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한양대 통일대화 후기] 어쩌면 우리의 소원은 대화일지도

2024.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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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과 대화로 변화를 만드는 <빠띠 시민대화>


가을빛이 완연한 10월 30일, 팝업의 성지 성수동에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학생들이 모였습니다. 사회적협동조합 빠띠한양대 통일교육 선도대학 사업단이 만나 [통일 대화]를 열었는데요. 빠띠의 은하 투표 플랫폼을 활용해 한반도 통일에 관한 10가지 질문에 응답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1:1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먼저 사업단 단장이신 홍용표 교수님의 인사말로 [통일 대화]의 문을 열었습니다. 홍 교수님은 빠띠와 함께하는 [통일 대화]를 통해 익숙한 강의실을 벗어나 새로운 교육적 시도를 하게 되어 기쁘다고 말씀하셨어요. 더불어 이 시간이 한반도 통일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데 도움이 되기 바란다는 격려도 잊지 않으셨습니다.

이어서 후원 단체인 프리드리히 나우만 재단 한국사무소의 프레데릭 스포어 대표님도 인사를 나누어 주셨는데요. 고정 불변의 답이 존재하지 않는 시민 교육에서 [통일 대화] 같은 대화 실험이 갖는 잠재력을 높이 평가해 주셨어요. 더불어 통일을 이룬 지 30년이 넘은 독일에서도 ‘통일’은 여전히 논쟁적인 주제라며, 갈 길이 먼 한국에서 [통일 대화]가 이 까다로운 주제를 슬기롭게 다루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응원해 주셨습니다.



대화를 위한 워밍업


본격적인 대화에 앞서 핵심 질문을 함께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핵심 질문은 10가지 질문 중 긍정 답변과 부정 답변의 분포가 5:5에 가까운 질문들을 추려낸 것인데요. 이번 [통일 대화]의 핵심 질문은 ‘남북한이 반드시 통일되어야 하는가’, ‘북한은 적대와 극복의 대상인가’, ‘통일 이후에도 주한미군이 주둔할 필요가 있는가’, ‘북한이탈주민이라는 용어를 변경할 필요가 있는가’였습니다.

그리고 성공적인 대화 실험의 필수품! 바로 그라운드 룰이 담긴 약속문이죠. 참가자들은 존중과 평등, 경청과 이해, 배려와 공감에 기초한 10가지 대화 규칙을 새기며, 조금은 설레고 조금은 긴장된 표정으로 짝꿍 호명을 기다렸는데요. 모두들 하나 둘 짝꿍과 만나 대화를 나누기 좋은 곳으로 흩어졌습니다.


후끈후끈! 화면을 뚫고 나오는 대화의 열기가 느껴지시나요? 60분간 열띤 대화를 나눈 참가자들은 처음 모였던 장소로 돌아와 소감을 나누었습니다. 시간 관계상 대화 짝꿍 중 한 명이 대표로 소감을 나누었지만 다채로운 감상과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답니다.



낯설게 보기의 매력


참가자들은 공통적으로 <생각이 다른 사람과의 1:1 대화>가 갖는 순기능을 제대로 경험한 시간이었다고 말했습니다. [통일 대화]의 대화 짝꿍은 10가지 질문에 대한 응답을 바탕으로 가급적 반대되는 입장을 가진 사람들끼리 매칭되었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동일한 사안을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된 것이죠.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한국 학생과 유학생이 짝을 이룬 경우였는데요. 중국인, 몽골인 참가자들과 매칭된 한국인 참가자들은 모두 새로운 시선을 발견할 수 있어서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평했습니다. 지금껏 통일을 ‘남한’이나 ‘한반도’라는 틀 안에서만 사고했는데, 중국인/몽골인의 시각과 그들이 가진 역사적 배경을 접하며 통일 문제를 좀 더 낯설게 바라보게 되었다고 하네요.

“사전에 설문을 하고 그 응답을 기반으로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매칭시킨 덕분에 대화가 더 풍부해질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두껍게 읽기의 위력


[통일 대화]는 하나의 사안을 다층적으로 살펴보는 시간이 되기도 했습니다. 대표적으로 1번 질문 ‘남한과 북한이 반드시 통일되어야 할까요’를 들 수 있는데요. 핵심 질문이자 나머지 9개 질문을 아우르는 상위 질문인 이 물음에 대해 어떤 참가자들은 당위성(민족적 과제 또는 평화 체제 구축으로서의 통일)의 측면에서 긍정했지만, 다른 참가자들은 아주 현실적인 이유(인구 위기 등 경제적 돌파구로서의 통일)로 긍정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북한의 경제력이 어느 정도 담보되어야 한다는 조건부 긍정 의견도 있었지요.

뿐만 아니라 비슷한 입장을 가진 사람과 매칭된 참가자들도 큰 만족을 표했습니다. 답은 같아도 그 답에 도달한 과정이 서로 달랐기 때문인데요. 짝꿍에게 자신이 왜 그런 결론에 도달했는지 설명하는 가운데 다소 막연하거나 모호했던 부분이 정돈되는 경험을 했다고 해요. 아마도 1:1 대화를 통해 두껍게 읽는 시간을 충분히 가진 덕분이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저는 오히려 비슷한 사람과 대화를 하는 것도 소중한 경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똑같이 ‘예’라고 대답했어도 구체적으로 대화를 해보고 질문이 오가다 보면 그 안에서 여러 가지로 의견이 나뉘거든요.” 

