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K-방산’ 열풍…무기로 평화를 살 수 있다는 당신에게

2024.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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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활동가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 기고된 글입니다.

만약 당신이 얻는 이익이 알고보니 누군가를 해쳐서 얻는 것이라면? 내 이익을 위해 보이지 않는 이들이 고통 받는 것을 알게 된다면 어떨까. 대체로 다수의 사람들은 꺼림칙하다는 생각과 동시에 마음이 불편해질 것이다. 

‘K-방산’ 한국산 무기는 아시아를 넘어 유럽까지 수출 계약이 확대되고 있다. 전장과 학살의 장소에서 쓰일지 모르는 무기들이 거래되고, 분쟁지역 현장에서 버젓이 한글이 써져있는 무기들이 발견되었다. 윤석열 정부는 오는 2027년까지 한국을 세계 4대 방산 강국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수립하고, 올해 수출액 200억 달러를 달성하겠다며 대대적인 방위산업 진흥 정책을 펼치고 있다. '신성장·원천기술'로 평가받는 방위산업의 또다른 이름은 누군가의 죽음과 고통을 기반으로 하는 죽음의 시장이다.  


무기산업의 호황 그 이면 

전 세계가 우크라이나와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지고 있는 두 개의 전쟁으로 위기에 처해있지만 ‘K-방산’만큼은 순항 중이다. 윤석열 정부는 방위산업을 신성장·원천기술로 지정하여 경남과 대전 등에 ‘방산 혁신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권역별·거점국 진출 전략을 세분화하는 등 수출 정책을 확대하고 있다. 무기 산업은 피를 먹고 자란다는 말처럼 전쟁이 발발하고 세계가 더 위험해질수록 무기 산업은 호황을 맞아왔다. 각국은 폭력을 끝내기 위한 노력이 아닌 군사비를 높이고 더 많은 무기를 소유하는 일에 몰두하는 중이다. 2021년 73억 달러(약 9조 739억 원)였던 국내 무기 수출액은 2022년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173억 달러(약 23조 86억 원)로 상승했다. 지난 12월, 윤석열 대통령은 <제2회 방산수출전략회의>에서 방위산업을 “국제질서를 존중하는 우방국과 그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는 평화산업”이라고 말했다. 정말 무기로 평화를 살 수 있을까? 

문제는 한국이 무기를 수출한 국가 중 다수(74%)가 분쟁 중이거나 독재 및 인권 탄압 문제를 겪고 있다는 점이다. 예멘 내전 곳곳에서 한국산 무기가 발견되었으며, 미얀마 민주화 시위, 스리랑카 반정부 시위, 최근 방글라데시 반정부 시위까지 정부가 시위대를 진압하는 데 국내산 최루탄이 쓰였다. 용혜인 의원실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4년 상반기까지, 약 5년 반 동안 한국이 수출한 최루탄은 473만여 발이었다. 뿐만 아니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향한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이 1년 가까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 정부가 이스라엘에 2023년 10월 이후 최소 128만 달러(약 16억 6천만 원)의 무기(총기, 탄약, 부품 등)를 수출한 것이 알려졌다. 세계에서 열 번째로 무기를 많이 파는 한국 정부가 전쟁과 분쟁의 공모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최소한 인권 침해가 우려되는 국가와 분쟁 중인 국가에는 무기 수출을 금지하자는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관세청은 한국무역협회 무역통계의 무기류 수출입 통계를 비공개 처리했다. 지난 8월 유엔 무역통계에서 대한민국 무기류(총·포탄 등) 정보 공개 역시 제한되었다. 전쟁없는세상이 UN Comtrade에 질의한 결과 해당 통계는 한국 정부의 요청에 의해 HS코드93(무기)에서 HS코드99(비할당)로 변경되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관세청은 무기 수출 통계를 공개해 온 것이 ‘행정상 착오’였고 비공개 처리는 ‘국익 침해 우려’에 따른 적법한 조치라고 둘러댔지만, 과도한 감시 견제일 뿐이다. 현재 무기 수출입 통계는 열람이 제한되어 있다. 


강한 국군, 국민과 함께? 

<사진=대한민국 정부>

한반도의 군사적 위기 또한 고조되는 상황이다. 지난 5월부터 남한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와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가 이어지고 있지만 정부는 지금 위기의 원인이 된 남한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한 자제 요청 없이 9.19 군사합의 전면 무력화, 군사분계선 인근에서의 군사훈련 실시, 대북 확성기 방송 전면 재개 등의 조치만 취하고 있다. 대화채널은 중단되고, 강대강 대치만 이어지며 접경지역 인근에서의 군사적 긴장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지난 5월부터 남한 민간단체가 살포한 대북 전단은 총 49회에 달하며, 9월 북한이 날린 오물 풍선도 10회에 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부는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제한이나 규제는 이야기하지 않은 채 “선을 넘었다고 판단될 경우 단호한 군사적 조치를 시행할 것”이라며 강경 대응책만 고수하고 있다.

