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 속에 묻혀버린 '내 이슈' 시민 이슈 구조대가 꺼냅니다!
최근 채상병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당시 국방 장관이던 이종섭 전 장관이 해병대 수사단 수사 기록을 회수하도록 지시하는 등 외압을 가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공수처의 수사가 마무리되기 전에 정부에서는 이종섭 전 장관을 호주대사로 임명하여 출국시켰는데요. 이와 관련하여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태영호 국민의힘 후보(이하 태영호 후보)와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후보(이하 윤건영 후보)가 토론하였습니다.
토론 과정에서 윤건영 후보는 “대통령실이 방산 필요성 때문에 호주에 대사로 보냈다라고 이야기를 하셨어요. 그런데요. 만약에 그럼 방산 수출하는 나라에는 다 군인 출신들 보내야 됩니까? 그거 아니잖아요. 제가 호주 역대 대사들 쫙 다 뒤져봤습니다. 군인 출신들이 딱 세 분 있었어요. 박정희 정권과 전두환 정권, 군부 정권 때 세 분을 군인 출신으로 보내고 그 이후로 35년 동안 군인 출신이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라고 발언하였습니다.
역대 호주 대사 중 군인 출신이 딱 세 명 있었다는 윤건영 후보의 발언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주호주 대한민국 대사관에 소개되어 있는 역대 공관장(주호주 대사)의 이력을 한 명 한 명 조사하였습니다. 주호주 대사가 되기 이전에 군인이었는지 아니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호주 대사로 임명되기 이전 이력만을 간단히 조사하였습니다.
역대 호주 대사 중 군인 출신, 사실은 4명?
앞서 말씀드렸듯이 저는 역대 호주 대사의 이력을 전부 조사하였는데요. 전체 호주 대사가 22명이기 때문에, 본문에 전부 표시할 경우 표가 너무 길어, 따로 데이터시트로 만들었습니다. 모든 역대 호주 대사의 이력이 궁금하신 분들은, 위에 데이터시트 링크를 눌러 확인해주시기 바랍니다. 여기에서는, 불충분하게 확인된 역대 호주 대사 1명(이창수)을 제외하고 역대 호주 대사 중 군인 출신이라고 확인된 호주 대사의 약력만 표시하겠습니다.
순서 및 기간 |
대 사 |
호주 대사 임명까지 약력 |
4대
1977.06 ~ 1980.07 |
이한림 | 박정희 전 대통령과 신경군관학교, 일본육군사관학교 동기. 육군 제6군단장 및 제1군사령관 출신. 1969년부터 1971년까지 건설부 장관, 관광공사 사장을 거쳐 1974년부터 1980년 초까지 터키 및 호주 대사를 지냄. |
5대
1980.07 ~ 1983.06 |
윤하정 | 해방 직전 일본군에 징집되었다가 1950년 7월 대한민국 육군에 입대하여 수도사령부, 육군사관학교, 합동참모본부 등에서 근무하다가 대위로 제대. 1955년 5월 외무부 정무국에 발령받아 외교관 생활을 시작한 뒤 외무부 차관 등 본부 요직을 두루 거쳤다. 그 동안 주미 대사관 서기관과 주중 대사관 참사관, 주불 및 주일 대사관 공사로 외교 일선에서 뛰었다. 이후 주 스웨덴 대사와 주 오스트리아 대사를 역임 |
6대
1983.07 ~ 1984.10 |
김상구 | 1959년 육군사관학교를 나온 후 1966년부터 사단포병 대장. 1970년대부터 호주 육군참모대에서 수학. 이후 미국 LA시 교통문제연구원, 한국일보 미주부지사장, 석유개발공사 업무이사, 남북고위회담 차석대표, 외교안보연구원 연구위원을 맡다가 1983년부터 1984년까지 주호주 대사관 특명전권대사직 맡음. |
7대
1984.11 ~ 1987.11 |
임동원 | 육군사관학교 13기 출신으로, 육군사관학교 교수를 맡고 합동참모본부와 육군본부전략기획처장 등을 맡으며 육군소장으로 전역했다. 이후 나이지리아와 호주대사를 역임했다. |
확인 결과, 역대 호주 대사 중 군인 출신은 4명이었습니다. 네 명의 대사 모두 육군사관학교 출신으로, 군대에서 일반 장병보다 오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윤건영 후보의 발언은 틀린 것일까요? 엄밀히 말하면 3명이 아니었기 때문에 사실이 아니라고 볼 수 있겠지만, 윤하정 전 호주대사의 경우 다른 대사와 다르게 대위까지만 하고 제대하였습니다. 분명 대위의 계급도 장교급의 최고 계급으로 일반 장병과 비교하면 ‘군인 출신’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직업군인은 소령 이상급인 영관급부터로 인식합니다. 따라서, 윤하정 대사를 제외한 나머지 3인을 봤을 때 역대 호주 대사 중 군인 출신은 3명으로 볼 수 있습니다. 즉, 윤건영 후보의 발언인 ‘제가 호주 역대 대사들 쫙 다 뒤져봤습니다. 군인 출신들이 딱 세 분 있었어요’.는 대체로 사실로 판정합니다.
