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신재생에너지업계 그리고 국가보조금 - 어차피 자식도 부모로부터 독립해야 하는 거니깐.

2024.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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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행동은 나에게 결국 돌아온다고 생각합니다

본 게시물은 <연구원정 부트캠프>에 참여 중인 대원님의 연구과정을 정리한 글 입니다.

** 제가 이 텍스트를 '조세정의'로 분류한 것은, 기후를 위해 무엇을 해야한다, 라는 아이디어라기보단, 관련한 정책이 대부분 세금으로부터 조달된 보조금으로 운영되는데도 이렇다, 는 문제의식에서입니다.

I. 결국 내 세금인데 이렇게 쓰이는 건 싫다


저는 신재생에너지업계에서 근무했던 적이 있습니다. 미국 회사 특유의 프로페셔널함을 상상하던 제게 회사의 분위기는 다소 충격이었습니다. 매출의 99%가 국가보조금임에도 불구하고, '국고니깐 더 깐깐히 써야지'가 아니고, '언제 끊길지 모르니깐 한 푼이라도 더 땡기자'는 마음으로 다들 지나친 연봉을 받고 오후 4시 퇴근의 라이프를 누리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물론, 가정을 꾸린 마당에 정의를 논할 수 있냐,고 한다면 저는 아무 할 말이 없습니다. 게다가 저는 청년수당 국가장학 등 국가에서 주는 혜택엔 해당사항이 되어본 적이 없었기에 더더욱 국가보조금에 대해 '어련히 잘 쓰이겠지', '다 필요한 분들이 받아서 잘 쓰고 계시겠지'라고 막연히 믿(고싶)었습니다. 그렇게 순수했던 한 청년의 기대가 어제 산 스마트폰에 아직 강화스티커도 붙이지 못한 채 콘크리트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지는 순간이었습니다. 3여년이 채 안되는 기간이었지만, 이를 계기로 저는 현금성 정책, 그 중에서도 업계에 보조금을 주는 정책에 대해 관심의 주파수를 높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6년만에 다시 신재생에너지 업계에 발을 들입니다. 확실히 10년 전보다는 기후 위기에 대해 시민의 관심도가 높아졌고, 정책적 논의도 활발합니다. 저는 기후 이슈를 개개인의 단위에서 저는 일회용품을 더 쓴다고 너는 비윤리적이야, 라고 하고 싶진 않습니다. 그보단 텀블러를 든 분들이 훌륭하다고 봅니다. 텀블러는 마음만 먹으면 당장 지금부터라도 시작할 수 있죠. 개인의 행동양식은 이렇게 간단히 적은 비용으로도 '의지'로 바꿔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산업 단위로 가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적은 비용이 드는 것도 아닐 뿐더러 짧은 시간 내에 해낼 수 없습니다. 그래서 냉정하고 치밀한 계산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완벽하게 계량할 수 없어도, 계량해보기 위한 치열한 시도가 계속되어야 합니다. 숫자가 그나마 서로의 입장차를 좁히기 유용한 수단이니깐요. 이 계량은 자금 조달을 하는 단계와, 자금이 쓰이는 단계에서 각각 진행되어야 합니다만은, 저는 우선적으로 자금 조달 단계에서 지금이 최선인가? 라는 질문을 던져봅니다. 국고보조금이 더 많이 쓰이면 쓰일수록 뒷단의 편익에 대한 논의도 더욱 첨예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II. 계산을 해봅시다

