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전세사기 피해자 연속기고] 4.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자 진짜 지옥이 시작됐다

2024.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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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
더 안전한 살 곳을 바라는 캠페이너들의 이야기를 모읍니다.

"나라는 제대로 된 대책도 없고 더는 버티지 못하겠다." 

2023년 2월 28일, 첫 번째 전세사기 희생자가 남긴 말입니다. 그 후 또 다른 피해자들이 잇따라 세상을 등졌습니다. 피해자들의 죽음, 절규, 투쟁으로 2023년 5월 전세사기 특별법이 제정되었지만 제대로 된 피해 구제와는 거리가 멀고 여전히 많은 피해자가 방치되고 있습니다. 

전세사기 문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매일 전국 곳곳에서 새로운 피해 소식이 터져나오고, 기존 피해자들은 빚으로 빚을 돌려막거나 빚을 더 내서 피해주택을 떠안고 하루하루를 간신히 버티고 있습니다. 그러나 4·10 총선을 앞둔 지금도 제대로 된 피해 구제 공약과 대책은 논의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전국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직접 호소하고자 합니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는 피해자들의 요구가 반영된 공약과 대책을 촉구하기 위해 관련 릴레이 기고를 진행합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간절한 목소리에 많은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가 전국 각지의 피해자들의 사연을 접수받아 '전국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답해주세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만든 다가구 주택, 정부가 책임져라

우리는 다가구 주택 전세사기 피해자들입니다. 다가구주택은 어느날 갑자기 땅에 떨어진 것이 아니라 1990년 정부 지침 시행으로 생겨난 주거 형태입니다. 다가구 주택은 단독주택과 같은 기준으로 관리되지만 등기 구분이 되지 않고 1주택임에도 19명의 임차인과 임대차 계약을 맺을 수 있는 괴기스러운 형태로 방치되었습니다.(주택 내 가구수 2~19가구로 제한) 그럼에도 30년이 넘는 세월동안 법과 행정시스템은 거의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다가구 주택에서 전세사기 피해를 입은 한 청년이 있습니다. 그 청년은 평범하지만 어느 누구 못지않게 성실하게 미래를 준비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 진학부터 취업 후까지 아끼고 참으며 악착 같이 저축해서 모은 돈 5천만 원에 1억 원 대출을 받아 전셋집을 구했습니다. 이제 겨우 한숨 돌리고 안정적인 거주 공간에서 다음 미래를 꿈꾸고 있던 찰나였습니다. 

그러던 중 전세사기라는 절망이 미래를 빼앗고 나락으로 떨어뜨렸습니다. 그의 임대인은 대전에서 무자본으로 다가구 주택을 건축하고 공인중개사와 합심한 전세사기 일당이었습니다.

지난 1월 30일, 대전 전세사기 피해 사례집  발간을 기념하여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 지난 1월 30일, 대전 전세사기 피해 사례집 <월세, 전세 그리고 지옥> 발간을 기념하여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대전대책위원회 제공

이러한 청년이 무수히 많습니다. 특히 대전은 1인 가구와 다가구 주택의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고, 전세사기 피해자의 80% 이상이 20∼30대로 대학생·사회초년생·신혼부부에 해당합니다. 전세사기는 한 명의 청년이 아닌 수많은 청년 세대의 미래를 빼앗는 사회적 재난입니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분명한 과실과 책임이 있습니다. 각 지역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대책위원회에서 추산하기로 대전과 경산의 다가구 전세사기 피해주택 수는 고작 350채도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피해를 입은 사람은 3300명이 넘습니다. 주택 하나에 10배에 가까운 피해자를 양산하는 다가구 주택, 정말 문제가 없습니까?

건축물대장 및 등기부등본에서 열람할 수 있는 확정일자 부여일, 임차물 사용의 대가로서 지급되는 금전, 그 밖의 물건을 의미하는 차임과 보증금 내역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임대인의 동의 없이는 계약 체결 전 임차 보증금의 합계를 확인할 수도 없습니다. 또한, 열람 가능 서류도 법적인 효력이 없고 정보의 진위 여부도 여전히 불투명합니다.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되어도 길거리로 내몰려

형사 고소, 내용 증명, 임차권 등기까지. 처음 들어보는 법적 절차를 간신히 끝내고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는다고 해도 다가구 주택 전세사기 피해자는 여전히 일상을 꿈꾸기 어렵습니다.

다가구 주택의 특성상 선순위 세입자가 이의를 신청할 경우 경매 유예가 어렵고, 주택 규모를 고려했을 때 우선 매수권을 통한 셀프 낙찰 자체도 쉽지 않아 기본적인 대책부터 활용할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세사기 특별법이 다가구 주택 피해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은 고작 전세대출 빚을 또 다시 빚으로 해결하라는 것뿐입니다. 

다가구 주택 피해자들은 피해주택이 경매에 노출되는 순간 아무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 보증금을 하나도 회수하지 못하는 것을 넘어 길거리로 쫓겨나게 됩니다. 오늘 이 순간에도 경매가 진행되어 집단 퇴거해야 하는 다가구주택 피해자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다가구 주택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 다가구 주택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경산·대전대책위원회 제공

정부와 여당은 민생을 위한다고 강조하면서도 지옥 속에 살아가는 국민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전세사기 발생 원인은 피해자에게 있지 않습니다. 다가구 주택을 비롯하여 전세사기가 발생하기 쉬운 토양을 만들어낸 것은 분명히 정부입니다. 

지난 정부의 잘못이라는 변명은 이제 그만 듣고 싶습니다. 어느 정부에서 시작해서 부동산 대책이 어떻게 되었고 그로 인해 전세사기가 발생했다, 그런 핑계와 회피는 그만 해야 할 것입니다. 어떤 정부에서 시작이 되었든 잘못된 부분을 알았다면 지금이라도 바른 방향으로 바로 잡고자 노력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잘못된 정책으로 피해를 보는 것은 오로지 국민이고, 청년이고, 이들의 미래입니다. 

그럼에도 사회적 합의를 운운하며 피해자 구제를 반대하는 행태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부실 건설업체를 구제하는 것은 사회적 합의를 이루었습니까? 아니면 애초에 사회적 합의는 여당의 승인을 의미하는 것입니까. 다가구 주택 피해자들이 주거의 안정을 누리고 보증금의 일부라도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전세사기 특별법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합니다.

총선에서 어떤 당이 승리하고, 대통령 지지율이 어떠하고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 하나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이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강구할 그런 정치인과 대통령이 필요할 뿐입니다. 전세사기 피해 구제방안과 현실적인 예방책, 시급히 마련하여야 합니다.

이에, 우리는 정부와 여당에 대해 아래와 같이 엄중히 요구합니다.
하나, 다가구 주택 관리에 부실했던 법과 시스템을 인정하고 사과하라!
하나, 전세사기 특별법의 사각지대인 다가구 주택에 대한 지원책을 적극 마련하라!
하나,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을 조속히 통과시키고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라! 

-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대전대책위원회 장선훈, 조원희 -


※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가 전국 각지의 피해자들의 사연을 접수받아 오마이뉴스에 기고했으며, 캠페인즈에도 중복게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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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피해에 대해서 더 꼼꼼한 대책 마련이 시급해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