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3일 시사IN 유튜브 <김은지의 뉴스IN> 에서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당선자가 '국경없는기자회'가 발표하는 세계 언론 자유 지수에서 “한국 순위 역대 최저가 2016년 박근혜 정부 때 70위였던 것으로 알고 있거든요”라고 언급하였습니다. 노종면 당선자의 발언이 사실일까요? 한국의 역대 최저/최고 순위는 어떻게 될까요? 연도별 한국 언론 자유 지수와 의미도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국경없는기자회’는 어떤 곳인가?
국경없는기자회(Reporters without Borders, 프랑스어: Reporters sans frontières, RSF)는 정보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보호하는 데 주력하는 국제 비영리 및 비정부 기구입니다. 국경과 관계없이 정보를 수신하고 공유할 권리를 인정하는 세계인권선언 제19조와 다른 국제 권리 헌장에 따라 모든 사람이 뉴스와 정보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신념을 바탕으로 설립되었다고 설명합니다. 조직 구성원은 노동조합도 아니고 언론사의 대표도 아닙니다. 1985년 몽펠리에에서 4명의 언론인이 설립하였으며, 1995년부터 프랑스에서 공익 단체로 인정받았습니다. 유엔, 유네스코, 유럽평의회, 국제불어권기구(OIF)에서 자문 지위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국경없는기자회는 매년 180개의 국가에 대해 5가지 맥락으로 설문으로 조사하여 언론 자유 지수(Press freedom index)를 발표합니다. 유네스코, 유럽의회 등에서 인용되며, 언론에 대한 지표로서 꾸준히 정보가 갱신되고, 가장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국경없는기자회 언론자유지수
언론 자유 지수(Press freedom Index)는 국경없는기자회 웹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국을 포함하여 180개국의 정보가 기록되어 있고, 연도별로 지수를 확인 할 수 있습니다.
각 연도에 해당하는 순위를 모두 확인하면 역대 최고/최저치를 알 수 있는데, 그 결과, 역대 최고치는 노무현 정부 시절이었던 2006년에 31위였고, 역대 최저치는 박근혜 정부 시절이었던 2016년에 70위를 기록했습니다. (참고 자료: RSF 인덱스 정리)
그렇다면 어떤 점수로 이러한 순위가 변화했을까요? 국경 없는 기자회의 지수를 분석한 결과(참고자료: RSF 인덱스 분석) 2013년부터 점수 집계 방식이 변경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에 같은 기준을 적용해 점수의 변화를 비교하기 위해 2013년부터 2024년까지의 점수를 분석에 활용했습니다. 박근혜 정부 때 70점 중반에서 초반으로 떨어지다가 문재인 정부 때 70점 중반으로 다시 회복하고 2021년에 제일 높은 76.56점을 기록했습니다. 2022년에 윤석열 정부로 교체되면서 다시 72.11, 2023년에 70.83으로 70점 초반으로 다시 하락했고, 2024년인 올해에 64.87로 점수체계가 개편된 2013년 이후 최저점을 기록했습니다.
언론자유지수를 측정하는 5가지 지표
국경없는기자회 웹페이지의 '방법론(methodology)' 섹션에는 어떠한 방법으로 언론자유지수를 측정하는지 소개하고 있습니다. 앞서 지도에는 5가지 색상으로 표기되어 있는데요, 각 색상이 어떤 척도인지 설명하고 있습니다. 제일 좋은 단계인 85~100점이 녹색, 양호한 단계인 70~85점이 노란색, 문제가 있어 우려할 만한 단계인 55~70점은 밝은 오렌지색, 좋지 않은 단계인 40~55점이 어두운 오렌지색, 아주 심각한 단계인 0~40점은 어두운 빨간색으로 표시합니다. 한국은 작년 70.83점으로 2번째 단계에서 2024년 올해 64.87점으로 우려할 만한 단계인 밝은 오렌지색으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5가지 지표인 정치, 경제, 법, 사회, 안전에 관해서 설명하고 있는데, 간략한 내용을 아래에 소개합니다.
- 정치: 정치적 압력에 대한 언론의 자율성의 정도, 다양한 저널리즘 접근 방식을 수용, 정치인과 정부에 책임을 묻는 언론의 역할 지지 정도
- 법: 검열이나 사법적 제재 또는 표현의 자유 정도, 취재원을 보호, 언론인에 대한 폭력 처벌 유무
- 경제: 정부 정책과 관련된 언론사 설립의 어려움, 국가 보조금 배분의 편애; 광고주와 관련된 제약, 미디어 소유자의 사업적 이익 홍보 및 방어
- 사회문화: 언론에 대한 폄하와 공격, 특정 권력의 압력이나 특정 이슈에 대한 압력
- 안전: 신체적 상해; 협박, 강요, 괴롭힘, 감시, 혐오 발언, 명예훼손, 가까운 사람을 대상으로 한 위협
이제 이 5가지 지표로서 한국의 언론자유 분석을 살펴보겠습니다.
5가지 지표로 보는 한국의 언론 자유 분석
국경없는기자회 웹페이지의 분석보고서 페이지에는 올해 새로 갱신된 2024년 분석(Analysis 2024)이 있습니다. 전 세계 통합적인 분석과 대륙별 분석이 있습니다. 아시아 분석에는 한국의 내용이 짧게 언급되어 있는데, “In South Korea (62nd), several media outlets were threatened with prosecution by the government for supposed defamation”(최근 여러 언론매체가 정부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 위협을 받았다)이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럼 좀 더 자세한 정보를 위해 인덱스 지도 정보와 한국의 팩트 파일(fact-file)를 살펴보겠습니다.