저는 최근까지 투자업계에서 근무했습니다. 코로나와 초저금리라는 초유의 사태를 몸소 경험하며 사모펀드 환매 대란, 부동산 자금 경색, 전세 대란, 건설사 파산이라든가 부정 IPO(상장) 등의 사례를 실전으로 겪어냈죠. 이 과정에서 제가 배운 건, 1. 사람들의 관심을 모아내기 위해서는, '돈'이라는 매개로 풀어내는 게 확률적으로 사람들이 귀를 기울일 가장 높은 접근법이라는 씁쓸하지만 직시해야하는 현실, 2. 아무나에게 '돈을 벌 수 있다'는 환상을 주지 않고, '비용을 감당할 여력이 되는' 사람(기업)을 초대해야 망해도 사회적 비용이 높지 않다는 점, 3. 나랏돈은 굳이 이미 자본이 충분한 자에게 충분히 지급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HUG 보증이 있으면 금융기관에서는 아무리 똑똑한 사람을 채용해두더라도 다른 조건에 대한 검토를 다소 부실하게 하고 (부실 사업장이든 뭐든 HUG가 처리해주겠지~) 투자를 진행하게 됩니다. 

예나 지금이나 보조금이라 함은, 불특정 다수라는 즉 여러분이나 제가 낸 세금을 국회의원 및 공무원이 편성해 분배되는 형식입니다. 솔직히 지급 과정상 시민이 간섭할 여지는 제로에 수렴합니다. 물론 하나하나의 과정에 대한 깐깐한 검토와 감사 방식도 유효하지만, 애당초에 적게 지급되는 것으로 시선을 바꿔볼 수 있지도 않을까요?

어차피 자본이 있고 이윤을 전제로 하는 주체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것은 기본조차도 누릴 수 없는 이들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전자의 정책을 위해서는 현금성 보조금 지급보다 경쟁에 대한 조정이라든가 세금 감면 등으로도 충분한 혜택을 기대해볼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의 신재생에너지 관련 정책이 핫 이슈가 된 배경엔 시장 조성보다 보조금 지급이 우선적으로 진행되고, 보조금 지급 방식이 사후에 효율성에 대한 측정 없이 진행되어온 것 때문도 높다고 생각합니다. 

신재생에너지도 '업계'입니다. 까페를 창업할 때와 대단히 다른 논리가 적용될 이유는 없습니다. 은행에서도 대출을 받고, 자영업자 보조금을 구청에서 받는다고 가정합시다. 하지만 그 어떤 자영업자도, 보조금 딱 그만큼을 목표로 창업하지 않습니다. 이를 토대로 "훨씬 큰" 수익을 창출할 것이라 기대될 때 리스크를 쓰는 것이죠. 그 리스크의 일부를 국가가 같이 지는 것이구요. 신재생에너지도 마찬가지입니다. 뒷단의 그 모든 이야기는 차치하고 우선 맨 앞단에서, 직접적인 현금성의 국가보조금은 줄이면서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감당하게 하는 자금조달은 무엇인가, 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현재 이미 시행되고 있는 직접적 보조금 외의 각종 정책에 대해서 분석해보고, '대출성'과 '투자성'으로 나누고, '세금 감면' 측면과 '현금 지급' 측면으로 나누어 살피고자 합니다.


돈은 될 업계입니다만 돈이 별로 모이지 않는 이유

국가보조금이 적어진다면 그만큼 민간에서 투자자금을 모아야 합니다.

가장 처음 들어야 할 생각은, "국가보조금이 적어지면 여기 왜 투자해?"겠죠. 부침은 있다고 해도 세계는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는 만큼 '돈'도 이 곳으로 몰리고 있습니다. 관련한 기술은 파고 들어가다보면 AI, 반도체, 배터리 등 지금 핫한 그 모든 것들이 연관되어 있죠. 한국에서 많이 더딜 뿐 금융업에서 Green fund, Climate fund 등 기후와 관련한 펀드는 펀드 하나에서 750억 달러를 유치해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선 과거에 하나금융그룹에서 1,900억원, 최근에 이지스자산운용에서 500억원을 모은 정도 외엔 기후나 신재생에너지 관련한 큰 행보는 보이지 않아 아쉬운 바입니다. 국민연금도 해외 최고 운용사들에는 수조원의 '녹색' 펀드에 투자 중이지만 막상 국내 금융기관에는 투자할 전문 운용사도 마땅치 않고 투자처도 모호한 상태입니다. 이런 자금들이 더욱 풍부해진다면 당연히 국고보조금의 필요성은 더 줄어들겠지요! 따라서 현재 국내외 민간에서 조달하고 있는 각종 그린 펀드 관련한 현황을 알아보고, 한국에서 유난히 부진한 배경에 대해서 각종 자료를 비롯해 업계 사람들의 인터뷰를 청취해나갈 계획입니다.