여기에 더해, 군인 출신의 호주 대사가 임명되었던 기간을 살펴보면 윤건영 후보의 말대로 모두 박정희, 전두환 대통령의 임기 중이었으며, 마지막 군인 출신 호주 대사 역시 1987년 11월까지 일했으므로 군인 출신 호주 대사는 36년 전부터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윤건영 후보의 다른 발언이었던 “(역대 호주 대사 중) 박정희 정권과 전두환 정권, 군부 정권 때 세 분을 군인 출신으로 보내고 그 이후로 35년 동안 군인 출신이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까지 사실입니다.
최근 방산 수출액이 크게 늘은 폴란드의 역대 대사중에 군인 출신이 있는가?
이종섭 전 장관에 대해 알아본 김에, 추가적인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윤건영 후보가 언급한대로 대통령실에서는 방산 수출 적임자라며 이종섭 전 장관을 호주에 임명하였는데요. 이와 관련해 윤건영 후보는 “방산 수출하면 군인 출신들 다 보내야 됩니까? 그건 아니잖아요. 방산 전문가를 보내야죠. 그런데 이종섭 전 장관은 방산 전문가하고 전혀 관계가 없어요.”라고 발언했습니다..
그렇다면, 방산 수출이 많이 이루어진 국가의 대사에는 군인 출신의 비중이 얼마나 될까요? 아쉽게도 한국의 방산 수출 데이터를 직접 조회하는게 불가능해져서, 대신 2022-2023에 언론에 방산 수출이 크게 늘었다고 자주 보도된 폴란드의 역대 대사 이력을 조사하였습니다. 단, 최근 방산 수출이 크게 늘었다고 보도된 점을 고려하여, 최근 10년 이내에 주폴란드 대사를 역임했던 사람들의 이력만 조사했습니다.
순서 |
대사 |
폴란드 대사 임명까지 약력 |
10대
2012.03 취임 |
백영선 | 서울대 외교학과 졸업. 1977년 외교부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하였으며, 주러시아대사관, 주인도대사 등을 지내다 주폴란드 대사 역임. |
11대
2014.04 취임 |
홍지인 | 1981년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미국 콜럼비아대 국제관계학 석사를 거쳐 1981년 외무부 입부. 이후 여러 국가 서기관, 지식경제부 통상협력정책관,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장을 거쳐 주폴란드대사 역임. |
12대
2016.10 취임 |
최성주 | 1981년 서울대 불문학과 졸업. 이후 파리 11대 국제법 석사를 거쳐 1980년 외무부 입부. 이후 주미국참사관, 국제기구협력관, 외교부 본부대사를 거쳐 주폴란드대사 역임. |
13대
2018.11 취임 |
선미라 | 미국 변호사자격증 보유. 2005~2007년 대통령비서실 해외언론비서관, 2007~2009년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 2016년 2월부터 한국인권재단 이사장을 맡다가 주폴란드대사 역임 |
14대
2021. 12 취임 |
임훈민 | 전 외교부 대사이자 북극 협력 정부 대표. |
조사 결과, 최근 10년 이내에 폴란드 대사를 역임했던 사람들 중 군인 출신은 없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조사 과정에서 의아했던 점은 현재 주폴란드 대사인 임훈민 대사에 대한 정보가 가장 부족하여 불확실하다는 점인데요. 현재까지 ‘임훈민 + 육군사관학교/해군사관학교/공군사관학교’ 로 검색하였을 때 유의미한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것으로 보아, 임훈민 현 폴란드 대사도 군인 출신이 아닌 것으로 파악됩니다. 다른 방산 수출 국가의 대사들도 봐야 알 수 있겠지만, 방산 수출과 군인 출신 대사의 관계는 폴란드의 최근 10년 대사의 이력을 봤을 땐 없다고 봐야겠습니다.