앞서 살펴봤던 색상 지표에서 순위를 가리키는 숫자 '62' 앞 밝은 오렌지 색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왼쪽에는 2024년 올해의 정보, 오른편에는 2023년 작년의 정보가 표시되어 있어서, 순위와 점수 그리고 5가지 지표를 서로 비교할 수 있습니다. 2023에 비해 큰 변화가 있는 지표를 살펴보면, 정치 54위(63.51점)에서 77위(51.11점)로 23단계 하락, 사회 52위(77.53점)에서 89위(61.77점)로 36단계 하락, 안전 34위(87.26점)에서 55위(87.04점)로 21단계 하락했습니다.
한국의 팩트파일(fact-file)에는 5가지 지표로 한국의 언론 자유에 대한 상황을 설명하고 있는데요, 최근 내용만 아래와 같이 살펴보았습니다.
- 정치: “In 2022, the current ruling People Power Party sued journalists working for the public broadcaster for defaming President Yoon Suk-yeol. Regulations give the government the upper hand in the appointment of public broadcasters’ upper management, which can pose a threat to their editorial independence.” (2022년 현 집권당인 국민의 힘이 윤석열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공영방송 기자들을 고소했다. 정부가 공영방송의 고위 경영진 임명에 우위를 점하고 있어 편집 독립성에 위협이 될 수 있는 규제이다)
- 안전: “About 30% of the journalists who took part in the 2023 Korea Press Foundation survey said they have been victims of harassment in relation to their profession.” (2023 한국언론진흥재단 설문조사에 참여한 언론인 중 약 30%가 직업과 관련해 괴롭힘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한국은 정치, 사회, 안전 분야에서 2023년에 비해 큰 폭으로 떨어졌습니다. 5가지 지표의 방법론과 한국의 세부 설명으로 미루어보아 정치적으로는 정부에 의한 언론의 자율성과 역할을 지지하지 않고, 사회적으로는 특정 권력의 압력, 안전의 측면에서는 언론에 대한 비하와 괴롭힘, 명예훼손 등의 문제로 평가했음을 추측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처럼 순위가 15단계 이상 떨어진 국가들이 있을까요? 한국과 비슷한 상황에 놓인 국가들을 살펴보겠습니다.
한국과 비슷한 상황에 놓인 다른 국가들은 어디인가?
먼저 한국의 순위와 점수가 전 세계적으로 어떤 위치에 놓여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국경없는기자회의 인덱스 지도 정보에서 내려받을 수 있는 2024년 자료와 2023년 자료를 바탕으로 아래의 그래프들을 그려보았습니다. (참고자료: RSF 인덱스 분석)
2024년 한국의 언론자유지수 점수인 64.87은 전 세계 평균 점수인 55.87점보다 조금 높습니다. 최상위 국가들은 1위인 노르웨이(91.89) 포함한 북유럽 국가들이고, 최하위 국가들에는 179위 시리아(17.41), 177위 북한(20.66)이 있습니다. 62위인 한국과 비슷한 국가들로는 61위 우크라이나(65.00), 60위 라이베리아(65.13), 56위 가봉(65.83) 56위, 55위 미국(66.59), 63위 시에라리온(64.27), 66위 아르헨티나(63.13), 69위 콩고-브라자빌(62.57), 70위 일본(62.12) 등이 있습니다.
위 그래프를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세로축은 2023년에 비해 ‘순위’ 변동이 얼마나 있는지를 나타냅니다. +표시는 순위상승을, -표시는 순위하락을 의미합니다. 가로축은 해당 변동 폭을 가진 국가들이 얼마나 모여있는지 나타냅니다. 삼각형 모양의 그래프 안쪽에는 실선 3개가 있는데요, 중간 실선은 국가들의 50%가 어떤 변동 폭에 위치하는지를 나타내고, 위 실선은 상위 25%, 아래 실선은 하위 25%를 보여줍니다.
즉, 한국은 15단계가 떨어져서 180개국의 하위 25%(7.25 이상 하락)에 포함되었습니다. 한국처럼 15단계 떨어진 국가들로는 페루(115위->125위), 스리랑카(135위->150위), 아랍에미리트(145위->160위)가 있으며, 그 아래로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64위->81위), 엘살바도르(115위->133위), 남수단(118위->136위), 나이지리아(61위->80위) 등이 있었습니다.
위 그래프는 ‘점수’ 변동 폭을 나타내는데, 한국은 2023년 70.83점에서 64.87로 5.96점이 떨어져 하위 25%(5.49점 이상 하락)에 속합니다. 다른 국가들의 순위 향상이 한국의 순위에 영향을 주었다기보다는 큰 폭으로 떨어진 점수도 순위에 영향이 있음을 추측할 수 있습니다.
…
이상으로 국경없는기자회가 발표한 한국의 언론자유지수와 맥락을 살펴보았습니다. 순위로서는 70위였던 2016년이 역대 최저점입니다. 하지만 점수로서는 2013년 개편된 점수체계 이후 2024년 현재가 역대 최저점입니다.
*이 콘텐츠는 노무현시민센터의 지원으로 진행되는 캠페인즈 시민팩트체커 활동으로 작성됐습니다.
**노무현시민센터는 지원 외에 캠페인즈 시민팩트체커의 활동에 개입하지 않으며, 캠페인즈 시민팩트체커가 작성하는 콘텐츠는 독립적으로 기획, 작성됩니다.
***콘텐츠 작성은 캠페인즈 시민팩트체커와 시민팩트체커 그룹 K.F.C.의 협업을 통해 진행됐습니다.
코멘트
2덕분에 국경없는기자회에서 언론자유지수를 측정하는 방법에 대해 드디어 알게 되었네요. 대단히 유용한 텍스트입니다. 감사합니다. (_ _)
친절하고 상세한 분석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