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북토크] 「래디컬 데모크라시」 : 참사에는 어떤 민주주의가 필요할까?

2024.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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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화로운 세상을 꿈꾸는 학생

「래디컬 데모크라시」 : 참사에는 어떤 민주주의가 필요할까?

북토크 2024년 5월 22일 (수) 19-21시

광주민주화운동이 있었던 5월을 맞아, 민주주의라는 주제로 재난피해자권리센터에서 북토크를 진행했다. 이번 연도에 출판된 한국판 「래디컬 데모크라시」를 중심으로 재난과 민주주의의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래디컬 데모크라시」의 역자 하승우 선생님과 진행자 유해정 선생님과 함께 북토크를 진행했다.

「래디컬 데모크라시」는 「경제성장이 안 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의 저자로 많이 알려진 더글러스 러미스의 저서다. 책이 나온 지는 28년 만에 한국어판이 나오게 되었다. 책의 수요가 많지 않은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북 펀딩을 통해 2000만 원 목표 금액을 달성하여 「래디컬 데모크라시」 한국어판이 나올 수 있었다. 요즘은 200만 원도 도달하기 싶지 않은데, 어마어마한 결과이다. 28년의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많은 독자들이 이 책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걸 알 수 있다.


북토크 1부에서는 유해정 선생님께서 준비하신 질문들을 물어보는 시간을 가졌고, 2부는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1부와 2부 모두 Q&A 형식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주요 Q&A를 담아 보았다. (하승우 선생님과 유해정 선생님의 이야기를 토대로 적었지만, 워딩이 다를 수 있다는 점 유의 부탁드립니다.)

Q. 「래디컬 데모크라시」의 저자 더글러스 러미스는 한국에 경제성장이 안 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의 저자로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워낙 이 저서가 유명하나 보니, 그 외에 더글러스 러미스라는 인물에 대해서 더 이야기해주세요.

A. 더글러스 러미스는 훌륭한 지식인입니다. 정치학을 전공했고, 반전운동 평화운동에 앞장서서 행동하는 지식인입니다. 민주주의 이론을 배우기 위해서 필리핀을 간 그의 행동이 굉장히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는 민주주의를 배우기 위해서는 민주주의가 살아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제 민중이 활동하는 곳, 옛것이 남아 있는 곳으로 가야 했기에, 여러 나라 중 필리핀을 선택했습니다.

Q. 래디컬 데모크라시란 무엇인가요? (개념적으로)

A. 더글러스 러미스 선생님은 민주주의를 ‘state’로 봅니다. 민주주의는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행동하는 것이라고 책에 나와 있습니다. 그는 민주주의를 개념과 제도 같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출렁거리는 불안정한 상태로 생각합니다. 민주주의에서 제일 중요한 건 민중이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만, 결정권을 가진다고 민주주의가 완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결정권을 가진 민중이 누구냐도 굉장히 중요한 점입니다. 올바른 판단을 가진 민중이 권력을 잡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포퓰리즘과 같은 형태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공공성을 가진 민중들이 같이 결정을 내리는 상태를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이 출렁거리는 상태를 계속 유지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 출렁거리는 상태를 언제든 만들 수 있는 상태에 있어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책이 출판된 지 28년이 지났는데도 의미가 있나요?

A. 여전히 울림이 있습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한국 사회가 바뀌지 않아서 그런지 책이 말하는 이야기가 의미가 있습니다. 한국 사회는 아직도 성장 이데올로기에 빠져있기 때문에, 무한한 발전이 긍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성장은 파괴와 공존합니다. 이 책의 핵심은 결국 성장이 무엇을 파괴하는지를 말하고 있습니다. 잘못됨을 바로잡으려면 타협이 아닌, 뿌리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책의 말처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Q. 「래디컬 데모크라시」에서 하승우 선생님이 꼽은 문장들이 세 개가 있더라고요. 왜 이 문장들을 뽑았는지 이야기해주세요.

근대화와 발전은 결코 빈곤을 없애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근대화와 발전은 부자와 가난한 자의 관계를 합리화(rationalization) 하는 것을 뜻한다. 164pg

민주주의는 어떤 존재일 수 있다는 말로 민주주의를 설명할 수 없다. 민주주의는 행해질 수 있는 어떤 것일 뿐이다. 370pg

“당신은 이곳에서 만들어진 폐기물이 2만 5천 년 동안 위험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오랜 기간 동안 누가 관리하나요?”

“물론 미국 정부죠.”

“당신은 2만 5천 년 동안 지속된 정부가 있었는지 들어본 적이 있나요?”

안내인은 싸늘한 눈빛을 보내며 대답을 거부했다. 239pg

A. 첫 번째 문장은 민주주의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꼭 알아야 하는 이야기라고 생각됩니다. 많이들 근대화를 동전과 같이, 앞면은 발전이고, 뒷면은 빈곤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앞면과 뒷면으로 나누어지는 것이 아니라, 같은 면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에는 동일한 현상이기 때문입니다. 발전과 빈곤이 서로 다른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을 때, 비로써 민주주의가 가능해집니다.