위기를 관리하고 무력 충돌을 예방하기에도 부족한 이때, 제76회 국군의 날 시가행진<강한 국군, 국민과 함께>가 개최된다. 오는 10월 1일, 숭례문에서 광화문 방향으로 진행되는 이 행진에는 탱크와 장갑차, 각종 미사일과 군사 장비들이 등장하여 대규모 병력과 함께 행진할 예정이라고 한다. 국방부는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안보 축제의 장’도 마련할 계획이라 밝히며 국군의 날을 임시공휴일로 추진했다. 강한 국군, 강력한 군사력이 시민의 안전을 지킬 수 있을까. 북한을 향한 억제력 과시가 목적인 시가행진을 위해 도심에 무기가 대거 등장하고 경찰 및 소방 인력이 다수 배치된다는 사실은 달갑지 않다. 남북 관계에서 시급한 건 억제가 아닌 대화채널 복원이기 때문이다.


무기 장사 중단하라! STOP KADEX  

<사진=KADEX2024>

시가행진 다음 날인 10월 2일부터 6일까지 5일간, 충남 계룡대에서 대한민국 국제방위산업 전시회(KADEX)가 열린다. 육군협회가 주최하는 이 전시회에는 경남 창원, 대전 등을 비롯한 국내 지자체와, 국내 외 방산업체 300곳 이상이 참여할 예정이다. 참가 업체 중 세계 1위 무기 회사인 록히드 마틴은 다목적 전투기 F-35 등 주요 무기체계를 이스라엘에 수출하고 있으며 프랑스의 사프란은 이스라엘군에 팔레스타인 점령지에서 사용하는 장비 등을 공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분쟁지역에서 무기가 발견된 국내 기업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위아, LIG넥스원 등을 비롯해 우크라이나에 탄약/포탄 우회 지원 의혹을 받았던 풍산도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시회에 세계 곳곳의 기반 시설을 파괴하고 생명을 앗아갔을 무기들이 상품처럼 전시될 예정이다.    

무기 박람회에서는 실제로 거래가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대개 방산 및 군 관계자들이 모이는 교류의 장이 된다. 이 비윤리적인 시장에 시민의 소중한 세금이 쓰이고 있는 점, 매해 방위산업전시회가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점이 문제다. 2년에 한 번 개최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를 시작으로 △대한민국 방위산업전(DX KOREA) △대한민국 국제방위산업전시회(KADEX)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  △이순신방위산업전(YIDEX) △국제치안산업대전(KPEX) 등이 열릴 예정이다. 행사 개최 지역도 경기, 충남, 경남, 부산 등 다양하다. 더 많은 방위산업체가 박람회에 참가하여 무기 거래 시장이 활성화되는 것은 결과적으로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게 될 것이다. 

힘의 논리는 긴장과 갈등을 야기시킬 뿐이다. 특히 매년 증가하는 연합군사훈련 등 전쟁 연습, 무력 과시는 한반도 일대의 군사적 긴장을 높이고 전쟁 위기를 가중한다. 

만약 무기가 거래되지 않는 세상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무기가 존재하지 않는 세상에서 전쟁은 일어날 수 없을 것이다. 평화는 강한 무기와 군사력으로 살 수 없고, 무기거래가 되려 군비경쟁의 악순환을 반복시킨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평화는 힘의 논리가 아니라 군비를 축소하고 대화와 협력과 같은 평화적인 방법으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덱스저항행동은 지난 2013년부터 무기 거래 이슈를 기후위기 등 다양한 의제와 연결하는 활동을 해왔으며, 9월 말 무기박람회저항행동으로 출범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기후위기 시대에 필요한 것은 무기나 에어쇼가 아닙니다”라는 슬로건으로 활동한 데에 이어 올해도 무기박람회 저항행동을 이어간다. 무기 산업의 비윤리성 비판하고, K-방산의 책임성에 대해 반문하며,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무기박람회 폐지를 촉구할 계획이다. 곧 개최될 대한민국 국제방위산업전시회(KADEX) 대응을 시작으로 무기 거래 중단, 무기박람회 폐지를 위한 활동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저항행동에 함께하자.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나는 전쟁과 분쟁, 집단학살에 가슴 아파하고 뭐라도 하고자 고민하는 이들을 기다린다. 무기박람회가 사라진 사회를 상상하며 무기 거래의 비윤리성 규탄에 목소리 높일 때 비로소 전쟁과 폭력이 사라진, 시민이 안전한 세상에 가까워질 것이다. 무기 거래가 이루어지는 죽음의 시장 KADEX를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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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번 국군의 날 행사를 보며 북한 정권이 떠오르기도 했고, 이렇게까지 해야 할 일인가? 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네요. 한국의 특수성 때문에 방위산업이 발전하는건 어느정도 이해가 되는데, 거기서 벌어지는 돈은 누군가의 피에서 나온다는 공감이 확산되면 좋겠습니다. 우린 이 산업을 숫자로만 바라보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