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2024 프랑스 총선과 선거동맹, 어떤 결과를 낳았나

2024.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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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정치의 미래를 준비합니다!

프랑스에서 선거동맹은 선거마다 일상적으로 진행된다. 선거동맹의 스펙트럼도 좌파 동맹에서부터 중도, 우파 동맹까지 다양하다. 결선투표제로 진행되는 프랑스 선거에서 기본적으로 각 정당은 1차 투표를 앞두고 선거동맹을 결성한 뒤, 1차 투표에서 각자 경쟁하고 결선 투표인 2차 투표에서 후보 단일화, 동맹 후보 지지 등의 동맹이 발휘된다. 특히 연립정부를 구성해 권력을 나눠 가질 수 있는 총선의 경우 매번 선거동맹이 결성된다. 

2022년 재선에 성공한 에마뉘엘 마크롱(Emmanuel Macron) 대통령도 선거동맹의 도움을 받았다. 마크롱 대통령은 2022년 4월 대선 2차 결선투표에서 극우 정당인 국민연합(RN) 후보 마린 르펜(Marine Le Pen)을 제치고 당선됐다. 극우가 득세하는 유럽 여러 국가와 같이 프랑스조차 국가원수가 극우주의자가 될 위기를 간신히 넘겼다. 프랑스 좌파와 중도 진영은 극우주의자 대신 중도를 자처한 보수 전통주의자 마크롱을 선택했다.

프랑스의 '공화전선 또는 공화주의 연대'(Front Républicain, 극우 세력의 집권 저지를 위해 우파와 좌파가 이념적 차이를 넘어 전략적 선거동맹을 맺는 경우)가 발휘된 것이다. 대선 1차 투표에서 탈락한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장뤼크 멜랑숑(Jean-Luc Mélenchon)과 녹색당(EÉLV) 야닉 자도(Yannick Jadot)를 비롯한 좌파, 중도 후보들은 2차 투표에서 르펜 당선을 막기 위해 마크롱을 지지해 달라고 유권자들에게 호소했다. 그 결과 빈 용지를 낸 기권표가 200만 표, 무효표가 80만 표 이상 나왔지만, 마크롱은 500만 표차 이상으로 르펜을 이겼다.

2022년 대선 결과 (일부 후보 제외) ⓒ 손어진

대통령 재선 당시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던 마크롱 대통령은 올해 6월 의회를 해산했다. 유럽의회 선거 출구 조사 결과가 발표된 직후였다. 임기 7년 차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율은 그 어느 때보다 저조했고, 극우는 점점 더 세력을 넓히고 있었다. 자신은 원내대표로 남고 28세 젊은 남성 조르당 바르델라(Jordan Bardella)를 당대표로 세운 르펜의 국민연합이 유럽의회 선거에서 31.1%를 득표하며 프랑스에 할당된 유럽의회 의석 총 81석 중 30석을 차지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정당인 르네상스(Renaissance)는 13석(14.6%)으로 국민연합의 반도 못 미치는 의석이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을 통해 의회를 해산하고 3주 후 조기 총선을 통해 국민들에게 재신임을 받겠다고 했다. 하지만 자신의 정치생명을 걸고 총선을 치른 마크롱이 받은 1차 선거 결과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지난 6월 30일, 국민의회 총 577석을 두고 열린 총선 1차 투표에서 국민연합 후보 37명이 50% 이상 득표율을 확보해 2차 투표에 가지 않고 최종 당선됐다. 녹색당, 굴복하지않는프랑스, 공산당, 사회당 등의 좌파 진보 정당들이 맺은 선거동맹 신인민전선(NFP)은 1차 투표에서 당선 확정된 후보가 32명이었다. 마크롱이 주도한 선거동맹인 앙상블(Ensemble)은 단 2명에 불과했다. 2차 투표가 진행되는 501개 지역구 중 국민연합 후보는 444명에 달했다. 신인민전선 후보 414명보다 많고, 앙상블 후보 321명보다 100명 이상 많은 수였다.

