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튜브 채널 지식인사이드에 <”병 찾으려다 암에 걸려요.” 의사들도 말리는 건강검진 항목 ‘5가지'>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습니다. 해당 영상에 출연한 이경원 원장은 ‘PET-CT를 3번 찍으면 방사선 노출량이 100 mSv에 달하는데, 이는 암에 걸릴 수 있는 수준이다'고 주장했습니다. 암 조기 진단을 위한 PET-CT 검사가 되려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서, PET-CT 검사 시 방사선량을 확인한 후 방사선 노출과 암 발생 간의 관계를 짚어봤습니다.
PET-CT 검사 시 방사선량은?
해당 유튜브 영상에서 이경원 원장은 ‘PET-CT의 방사선 노출량이 32 mSv까지 측정될 정도로 높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때, ‘Sv(시버트)’, ‘mSv(밀리시버트)’는 방사선이 인체에 미치는 정도를 나타내는 단위를 뜻합니다. 이에, PET-CT 검사 시 방사선량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해 봤습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PET-CT를 촬영할 때 약 10~25 mSv의 방사선량을 받게 됩니다. 이는 일상생활을 통해 받는 연간 자연방사선 피폭량인 3 mSv의 3~8배 수준입니다. 따라서, 암 위험 요인이 없는 사람이 PET-CT 촬영을 할 경우 불필요하게 방사능에 노출될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불필요한 방사선 피폭을 방지하고자 만들어진 지침이 있습니다. 바로, ‘수진자 표준안내문’과 ‘의료기관 권고사항'입니다. 이는 한국소비자원, 보건복지부, 관련 학회(대한핵의학회·대한영상의학회), 협회(대한병원협회·대한의사협회)가 공동으로 발표한 것입니다. 이에 따라, 건강검진 수진자는 PET-CT 촬영 전에 방사선 피폭 정보 설명을 충분히 듣고 결정할 수 있습니다. 수진자 표준안내문은 두 가지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는 해당 의료기관에서 PET-CT 검사 시 방사선 피폭량을 안내하는 문항입니다. PET-CT 촬영 시 방사선량은 의료기관마다 상이합니다. 그러나, 의료기관 권고사항은 PET-CT 검사 시 방사선량을 최적화된 조건으로 설정할 것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때, 최적화된 조건은 진단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적정한 수준의 방사선량을 의미합니다. 이는 일반적으로 12 mSv 이하 수준이라고 합니다.
1. 본원에서 시행하는 건강검진용 PET/CT 검사를 받으면 평균 ( ) mSv(밀리시버트)의 방사선량을 받게 됩니다. 이는 우리나라 연간 자연방사선* 피폭량 3 mSv의 ( )배에 해당됩니다. 한꺼번에 100 mSv 이상의 고선량 방사선을 받은 경우 장기간 추적·관찰 시 암발생이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으나, 그 이하의 방사선량에서는 위험 여부가 불분명합니다.
두 번째는 암 조기진단의 이득, 방사선 피폭의 위험 등을 포함한 촬영 시 고려해야 할 사항을 안내하는 문항입니다. 나이가 많거나 암에 대한 위험인자가 있는 경우 PET-CT 촬영에 따른 위험보다 이득이 클 수 있다는 내용이 핵심입니다. 결국엔, 촬영에 앞서 건강검진 수진자가 PET-CT 검사에 따른 득과 실을 현명하게 따져봐야 합니다.
2. 일반적으로 암발생 위험도는 나이에 따라 증가하며 위험인자(가족력, 흡연, 발암물질의 사전 노출 등)가 있으면 암발생 위험도가 더욱 증가합니다. 반면, 방사선 노출에 따른 암발생 위험도는 연령이 낮을수록 증가합니다. 따라서 나이가 많거나 암에 대한 위험인자가 있을 경우 PET/CT 검사에 따른 위험보다 이득이 클 수 있으나, 나이가 적거나 암에 대한 위험인자가 없으면 PET/CT 검사에 따른 이득보다 위험이 클 것입니다.
위의 자료를 고려해 봤을 때, PET-CT의 방사선 노출량이 32 mSv까지 측정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PET-CT를 3번 찍으면 방사선량이 100 mSv에 달한다고 말하기에도 무리가 있습니다.
방사선 노출과 암 발생 간의 관계?
