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생활에서 매일 화폐를 사용하지만, 화폐가 어디에서 왔고, 어떻게 흐르며, 무슨 역할을 하는지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화폐는 ‘중립적’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원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구입할 때 필요한 시장 가격을 표시하는 역할만 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화폐는 어디에서 왔을까. 보통 화폐는 각 국가 중앙은행이 찍어내는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실상 중앙은행이 찍어내는 화폐는 전체 화폐량의 5%밖에 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화폐는 민간은행의 대출을 통해 만들어진다.
중앙은행 계좌에 일정 부분만 저축해놓으면 민간은행은 화폐를 만들어낼 수 있다.
주류 경제학에서는 이를 ‘신용창조’라고 부른다.
△ 실상 중앙은행이 찍어내는 화폐는 전체 화폐량의 5%밖에 되지 않는다. ⓒ성찰과성장
그런데 대출에는 항상 ‘금리’라는 비용이 따른다. 민간은행은 가계와 기업에게 대출을 해주면서 금리를 요구한다. 여기서 두 가지 의문이 든다.
첫번째, 화폐로 민간은행이 돈을 버는 것이 옳은가?
화폐는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모두에게 필요한 것으로, 공공성을 지닌 중립적인 존재여야 하는데, 화폐 창조는 민간은행의 대출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민간은행이 대출을 내주고 금리로 돈을 벌고 있다.
심지어 은행은 그 수가 많지 않아서 단합하면 더 높은 금리를 가계 및 기업에 요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공공성을 지닌 존재를 통해 ‘민간은행’이 돈을 어마어마하게 벌 수 있는 시스템이 이치에 맞는 것일까?
△ 민간은행은 화폐를 생산할 수 있는 특권이 있다 ⓒ성찰과성장
두 번째, 화폐가 대출을 통해 만들어진다면 전체 화폐량은 부족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예를 들어 연 이자가 10%라고 할 때 1년간 우리나라 전체 대출이 총 1,000만 원이라고 가정하자.
1년 후 갚아야 한다면, 1년 후에는 시중에 1,100만 원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전체 대출이 1,000만 원이기 때문에 시중에는 1,000만 원밖에 없다. 100만 원을 구하려면 추가적인 대출이 있어야 한다.
추가 대출로 만들어진 화폐로 남은 100만 원을 채워야 한다.
△ 경제 성장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성찰과성장
사람들이 계속 돈을 빌려야 경제가 굴러가는 상황인 것이다.
그리고 이 시스템이 유지되려면 경제는 끊임없이 성장해야 하고 성장할 것이라고 기대해야 한다.
경제가 앞으로도 성장한다는 믿음이 있어야 사람들이 대출할 것이기 때문이다.
책은 국가가 낮은 경제성장률을 걱정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본다.
△대한민국의 경제성장률 비교 ⓒKDI 경제전망(2024.5.16) 갈무리
공공재(화폐)를 활용하여 민간은행이 우리의 노동력을 흡수하고(윈리금을 갚기 위해 사람들은 열심히 일한다), 충분히 많은 것들을 만들어냈음에도 여전히 수많은 사람이 그 혜택을 누리지 못하며, 국가는 분배가 어찌 되든 성장만 추구한다.
그리고 거기에는 특정 집단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중립적이라고 믿어왔던 화폐 시스템이 관여되어 있다.
이것이 이 책에서 주장하는 바다. 흥미롭지 않은가?
△ 화폐 시스템은 공평하게 작동하지 않는다. ⓒ성찰과성장
화폐가 그렇게까지 불평등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니!
이 주장이 논리적으로 맞는 것인지 의심하는 독자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 번 읽어보길 추천한다. 필자도 처음에는 ‘정말인가?’하고 의심을 했지만 읽을수록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점점 강해졌다.
현재 필자는 화폐 시스템만으로 그러한 불합리한 상황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충분히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21년에 번역, 출간된 책임에도 벌써 절판되었다는 사실이다. 역자에게 추가 인쇄 여부를 물어보았으나 더 이상 인쇄하지 않을 것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너무나 아쉬운 상황이다. 관심이 있는 분은 도서관에서 빌려보는 것으로 하자.
일상 속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사람들의 학습 놀이터
'성찰과성장'
작성: 신동주
편집 : 박배민
성찰과성장.com
코멘트
2정리해주신 내용을 읽으면서 '아무도 돈을 빌리지 않는 세상이 되면 불평등이 조금 해소되는 걸까?' 생각했네요.(전세 대출로 살고 있는 집에서 이런 생각을 했다는 게 아이러니이긴 하지만요;;) '경제 성장'이라는 단어가 대체로 긍정적인 이미지를 띄는 것 같은데요. 그 이면에 있는 다양한 일들을 고려하면 마냥 긍정적이지는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돈이 돈을 만들고, 그 만든 돈으로 인해 물가가 상승하고, 결국 높아진 물가는 일하는 서민들만 힘들게 만든다는 생각이 저도 드네요. 미국이 미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돈을 찍으면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것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