 


수업과 수다 사이 어딘가


몇몇 참가자들은 대화를 돕는 장치들이 잘 마련되어 있어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같은 수업을 듣고 있지만 대화를 나눠 본 적 없는 사람끼리 짝꿍이 된 경우도 있었는데요. 대화 요령이 담긴 가이드와 약속문이 있어서 어색하게 뚝딱거리거나 얼굴 붉히는 일 없이 매끄럽게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었다고 해요. 그 외에도 핵심 질문에 갇히지 않고 자신과 짝꿍의 관심사에 맞춰 대화를 나눈 팀도 있었고, 특정 질문에서 근처에 앉은 다른 팀과 합류해 4인 대화를 나눈 경우도 있었답니다.

이렇게 자유분방하면서도 진지할 수 있다는 점을 [통일 대화]의 매력으로 짚어주는 참가자들도 많았습니다. 상대적으로 토론에 익숙한 사회과학 전공자들이지만 아무래도 수업에서의 발언은 정제되고 경직되기 마련인데요. 그래서일까요? 이번 [통일 대화]가 공적 말하기와 사적 말하기의 장점만 갖춘 프로그램 같다는 평도 있었답니다. 60분이라는 넉넉한 시간과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 그리고 1:1 대화의 오붓함이 제대로 시너지를 낸 것이죠.



“수업 중에도 토론 시간이 꽤 있지만 늘 제대로 정리되지 못하고 마무리되는 것 같아서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었는데, 오늘은 시간이 넉넉하게 주어져서 관련 주제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껏 나눴어요.”



우리의 대화는 이제 시작입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 이 정성 다해서 통일…”

대한민국에서 초등학교를 다닌 사람 중 이 노래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통일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보거나 통일을 주제로 진지한 대화를 나눠 본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거예요.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먼저 정성을 다해야 할 것은 <대화>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오늘의 [통일 대화] 경험은 앞으로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요? 대화로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요? 분명한 것은 대화가 모든 문제 해결의 시작이라는 점입니다. 또 다른 대화의 장에서, 또 다른 질문을 품고서, 우리 곧 다시 만나요!



“세상을 바꾼다는 게 좀 거창한 말인 것 같지만 이런 사소한 부분에서 변화가 시작되는 거니까요.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빠띠와 함께한 통일 대화, 추천합니다! 🙌


1️⃣ 단호박인 사람들 또는 무관심한 사람들에게

“통일에 대해 좀 극단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나 잘 모르는 사람들이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절대 하면 안 된다’거나 ‘해봤자 손해다’, 이런 식의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분들한테 추천하고 싶어요. 그분들이 조금 더 다양한 의견을 들어볼 수 있도록요. 그리고 통일에 별로 관심 없는 분들도 하면 좋을 것 같아요. 그만큼 많은 생각을 하게 되니까요.” (우정 님)

2️⃣ 다름을 틀림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에게

“상대방과 의견이 다를 때 그걸 이해하지 못하고 ‘너는 틀렸다’라고 주장하시는 분들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시면, 특정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상대방을 더 이해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현 님)

3️⃣ 스스로를 ‘중도’로 규정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중도라고 생각을 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명확한 입장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 같아요. 이런 대화를 계속할수록 상대방 의견뿐만 아니라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도 점점 더 견고해지고 구체화되기 마련이거든요. 그런 점에서 본인이 중도적인 입장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이 대화 방식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광훈 님)

4️⃣ 모든 사람들에게

“저는 그냥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어요. 사실 평소 주변에서 통일 관련된 얘기를 하는 걸 본 적이 별로 없거든요. 이런 기회를 통해 일상에서 통일 대화를 많이 하게 되면 통일에 대한 인식이 높아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재형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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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의미 있는 대화 실험이었네요! 특히 '비슷한 답을 했어도 그 답에 도달한 과정이 다르다'는 부분이 와닿았습니다.

통일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1:1 대화로 풀어낸 방식도 새롭고 좋았어요. 수업에서의 토론과는 달리 편안하게 대화하면서도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니, 이런 형식의 대화가 더 많이 필요할 것 같아요.

유학생들과의 대화를 통해 새로운 시각을 발견했다는 점도 인상적입니다.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겠네요.
앞으로도 이런 의미 있는 대화의 장이 더 많이 열리길 바랍니다

한때는 많은 분들이 '통일'을 당연하게 생각하거나, 어떤 식으로 할 것인지 치열하게 고민할 때도 있었는데, 언제인가부터 남일처럼 생각하게 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통일이 지상과제여서 꼭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같은 말을 쓰고 같은 역사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사는 나라를 분단국가로 칭할만한 역사적인 근거가 있고, 앞으로 국제관계 차원의 사건들에서 한반도에 사는 사람들이 평화롭게 살 수 있도록 만들어 갈 대안에서 '통일'의 논의는 빠질 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통일대화'가 열려서 이야기 나눈 후기를 읽으니.. 이런 자리가 많이 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번 [통일 대화]는 다양한 시각을 가진 사람들과 진지하게 대화하며 통일에 대한 생각을 깊이 있게 나눌 수 있는 좋은 기회였어요. 특히, 반대 입장을 가진 사람들과의 1:1 대화 덕분에 서로 다른 시각을 이해하고, 통일 문제를 새로운 방식으로 바라볼 수 있었어요. 대화가 공적이고 사적인 경계를 넘나들면서 자유롭고 진지하게 이어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통일에 대해 관심이 적거나 생각이 확고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정말 추천하고 싶은 경험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