안보적으로 중요한 국가에는 군인 출신 대사를 보낼까?
마지막으로, 이종섭 호주대사 이슈와 관련한 두 후보의 토론에서 태영호 후보의 한 발언을 검증해 보겠습니다. “제가 반론을 또 제기할게요. 그다음에 방금 왜 이종섭 대사를 호주 대사로 임명했느냐, 미국 대사였으면 더 좋았겠는데, 이런 이야기를 하십니다. 호주라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미국 다음으로 유일하게 2 플러스 2 외교와 국방장관 그런 협의 채널을 가동하고 있는 매우 우리 안보에 중요한 국가입니다.” 이 발언 이전에도 태영호 후보는 ‘안보’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며 이종섭 전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이 적절하다고 주장합니다.
실제로 한국과 안보적으로 중요한 관계에 있는 국가에는 군인 출신의 인사를 대사로 임명한 경우가 많았는지, 역대 미국 대사의 이력을 전부 조사하였습니다(임시로 잠시 대사직을 맡았던 경우 제외). 미국의 경우 호주 대사보다 더 많았기 때문에(임시 대사 제외 28대), 호주 대사와 마찬가지로 전체 조사 결과는 데이터시트로 공유드리고, 군인 출신 대사만 가져와 봤습니다.
순서 |
대사 |
호주 대사 임명까지 약력 |
3대
1960년 6월 - 1960년 10월 |
정일권 | 1940년 일본육군사관학교 졸업. 꾸준히 군대에서 진급하여 1954년 육군대장 및 육군참모총장, 1956년 연합참모본부 총장을 맡음. 이후 터키주재 대사, 프랑스주재 대사,미국주재 대사 등으로 임명됨. |
5대
1961년 6월 - 1963년 4월 |
정일권 | *3대와 같음 |
6대
1963년 5월 - 1964년 10월 |
김정렬 | 1941년 일본육군사관학교 항공과를 졸업. 1949년 초대 공군참모총장 및 1957년 공군중장 예편 및 국방부장관 임명. 1963년 민주공화당 초대 의장이 된 이후 주미대사로 약 1년간 재직. |
11대
1981년 7월 - 1985년 11월 |
유병현 | 1948년 육군사관학교 7기 졸업, 이후 국방대학원과 미국 참모대학을 졸업. 농림부장관을 등을 거쳐 1978년 한미연합사령부 부사령관, 1979년 이후 함동참모의장으로 임명. 1981년 전역 이후 주미국 대한미국 대사로 발탁됨. |
15대
1993년 4월 - 1994년 12월 |
한승수 | 1956년 육군보병학교 졸업, 육군학사장교로 지내다 1961년 중위로 전역했다. 이후 1960년 연세대학교 정치학 석사, 1968년 요크 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서울대학교과 미국의 대학교에서 경제학 교수로 지냈다. 이후 1988년 대한민국 국회의원, 1988년 상공부 장관을 거쳐 1993년 주미국 대사에 임명됐다. |
조사 결과, 주미대사 중 군인 출신은 4명으로, 정일권 전 대사가 2번 임명되어 군인 출신의 인사가 주미대사로 총 5번 임명된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단, 여기서도 한승수 전 대사는 육군 중위로 전역하였기 때문에, 관점에 따라 군인 출신 3명이 4번 주미대사로 임명되었다고 판단할 수도 있습니다.
