. 브레이크, 보조바퀴 등의 다른 기능들 보다 리어카가 가벼워졌으면 한다고 말씀하심.
-수집활동의 경쟁문제, 생계문제
우리의 일상관찰활동 목적, 목표, 본질에서 벗어나는 얘기인지는 모르겠으나 수집할동 경쟁에서 뒤쳐져 생계에 위협을 받는 경우라면 다른 일거리를 같이 고민해주는 대안도 있지않을까하는 하나의 아이디어가 생각남. 구체적으로 어ᄄᅠᆫ 일이 좋을지는, 실현가능할지는 자원재생활동가분과 깊은 이야기와 조사가 필요하겠음.
도로교통법상 차로 분류되어 좁은 골목으로 구비구비 돌아가거나 무단횡단을 해야 한다는 것. 수집할 때 폐지와 음식물쓰레기 같은 다른 오물들이 같이 버려지는 경우가 있음. => 감염의 위험. 배출부터 신경을 써야 함.
자원수집활동가들이 수집 활동 중 마주하게 되는 환경에 대한 단계적 개선이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우선은 집앞, 매장 앞에 배출하는 방식부터 개선되면 좋을것 같아요. 언제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폐지와 고철 수거를 위해 골목골목 다니는 상황을 제거하는게 좋을것 같습니다.
차 긁힘 문제와 같은 것은 가벼운 완충재 설치는 어려운것일까요? 그리고 다른 분의 의견을 듣고 제가 관찰한 자원재생활동가분의 이야기가 떠올랐는데 장갑이 안전은 하나 움직이기 불편하여 효율이 떨어지신다고 하셨습니다. 실제로 저도 관찰일에 폐지 수집을 돕다 손가락에 작은 까짐이 생기기도 하여 이부분은 이야기 해보면 좋을거 같아요. 칼이나 가위도 날이 다 꺼내놓고 사용하셔서 편할수는 있으니 손가락 부상이 엽려됩니다
야간에 운전을 하다보면 자원재생활동가들의 리어카가 시인성이 부족한 점이 눈에 띄어요. 이와 더불어 자원재생활동가들이 도로를 이용하는 것에 관해 운전자들의 인식 또한 함께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관찰을 진행했을 때는 날이 좋았었지만, 비나 눈이 올 경우 미끄럼 등의 위험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이러한 부분도 고려되어야 할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하기에 가장 큰 문제점은 리어카의 무게, 안전 장비의 부재, 동선의 비효율성 , 폐지의 가격 등 인것 같습니다. 각각의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생산적인 토론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시야 확보가 안 되어 위험한 상황이 자주 연출되는 듯 합니다. 특히 여성이거나 키가 작은 활동가 분일 경우 더욱 시야 확보가 안 되는 것 같아요.
충분한 폐지 수납이 되면서도 시야가 확보될 수 있는 디자인이 필요할 것 같아요.
무거운 리어카와 교통사고 관련해서 리어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메이커 리빙랩을 준비하고 있는 박광우 매니저(모모)입니다.
리어카 운행을 하면서 낮/밤 운행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반사테이프, 태양열 경광등을 장착하는 프로토타입을 준비하고 있으며 경량형 또는 안전한 리어카를 만들기 위해 메이커팀과 개선형 리어카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메이커 리빙랩도 많은 참여 부탁드리며 다양한 아이디어도 제공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재활용품을 수집하는 일이 계속 존재하고, 당장 획기적인 개선을 할 수 없다면. 내가 배출하는 재활용 쓰레기부터 안전하게 배출하는 것부터 시작해볼 수 있겠다 생각이 드네요. 이물질이 없이 깨끗하게 씻고, 테잎도 제거하고, 캔과 페트병은 따로 모아보는 것도. 먼저 일단 시작해볼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