두 번째 문장은 민주주의란 무엇인지를 설명하는 문장입니다. 한나 아렌트도 말하듯이, 민주주의에는 인간이 행하는 것입니다. 참여를 통해서 민주주의가 만들어져 갑니다. 그 외의 것은 민주주의를 파괴한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 내용은 더글러스 러미스 선생님 친구와 나눈 내용입니다. 짧은 대화를 통해서 전문가·국가와 시민의 관계성을 볼 수 있습니다. 시민들이 폐기물이 위험하다고 말하고, 폐기물로 고통 속에 있다는 것을 국가에 말하면, 전문가들은 주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기엔 그 강도가 너무 약하다고 주장합니다. 전문가의 말들은 이 고통을 개인의 책임과 문제라는 인식을 갖게끔 만듭니다. 그렇게 시민들은 대상화됩니다. 실제 피해를 겪지 않는 전문가 집단이 주요 결정권을 가지게 되는 셈입니다. 재난도 이와 같은 형태로 보입니다. 조사위가 만들어져도, 실제 피해자는 배제가 됩니다. 또한 시스템적으로 무엇이 문제였는지를 파악할 수 없어서, 피해자들이 자신의 고통을 호소할 수 있는 곳이 없어집니다.

+ 마지막 문장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니, 어제 10.29 희생자 유가족과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때 한 아버님의 말씀이 생각이 납니다. 10.29 참사가 일어났을 때 아버님이 기자들과 사람들에게 ‘앞으로 무슨 일이 어떻게 진행되나요?’라고 물었을 때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고 했어요. 자신을 향한 시선은 냉랭하고 차가웠다고 합니다. 이러한 시선들과 분위기 때문에, 오히려 자신이 가해자는 아닌가, 사회의 무리를 내가 만들었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유해정 선생님의 생각)

Q. 책에서 스리마일섬의 핵 사고 후 주민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나아가는 이야기가 적혀 있어서, 현재 스리마일섬은 어떨까 하는 궁금증에 인터넷에 찾아보았습니다. 현재로는 스리마을섬에 핵발전소가 운영 중이라고 하더라고요. 반대하던 시민들이 결국에는 찬성을 하게 된 것인데, 왜 이러한 상태가 되었는지 궁금했어요.

A. 전에는 나의 자손들이 이 땅에서 살아야 해서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컸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땅을 지키는 것이 중요해지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쓸모없는 공간인데, 적절한 선에서 타협해야 한다는 생각이 만연한 것 같습니다. 땅을 지키기 위해서는 땅이 의미 있는 공간으로 남아야 하는데, 그렇기 위해서는 의미 있는 공간이라는 “공동 감각”을 불러일으켜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수가 가지고 있는 감각에 따라서 상황이 바뀌기 때문입니다. 공동 감각은 같이 모여서 이야기할 때와 자신의 이야기를 남에게 할 때 시작됩니다. 그렇게 범위를 넓히고, 밖으로 이야기가 나아갈 때 출렁이는 상태를 만들 수 있습니다.

기자회견과 언론을 통해서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을 계속 사용해 왔는데, 이것은 효과적이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다른 방법들을 찾아가야 할 시기라고 봅니다. 사람들과 어떻게 접촉할 것인지, 사람들과 어떤 매개로 소통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사회운동의 재구성이 필요합니다.

Q. 재난과 민주주의의 연관성에 관해서 이야기해주세요.

A. 성장을 위해서는 안전과 생명을 포기해야 합니다. 결국, 사람을 놓치게 되는 것이죠. 제가 이 책에서 또 좋아하는 문장이 있는데요. 바로 이러한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우리는 효율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연애나 친구를 사귈 때는 빠르게 만나서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관계를 맺는 것을 좋아한다. 그렇다면 정말 우리는 효율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인가.

이 책의 내용처럼 효율성은 어쩌면 학습된 것입니다. 문제가 생기면 기계를 멈춰야 하는데, 우리는 인간을 교체합니다. 감각적으로는 기계를 멈춰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우리의 감각이 작동을 못 하고 있습니다.

노동자에게는 작업중지권이 있다고 해도 사용할 수 없다면, 노동자는 작업중지권을 갖고 있지 않은 것입니다. 기계를 멈추어야 하는 것을 알지만, 통제할 권한이 노동자에게 없는 이 현실이 바뀌어야 합니다. 그곳에 있는 관리자 또는 사람들이 통제할 권한을 가지고 있다면 막을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많은 질문들이 쏟아져 나왔다. 재난과 민주주의에 대한 이야기였지만, 정치, 언론, 환경, 교육 등 다양한 논의들이 이야기되는 시간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민주주의가 퇴보되고 있는 시점에서, 민주주의란 무엇인지를 다시 고민하고 어떻게 하면 만들어나갈 수 있는지를 알아가는 시간으로써 의미가 있었다. 어떠한 민주주의가 필요한지에 대해서 알아가고 싶다면, 래디컬 데모크라시라는 책을 추천하면서, 이만 글을 마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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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읽으면서 정말 중요하고 공감되는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꼭 정독하고 싶은 책입니다:)

앗, 이런 좋은 행사가 있었네요~
미리 알았다면 참여해보았을텐데 아쉽습니다 ㅎㅎ

단단 비회원

후기를 보니 이 책을 꼭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역자 이름이 헷갈리셨나봐요 >_< 하승우, 이승렬 입니다. 토크 하신 분은 하승우 선생님이죠? :)

발전과 빈곤이 다른 면에 있지 않다는 지적이 기억에 남네요. 최근에 캠페인즈에 책 관련 토론이 많이 올라와서 읽어볼 리스트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

제가 아는 '급진 민주주의'는 어네스토 라클라우와 샹탈 무페의 급진민주주의, 한국의 급진민주주의연구협동조합 데모스의 급진민주주의였는데, 또 다른 '급진 민주주의'를 접하게 되네요. 급진 민주주의라는 단어를 누가 독식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니 다양한 관점으로 민주주의에 보게 되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보고 싶은 행사였는데 이렇게라도 내용을 전해들을 수 있어서 좋네요. 감사합니다

「래디컬 데모크라시」의 주요 논점을 다시금 되새기고, 우리가 어떤 민주주의를 지향해야 하는지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