주호주대사와 주미대사를 비교해 보았을 때, 장교급 이상을 군인 출신으로 판단할 경우 주호주대사 중 군인 출신이 임명된 비율은 약 18.18%, 주미대사는 17.86%로 비슷합니다. 장교급을 제외할 경우 주호주대사 중 군인 출신이 임명된 비율은 약 13.64%, 주미대사는 14.29%입니다.
마지막으로 군인 출신이 대사로 임명된 시기의 경우, 장교급을 군인 출신으로 보느냐 보지 않느냐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납니다. 주호주대사의 경우 관점에 관계 없이 마지막으로 호주 대사로 군인 출신이 마지막으로 일한 해는 1987년으로 37년 전입니다. 반면, 주미대사의 경우 장교급을 군인 출신으로 볼 경우 군인 출신이 마지막으로 주미대사로 일한 해가 1994년으로 30년 전, 영관급 이상을 군인 출신으로 볼 경우 마지막으로 일한 해가 1985년으로 39년 전입니다.
결론적으로, 안보적으로 중요한 국가인 미국의 역대 대사중에서도 군인 출신은 박정희, 전두환 대통령의 임기였던 시기를 제외하고 거의 없었으며, 그 비중 역시 호주와 비슷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최근에는 군인 출신을 해외 대사로 보내지 않았다
역대 주미대사, 주호주대사, 주폴란드대사의 이력을 조사해본 결과, 민주화 이후 군인 출신의 인사를 해외 대사로 잘 보내지 않았던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물론 조사 국가를 더 넓힌다면 다른 결과가 나타날 수 있지만, 최소한 윤건영 후보의 발언대로 호주 대사의 경우 최근 군인 출신이 없다는게 확인되었습니다.
또한, 안보적으로 중요한 미국이나 최근 방산 수출이 늘어난 폴란드의 경우에도 최근 군인 출신의 대사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전반적으로 외무고시에 합격하여 외무부에서 오래 일했던 전문가나 국제정치/경제/법 분야에서 박사 이상의 경력을 가진 전문가를 해외 대사로 임명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종섭 전 장관이 군인 출신으로서 호주 대사에 적합하였는지 여부 역시 중요하겠지만,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가 되었던 채상병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외압을 행사하였다는 의혹이 있는 인물을 해외 대사로 임명하는 것이 바람직하였는가는 별개로 판단해야 할 문제겠습니다.
*이 콘텐츠는 노무현시민센터의 지원으로 진행되는 캠페인즈 시민팩트체커 활동으로 작성됐습니다.
**노무현시민센터는 지원 외에 캠페인즈 시민팩트체커의 활동에 개입하지 않으며, 캠페인즈 시민팩트체커가 작성하는 콘텐츠는 독립적으로 기획, 작성됩니다.
코멘트
4역대 대사 중에 3명뿐이었다는 점, 모두 군사정부였다는 점이 사실이라는 게 재밌네요. 같은 현상이 2024년에 벌어지고 있고, 군사적 협력이 강조되고 있다는 게 주목해야할 지점 같기도 하고요. 이종섭 대사는 결국 자진 사퇴로 마무리 되었지만 이번 사건은 여러 모로 돌아볼 지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캠페인즈 팩트체크 글은 처음 읽어봤는데, 집요해서 재밌네요. 잘 읽었습니다.
외교를 하는 자리인 곳에 군인을 보낸다는 게 잘 이해가 안 갔었고, 호주에 관한 어떤 경력이 있는지도 잘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 팩트체크 덕분에 상황이 머릿속에서 더 잘 정리되는 것 같네요.
진실은 규명되어야합니다.