1차 투표가 끝나자 국민연합은 230~280석을 예상했다. 제1야당이 되어 최연소 극우 총리를 배출할 것을 꿈꾸고 있었다. 르펜은 "의회 과반을 넘겨 바르델라가 총리가 될 수 있도록 국민연합에 표를 몰아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프랑스 공화전선은 다시 한번 발휘됐다. 1차 투표에서 12.5% 이상을 득표해 2차 투표에 진출한 신인민전선 후보와 중도 진영 후보 218명 이상이 국민연합의 당선 가능성이 높은 선거구에서 2차 투표 후보직을 사퇴하고 앙상블 후보를 지지하고 나섰다. 마크롱 대통령의 앙상블은 2차 투표에서 극적으로 148석을 이겨 총 150석을 차지했다. 2차 투표 결과 국민연합이 얻은 총 의석은 125석이었다.

2024년 프랑스 국민의회 선거(총선) 결과 프랑스 공화전선이 또 한번 작동했다. 1차 투표에서 단 2석밖에 얻지 못한 마크롱 대통령의 앙상블은 2차 투표에서 극적으로 148석을 얻어 총 150석을 차지했다. ⓒ 손어진
2024년 프랑스 국민의회 선거(총선) 결과 프랑스 ⓒ 손어진
577석 의석 분포 ⓒ 프랑스의회

총선의 승리는 178석을 차지한 신인민전선이었다. 녹색당은 신인민전선 선거동맹을 통해 28명으로 역대 가장 많은 국회의원을 배출했다. 신인민전선을 주도한 굴복하지않은프랑스의 멜랑숑 대표는 의회 내 좌파 진영을 끌어모아 193석으로 제1야당을 꾸렸다. 여소야대, 동거정부가 또다시 탄생할 수 있게 됐다. 신인민전선은 7월 중순, 37세 경제학자이자 파리 이달고 시장 행정부의 재무국장을 지낸 루시 카스테트(Lucie Castets)를 총리 후보로 내세웠다.

며칠 간의 힘든 협상 끝에 굴복하지않은프랑스, 사회당, 녹색당, 공산당 대표들이 카스테트를 총리 후보로 정하는 데 사인했다. 녹색당 대표이자 신인민전선의 대표 중 한 사람인 마린 톤들리에(Marine Tondelier)는 "루시 카스테트는 최고의 총리 후보이며, 플랜 B는 없다"고 말했다.

카스테트의 진보적인 재정 정책과 사회개혁안은 좌파 정당 당원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부유세를 인상하고, 누진세 구간 확대뿐만 공공서비스 민영화 반대, 간호사와 교사 고용 확대 등 공공 부문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뿐만 아니라 대중교통 개선, 재생 에너지로의 전환과 같은 생태정책도 포함했다.

7월 말 녹색당 여름 행사에 초대된 카스테트 총리 후보(중앙)와 톤들리에 대표(초록색) “나는 내가 누구인지 말하고 싶습니다.” 카스테트 전 총리 후보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여성과 결혼했으며, 2살 반이 된 아이의 어머니라고 발표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카스테트를 총리로 임명한다면, 카스테트는 가브리엘 아탈에 이어 총리직을 맡은 두 번째 공개 성소수자 총리가 될 수 있었다. ⓒ 프랑스녹색당(EELV)

한 보도에 따르면, 마크롱은 "신인민전선의 총리가 집권하면, 그들은 내가 했던 연금 개혁을 폐지하고, 월 순 최저임금을 현행 1400유로에서 1600유로로 인상할 것이며, 결국 금융 시장은 패닉에 빠지고 프랑스는 급락할 것이다"고 했다.

지난 8월 말 마크롱 대통령은 제도적 안정에 위협이 된다며 제1야당이 제안한 총리 후보를 공식적으로 거부했다. 그리고 9월 초, 총선 두 달 만에 공화당 소속 73세 보수 정치인 미셸 바르니에(Michel Barnier)를 총리로 임명했다. 바르니에는 평소에도 프랑스 재정 적자 문제가 심각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증세를 하겠다고 여러 번 이야기해 왔다. 동성혼을 반대하고 임신중지권도 반대한 인물이다.

