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에 대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유의미하게 받아들이는지 감이 오지 않습니다. '요즘 날씨 정말 이상해'라고 하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조금 헌 것은 쓰레기로 가고, 먹다 만 일회용잔의 커피는 분리수거조차 없이 쓰레기통에 버려지죠. 사람들은 분명 지구 온난화가 문제라는 생각을 하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보다 더욱 더워지면 에어컨을 더 틀면 되고 더 추워지면 난방을 더 틀면 되지, 라는게 당장의 생각 아닐까요. 그건 어쩌면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인프라를 비교적 저렴한 값에 누려왔기 때문인 것일지도 모릅니다. 맞습니다. 사실, 한국은 한국전력, 전력거래소, 라는 단일 정부 기관에 의해 전력을 통제해왔습니다. 그렇기에 막대한 손해를 보면서도 특히 산업용 전기값을 유지해왔죠. 제조업, 철강업, 반도체업의 발전을 비롯해 LTE, 5G 등 '초스피드'의 인터넷을 누릴 수 있는 것 또한 전기값이 그만큼 저렴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신재생에너지 관련 정책도 계속해서 표류되는 것 같습니다. 신재생에너지는 사실 한국에서 도입하기에 마구 좋은 환경은 아닙니다. 그래서 다른 나라들보다도 단가가 높고 생산량은 해외같지 못합니다. 이렇게 높은 전기값은 평소 한국의 전기값을 생각한다면 더더욱이 비효율적이라고 생각되기 싶죠. 게다가 에너지 정책은 그 무엇보다도 '장기' 플랜이 중요함에도 정권마다 너무나 다르게 잡히고 있죠. 그래서 안타깝게도 민간 차원에서의 투자가 더욱 '머뭇'하고 있는 형국이죠.
저는 신재생에너지 정책이 중요하다곤 생각하지만, 막무가내로 "그러니깐 여기부터 최대한 예산 배정해" 라고 이야기하고 싶진 않습니다. 그보단, 법률 제도의 개선, 절차의 개선을 통해 '돈이 덜' 들어갈 수 있는 포인트는 없을까, 혹은, 민간에서 투자를 유도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여러 논문을 살펴보았지만 오늘 캠페인즈에서는 국내 논문 중 검토했던 것을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녹색금융 활성을 위한 개선방안 연구> (김이배, 심동희, 최종원) (2023)
먼저 살펴본 것은 비교적 최신 국내 논문입니다. 신재생에너지 정책은 문재인 대통령 때 크게 한 번, 윤석열 대통령 때 또 다시 한 번 크게 바뀐 탓에 과거의 논문을 보면 지금은 전혀 맞지 않는 제도에 대해 보게 됩니다. 물론 그렇다고 무용지물이라는 것은 아니지만, 이 점에 기인하여 2023년의 논문을 참고했습니다.
논문에서의 '녹색금융'은 UNEP의 정의를 차용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1) 환경 개선과 관련된 상품 및 서비스를 생산하는 기업에 자금을 제공 (2) 환경을 파괴하는 기업에 자금공급을 차단하는게 녹색금융인데요, 신재생에너지 관련한 금융은 (1)로 볼 수 있겠습니다. 논문에서는 (1)과 관련해 두 가지로 나누어 사례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1) 차입 : 대형 상업은행의 기업 대출 프로그램. 상공회의소에서 ESG 확인서 및 인증을 받으면, 각 은행의 프로그램에 맞추어 우대 금리를 받을 수 있음. 혹은 전기차 구매시 할부 혜택 등 제공.
(2) 채권발행 : 발행자금을 환경개선 목적을 위해 녹색프로젝트에 사용하고, 녹색채권원칙 (GBP, Green Bond Principles) 네 가지(자금 사용처, 프로젝트 평가 및 선정과정, 조달자금 관리, 사후보고) 요건을 충족하는 채권.