특히 최근 한국에서 원자력을 강력히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그 정책 자체를 옳고 그르다라고 하는 것 이전에 세계적인 글로벌 운용사들이 만든 펀드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에 원자력 발전 기술이 포함되어 있는지 아닌지를 보는 것이죠. 왜냐하면 그런 펀드에는 세계 최대 국부펀드들이 투자하고 있기에 기준이 아주 까다롭기 때문입니다. 국민연금을 비롯해 각종 유력 기관투자가들의 그린펀드 투자 기준과 각 그린펀드의 상세한 투자 기준에 대해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다른 업계가 돈을 버는 데에도 도움이 되는데 시너지를 못내는 이유

한국의 전력소비량은 571.93TWh로서 2020년 기준 세계 7위 (출처: https://tips.energy.or.kr/statistics/statistics_view0903.do)로서, 1인당 전력소비량은 2019년 기준 아이슬란드, 미국에 이어 3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출처: https://www.index.go.kr/unify/idx-info.do?idxCd=4291) 이 소비량은 가정보다는 산업 부문의 전력 사용으로 기인하였고, 오히려 가정은 전력 사용량이 다른 나라에 비해서 적은 편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점은 우리가 '전기를 아껴쓰자'는 방식으로 에너지 정책에 접근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대기업의 경제 집중도가 옳고 그른지에 대한 논의는 우선 차치하고, 현상만을 볼 때 2021년 기준 100대 기업의 경제기여액이 명목 GDP의 60%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이 중에서 1위인 삼성전자가 160조원을 기록해 대한민국 GDP의 7.8%을 차지했습니다. (출처: https://m.khan.co.kr/economy/industry-trade/article/202207200806001/amp) 이는 전력에서도 마찬가지인데요,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전력 소비량이 26.95TWh로 가장 많았습니다. 다만 2위에서는 경제 기여도는 현대자동차가 2위를 기록한데 비해 전력소비는 SK하이닉스가 2위(23.35TWh), LG디스플레이가 3위(15.37TWh)를 보였는데요, 이 또한 한국의 가장 유력한 수출종목으로 생각하는 반도체 생산이 전력소비가 높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기업들도 잠재적인 신재생에너지 자금조달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입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아직 생각이 다소 막연하지만 혹시나 이러한 시너지를 창출해낼 제도나 움직임은 없는지 알아보는 것도 흥미로운 작업일 것입니다.

III. 결론

다소 중언부언되고 결론이 모호해보이는 이슈 제기입니다만, 기후 관련해 신재생에너지가 단순히 국고보조금을 타먹는 수준에선 탈피해야 합니다. 지금의 아이돌 비즈니스, 반도체 산업처럼 하나의 큰 장이 될 수 있고, 그렇다면 훨씬 막대한 민간 자금이 유입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여러가지 정책 중, 자금 조달이라는 직관적 측면에서 신재생에너지 업계가 더욱 효율적이고 '똑똑한' 분야로 나아가길 바라는 바입니다. 


제가 놓치고 있거나 더 알아보면 좋겠다는 점 그 무엇이든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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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생 에너지와 원전을 비교하면서 경제성 이야기도 나왔던 것 같은데요. 한국에선 투자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 원인에 경제성도 포함되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한국에선 일부 기업이 진행했던 사례가 전부였다고 나와있는데 참고해볼만한 해외의 그린 펀드가 있는지도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