한편, 총리 임명을 강행한 마크롱과 르펜 사이 모종의 합의가 있었던 것이 아니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바르니에 총리 임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게 아니냐는 질문에 르펜은 "나는 마크롱의 인사 관리자가 아니다"며 부인했다. 하지만 "우리는 국정 운영의 훼방꾼이 되고 싶지 않다"라며 신인민전선과는 다르게 즉각적인 내각 불신임에 대해서는 반대했고, "바르니에 총리는 불법 이민 문제와 관련해 우리 당과 같은 입장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암묵적인 동의를 표했다. 최근 몇 년간 바르니에는 유럽으로 들어오는 난민과 이민자의 수를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총리로 임명된 지 2주 후, 바르니에 총리는 39명의 장·차관 리스트를 마크롱에게 제출했다. 7명의 마크롱주의자(macronist)와 3명의 공화당 출신이 포함된 주요 보수 인사들로 구성된 리스트였다. 지난 9월 21일 바르니에는 정부 구성을 발표하며 새 내각을 출범했다. 내년 예산안 작업을 담당할 경제재정부산업부 장관으로 르네상스 소속의 33세 앙투안 아르망(Antoine Armand)이 임명됐다. 그는 2017년 마크롱의 대선 캠프에서 일하다가 2022년 총선에서 초선으로 당선된 후 올해 총선에서 재선된 바 있다.

신인민전선은 총리 후보가 거부된 지난 8월 말부터 매주 주말 반 마크롱 시위를 주도하며, 대통령 탄핵 카드를 내놓고 있다. 바르니에 내각이 발표되자 굴복하지않는프랑스의 멜랑숑 대표는 "합법적이지도, 미래도 없는 정부를 가능한 빨리 정리하자"고 호소했다. 녹색당 톤들리에 대표는 "인종차별주의자이자 식민주의가 의심되는 자가 내무부 장관이 되었다. 바다도, 숲도, 집도 얘기하지 않는 생태를 모르는 자가 환경부 장관이 됐다"며 새 내각을 비판했다.

톤들리에는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은 비극이다. 이 정부와 시간 낭비를 멈추고 다음 정부를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총리와 내각 불신임, 대통령 탄핵 등 제1여당인 신인민전선이 추진하려는 것도 국민연합 지지 없이는 불가능하다.

뜨거웠던 여름이 끝났다. 2012년 단 2석이었던 국민연합이 12년 후 126석이 되었다는 사실(*EXD 소속 에디 카스테르만(Eddy Casterman)이 당선 이후 RN으로 당을 옮겨 RN 의석이 총 125석 에서 1석 늘어남)은 여름밤의 악몽이길 바라나 말 그대로 현실이다. "국민연합을 공화전선에 포함시킬 수 없다"는 아르망 신임 경제재정부 장관의 상식적인 말에 모욕을 느낀다고 논평을 내는 국민연합, 그런 국민연합의 눈치를 보며 장관을 나무라고 르펜에 전화를 걸어 안심을 시키는 바르니에 총리, 바르니에와 비례대표제를 두고 딜을 하고 르펜. 극우와 동거하는 프랑스 정치가 나아갈 길 중 어느 하나 쉬운 길이 없다. 거기다 기후위기로 가을이 없어지고 어둡고 축축하고 긴 유럽의 겨울이 이어질 것이다.

*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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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전선으로 극우를 막아 아직 살아있다고 해야 할 지, 공화전선을 펴야지만 극우를 겨우 막을 수 있을 정도로 망가졌다고 해야 할 지 마음이 복잡합니다. 이 혼란한 상황에서 녹색정치가 점점더 힘을 가질 수 있길 바라봅니다.

프랑스 정치 상황이 정말 복잡해 보이네요. 극우 세력의 성장과 그에 맞선 다양한 정치 세력들의 동맹, 그리고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타협... 민주주의의 미래가 걱정되면서도, 이런 과정을 통해 결국 더 나은 해결책을 찾아갈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기후 위기까지 겹친 상황에서 프랑스 국민들의 지혜로운 선택이 필요할 것 같아요.

총선 이후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살펴보지 못했는데 덕분에 알게 됐습니다.
바르니에 내각이 9/21 출범했군요.
< 바르니에 내각이 발표되자 굴복하지않는프랑스의 멜랑숑 대표는 "합법적이지도, 미래도 없는 정부를 가능한 빨리 정리하자"고 호소했다. 녹색당 톤들리에 대표는 "인종차별주의자이자 식민주의가 의심되는 자가 내무부 장관이 되었다. 바다도, 숲도, 집도 얘기하지 않는 생태를 모르는 자가 환경부 장관이 됐다"며 새 내각을 비판했다. > 이 부분을 눈여겨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