지금까지 PET-CT 촬영 시 방사선 피폭량을 확인해 봤습니다. 다음으로는 방사선 노출과 암 발생 간의 관계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인체에 방사선이 피폭되면 물리적, 화학적 반응에 의해 DNA가 손상될 수 있습니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서 발표한 ‘방사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손상 정도에 따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고 합니다. 방사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피폭선량과 발현관계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유형은 결정론적 영향입니다. 방사선 피폭으로 세포가 사멸하거나 임상적 변화가 나타나는 것을 말합니다. 결정론적 영향은 대체로 피폭 후 수 주일 이내에 증상이 나타납니다. 구체적인 증상으로는, 피부 홍반, 수종, 궤양, 백내장, 수정체 혼탁, 신체 내부장기의 기능부전 및 부작용 등이 있습니다. 그러나, 수정체의 혼탁, 백내장, 피부 장애 등은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수년 후에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결정론적 영향에는 ‘문턱선량’이 있습니다. 이때, 문턱선량은 ‘방사선 피폭에 의하여 영향이 나타나는 최저의 선량’을 뜻합니다. 결정론적 영향의 문턱선량은 통상 100 mSv입니다. 쉽게 말해서 ‘적어도 100 mSv 이상에서 이상 소견이 나온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문턱선량 이상이라면 결정론적 영향은 누구에게나 나타납니다. 즉, 결정론적 영향에는 인과관계가 확실합니다.
두 번째 유형은 확률론적 영향입니다. 방사선에 피폭된 세포가 사멸하지 않고 돌연변이 상태로 생존해 세포의 이상 증식을 일으키거나 세포 유전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합니다. 확률론적 영향은 장시간의 시간이 지난 후에 증상이 나타납니다. 주로 암과 유전질환이 이에 해당합니다. 방사선 영향 연구재단(RERF)의 일본 원폭피해 생존자에 대한 역학 연구 결과에서도 방사선이 발암원으로 인정된 바 있습니다.
결정론적 영향과 달리, 확률론적 영향에는 문턱 선량이 없습니다. 아무리 적은 선량에서도 암 발생 위험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확률론적 영향은 많이 피폭되면 더 높은 확률로, 적게 피폭되면 적은 확률로 나타납니다. 그렇기에, 확률론적 영향은 어떤 사람에게서는 나타나고 어떤 사람에게서는 나타나지 않습니다. 즉, 확률론적 영향에는 인과관계가 분명하지 않습니다.
암의 경우 다양한 발병 원인이 존재하는데, 방사선은 그중 하나일 뿐입니다. 국립방사선방호위원회(ICRP)에 따르면, 100 mSv를 피폭당한 사람들 10,000명 중 암으로 인한 사망은 40명 내외(성인 기준)로 예측됩니다. 그러나, 이 또한 확률론적 영향이므로 그 값을 특정 그룹 또는 개인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습니다.
정리하자면, 방사선 노출에 따른 암 발생은 확률론적 영향에 해당합니다. 일정 수준 이상의 방사선량이 반드시 암을 유발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PET-CT를 3번 찍은 방사선량이 암을 유발할 정도라는 유튜브 영상의 주장은 대체로 사실이 아닙니다.
*이 콘텐츠는 노무현시민센터의 지원으로 진행되는 캠페인즈 시민팩트체커 활동으로 작성됐습니다.
**노무현시민센터는 지원 외에 캠페인즈 시민팩트체커의 활동에 개입하지 않으며, 캠페인즈 시민팩트체커가 작성하는 콘텐츠는 독립적으로 기획, 작성됩니다.
코멘트
4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댓글들을 보니.. 유튜브 영상은 아무래도 '조회수'가 중요하다보니, 과장하거나 단정적이거나, 과하게 표현하고 쓰게 되고 그것이 오해를 불러일으키거나 잘못된 인식을 만들어가게 된다는 생각이 드네요. 팩트체크 해주신 덕분에 더욱 잘 알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평소에 저런 이야기를 보면 '이게 말이 되나' 싶었지만 검증할 방법은 없었는데요. 이렇게 속 시원하게 긁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 유튜브를 보다 보면 괜히 불안해지고, 걱정되는 일들이 많았는데요, 팩트체크해주신 덕분에 병원에 갈 때 걱정 없이 진료를 받을 수 있겠네요!
이런 영상들이 엄청 많던데 자세히 알아보면 과장된 표현이 많겠다 싶네요. 암 검사하다가 암에 걸릴 정도의 방사선을 쬘 수 있다는 게 상식적으로도 이해되지 않는데 자료를 보면 공포감을 주려는 건가 싶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