캠페인즈에 계신 여러분들이라면 기후 주제에 대해 큰 관심이 있으신 편일텐데요, 여러분 주식 앱에서 한 번이라도 녹색금융채권 공모채를 보신 적이 있나요? 공모는 물론이고 사모에서도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지는 않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ESG 인증을 받는 절차는 물론이고 특히나 녹색채권 발행은 공시 등이 매우 까다롭기 때문이죠. 당연히 녹색금융을 가장한 일들은 없어야겠습니다만, 차주(돈을 빌린 기업) 입장에서 은행별로 서로 다른 자료 제출 요건 등을 이야기하고 허들이 너무 높다면 '에이 그냥 대출 받고 말지' 라고 생각하게 될 수 있곘죠. 특히나 중소기업 등은 이러한 일을 또다시 처리할 인력도 부족하고 이해도 부족합니다. 즉, 녹색금융의 요건을 맞출 수 있는 게 대기업 몇 곳에 불과하다면, 이는 '녹색을 빙자한 차별'이 되버리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논문에서도 이와 같은 아쉬움을 같이하며, 공시 장소의 일원화 등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민간에서 투자를 하기 위해선 투자의 매력도가 있어야 합니다. 투자 매력도 즉 수익률은 두 가지 방식으로 높일 수 있습니다. (1) 투입되는 자본을 줄이기 (2) 수익률을 더 높이기. 다만 특히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의 경우, 대량의 차입을 필요로 하며, 요즘과 같은 고금리 상황에서 프로젝트의 수익률을 높이는 데엔 한계가 있습니다. 전기세를 높인다면 가능하겠지만, 이건 용이해보이는 옵션은 아니니깐요. 하지만, 이런 투자를 진행한 경우 세금을 대폭 줄여준다면, 투자자로서는 궁극적인 수익률을 높이는 매력이 있겠죠? (논문에서는 세금 이야기는 없습니다만) 더불어, 자본을 줄인다는 측면에서 100만원을 투자해도 회계상 잡아야 하는 위험값은 90만원으로 줄여준다면 금융기관으로서는 상대적으로 똑같이 10만원이 돌아오는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곗죠. 참고로 금융기관은 원하는대로 마구 투자를 할 수는 없구요, 투자하는 프로젝트별로 증권사는 NCR, 보험사는 RBC 등 위험계수를 반영한 수치를 다르게 반영합니다. 즉, 100을 투자했다고 100만큼 그대로 잡히지 않는다는 것이죠.
구체적인 방식은 추후 제도를 더욱 자세히 보며 알아보아야 하겠습니다만, 이 논문에선 우선 '아이디어' 차원에서 다양한 방식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하나 아쉬운 것은 기후위기에 가장 직접적인 신재생에너지 관련해서는 더더욱 녹색금융제도상 서포트는 적어도 이 논문에서는 다루고 있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훨씬 큰 레벨의 녹색금융,에서 다룬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의 보급과 여타 일반 기업이 ESG상 친환경적인 경영을 하도록 하는 것은 상당히 다른 접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따라 저는 신재생에너지 보급, 이라는 측면에서의 녹색금융에 대해 국내외적인 사례를 살피고, 현재 한국의 이슈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돈이 덜 드는 정책이 된다면, 조금이라도 덜 논란이 되고, 더욱 적극적으로 보급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코멘트
3녹색금융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해주셔서 감사해요! 기후 금융에 대한 실효성에 대한 연구도 많있다고 들었어요! 기후금융, 녹색금융 관련 논문리뷰한 걸 공유드려요 - https://teamnaioth.notion.site/26f646139a1245d7a32fd95bba9b0a79
"(1) 환경 개선과 관련된 상품 및 서비스를 생산하는 기업에 자금을 제공 (2) 환경을 파괴하는 기업에 자금공급을 차단하는게 녹색금융"
'녹색금융'이라는 개념을 처음 알게 됐네요. 자본주의 사회의 틀 내에서 기후위기를 극복하고 환경을 보전하기 위한 실천으로 힘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드네요. 저도 한 번 찾아봐야겠습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녹색금융의 요건을 맞출 수 있는 게 대기업 몇 곳에 불과하다면, 이는 '녹색을 빙자한 차별'이 되버리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 흥미로운 이야기와 논문들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